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274화 (272/300)

# 274

하늘을 뒤덮은 신.

그를 바라보는 인간.

마치 종말을 위한 전쟁을 하는 듯했다.

붕괴된 대지로 이미 바닷물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바닷물보다 땅이 낮아진 것이다.

그럼에도 싸움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늘에서 끝도 없이 떨어지는 거대한 번개 사이로 작은 점으로 보이는 인간이 바람처럼 움직이며 먹구름을 향해 스킬을 퍼부었다.

먹구름은 스킬에 당할 때마다 일부분이 흩어졌지만 어느새 다시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그 시간이 계속되자 어디선가 폭풍이 몰아쳤다.

바닷물을 끌어 올린 폭풍은 칼날 같은 빗줄기를 뿜어냈다.

피할 수가 없는 공격이었다.

인간은 이를 몸으로 버텨 내며 무모하다고 생각될 만큼 강력한 스킬들을 퍼부었다.

신의 스킬들이 끝도 없이 펼쳐지자 드디어 전장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치칙!

먹구름이 머금고 있던 스파크가 외부로 튀어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럴수록 번개의 공격은 더욱 거세졌다.

마치 지구라는 행성을 무너트리려는 듯 번개는 바닷물을 증발시키고 그렇지 않아도 낮아진 대지에 더 큰 구멍을 뚫었다.

쾅! 쾅! 쾅!

번개는 아래에서 위로, 때로는 공간 전체를 잠식하려는 듯 거미줄처럼 줄기를 뻗었다.

쾅!

이를 악물고 버텨 내던 상엽도 결국 거미줄처럼 뻗는 번개에 당하고 말았다.

“크윽!”

비명을 참느라 피가 날 정도로 이를 악물어야 했다.

단단하던 피부가 터져 나가며 진한 피가 흘렀다.

그 후로도 같은 공방은 계속되었다.

절망의 파동과 데스 서클이 먹구름 사이에서 수십 번이나 펼쳐졌고, 거미줄처럼 뻗은 번개가 상엽에게 적중되는 횟수도 늘어났다.

“헉. 헉.”

10분이 흘렀을 때, 상엽은 숨을 몰아쉬었다.

온몸의 피부가 터져서 멀쩡한 곳이 없었고 손과 발이 떨리고 있었다.

“이제 차이를 알겠느냐?”

“알지. 너랑 나랑 비슷해.”

“아직도 어설픈 허세를 부리는구나.”

“그건 너도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상엽은 피로 물든 얼굴을 들어 하늘을 보았다.

격렬해진 먹구름들의 움직임은 본연적인 공포를 불러일으켰지만 상엽에겐 그 변화가 싫지 않았다.

‘분명히 충격을 받고 있어.’

먹구름이 변하는 이유였다.

이젠 처음의 안정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음이 뭔지 궁금해졌어.”

피부가 터진 정도는 금세 자연 재생이 될 것이다. 이미 피는 멎어 있었다.

‘나도 아직 하나가 남았거든.’

상엽은 아껴 두었던 동희의 음료수를 꺼냈다.

-15분이야.

15분간 지속되는 동희의 최고 작품이었다.

상엽은 단숨에 이를 들이켰다. 그러자 순식간에 몸속에 화염 같은 힘이 맴돌았다.

“자, 이제 끝장을 보자.”

부상은 생각이 나지도 않았다. 넘쳐 나는 힘을 폭발시키고 싶은 본능뿐이었다.

상엽은 다시 정수리를 향해 떨어지는 거대한 번개를 보며 전투를 재개했다.

쾅!

단 한 번 발을 굴렀을 뿐임에도 무릎까지 차오른 바닷물이 폭죽처럼 튀어 올랐다.

엄청난 기세로 뛰어오른 상엽은 고스트 실드를 밟으며 순식간에 먹구름 앞에 닿았다.

그 속도는 프로토도 놀랄 정도였다.

쾅!

가볍게 휘두른 한 방에 먹구름의 스파크가 폭포처럼 떨어졌다.

성의 상단부가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너도 얼마 안 남았구나.”

기세를 올린 상엽은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었다.

“때릴 곳은 많아서 좋네.”

동희의 음료는 엄청났다.

힘을 쓰면 쓸수록 더 많은 힘이 솟았다. 몸속에 폭풍이 몰아쳐서 힘을 뿜어내는 기분이었다.

상엽은 넓은 먹구름 아래를 계속해서 움직이며 끝도 없이 해머를 휘둘렀다.

먹구름 아래에 연쇄적인 폭발이 일어나며 전기 가루가 장막처럼 떨어지는 장관이 펼쳐졌다.

더불어 지상을 때리던 번개가 약해지기 시작했다.

상엽은 상대가 확실히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강력한 일격을 준비했다.

잠시 공격을 멈춘 상엽은 광전사의 의지로 스킬을 압축했다.

