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273화 (271/300)

# 273

‘건방진 새끼.’

프로토는 뒷짐을 지고 있는 그대로 움직였다.

귀신처럼 미끄러지듯이 이동했고, 신체가 아니라 방어막으로 공격을 막았다.

그의 몸을 보호하고 있는 것은 번개의 보호막이라 타격을 할 때마다 스파크가 튀어 상엽을 괴롭혔다.

쾅! 쾅!

두 번의 공격이 옆구리에 적중했지만 여전히 푸른색의 방어막이 해머를 막았다.

프로토는 상엽이 타격을 성공하도록 내버려 둔 뒤, 가소롭다는 듯이 오른손을 뻗었다.

치직!

그 한 번의 동작으로 상엽은 엄청난 압박을 받았다.

뒤로 밀어내는 힘에 맞서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격이 느려졌고 그 순간, 방어벽을 이루던 스파크가 공격으로 돌변해 상엽을 덮쳤다.

‘쳇.’

결국 상엽은 프로토에게서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다시 대치 상태가 되자 프로토는 비웃음을 잔뜩 흘리며 여유롭게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의 왼손에 빛으로 이루어진 지팡이가 잡혔다.

-조심해요. 프로토의 지팡이는 신들 사이에서도 가장 강력한 무기로 알려져 있어요.

“그래 봤자 나무짝대기.”

상엽도 상대가 만만치 않다는 건 분명히 알았다.

‘회생도 없는 상태야.’

두 번의 기회가 없다는 뜻이었다.

짧은 공방이지만 상엽은 거대한 산을 앞에 둔 기분이었다.

‘어차피 확률이 낮은 싸움이었어.’

그래도 제로는 아니다. 상엽은 이것도 같이 느꼈다.

‘다시 간다.’

주저하면 그 유일한 기회도 잡을 수 없었다.

상엽은 땅을 밟으며 다시 프로토에게 접근했다.

프로토는 상엽이 움직임과 동시에 팔을 뻗어 거대한 벽을 세웠다.

아예 접근을 막으려는 것이다.

동시에 흙으로 덮인 바닥에서도 강렬한 스파크가 흘렀다.

상엽은 휘어 감는 스파크를 무시하고 눈앞에 펼쳐진 장벽을 향에 해머를 꽂았다.

접근전을 할 때와 달리 힘을 실어 날린 해머는 장벽에 부딪치자 강렬한 폭발을 일으켰다.

‘너무 무시하는데?’

장벽은 단 한 방으로 무너져 내렸다.

프로토는 그 장면이 놀라운지 동공이 꿈틀거렸다.

상엽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프로토를 향해 접근했다.

스트라이크는 프로토가 예상을 했는지 경로를 벗어났다.

팔각 대시로 이를 뒤쫓았지만 프로토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지그재그로 상엽의 추격을 피했다.

하지만 이런 싸움은 상엽도 익숙했다.

‘거산 소환.’

프로토의 이동 방향을 예측해서 등 뒤를 막은 상엽은 드디어 접근에 성공했다.

프로토는 그럼에도 여유를 잃지 않고 방어막으로 해머를 막으려 했다.

상엽은 이를 보면서도 해머를 멈추지 않았다.

‘조금 전이랑은 다를 거야.’

탐색전이 아닌 진짜 일격이 떨어졌다.

쩌적!

해머는 멈췄고 프로토의 방어벽에 금이 갔다.

완전히 뚫어 내지 못한 것이다. 이를 본 프로토의 비웃음이 진해졌다.

하지만 충격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유령 잔상.

같은 충격이 다시 한번 방어벽을 때렸다.

챙!

균열이 생겼던 방어벽이 그 한 방으로 깨졌다. 동시에 상엽이 다시 한번 해머를 휘둘렀다.

방어벽이 깨지자 프로토는 지금까지와 달리 빠른 속도로 후퇴했다.

단 한 번이지만 발이 움직였고 순식간에 50미터를 물러났다.

