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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코인-291화 (291/300)

# 291

‘악마의 힘이 안 통해.’

상엽은 자신이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크크!”

심각해진 상엽과 달리 데빌은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웃는 게 마음에 안 들어.”

상엽은 데빌의 웃음을 두고 보지 않았다.

“그냥 부숴 버리면 돼.”

악마의 힘을 제외해도 타격만 할 수 있다면 데빌을 소멸시킬 수 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달라질 것이 없다고 판단한 상엽은 동요하지 않고 다시 전투에 나섰다.

‘신중하게 가자.’

상엽의 생각은 추종자에 의해 아군 군대에 전달되었다.

자신감을 가진 데빌이 다시 공세에 나설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온다.’

상엽은 일부러 정면에서 데빌의 시선을 끌었고, 그사이에 아군 군대는 더욱 넓게 퍼진 형태로 이동했다.

팟!

데빌은 군대의 움직임을 보더니 상엽이 아니라 옆을 향해 뛰었다.

상엽이 그랬듯이 군대를 먼저 처리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상엽이 즐겨 하는 방식이라 충분히 대비가 되어 있었다.

데빌이 옆으로 움직이는 순간, 목표가 된 자들이 일제히 몸을 숨겼다.

이동을 한 자들 대부분이 은신 스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은신이 없는 자들도 속도만큼은 자신이 있는 자들이었다.

결국 데빌은 군대의 대비에 속아 집중포화를 맞아야 했다.

데빌의 방어벽으로 어마어마한 스킬들이 작렬했고, 그사이에 상엽은 뒤쪽에 자리를 잡았다.

‘해보자는 건가?’

데빌의 보호막은 작렬하는 스킬들을 훌륭히 막아 냈다. 하지만 화염 보호막의 흔들림이 점차 커졌고 균열이 일어나고 있었다.

데빌이 군대를 다시 뒤쫓았지만 상엽의 군대는 훌륭히 대처를 해냈다.

미리 명령을 받은 터라 절대로 맞서지 않았고, 거리가 좁혀지면 어김없이 힘을 모아 아군을 보호하는 스킬을 펼쳤다.

그러면서 빛의 그물을 이용해 물러서게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도 데빌은 집요하게 추격을 계속했다.

마치 상엽에게 일부러 기회를 주는 듯했다.

상엽이 이를 모를 리가 없었다.

“생각이 많아졌네.”

상엽의 군대는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전투를 함께했다. 전투뿐만 아니라 모든 훈련을 함께한 덕에 마치 한 몸처럼 움직였다.

데빌의 예상을 훨씬 벗어난 위력을 선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데빌은 상엽을 유인하려는 것이다.

‘내가 유리한 위치야.’

군대가 합류하고 나서는 계속해서 이런 분위기였다. 상엽은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었지만 일부러 데빌에게 접근하는 시늉을 했다.

그렇지만 결코 데빌의 공격 범위로는 들어가지 않았다.

결국 데빌의 화염 보호막이 송연지가 쏜 거대한 화살로 인해 깨지고 말았다.

그러자 지금까지 스킬을 준비하던 라니르가 움직였다.

‘라니르가 잘해 주고 있어.’

라니르는 이미 한 번 데빌을 잡았던 경험이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훌륭하게 군대를 지휘했다.

슈슉!

데빌의 주변으로 네 개의 거울 벽이 솟아올랐다. 순간적으로 데빌의 몸이 완전히 가려진 것이다.

내부에 있던 데빌은 예전의 기억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도 거울 벽에 갇힌 것을 시작으로 수세에 몰려 결국에는 봉인되고 말았다.

데빌은 작전이 실패했음을 알고 응축된 힘을 터트려 거울을 깨트리려 했다.

거울은 데빌의 힘을 반사하며 내부를 난도질했고, 한차례 거울 벽이 만들어 낸 진동이 사방으로 퍼졌다.

채챙!

결국 거울 벽은 깨졌다. 그런데 이를 빠져나온 데빌은 멀쩡한 모습이 아니었다.

피부 곳곳이 찢어졌고 방어벽은 엉성했다.

피범벅이 된 데빌은 상처를 입었음에도 분노보다는 그 자리를 벗어나는 데 주력했다.

이어지는 공격을 견제한 것이다.

그런데 라니르는 이를 예상하고 데빌의 후퇴 방향에 다시 한번 거울 벽을 생성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다시 한번 스킬 폭격이 이루어졌다.

콰콰쾅!

데빌의 몸을 중심으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크아!

결국 데빌이 분노하며 화염과 얼음 폭풍을 날렸다.

강렬한 힘은 다가오는 스킬들을 모두 녹여 버릴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이 상엽에겐 기회가 되었다.

지금까지 지켜보던 상엽은 데빌이 참지 못하고 강한 스킬을 사용하는 순간, 모든 힘을 다해서 앞으로 뛰었다.

은빛 방패를 잃은 상엽은 다른 방어 스킬로 데빌의 힘을 견디는 수밖에 없었다.

