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290화 (290/300)

# 290

상엽의 처음 의도는 성공적이었다.

거칠게 몰아붙이는 데빌의 공격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신의 병사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간간이 상엽이 갑자기 돌아서서 공격을 더 하면서 병사들의 숫자는 급격히 줄어들었고 어느새 20만밖에 남지 않았다.

20만의 병사들은 데빌이 더 이상 자신의 군주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이를 갈며 물러서기 시작했다.

결국 데빌의 병사들은 뿔뿔이 흩어져 더 이상 전장에 남아 있지 않았다.

“크크크!”

데빌은 병사들의 후퇴에도 즐겁다는 듯이 웃으며 상엽을 압박했다.

츳!

겨우 피해 내던 상엽도 결국에는 얼음의 파편에 스치며 어깨에서 피가 튀어 올랐다.

그때부터 데빌의 파상 공세가 시작되었다.

신체 능력으로 압박을 하던 데빌이 스킬을 섞기 시작한 것이다.

그만큼 여유가 생겼다는 뜻이다.

데빌의 몸에서 화염이 촉수처럼 뻗어 나오며 상엽의 급소를 노렸고, 상엽의 퇴로에 얼음벽이 솟아올라 이동을 방해했다.

지상에서 일어난 폭발과 더불어 붉게 타오르는 하늘에서는 불기둥이 떨어지기도 했다.

그 공간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상엽을 위협하는 것이다.

방패를 잃은 상엽은 어떻게든 급소를 피하며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상처가 빠르게 쌓이면서 데빌의 파상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기회는 온다.’

수십 개의 상처가 쌓이고 이제는 상처가 점점 깊어질 때였다.

데빌의 검을 오른쪽으로 피하던 상엽 앞에 얼음벽이 솟아올랐다.

동시에 바닥에서 폭발이 일어났고, 상엽이 뛰어오르는 곳에는 불기둥이 떨어졌다.

어느 쪽으로도 피할 수 없는 상황.

데빌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얼음 검을 빠르게 찔렀다.

푹!

얼음 검이 상엽의 허벅지에 닿았다. 데빌의 입가에 웃음이 걸렸고 거대한 검은 상엽의 양쪽 허벅지를 모두 잘라 냈다.

양다리를 잃는 순간, 상엽의 몸이 흐릿하게 사라졌다. 데빌은 그제야 뭔가 잘못되었음을 알았다.

하지만 이를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상엽이 등 뒤에서 해머를 휘두르고 있었다.

신의 스킬 꼬리 자르기였다.

쾅!

데빌은 방어벽을 만들어 충격을 버텨 냈다. 하지만 상엽의 한 방은 방어벽만으로 버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게다가 타격이 피부를 파고들면 신을 죽이는 공식에 의해 소멸할 수도 있었다.

결국 데빌은 날개의 한쪽을 움직여 해머를 막았다.

충격이 퍼지는 순간에 날개를 버리며 신을 죽이는 공식이 파고드는 것을 막았다.

하지만 이로 인해 바닥에 긴 선을 남기며 100미터나 밀려났다.

치명적인 상처는 아니었지만 선명한 고통이 남았다.

“크크. 이 정도 발악을 해 줘야지. 그래야 밟아 주는 재미가 있지.”

“얻어맞고 밀려난 주제에 허세는.”

“네놈의 상처에 비하면 긁힌 수준이지.”

“내 몸이 뭐?”

데빌은 그제야 상엽의 상처가 모두 회복되었음을 알았다. 상엽 역시 치명적인 상처는 없었던 터라 회복에는 문제가 없었다.

잘려 나갔던 다리 역시 신의 스킬 꼬리 회복을 통해 멀쩡히 재생되었다.

그리고 상엽의 자신감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수하들을 무시한 게 결국 널 죽일 거야.”

“노예들 말이냐? 자격이 없는 주인들이 노예에 기대는 법이지.”

