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294화 (294/300)

# 294

“너 일부러 그러는 거지?”

송연지도 신이 되길 거부했다.

“오빠, 잘 생각을 해 봐요. 오빠가 이미 절대신이에요. 그리고 오빠가 아빠를 살려 줬으니까 전 이제 신이 될 이유가 없어졌어요.”

“신이 되면 얼마나 많은 걸 할 수 있는지 몰라?”

“할 수 있는 게 많은 게 아니라, 해야 하는 일이 많아지는 거겠죠.”

그녀는 속지 않았다.

“너 그렇게 평범하게 살 거야? 사람이 더 큰 꿈을 꿔야지!”

“오빠, 나 말고도 전부 거절했죠?”

“어? 그건 어떻게 알았어?”

“그동안 오빠랑 같은 편으로 싸우면서 무슨 생각 했는지 알아요?”

송연지는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산적 오빠만 신에 어울리는 사람이다.”

“무슨 개소리야?”

“지금 개소리라고 했어요?”

“미안. 내가 너무 흥분했어. 하지만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건 알지? 내가 죽인 신만 몇 명인데 나만 신이 되어야 한다는 거야?”

“오빠, 나 이제 아빠랑 여행도 다니고, 엄마 살려서…….”

송연지는 갑자기 말을 멈췄다. 상엽의 웃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아 참, 엄마도 살려야 하지?”

송연지의 아빠가 애초에 갓코인을 연구한 것도 엄마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언젠가 상엽에게 부탁을 할 생각이었지만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빠, 설마 엄마를 살리는 걸로 거래를 하려는 건 아니지?”

“에이. 내가 아무리 절대신이 되었다고 해서 그렇게 개차반이 되겠어?”

상엽은 갑자기 몸을 돌렸다. 그리고 혼잣말로 조용히 속삭였다.

“연지의 엄마를 살린다.”

그 한마디로 충분했다. 송연지도 그 말을 들었다.

“오빠…….”

“엄마는 살아났어. 지금 아빠랑 함께 있을 거야.”

“정말 고마워요. 이건 진심이에요.”

“맞아. 내가 바라는 게 바로 그 진심이야.”

“오빠, 정말 교묘해졌네요.”

“지식이 늘었거든.”

엄마가 살아났다는 말에 송연지는 빠르게 돌아가고 싶어 했다. 엄마가 보고 싶어진 것이다. 다만 상엽과 대화를 중단하고 가기가 미안했다.

“엄마 보러 가야지.”

“고마워요. 정말.”

“그런데 한 가지는 있지 마.”

상엽은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부탁하는 거야. 우리 같이 신으로 사는 거야.”

“오빠!”

“부탁이야. 엄마는 이미 살려 줬으니 거래는 아니라고.”

송연지는 깊게 한숨을 쉬며 상엽의 집무실을 떠났다.

무엇이든 처음이 어려운 법이었다.

“적설, 넌 역시 여신이 어울려.”

“왠지 속고 있는 거 같은데.”

“무슨 소리야? 힘을 회복해서 동생을 지켜야지. 그리고 라니르 봤지?”

“그 여자는 왜?”

“무려 관능의 신이야. 그런데 난 네가 조금도 뒤질 게 없다고 생각하거든.”

상엽은 이미 생각해 둔 바가 있었다.

“매혹의 신. 그게 네가 살아갈 신의 이름이야.”

“그건 마음에 들어. 그런데 왠지 계속 속고 있는 기분이라고.”

“에이. 넌 의심이 너무 많아. 자, 일단 힘부터 회복해.”

상엽은 적설의 볼을 어루만졌다. 그것으로 죽기 전에 적설이 가졌던 모든 힘이 회복되었다.

“이걸로 계약 성립이야. 딴말하기 없어, 매혹의 신.”

“알았어. 대신 한 달 동안은 휴가야. 동생이랑 보낼 거니까 연락도 하지 마.”

“신의 대륙에서 만나.”

두 번째 영입이 이루어졌다.

세 번째는 스트라인버그와 용소였다.

“건축의 신, 대장장이의 신. 너희들은 이제 더 이상 노예가 아니야. 스승의 한을 풀어야지.”

단순한 부탁으로는 그들을 설득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상엽은 그들이 가진 약점을 공략했다.

“코드 원, 치사해지셨군요.”

“치사하다니. 신으로 만들어 주는 건데.”

상엽은 가장 믿을 만한 사람들의 힘을 회복해 주면서 신으로 영입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루시.”

“전 이미 거절했습니다.”

“아닐걸?”

상엽은 자신감이 있었다.