아르마딜로의 벽을 포함해 피부를 강화하는 모든 스킬을 펼친 상태에서 상엽은 데빌을 향해 접근했다.

데빌의 공격은 주변 전체를 공격하는 스킬임에도 상엽의 방어벽을 무너트리는 힘이 있었다.

그나마 화염에는 내성이 강했기에 상엽은 충분한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발이 얼어붙고 피부를 찢는 얼음 폭풍을 뚫은 상엽은 결국 데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등 뒤에 섰다.

그런데 시야를 가리는 폭풍을 뚫고 지나온 그를 기다리는 것은 무방비 상태의 데빌이 아니었다.

‘예상했군.’

데빌은 위기 속에서도 상엽을 잊지 않았다.

상엽이 접근하는 순간, 땅속에서 갑자기 얼음 기둥이 치솟았다. 그리고 데빌이 몸을 돌려 상엽을 향해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공격을 펼쳤다.

데빌의 얼음 검에 하얀 서리가 끼더니 급격히 균열을 일으켰다.

‘위험하다.’

상엽이 이를 인지한 순간, 데빌과 눈이 마주쳤다.

데빌은 웃고 있었다. 동시에 얼음 검이 산산이 부서지며 수만 개의 조각이 되어 폭발했다.

파편은 순식간에 사방을 덮쳤고 상엽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데빌의 스킬을 뚫느라 대부분의 방어벽이 무너진 상엽은 어쩔 수 없이 두 개의 해머를 꺼내 앞을 막았다.

츠츳!

수백 개의 파편이 상엽의 몸에 박혔다.

그중에는 피부 깊숙이 박힌 것도 있었다. 데빌이 얼음 검을 소멸시키며 시도한 공격인 만큼 그 위력은 어마어마했다.

다행히 거대한 해머를 세우며 급소는 전부 보호했지만 피부로 스며든 얼음 파편들이 냉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냉기와는 다른 짜릿한 감각이 엄청난 고통을 일으켰다.

신을 죽이는 공식이었다.

“크크!”

주변을 밀어내고 회심의 일격에 성공한 데빌은 웃음을 터트렸다.

“고통스럽게 죽어라.”

데빌은 여유를 부렸다.

상엽만 처리하면 군대를 처리하는 건 시간문제였기 때문이다.

“약속대로 인간계는 지옥으로 만들어 주지.”

털썩.

상엽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데빌의 웃음은 더욱 진해졌다.

“인간들은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고통스럽게 죽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고의 고통을 선사해 주지. 모든 인간들이 스스로 죽을 것이며, 널 아는 인간들은 죽을 수도 없는 상태에서 영원히 고통받겠지. 크크크!”

데빌은 고통스러워하는 상엽의 최후를 천천히 지켜보고자 했다.

“신을 죽이는 공식은 결국 날 위한 것이었다. 크크크!”

데빌이 하늘을 보며 웃었다.

“내가 절대신이다!”

그때였다.

“지랄한다.”

무릎을 꿇었던 상엽이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그러면서 데빌의 배에 해머를 꽂았다.

콰쾅!

방심하고 있던 데빌은 놀란 눈으로 상엽을 보았다. 당장은 고통보다 놀라움이 컸다.

“어떻게…….”

데빌의 거대한 몸이 고통으로 인해 앞으로 꺾였다. 이를 본 상엽은 데빌의 턱을 향해 해머를 올려쳤다.

쾅!

또 한 번 해머가 작렬했다.

데빌의 몸이 다시 곧게 펴졌고 통나무처럼 뒤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마무리.’

상엽은 모든 힘을 실어 쓰러지는 데빌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데빌의 심장에 일격을 날렸다.

콰쾅!

데빌의 피부가 터져 나가며 해머가 모든 것을 부숴 버렸다.

“나한테는 안 통하는 공식이야.”

신을 죽이는 공식.

하지만 상엽은 이미 해독제를 복용한 상태였다. 고통은 있었지만 해독제가 바로 반응하며 정신을 차렸다.

그 후로는 일부러 무릎을 꿇으며 기회를 보았고 반격에 성공한 것이다.

“으으으…….”

쿠쿵!

심장이 터진 데빌이 쓰러졌다. 진짜 고통은 그때부터였다.

데빌의 몸이 녹아내리기 시작하면서 고통에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다른 신에 비해 공식이 퍼지는 속도는 느렸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데빌을 더욱 고통스럽게 했다.

“나는 너랑 달라서 못 기다려 주겠어.”

쾅!

상엽은 데빌의 옆구리를 다시 한번 때린 뒤에 높이 뛰어올랐다.

‘파괴의 일격.’

상엽은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스킬을 선택했다.

하늘에 거대한 해머가 소환되었고, 상엽은 모든 힘을 실어 힘껏 내려쳤다.

우우웅!

해머는 공기를 파괴하며 상엽의 행동에 따라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 해머는 정확히 데빌의 머리에 떨어졌다.