하지만 상엽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스트라이크를 활용해 끝까지 따라붙자 프로토는 반격에 나섰다.

치직!

프로토의 가슴 앞에 응축된 전기 기운이 구슬처럼 떠오르더니 상엽을 덮쳤다.

유령 걸음.

상엽은 이를 그냥 통과했다.

전기 에너지파를 그냥 통과한 상엽은 드디어 무방비 상태의 프로토 앞에 섰다.

그런데 상엽은 해머를 휘두르지 않았다. 프로토의 표정에서 이미 대비가 되었음을 직감한 것이다.

펑!

상엽은 타격 직전에 늑대인간으로 변했다.

광기의 외침.

그때부터는 속도전이었다.

늑대인간 상엽은 빠른 속도를 이용해 속임수와 진짜 공격을 섞으며 프로토를 압박했다.

그렇게 십여 차례의 공격이 이어지자 처음으로 손톱 끝에 뭔가가 스쳤다.

츳!

겨우 옷자락이었다. 그런데 이를 본 프로토는 분노한 눈빛으로 힘을 폭발시켰다.

콰쾅!

강렬한 스파크의 응축으로 시작된 폭발은 상엽의 몸을 100미터나 물러나게 했다.

“이놈!”

“비싼 옷이었나 봐?”

프로토는 상엽의 공격이 성공했다는 것 자체에 분노했다. 반면 상엽은 자신감을 가졌다.

“진짜 신이라고 좀 다를 줄 알았더니. 별거 없네.”

그는 일부러 프로토를 계속해서 도발했다.

‘더 무시해. 그게 기회가 될 테니까.’

예상대로 프로토의 공격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하늘을 덮은 스파크에서 번개가 끊임없이 떨어졌고, 지상에서 튀어오르는 스파크와 연결되어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

상엽은 전기로 이루어진 새장에 갇힌 꼴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피부가 그 충격을 충분히 견뎌 냈다.

‘상처가 깊어지면 이것도 부담이 될 거야.’

상엽은 여러 상황을 감안하며 다시 공격에 나섰다.

싸움은 치열해졌다.

상엽은 접근하려 했고, 프로토는 밀어내려 했다.

조금이라도 거리가 벌어지면 어김없이 번개가 떨어지고 땅이 뒤집혔다.

상엽은 이를 피하며 조금씩 프로토의 방어벽을 깨고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안타깝게도 뚜렷한 성과는 나지 않았다. 하지만 몇 번 프로토는 명확한 위협을 받았다.

‘지금.’

늑대인간의 손톱이 프로토의 부서진 방어벽을 찢어 버렸다. 그리고 그 안으로 파고들어 처음으로 심장을 노리고 손을 뻗었다.

그러자 프로토는 처음으로 몸을 띄웠다.

지상에서처럼 아무런 동작도 없이 하늘로 치솟은 프로토는 무척 화가 나 있었다.

“영혼까지 찢어 주마.”

“이제 제대로 할 마음이 생긴 거야?”

프로토는 이 싸움을 여유 있게 끝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접근전이 시작되자 실질적인 위협이 몇 차례가 있었다.

소멸할 정도는 아니지만 전투에서 수세에 몰릴 수도 있을 만큼 강력한 일격들이었다.

‘내가 다칠 수도 있다.’

그 생각에 자존심이 상한 프로토는 이 싸움을 빨리 끝내기로 했다.

콰르!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들었다.

중재의 신 프로토.

그의 진짜 힘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먹구름은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대더니 지상으로 뿌리를 내리듯이 강렬한 회오리를 떨어트렸다.

스파크를 머금은 회오리는 대지를 파괴하며 계속해서 불규칙하게 움직였다.

상엽은 회오리의 기세가 결코 만만치 않음을 보고는 경계심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

‘신중하자.’

프로토는 주변을 자신의 땅으로 만들었다.

먹구름이 지배했고 번개를 머금은 회오리가 갑자기 생성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흙 아래를 지하수처럼 흐르던 전기들도 용암처럼 하늘로 치솟기 시작했다.

