소설리스트

갓코인-299화 (299/300)

# 299

설악산에 도착한 상엽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았다.

동희의 연구실이 있던 산과 주변의 봉우리들이 절반 이상이나 무너진 것이다.

땅은 검게 변해서 어떤 생물도 살아 있지 않았고 독극물로 의심되는 악취가 풍겼다.

땅 전체가 오염되어 있는 것이다.

상엽은 아직 독 기운이 남아 있는 땅에 내려섰다. 그러자 숨어 있던 담비 대장이 나타났다.

그런데 상엽이 알던 담비의 모습이 아니었다.

50대 초반의 중년이었다.

“주인님의 모습이다.”

“널 많이 사랑했나 보네.”

“동희 역시 그랬지. 자신의 창조물에 모든 것을 주었고 지금은 이 지경이 되었다.”

“어떻게 된 거야?”

상엽은 서두르지 않고 사건에 대한 설명부터 들었다.

“그는 연금술을 그만두고 친구들의 섬을 만들고 있었다. 연구실을 비우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사이에 다섯 명의 피조물들이 스스로 학습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학습의 첫 재료로 자신들의 창조주를 선택한 것이다.”

“미친 새끼들.”

“그들은 아직 죄책감을 배우지 못했다. 동희는 창조에 성공했으나 교육에는 뛰어나지 못했다.”

“죄책감도 없이 창조주를 죽였다는 거지?”

“지금도 그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모를 것이다. 그래서 더욱 위험하지.”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진 거야?”

“신을 넘어서는 힘을 가졌다. 동희가 그렇게 만들었지.”

동희는 창조물과 평화로운 삶을 살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부모의 마음일 뿐이었다.

사람의 마음을 배우지 못한 창조물은 제멋대로 성장해 버린 것이다.

“동희가 딱 한 가지에서 완벽하지 못했네.”

“그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사회성이 높진 않았으니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상엽은 담비 대장의 설명을 기다렸다.

“피조물들은 동희에게 배운 것이다. 그들이 배울 수 있는 사람은 동희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동희는 부모님을 원망했다. 꽤나 증오했지.”

그 증오가 그대로 피조물들에게 옮겨 간 것이다.

“이해했어. 어쨌든 이 일을 바로잡아야지. 그 녀석들을 처리하고 동희를 살려야겠어.”

“동희가 그걸 원할지 모르겠군. 어쨌든 그들은 동희의 창조물이다.”

“자식 교육을 잘못시켰으면 그 정도 아픔은 감수해야지.”

상엽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타협할 생각이 없었다.

“조심하라. 동희의 모든 연구가 집약된 생물체다.”

“그래 봤자 건방진 꼬맹이들이지.”

상엽은 곧바로 블랙 해머를 소집했다.

휴가를 즐기던 블랙 해머들은 명령에 의해 전부 설악산으로 모였다.

신이 된 그들은 특별한 스킬 없이도 어디든 나타날 수 있었다.

“최대한 빨리 찾아.”

갓코인 유저라고 해도 신이 된 그들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찾으면 싸우지 말고 나한테 보고부터 해.”

문제는 동희의 모든 힘이 집약된 생명체라는 것이다.

동희는 자신의 힘으로 블랙 해머들을 신의 힘에 버금가는 실력자로 만들 만큼의 능력자였다.

그런 동희가 피조물들에게 더 많은 것을 준 것이다.

“쉬운 상대가 아니야. 바로 시작해.”

100명의 신이 흩어졌다.

상엽은 이에 그치지 않고 라니르까지 소환했다.

“절대자의 방에서 녀석들을 찾아.”

특별한 권한까지 허락하며 상엽은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빨리 끝내야 돼.’

수색을 맡겨 놓은 상엽은 여전히 독에 물든 땅을 보았다. 그 광경만으로도 상대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

‘위험한 놈들이야.’

상엽은 바닥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죽음의 대지에 다시 생기가 솟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그가 했던 어떤 권능의 효과보다 느렸다.

독기를 정화하는 데도 5분의 시간이 필요했다. 오히려 사라진 나무를 재생하는 것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그만큼 독 기운이 강하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독을 정화하는 데 묘한 저항감이 느껴졌다.

‘신을 싫어했었지.’

피조물은 동희의 이런 성향까지 닮은 듯했다.

‘빨리 끝내야 돼.’

죄책감 없이 신을 넘어서는 힘을 가진 생명체.

게다가 신들을 싫어하는 성향까지 가졌다.

‘한 시간 안에 잡는다.’

상엽은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피조물은 다섯 명이었다.

첫 발견은 설악산에서 멀지 않은 평원이었다.

그곳에서 피조물은 놀이터에 나온 아이처럼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그것은 거대한 마법진이었다.

-부활 마법진입니다.

상엽은 그제야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녀석들이 부활시킨 자들이 누구야?”