“너도 알다시피 나는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면 제대로 일을 못 해. 알지?”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당연히 네가 거절을 하면 다른 비서를 뽑아야 돼.”

“라니르는 훌륭한 비서가 될 것입니다.”

루시는 상엽 곁에 훌륭한 조언자가 있음을 알았다. 하지만 그게 루시의 약점이었다.

“라니르한테 약속한 게 있어. 신의 대륙에서 2인자를 시켜 주겠다고 했거든. 그런데 2인자가 비서라니. 그건 좀 웃기잖아. 라니르는 앞으로 신의 대륙의 재판관이 될 거야. 그리고 여러 차원에 대한 권능을 가지게 될 거고.”

루시는 상엽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았다. 라니르는 비서가 될 수 없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말이야. 루시 말고 누가 좋을까 고민을 해 봤거든. 그러니까 한 사람이 떠올랐어.”

상엽과 달리 루시는 마땅한 인물이 떠오르지 않았다.

“인사해. 새로운 비서야.”

루시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누굴 선택하신 겁니까?”

“여기 있잖아.”

그제야 상엽의 뒤에서 뭔가가 떠올랐다.

“설마…….”

“응. 유령이를 비서로 하려고.”

“안 됩니다!”

루시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유령아.”

-네, 주인님.

“너도 이제 추종자 그만두고 신으로 살아.”

-시켜만 주신다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신이 되길 원하는 유일한 인물이 바로 추종자였다.

“내 옆에 딱 붙어서 필요한 조언들을 하는 거야. 그동안 루시가 하는 거 많이 봤지?”

-제가 잘할 수 있습니다!

“좋아. 그럼 널 망자의 신이자 절대신의 비서관으로 임명…….”

“코드 원!”

비서관으로 임명되기 직전, 루시가 소리쳤다. 추종자는 아쉬움에 루시를 노려보았고, 상엽은 오히려 웃었다.

“왜?”

능글맞은 질문에 루시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제, 제가 하겠습니다.”

-주인님! 제가 더 잘할 수 있습니다!

추종자는 루시와 경쟁하듯이 소리쳤다.

“유령아, 들어가.”

-주인님!

“망자의 신에 특별 영지까지 줄게. 아오나의 자리를 네가 대신하는 거야. 어때?”

상엽의 제안에 추종자의 표정이 밝아졌다.

-감사합니다.

“잘 부탁해, 망자의 신.”

추종자는 인사를 하고는 다시 상엽의 몸으로 돌아갔다.

“후우.”

루시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자신이 계획했던 개인적인 행복이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조금 바쁘던 게 그냥 바빠지는 거야. 좋게 생각해. 대신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을 거야. 너한테는 그 정도의 권능을 줄 거니까.”

“알겠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미 결정을 내린 루시는 더 이상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지혜의 신. 이게 네가 맡게 될 자리야.”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첫 번째 명령이 있어. 좀 이르긴 한데 너라면 잘해 낼 거야.”

상엽은 가장 시급한 문제를 말했다.

“블랙 해머들을 전부 신으로 만들어야겠어. 좋은 설득 방법을 생각해 봐.”

“맡겨 주십시오.”

루시는 의외로 의욕을 보였다. 상엽은 그 점이 수상했다.

“너 지금 무슨 마음이야?”

상엽의 질문에 루시는 속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혼자 망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지옥은 같이 가야 제맛이죠.”

그녀의 대답에 상엽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신의 도시가 건설되는 동안, 상엽은 전 세계를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모든 언론들이 이를 보도하면서 전쟁과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절대신의 첫 환영 행사.

상엽은 일부러 그 장소를 영국으로 정했다.

한국이나 덴마크는 상엽과 관계가 깊은 곳이라 외부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갓코인 전쟁에서 상엽의 편을 들었던 영국을 시작점으로 잡았다.

그런데 절대신의 첫 외부 연설은 상엽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파급력이 컸다.

1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광장에 무려 100만 명이 찾아왔고, 주변 도시가 완전히 마비되었다.

모든 건물 옥상에는 대형 카메라가 배치되었고, 숨을 쉬기도 힘들 만큼 빼곡히 사람이 들어찼다.

영국의 모든 경찰이 동원되었지만 통제가 되지 않는 수준이 되었고, 결국 이것은 사고로 이어졌다.

밀집한 사람들 틈에서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해 쓰러지는 사람이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이들을 구조할 방법이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단 한 번이라도 넘어지는 사람이 발생하면 다시 일어설 수 없는 사태가 되었다.