“네가 그래서 안 되는 거야. 그건 자만심이나 오만한 게 아니라 그냥 멍청한 거야.”

데빌은 악마의 군대만을 수하로 인정했다.

그래서 악마의 군대가 상엽에게 당하는 순간, 이미 40만의 신의 병사는 안중에 없었다.

애초에 그는 악마를 제외하고는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명의 신에 의해 봉인이 됐다고 했지?”

상엽의 이 말에 데빌이 접근하던 걸음을 멈췄다.

“내 친구들도 그 정도 수준은 되거든.”

상엽이 해머를 들어 올렸다. 마치 신호를 보내듯 불타는 하늘을 향해 악마의 손길이 뻗혔다.

그러자 지금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상엽의 군대가 나타났다.

“이레라핌 따위로…….”

상엽의 군대를 무시하던 데빌은 말끝을 흐렸다.

5만 명의 이레라핌과 전혀 다른 분위기의 인간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왜 말이 없어?”

“이놈…….”

“왜? 아픈 기억이 떠올랐어?”

신에 버금가는 힘을 가진 인간들이 나타났다. 그들 중에는 상위권 신에 어울리는 힘을 가진 자도 있었다.

데빌은 본능적으로 그들의 힘을 알아봤다.

“인간이 신을 잡아먹을 시간이야.”

“감히 인간 따위기…….”

“그 말을 한 놈들은 전부 죽었지. 너도 마찬가지고.”

데빌의 표정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자, 시작하자고.”

상엽은 동희의 음료를 마셨다. 이레라핌을 제외한 상엽의 군대도 모두 같은 음료를 마셨다.

“이놈들!”

데빌은 상대의 힘이 눈에 띄게 증폭되는 것을 보고는 마음이 급해졌다.

그때, 앞으로 뛰어가려는 데빌을 향해 수십 개의 화살과 거대한 창 하나가 날아왔다.

엄청난 기세로 날아온 화살과 창을 보며 데빌은 얼음 검을 휘둘렀다.

채챙!

날아오던 화살과 창은 얼음 검이 만든 기파로 인해 모두 바닥으로 떨어졌다.

단 한 번의 동작으로 공격을 막아 냈지만 데빌은 결코 기분이 좋지 않았다.

‘막아야 한다.’

얼음 검으로 쳐 내지 않았다면 위협이 될 만한 위력이 있었다. 이것은 앞으로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었다.

변화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하늘에서 지옥마가 나타나 데빌이 만든 화염을 걷어 내고 있었다.

“겁먹지 마. 진짜는 지금부터니까.”

상엽은 유령 군대까지 소환하며 모든 전력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일제히 원거리 공격에 나섰다.

상엽의 군대는 명령에 따라 접근전을 포기하고 최대한 먼 거리에서 원거리 공격에 나섰다.

반면 상엽은 여전히 데빌과 직접 맞설 생각이었다.

‘믿자.’

등 뒤에서 아군들이 계속해서 원거리 공격을 하면 상엽도 위험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상엽은 그들을 믿기로 했다. 이것은 절대적인 믿음이 없이는 불가능한 행동이었다.

쾅!

상엽이 바닥을 차고 뛰어나감과 동시에 수백 개의 스킬들이 데빌을 향해 날아갔다.

저공비행을 하는 전투기처럼 바닥을 쓸고 지나갈 때, 하늘에서는 수를 헤아릴 수도 없는 다양한 폭격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데빌은 이를 모두 피하기에는 몸집이 너무 컸다.

결국 하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콰콰쾅!

스킬들이 떨어진 곳에는 데빌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뒤로 물러난 것이다.

그는 스킬들을 먼저 피하고 다가오는 상엽에게 반격을 가했다.

하지만 상엽은 그가 예상한 대로 빠르게 다가오지 않았다. 오히려 상엽조차도 100미터 앞에서 스킬을 펼쳤다.