무려 다섯 번.

그리고 먹구름 중간에 데스 서클을 날렸다.

치직!

‘망할.’

다섯 번을 압축하는 동안, 행동이 느려진 탓에 번개가 상엽의 몸을 때렸다.

그의 몸은 번개에 밀려 지상으로 떨어졌고 들어찬 바닷물 위로 떨어졌다.

하지만 먹구름도 무사하지 못했다.

데스 서클이 정확히 먹구름 아래에 깔린 것이다.

지금까지 보인 적이 없는 거대한 원이 깔렸다.

그리고 응축된 데스 서클은 상승하는 기운으로 먹구름의 중심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하늘로 치솟는 원형의 공간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소멸시켰다.

“큭!”

상엽은 가슴을 움켜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번개에 당한 충격이 결코 적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의 눈에 펼쳐진 광경은 여전히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먹구름의 중간에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그러자 먹구름의 스파크들이 제어를 벗어날 것처럼 날뛰었다.

반면 지상으로 떨어지는 번개는 약해졌다. 그렇지 않았다면 상엽은 더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후우.”

상엽이 숨을 고를 때, 먹구름에 변화가 생겼다.

흩어졌던 먹구름들이 하나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거인의 형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게 진짜 모습이야?”

하늘에 닿을 것 같은 500미터 신장의 거인.

하얀 로브에 긴 수염을 늘어트린 거인의 이마에는 날카로운 뿔이 솟아 있었다.

인간이던 모습과 흡사했지만 이마의 뿔과 손등에서 솟아오른 칼날 같은 뿔은 달랐다.

그리고 인자한 표정 대신 맹수를 닮은 거친 느낌을 뿜어냈다.

“죽이기 좋은 인상이야. 마음에 들어.”

“네놈의 자만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 주마.”

“자만은 지랄.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구만.”

상엽은 시간을 아꼈다.

15분이면 충분한 시간이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진짜 프로토가 모습을 보였으니 다시 싸움의 양상이 달라질 것이다.

‘이것만 부수면 돼.’

상엽은 본능적으로 이를 알아차렸다.

인간과 먹구름, 그를 숨기던 모습이 모두 사라지고 이제 본체가 드러난 것이다.

그 압도적인 위용은 결코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을 예고했지만 마지막 벽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상엽은 더 큰 용기를 냈다.

‘간다.’

언제나 돌진이었다. 예전에는 공포를 극복하는 용기가 필요했지만 이젠 그것이 너무나 당연했다.

그의 앞에 어떤 벽이 있든, 어떤 역경이 기다리든 상엽은 언제나 돌진했다.

구오오!

상엽이 들어찬 바닷물을 가르며 거대한 프로토의 발목을 향해 뛰었다.

그렇지만 프로토의 등장만으로도 주변의 기류가 상승하며 상엽의 몸을 흔들어 놓았다.

땅과 함께 바닷물이 하늘로 치솟아 시야를 가렸고, 강한 전류를 머금은 지팡이가 상엽을 향해 떨어졌다.

하늘이 아니라 지팡이에서 시작되는 전류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달랐다.

상엽은 위협을 느끼며 사선을 뛰어오르며 거대한 지팡이를 피했다.

순간 바닷물이 순식간에 증발하며 폭발을 앞둔 화산처럼 구름 같은 수증기를 뿜어냈다.

단 한 방으로 반경 5킬로미터의 바닷물이 순식간에 증발할 정도로 전류가 만들어 내는 폭발력은 엄청났다.

‘그냥 커지기만 한 게 아니었네.’

500미터의 거인은 한눈에 몸 전체가 들어오지 않을 정도의 크기였다.

‘때릴 데는 많아서 좋아.’

상엽은 주저하다 공중을 차며 접근을 시도했다. 그런데 그가 채 10미터도 접근하기 전에 두꺼운 벽이 그를 막았다.

인간의 모습일 때 이미 본 적이 있는 방어벽이었다. 하지만 그 위용은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쾅!

해머와 부딪친 방어벽이 강렬한 스파크를 일으키며 오히려 상엽을 튕겨 냈다.

반면 방어벽에는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게다가 방어벽이 프로토 본체와 꽤 거리가 있었다.

엄청난 범위로 방어벽이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해야 돼.’

상엽은 그 생각밖에 하지 않았다. 하지만 무모하게 정면으로 들어갈 일은 아니었다.

그 순간, 프로토가 지팡이로 다시 한번 바닥을 찍었다. 그러자 방어벽이 푸른색으로 드러나며 사방으로 전기를 뿜어냈다.

‘뱀장어 같은 새끼.’

상엽은 일단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전기의 위력이 워낙 강했기 때문이다. 먹구름일 때, 바닥으로 떨어지던 번개가 거미줄로 뻗어 오는 느낌이었다.

여러 줄기의 번개가 서로 뒤엉키는 형태라서 방향을 예측하기도 쉽지 않았다.