상엽 입장에서는 어느 곳도 안전할 수 없었다.

게다가 모든 스파크들은 상엽의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했다.

미세하게 손만 흔들어도 땅속의 스파크가 솟아올랐다. 손목을 감싼 스파크는 당장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씩 피로감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시간도 상엽의 편이 아닌 것이다.

‘저 녀석이 지치진 않겠지?’

그걸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어차피 몸으로 부딪치는 수밖에 없어.’

스킬 싸움은 하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지상에서 타격을 주지 못했다.

이젠 원치 않는 싸움을 할 차례였다.

“네 뜻대로 되지는 않을 거야.”

상엽은 자신의 지난 과거를 믿기로 했다.

‘이긴다.’

그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상엽은 프로토를 향해 뛰었다.

상엽의 몸이 지대공 미사일처럼 프로토를 향해 직선으로 튀어 올랐다.

이에 프로토는 발을 한 번 구르는 것으로 몇 번이나 되는 방어벽을 만들었다.

“후읍.”

상엽은 호흡을 크게 들이쉬며 눈앞의 방어벽을 향해 해머를 휘둘렀다.

이젠 모든 힘을 쏟아부을 때라 악마의 기운까지 담아서 해머를 휘둘렀다.

채챙!

프로토의 방어벽은 상엽이 발휘한 최고의 힘에 산산이 부서졌다. 그뿐만 아니라 응축된 악마의 기운이 솟아올라 프로토의 몸을 감싸려 했다.

자만심이 준 기회였다.

상엽은 악마의 기운에 대비하며 더 높은 하늘로 치솟는 프로토를 보며 작은 속임수를 썼다.

‘옥아.’

지옥마가 갑자기 하늘 위에 나타나 긴 울음소리를 냈다.

이에 프로토가 상승을 멈추고 하늘을 보았다. 하지만 지옥마는 울음소리만 토하고 사라진 상태였다.

반면 상엽은 지금까지 없던 기회를 잡았다.

절망의 파동.

데스 서클.

두 스킬이 정확히 프로토의 주변에서 펼쳐졌다. 이를 본 프로토는 눈살을 찌푸리며 오른손을 크게 저었다.

그러자 그의 몸이 먹구름에 휩싸이더니 완전히 사라졌다.

프로토가 사라지고 상엽의 스킬은 허무하게 소비되었다. 하지만 상엽은 빠르게 다음 목적지를 찾았다.

‘왼쪽.’

50미터가량 떨어진 지점이었다.

상엽이 뛰어오른 위치보다 낮은 곳이었고, 먹구름이 다시 나타나고 있었다.

상엽은 몸을 뒤집으며 고스트 실드를 만들어 힘차게 밟고 먹구름을 향해 하강했다.

‘파괴전차.’

이번에는 몸으로 부딪칠 작정이었다.

‘잡는다.’

절묘한 타이밍으로 인해 프로토는 먹구름 외에 다른 스킬은 쓸 수가 없었다.

그렇게 상엽이 먹구름을 직접 들이받았다.

콰쾅!

“큭!”

먼저 비명을 지른 이는 상엽이었다.

먹구름 자체가 강력한 방어막이었기 때문이다.

철벽에 그대로 부딪친 기분이었고 그 충격은 상엽의 머리를 크게 뒤흔들어 놓았다.

하지만 프로토 역시 멀쩡하진 않았다.

첫 충돌에서 먹구름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희미한 안개 수준으로 남았다.

그런데 여기에 유령 잔상이 이어졌다.

콰쾅!

두 번째 충돌은 그나마 남은 먹구름을 완전히 제거하고 프로토의 몸을 직접 타격했다.

펄럭!

프로토의 하얀 로브가 단숨에 벗겨지며 바람에 실려 멀리 날아갔다.

그러다 검은 재로 흩어졌다.

프로토의 마지막 방어벽이 깨진 것이다. 그리고 프로토 자신도 작지만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그 충격을 만회할 틈도 없이 다시 한번 강렬한 기세가 몰아쳤다.