콰쾅!

폭발로 인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폭발의 잔해가 퍼지는 순간에는 모두 숨을 죽였다. 상엽은 이를 보며 가볍게 손을 저었다.

바람이 밀려와 시야를 가리던 모든 것을 걷어 냈다. 그제야 파괴의 일격이 떨어진 자리에서 펼쳐진 광경이 보였다.

‘뭐야?’

예상했던 광경이 아니었다.

머리가 터져서 숨을 거두었어야 할 데빌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어디선가 비명이 울려 퍼졌다.

‘라니르!’

라니르의 몸에 세로로 붉은 선이 그어졌다. 그러더니 서서히 양쪽으로 갈라지며 소멸해 버렸다.

“키킥!”

라니르의 앞에는 1미터의 작은 핏덩이가 서 있었다.

긴 꼬리에 머리에는 뿔이 달린 붉은 피부의 악마였다.

‘저게 진짜 모습인가?’

거대한 몸을 버린 데빌의 진짜 모습이었다. 상엽이 무엇보다 충격을 받은 것은 라니르의 몸이 단 한 방에 갈라졌다는 점이었다.

이것은 방어벽이 모두 깨진 상엽에게도 해당된다는 뜻이기도 했다.

“잡아!”

데빌은 빨랐다. 라니르를 처리한 데빌은 순식간에 이레라핌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바닥에 붙어서 움직이는 악마는 눈으로 좇기도 힘든 속도로 화염의 단검을 휘둘렀다.

화염의 단검은 순식간에 이레라핌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빠르다.’

상엽의 눈으로도 이를 좇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키킥!”

악마의 웃음소리는 더욱 커졌다. 마치 살인을 즐기는 미치광이처럼 흩날리는 피를 마시며 다음 목표를 찾아 움직였다.

‘지금 막아야 돼.’

그런데 이런 판단은 상엽만 한 것이 아니었다.

빠르게 움직이는 데빌의 등 뒤로 누군가 나타났다.

‘적설!’

적설이 데빌의 등에 단검을 찌르며 반격을 했다. 하지만 데빌의 반응 속도가 워낙 빨랐다.

그런데 적설도 예상을 했는지 미리 검을 거두어들이고 빛의 그물을 펼쳤다.

‘가짜.’

상엽은 이것이 가짜임을 아는 터라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 하지만 데빌은 분명히 반응을 보였다.

그물을 빠르게 피하더니 적설의 등을 잡은 것이다.

속도라면 자신이 있는 적설도 데빌의 엄청난 이동에 어떤 반응도 하지 못했다.

적설은 여전히 그물을 펼치고 있었다.

데빌은 마치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느낌이었다.

푹!

결국 데빌의 칼이 적설의 등을 찔렀다. 정확히 적설의 심장이 있는 곳이었다.

“적설!”

상엽은 분노를 터트리며 데빌을 향해 뛰었다. 그런데 추종자가 그의 앞을 막았다.

-주인님, 마지막 일격을 준비해 달라고 했습니다.

“무슨 소리야?”

-데빌을 멈출 것이라 했습니다.

송연지가 내린 판단이었다. 그제야 상엽은 사공강과 송연지가 데빌의 지척에 있는 걸 알았다.

그리고 사하르를 포함한 군대가 일제히 뛰어올랐다.

-살려 줄 거라 믿는다고 했습니다.

그들의 판단은 빠르고 정확했다.

결국 상엽은 데빌에게 접근하는 걸 포기하고 다른 스킬을 펼쳤다.

‘회생.’

그의 상처가 모두 사라졌다. 그 상태에서 상엽은 스킬을 압축하기 시작했다.

“으!”

등을 찔린 적설은 죽어 가는 순간에 마지막으로 스킬을 펼쳤다.

그녀의 옷이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여 화염의 검을 감싼 것이다.

이로 인해 데빌은 칼을 단번에 뽑지 못했다. 그사이, 사공강이 데빌의 몸을 잡았다.

데빌의 몸에서 화염이 뿜어져 나오며 사공강을 태우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사공강은 데빌을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다음은 송연지였다.

그녀는 주변으로 백 개의 화살을 쏘고 모든 줄을 연결시켰다. 그리고 자신은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마치 결계를 친 듯이 빛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데빌은 위험을 느끼고 빠르게 이를 빠져나가려 했다. 하지만 블랙 해머들이 빨랐다.

블랙 해머들은 완성되지 않은 결계의 틈을 몸으로 막았다.

데빌이 난도질을 시작했지만, 한 명이 죽으면 그 자리를 다른 이들이 메꿨다.

이레라핌들까지 합류하면서 드디어 송연지의 결계가 완성되었다.

“산적 오빠! 지금이에요!”

결계 유지 시간은 길지 않았다.

-주인님.

스킬을 압축하던 상엽이 드디어 눈을 떴다.

‘데스 서클.’

송연지의 결계 위에 또 하나의 원이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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