‘아래로 내려가는 것도 불가능하고.’

바닷물은 강렬한 전기에 증발이 되었다가 공격이 멈추면 다시 들어차고 있었다. 그런데 방어벽에 닿아 있는 바닷물은 전기를 머금고 있어서 빠지면 죽는 용광로와 다를 바가 없었다.

고스트 실드를 밟고 공중에 서 있던 상엽은 길게 한숨을 뿜었다.

쿵. 쿵.

프로토는 상엽이 거리를 벌리자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빠르진 않았지만 보폭이 워낙 넓어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졌다.

그런데 상엽은 이를 보며 오히려 희망을 가졌다.

‘빠르진 않아.’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하는 방어벽이 있지만 신체의 움직임은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았다.

‘저 벽만 뚫으면.’

상엽은 그렇게 목표를 잡았다.

‘앞으로 8분.’

동희의 음료수 지속 시간이 8분밖에 남지 않았다.

그 안에 승부를 내지 않으면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전투 경험은 내가 앞서.’

상엽이 전투를 여기까지 끌고 올 수 있었던 이유였다.

힘과 스킬의 힘보다는 전투 경험에 따른 전투 능력은 상엽이 훨씬 앞섰다.

‘한 방에 가야 돼.’

상엽은 그때부터 프로토와 거리를 유지하며 스킬을 압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 번의 스킬을 압축했을 때, 프로토는 처음으로 지팡이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수천 줄기의 번개가 그물처럼 상엽을 덮쳤다.

‘이런!’

공격만 생각하던 상엽은 엄청난 범위를 모두 장악하는 그물을 보며 급히 몸을 띄우며 유령 걸음을 시전했다.

하지만 유령 걸음이 끝났을 때도 여전히 번개는 상엽의 주변을 잠식하고 있었다.

“크윽!”

발목 아래가 시큰했다. 피부가 녹아내려서 진물과 피가 섞여 흘렀고 중심이 흔들렸다.

목숨을 잃을 정도는 아니지만 당장 전투가 불가능한 부상이었다.

-신의 스킬, 꼬리 자르기

-신의 스킬, 꼬리 회복

상엽은 재빨리 두 스킬을 연계하며 다친 다리를 잘라 내고 회복을 선택했다.

하지만 프로토도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계속해서 번개 그물을 날렸다.

‘망할.’

상엽은 최대한 멀리 물러나며 그물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단숨에 접근할 수 없는 거리로 벌어진 탓에 기세가 프로토에게 넘어갔다.

프로토의 번개는 거리에 상관없이 상엽을 압박했고 계속해서 잔부상이 쌓였다.

그렇게 아까운 3분이 지나 버렸다.

프로토는 지친 기색이 없었지만 상엽은 초조해졌다.

‘지금 해야 돼.’

남은 시간은 5분.

그 안에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광전사의 의지에 대한 스킬 압축은 끝난 상태였다.

‘어쩔 수 없어.’

상엽은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알고는 돌진을 감행했다.

프로토는 기다렸다는 듯이 지팡이를 다시 내밀었다.

거대한 지팡이에서 강렬한 번개 그물이 펼쳐지는 순간, 상엽은 이를 악물고 방패를 꺼냈다.

은빛 방패로 정면을 막은 상엽은 파괴전차로 속도를 더욱 높였다.

치직!

은빛 방패는 밀려오는 전기를 빛을 뿌리며 막아 냈다. 그러자 프로토는 힘으로 이를 튕겨 낼 생각으로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지금.’

상엽은 또 하나의 스킬을 사용했다.

‘너희들을 이렇게 쓰고 싶지 않았는데.’

방패를 거둔 상엽이 친위대를 소환했다. 그런데 친위대는 마치 공처럼 하나로 뭉쳐 상엽을 보호하는 형태였다.

소환되었던 친위대는 번개에 의해 순식간에 사방으로 튕겨져 나가며 그대로 소멸해 버렸다.

상엽도 이런 결과를 예측했다. 다만 그 찰나의 순간이 필요했다.

친위대가 사방으로 흩어지는 순간, 상엽은 하늘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드디어 최고로 압축한 스킬이 펼쳐졌다.

-파괴의 일격

하늘에서 거대한 해머가 나타났다. 그리고 상엽의 움직임에 따라 프로토의 정수리로 떨어져 내렸다.

한순간 상엽의 모습을 놓친 프로토는 뒤늦게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그의 방어막을 믿은 것이다.

워낙 큰 동작이라 상엽이 방어벽을 뚫지 못하면 무방비 상태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부순다.’

상엽은 그 생각밖에 없었다. 방어를 배제한 채로 오직 파괴의 일격 하나에 집중했다.

악마의 기운을 모두 쏟아부었고 뒤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상엽을 상징하는 해머가 프로토의 방어벽을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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