한번 사고가 시작되자 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광장을 중심으로 비명과 고성이 난무했고, 사람들이 상엽을 보기 위해 올라탄 가로수가 쓰러지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것은 대형 사고의 시발점이었다.

강단 앞에 있던 사람들이 뒤에서 미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도미노처럼 무너진 것이다.

그때부터 다른 사람에 깔려 죽는 사고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상엽의 첫 행사는 비명으로 뒤덮였다.

아직 행사 시작이 30분이나 남은 상황에서 뭔가가 하늘 위에서 내려왔다.

그러더니 혼란에 빠진 도시로 빛을 뿌렸다.

빛이 닿자 쓰러진 자들의 몸이 떠올랐고 공중에 머무르기 시작했다.

“절대신이다!”

누군가의 외침에 사람들의 시선이 위를 향했다.

그곳에는 실제로 정상엽이 서 있었다.

“잘생긴 얼굴도 아닌데 뭘 굳이 직접 보려고…….”

상엽이 들어 올렸던 손을 아래로 내리자 강렬한 빛이 도시 전체를 감쌌다. 그러자 빼곡하게 모여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한 50층으로 하면 되겠네.”

상엽은 강단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두 둘러볼 수 있도록 배치했다.

공중에 거대한 콜로세움 형태의 50층 계단이 만들어졌고 사람들은 그곳에 편안히 앉을 수 있었다.

100만 명을 모두 자리에 배치한 뒤에 상엽은 바닥을 보았다.

사망자만 무려 5천 명에 달했다.

상엽은 더 높은 하늘로 올라가 이미 목숨을 잃었거나 부상을 당한 자들에게 빛을 뿌렸다.

-주인님, 잘하고 계십니다. 좀 더 확실한 연출을 하겠습니다.

‘꼭 이렇게 해야 돼?’

-그냥 갑자기 살아나면 좀비로 오해합니다.

상엽은 결국 효과도 없는 빛을 만들어서 바닥에 뿌렸다.

그때부터 사람들의 환호성이 시작되었다.

죽은 자들이 다시 살아났고 아픈 자들이 멀쩡해졌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경외의 눈으로 상엽을 보았고 그중에는 손을 모아 기도를 하는 자도 있었다.

때로는 눈물을 흘리며 상엽의 이름을 외치기도 했다.

‘잠깐, 유령아. 너 이거 어디서 봤어?’

-TV에서 봤습니다.

‘야!’

상엽은 그제야 자신이 사이비 종교 집단을 재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주인님은 진짜입니다.

한 가지는 분명히 달랐다.

사이비 종교는 사기지만 상엽의 권능은 진짜였다.

죽었던 자들이 살아나는 광경은 모든 인간들에게 신의 존재가 어떤 것인지를 분명히 각인시켰다.

상엽은 부활한 자들까지 모두 보이지 않는 의자에 앉히고 예정보다 빨리 행사를 시작했다.

여러 식순이 준비되어 있었지만 상엽은 모두 건너뛰고 그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미디어가 존재하는 모든 언론들이 속보를 전하면서 그야말로 전 세계의 눈이 상엽에게 몰렸다.

“여러분들은 우리가 부유했던 때를 기억할 것입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가난했던 때를 기억할 것입니다.”

그는 담담하게 연설을 시작했다.

“우리는 그때로 돌아갑니다.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것은 그때보다 아주 조금 나은 삶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무한대이나 그것을 모두 실현할 경우, 우리는 인간으로서의 가치가 사라집니다.”

상엽은 그들에게 쓸데없는 허영심을 주지 않았다.

“전 절대신입니다만 여전히 인간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인간이길 바랍니다.”

잠시 말을 멈춘 상엽은 모두의 시선을 느끼며 하고자 하는 말을 했다.

“인간이기에 전 신이 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인간은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 존재입니다.”

상엽의 말에 몇몇 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다. 박수는 순식간에 전체로 전염되어 천둥과 같은 울림으로 주변을 집어삼켰다.

오랫동안 계속되던 박수 소리가 잠잠해졌을 때, 상엽은 지금까지와 다른 말을 했다.

“저는 여러분들의 개인적인 기도나 요청을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여러분들이 스스로 해결하고, 노력하셔야 합니다.”

상엽은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것에 대한 분명한 선을 그었다. 이 기준을 세워 놓지 않으면 많은 이들이 상엽의 능력에 기대기만 할 것이다.

“이제 우리가 다시 살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우리 방식대로, 우리 힘으로. 언제나 그랬듯이 말입니다.”

상엽의 연설이 끝났다. 이번에는 기립박수 대신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였다.

‘이걸로 됐어.’

상엽이 딱 바라던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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