상엽이 만들어 낸 화염이 부채꼴 모양으로 데빌을 덮쳤다. 데빌은 방어막으로 이를 간단히 막아 내고 반격을 준비했다. 그런데 그는 정면을 보더니 뱀을 발견한 아이처럼 놀란 표정으로 물러섰다.

정면에서 빛의 그물이 다가오고 있었다.

데빌을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바로 그 스킬이었다.

사공강에 의해서 펼쳐진 빛의 그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지더니 데빌을 완전히 감쌀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이를 본 데빌은 필요 이상으로 크게 물러나며 엄청난 화염을 분사해서 빛의 그물을 태워 버렸다.

“겁쟁이 새끼.”

그물에 놀라 필요 이상의 반응을 보이는 사이, 상엽은 데빌의 발 아래에 도착했다.

데빌이 이를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반격을 할 수 없는 순간이었다.

콰쾅!

결국 상엽의 해머가 데빌의 발목을 때렸다.

‘어?’

그런데 이상했다.

상엽은 스펀지를 때린 것처럼 타격의 힘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부스스.

상엽이 데빌이라 생각하고 타격했던 것은 진흙이었다.

잔상을 남기고 사라진 것이다.

진흙은 상엽의 타격으로 인해 완전히 무너져 내렸고, 이를 인지한 순간 상엽의 군대가 자리한 곳에서 굉음이 들렸다.

‘망할.’

데빌이 놀라며 물러난 것은 전부 속임수였다.

‘자만했어.’

이번에는 상엽이 자신의 계획에 너무 자만한 것이다.

데빌은 능숙한 연기로 상엽을 속이고 군대가 머무는 곳에서 다시 나타났다.

바닥을 뒤집으며 튀어나온 데빌은 곧장 강렬한 기파를 사방으로 터트렸다.

엄청난 기세로 뻗어 나가는 기파는 단순히 강력한 힘으로 만든 것이 아니었다.

화염과 얼음 파편이 뒤섞인 기파는 그 공간에 있는 모든 것을 찢어 버렸다.

완벽한 기습에 당해 버린 것이다.

그런데 데빌이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쩌저적!

데빌이 나타나는 순간, 엄청난 두께의 거울 벽이 생성되었다.

‘라니르.’

지금까지 지켜만 보고 있던 라니르였다. 게다가 그녀는 데빌과 직접 싸운 경험이 있었다.

진흙을 남기고 기습을 하는 것 역시 그녀의 기억에 있었고, 이런 공격으로 인해 수많은 신이 소멸하는 것을 보았다.

분명히 같은 공격이 있을 거라 예상한 라니르는 처음부터 이를 준비하고 있었다.

완벽한 타이밍에 형성된 거울 방어벽은 접근하는 모든 힘을 튕겨 냈다.

그런데 데빌의 힘이 워낙 강력해서 완전히 버티지 못하고 균열을 일으켰다.

“피해!”

라니르의 외침에 따라 상엽의 군대는 모두 멀찌감치 물러나며 방어 태세를 갖췄다.

“찢어 죽일 년!”

데빌은 자신의 힘이 되돌아오며 꽤 충격을 받았다. 이에 분노해서 더 많은 힘을 쏟아 내자 거울이 깨지며 강력한 기파가 라니르를 덮쳤다.

“주인님, 부디…….”

“뭔 개소리야?”

라니르는 끝까지 그 자리에서 맞서려 했지만 상엽이 허리를 잡아 위험 장소를 벗어났다.

“할 일이 많아. 쓸데없는 짓 하지 마.”

“죄송해요.”

“할 일에 충실해. 무리하지 말고.”

라니르는 죽는 순간까지 힘을 모아 어떻게든 데빌에게 조금이라도 타격을 주려 했다.

하지만 상엽의 생각은 달랐다.

“장기전이야. 쉽게 끝날 싸움이 아니야. 오래 살아서 한 번이라도 더 공격해. 소멸은 두려워하지 말고. 내가 다시 살려 줄 테니까.”