-이하나, 그리고 진실의 신.

상엽이 가장 잊고 싶어 하는 이름이었다.

“이것들이 정말 열받게 하네.”

다음이 누가 될지는 불을 보듯 뻔했다.

상엽과 맞서고 있는 인물인 것이다.

“직접 간다.”

상엽은 첫 번째 발견한 피조물을 잡으러 직접 나섰다.

“야, 꼬맹이.”

바닥에 약품을 뿌리며 뭔가를 그리고 있던 피조물이 상엽의 등장에 뒤를 돌아보았다.

처음 보았을 때는 그저 개구쟁이 외계인으로 보였던 피조물은 어느새 이빨을 드러내는 야성을 보였다.

살색 피부지만 몸에 어떤 털도 없이 그저 반바지만 입고 있는 형태였다.

눈은 비정상적으로 크고 목이 얇은 반면, 몸은 작지만 단단한 근육질이었다.

“배운 게 없다니까 훈계는 안 할게. 대신 사라져 줘야겠어.”

“크아!”

“말도 못 배운 거야?”

“죽인다!”

“배웠네.”

피조물은 대뜸 상엽을 향해 들고 있던 액체를 뿌렸다. 상엽이 이를 가볍게 피했지만 액체는 공중에서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고 하나로 모이더니 날카로운 화살의 형태로 변했다.

화살은 살아 있는 것처럼 상엽을 뒤쫓았다. 그뿐만 아니라 피조물이 만들던 마법진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액체가 흘러가면서 스스로 완성이 된 것이다.

쐐액!

그 와중에 화살이 엄청난 속도로 상엽의 심장을 찌르려 했다.

“까부네.”

상엽의 모습이 사라졌다. 사라진 자리로 화살이 통과했고, 상엽은 피조물 앞에서 다시 나타났다.

툭.

그리고 상엽은 피조물의 얇은 목을 잡았다.

“상대를 보고 까불어야지.”

우둑!

피조물의 목이 힘없이 꺾였다. 하지만 목이 완전히 부러진 상태에서도 상엽의 손을 물려고 했다.

이빨에는 진한 액체가 침처럼 묻어 있었다. 하지만 상엽은 애초에 이렇게 끝낼 생각이 없었다.

펑!

상엽의 힘이 피조물의 내부로 들어가서 폭발을 일으켰다. 피조물의 몸이 그 자리에서 터져 버렸다.

화르르!

피조물의 파편조차 터지는 순간에 그대로 화염에 휩싸였다. 그리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때, 피조물이 만든 마법진에서 뭔가가 솟아올랐다.

“지랄한다.”

부활 마법진에서 나타난 자는 콜렉터 길드의 길드장 샌디르였다.

쾅!

상엽은 그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해머를 꺼내 머리를 날려 버렸다.

오랜만에 손맛을 본 상엽은 자신도 모르게 잔인한 웃음을 지었다.

“하나 처리했어. 다른 녀석들 찾아.”

본격적인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두 번째, 세 번째 피조물도 어렵지 않게 찾아냈다.

일반인과 달리 피조물의 모습은 정확한 위치 대신 일정 범위만 잡혔다.

라니르가 그 지역을 알리면 블랙 해머들이 집중 수색을 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사고가 발생했다.

추격 사실을 알아챈 피조물 한 명이 기습을 하면서 블랙 해머 중의 세 명이 소멸해 버린 것이다.

그들 모두 급소를 당한 것이 아니라 스치는 것만으로 소멸해 버렸다.

신을 죽이는 공식이 있는 것이다.

“동희의 좋은 점은 하나도 안 닮았네.”

결국 두 명도 상엽이 직접 처리했다.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피조물들은 상엽과 마주치자 어떤 힘도 발휘할 수가 없었다.

네 번째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발견됐다.

-신의 도시에 나타났습니다.

“건방진 새끼가.”

상엽은 화가 나서 곧바로 추격에 나섰다.

피조물은 상엽의 석상에 녹색 액체를 뿌리고 있었다. 그 악취가 막 공기를 타고 내려앉으려 했다.

그것은 생화학 무기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나마 상엽이 늦지 않게 도착해서 공기를 움직였다.

“미친 새끼들.”

주민을 몰살하려는 의도를 보인 피조물을 보며 상엽은 분노했다.

그 분노는 잔인한 복수로 나타났다.

피조물은 상엽의 힘에 모든 행동이 묶여 하늘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 상태로 하늘에 묶였다.

그 상태에서 천천히 몸을 비틀어 버렸다.

꽈배기처럼 몸이 꼬이면서 뼈가 부러지고 핏줄이 끊어졌다. 상엽은 이에 그치지 않고 피조물의 몸이 완전히 핏물로 흩어질 때까지 압박을 계속했다.

그렇게 네 번째 피조물이 사라졌다.