상엽의 해머였다.

‘어떻게?’

상엽이 분명히 큰 충격을 받은 것을 보았다. 그런데 어느새 다시 해머를 휘두르는 것이다.

‘본능!’

프로토는 이를 깨닫고 다급히 지팡이를 앞으로 내밀었다.

쩌엉!

지금까지와는 다른 울림이 퍼졌다.

해머와 지팡이가 닿은 지점에 검은 빛이 생성되더니 끝도 없이 압축되었다.

그러다 한순간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기파를 만들었다.

“큭!”

상엽이 버티지 못하고 뒤로 밀려났다. 프로트는 겨우 5미터 정도였지만 상엽은 바닥까지 추락하고 말았다.

그곳에는 하늘에서 떨어진 회오리와 땅에서 솟은 전기 지뢰가 자리하고 있었다.

상엽은 이를 보며 바닥을 향해 고스트 체인을 던졌다. 그리고 땅에 깊숙이 박힌 체인을 이용해 이동 방향을 바꿨다.

그의 몸이 줄에 의지해 긴 원을 그리더니 원심력으로 변한 힘을 이용해 다시 프로토를 향해 튀어 나갔다.

겨우 5미터지만 밀려난 것에 대한 충격을 느끼던 프로토는 다시 달려드는 상엽을 보자 표정이 변했다.

‘지긋지긋한 놈.’

상엽은 프로토가 지독하다고 느낄 정도로 강력한 압박을 계속했다.

처음에는 압도적인 힘을 보여 주고 노예로 삼을 계획까지 세웠지만 이젠 아니었다.

‘이 자리에서 죽여야 한다.’

그것은 예상치 못한 위기감이었다.

프로토 자신도 이런 마음을 먹게 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이제 그의 목적은 단순해졌다.

이 싸움은 그제야 본질로 돌아갔다.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

한쪽이 소멸할 때까지 싸워야 했다.

쾅!

상엽의 해머와 지팡이가 다시 한번 마주쳤다. 이번에는 프로토가 준비한 힘을 쏟아 냈고, 덕분에 충격파가 일그러지며 상엽을 덮쳤다.

힘에서 밀린 것이다.

프로토는 그 힘으로 상엽의 몸 자체를 흩어 버리려고 했다.

그렇게 모든 힘을 쏟아부을 때였다.

유령 걸음.

상엽의 몸이 희미해지더니 갑자기 프로토를 통과해 버렸다.

타이밍이 워낙 절묘했다.

모든 힘을 쏟아부은 터라 프로토는 민첩하게 대처할 수가 없었다.

그때, 프로토를 통과한 상엽이 몸을 돌리며 강력한 기세로 해머를 휘둘렀다.

프로토는 다급히 몸을 돌리며 지팡이를 내밀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예상했던 충격이 없었다. 그리고 상엽도 보이지 않았다.

“여기야.”

프로토가 몸을 돌리는 그때, 상엽이 공격을 멈추고 같은 방향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것이 타이밍을 다시 한번 꼬았다. 그리고 드디어 진짜 공격이 펼쳐졌다.

쐐애액!

엄청난 기세로 공기를 찢은 해머가 방어벽조차 없는 프로토의 등을 때렸다.

콰쾅!

해머 끝에 보였던 악마의 기운이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튀어 나갔다.

프로토는 등짝이 걸레처럼 찢어지더니 어느 순간 잿빛 가루로 흩어졌다.

‘끝인가?’

그 생각을 할 때였다.

잿빛 가루들이 빠르게 하늘로 치솟더니 먹구름에 흡수되었다.

그리고 먹구름에 상엽이 제일 처음 보았던 프로토의 얼굴이 떠올랐다.

“감히! 내 몸에 손을 댔단 말이냐!”

“한 대 맞았다고 징징거리기는.”

프로토가 인간을 포기하고 신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이다.

“다음에는 또 어떻게 도망가는지 볼까?”

지상으로 내려선 상엽이 하늘을 보며 비웃음을 흘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