어쨌든 라니르 덕분에 상엽의 군대는 위기를 벗어났다. 그리고 다시 반격에 나섰다.

라니르의 거울로 인해 충격을 받은 데빌은 상엽의 접근을 막으려 몇 겹이나 되는 방어막을 만들었다.

상엽은 그 방어막을 보며 굳이 달려들지 않았다.

히이잉.

하늘에 있던 지옥마가 울음소리를 터트렸다. 화염 구름이 모두 사라지고 다시 푸른 하늘이 보였다.

“수고했어.”

상엽은 데빌이 만든 모든 환경을 하나씩 제거했다.

병사들이 사라졌고, 위협이 되던 하늘도 사라졌다.

푸르!

그리고 상엽은 지옥마의 등에 올랐다.

하늘의 위험이 사라졌으니 그곳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가자.”

지옥마가 사선으로 날아가며 데빌에게 접근했다. 데빌은 이를 보며 화염 회오리로 응수했다. 하지만 상엽은 데빌에 접근할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지상에 있던 상엽의 군대가 그 틈을 이용해 일제 사격을 시작했다.

그리고 또 다른 빛의 그물이 펼쳐졌다.

사공강과 다섯 아마존 여전사들의 작품이었다.

-진짜 빛의 그물이 아니야. 막을 수 있도록 이용해.

그들이 사용하는 그물은 실제로 신을 묶을 수 있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통제의 신이 사용하던 진짜 그물만큼의 위력은 아니었다.

데빌이라면 힘으로 찢을 수 있을 정도였다.

-현혹시키는 것으로 충분해.

빛의 그물은 데빌의 트라우마였다. 이를 이용하는 전략은 꽤 효과를 거뒀다.

데빌은 그물이 펼쳐지면 모든 반격이나 방어를 포기했다. 오직 그물을 소멸시키는 데에만 집중한 것이다.

“이래서 정보력이 중요하지.”

상엽은 그물을 소멸시키는 데빌의 움직임에서 기회를 포착했다.

신의 스킬 절망의 파동.

데빌의 몸을 관통하는 직선의 공간이 왜곡되었다. 그러자 데빌은 뒤늦게 몸을 띄워 이를 피했다.

안타깝게도 공격은 실패했지만 데빌이 당황한 것은 확실했다.

이를 보며 상엽은 지금까지와 다른 공격을 펼쳤다.

그의 해머에서 뻗어 나온 악마의 손길이 데빌을 덮쳤다.

‘피부만 뚫으면 돼.’

상엽이 뻗은 수백 개의 마수 중에 특별한 다섯 개가 있었다.

겉모양은 같지만 힘이 집중된 다섯 개였다.

이것은 급소가 아니라 종아리, 발등, 손등, 옆구리, 팔꿈치를 노렸다.

‘공식만 퍼트릴 수 있으면 돼.’

신을 죽이는 공식.

데빌 역시 신이었고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다른 신에 비해 내성을 가진 것은 분명하지만 긴박한 전투에서는 치명적인 작용을 할 것이 분명했다.

스스로 발목을 터트리고 날개까지 버린 것도 이 공식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끝내자.’

상엽은 드디어 공세를 잡으며 해머에서 뻗어 나간 마수를 조절했다.

대부분의 마수는 데빌이 만든 공식에 의해 소멸되었지만 처음부터 주력으로 삼았던 다섯 개의 마수는 방어벽을 뚫었다.

‘됐어.’

상엽이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툭.

데빌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그러더니 상엽이 뿌린 다섯 개의 마수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다섯 개의 마수는 주인의 말을 듣는 강아지처럼 공중에 맴돌더니 데빌이 가진 두 개의 검으로 나뉘어 흡수되었다.

“이걸로 나도 공식을 가지게 됐군.”

악마의 손길.

이것은 악마의 힘이었고, 데빌은 이를 지배할 힘이 있었다.

“크크!”

데빌은 처음부터 이 상황을 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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