“나머지도 찾아.”

이제 한 명이 남았다. 지금까지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고 라니르조차 찾지 못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상엽은 상황을 파악하려 했다.

신들이 흩어져서 찾기 시작했지만 한 시간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다.

상엽은 이 부분이 이상했다.

한 시간 동안 계속 고민을 하던 상엽은 한 가지 결론에 다다랐다.

“신의 눈이 닿지 않는 지역이 있는 거야.”

이런 곳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동희가 만든 거야. 아니면 동희에게 배워서 만들었거나.”

상엽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그러자 떠오르는 지역이 있었다.

“친구들의 섬.”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쉴 수 있는 지역을 만들겠다고 했다.

“신의 눈까지 피하도록 설계했을 수도 있어.”

다행히 상엽은 그 위치를 알고 있었다. 상엽이 직접 선물했기 때문이다.

“필리핀 발데우로 간다.”

상엽과 블랙 해머가 모두 필리핀의 무인도로 이동했다.

필리핀에는 엄청난 숫자의 무인도가 있었다. 상엽은 그중에서 경치가 가장 아름다운 섬을 동희에게 주었다.

한때는 여행 상품으로 개발되기도 했지만 갓코인 등장 이후에는 완전히 잊힌 섬이 되었다.

상엽은 발데우 섬의 상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역시.”

직접 찾아와서 정찰을 하자 그곳에서 움직이는 모든 생물들이 느껴졌다.

천연의 자연에서 살아왔던 새들이 제일 먼저 보였고, 맹수는 보이지 않았다.

이곳도 변종 소탕이 이루어진 지역이라 정글처럼 우거진 숲에 살던 포유류는 멸종해 버렸기 때문이다.

“세 명.”

땅을 밟고 움직이는 생명체는 세 명이었다.

모두 한 곳에 모여 있었고 상엽이 나타난 걸 모르는 듯했다.

상엽은 지체 없이 그들이 모인 장소로 갔다. 그러자 제일 먼저 피조물과 두 명의 인간이 보였다.

이하나와 성아였다.

그녀들은 뭔가 다급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액체가 든 병을 들고 피조물이 그어 준 선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이 만들고 있는 것은 거대한 마법진이었다. 상엽은 중앙에 새겨진 문양을 보고는 어떤 존재를 부활시키려는 것인지 알아차렸다.

“미친 새끼들. 신을 증오한다더니 다시 신을 부활시켜?”

피조물은 신의 전쟁을 부활시키려 했다. 그 틈에 상엽을 죽이려는 계획이었다.

그 시작은 프로토였다.

갓코인을 인간계에 적용하고 끝까지 상엽과 싸웠던 신이었다.

“크아!”

피조물이 상엽을 발견하고 본성을 드러냈다.

반면 이하나와 성아는 상엽을 보더니 맹수를 본 토끼처럼 몸을 떨었다.

“잘됐네. 너희들은 꼭 두 번 죽이고 싶었는데.”

상엽은 손을 저어 그녀들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저 평범한 인간인 그녀들은 이에 저항할 힘이 없었다.

“기다려. 이왕 이렇게 됐으니 그냥 죽일 수는 없잖아.”

그녀들을 내버려 둔 상엽은 야성을 드러낸 피조물을 향해 다가갔다.

다행히 아직 마법진은 완성되기 전이었고, 피조물의 신체적 능력은 다른 녀석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촤악!

이번에도 액체를 이용한 공격이었다.

함께 자라고 같은 환경에서 큰 만큼 본능이 비슷했다.

상엽은 이번에도 어렵지 않게 이를 피하고 곧바로 해머를 휘둘렀다.

쾅!

해머 한 방에 피조물의 머리가 터져 버렸다. 그리고 소멸까지 해머를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피조물들의 소란은 완전히 정리되었다.

“이제 너희들만 남았네.”

상엽은 여유롭게 움직이며 완성 직전에 있는 마법진을 먼저 지워 버렸다.

그 시간이 두 명의 여인에게 극한의 공포를 심어 주었다.

“내가 너희들을 어떻게 할까? 지금 화가 많이 난 상태거든.”

그녀들은 상엽의 성향을 알기에 살려 달라고 빌지도 못했다.

“내 뒤통수를 치려고 했던 타락한 진실의 신. 악마보다 더 못돼 처먹은 인간.”

둘에 대한 상엽의 솔직한 평가였다.

“앞으로 시작될 평화의 재물로는 적절하네.”

상엽은 분노한 눈을 그녀들에게 보여 주었다.

“너희들은 죽지 않을 거야. 한 명은 신의 대륙에서, 한 명은 인간계에서, 신에 대항한 상징으로 영원히 고통받게 될 거야.”

그것은 저주였다.

절대신의 저주는 당연히 현실이 되었다.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최악의 형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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