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265화 (263/300)

# 265

“공평한 선택권은 아니야. 그건 미안하게 생각해.”

상엽은 그레이 상점에게 선택권을 주었다.

“저항하지 않으면 내가 신이 돼서 반드시 널 살려 줄 거야. 저항하면 그 기회는 날아가는 거고.”

상점의 목적은 부활이었다. 상엽이 신이 된다면 그를 부활시킬 수 있었다.

“받아들이지요.”

상점은 상엽을 선택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졸업이 너무 멀어서 말입니다.”

그는 새롭게 선정된 상점이었다. 이전에 있던 상점은 팬텀의 적극적인 이용으로 이미 졸업을 한 상태였다.

새롭게 상점이 된 자는 현재 정세라면 상엽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행여나 팬텀이 무너지면 그가 졸업할 가능성은 영원히 사라진다.

“절 죽이실 겁니까?”

“날 거부한다면.”

“그럼 더 이상 상점을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알아. 상관없어.”

“그럼 이렇게 하지요. 제가 스스로 소멸하겠습니다. 그러니 반드시 살려 주시기 바랍니다.”

상점은 오히려 협상을 제안했다.

“훌륭한 제안이야. 받아들이지.”

“제 우선순위가 조금은 높아진 겁니까?”

“아주 많이.”

“그럼 부탁드립니다.”

상점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프로토는…….”

상점이 프로토의 이름을 언급하는 순간, 갑자기 화염에 휩싸이며 소멸해 버렸다.

금기어였던 것이다.

“이름이 금기어라니. 역시 치사한 새끼네.”

상점이 소멸하면서 팬텀 소속 유저들의 빠른 복귀는 불가능해졌다.

그때부터 상엽과 블랙 해머들은 주요 시설을 파괴하고, 요주 인물들을 납치하기 시작했다.

“20분 안에 끝내.”

상엽은 명령을 내리고 어디론가 이동했다.

지루한 30분이 흘렀다.

“완성됐습니다.”

결국 마법진은 완성되었다. 하지만 다급하던 마음은 분노로 변해 있었다.

“이미 모두 철수했다고 합니다.”

“피해 규모는?”

“아직 파악되지 않습니다만…….”

보고를 담당하는 스카우트는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러다 페러독의 분노한 눈빛을 보고는 말을 시작했다.

“주요 관공서는 모두 파괴되었고, 정보 분야의 주요 인물 20명은 납치된 것으로 파악됩니다. 경비대가 전멸했고…….”

“그만.”

페러독은 더 이상 듣지 않기로 했다.

“지난 몇 년이 30분 만에 무너졌군.”

제대로 허를 찔린 것이다. 최고 회의에 참석했던 인물들도 납치가 된 것으로 보였다.

팬텀의 모든 것을 상대가 알게 되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일단 돌아간다.”

그래도 그들은 팬텀으로 가야 했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지켜야 했기 때문이다.

페러독이 먼저 마법진에 올랐고, 아홉 명의 최정예 전사가 뒤따랐다.

“목적지의 안전을 확인하겠습니다.”

마법진의 규모는 열 명 정도가 한계였다. 다시 발동하려면 5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스카우트는 팬텀 시청의 공원으로 설정되어 있는 목적지의 안전을 확인하고는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우웅!

마법진이 빛을 뿌리면서 페러독을 포함한 열 명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쿠릉!

갑자기 하늘에서 강렬한 기운이 떨어져 내렸다.

‘정상엽!’

페러독이 이를 깨달았을 때, 그의 시야는 사라지고 있었다.

“발동을 멈…….”

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열 명의 전사들은 사라지고 말았다.

“뭐든 신중해야지.”

콰쾅!

팬텀의 최정예가 사라진 전장에서 상엽의 폭격이 시작되었다.

페러독은 분노했다.

호랑이 굴에 토끼들을 던져 놓고 나온 꼴이었다.

그런데 그 토끼들은 한 명 한 명이 너무나 소중한 존재들이었다.

“다시 돌아가야…….”

방법이 없었다.

“각하, 덴마크에 등록 지점이 있는 자는 한 명뿐입니다.”

페러독은 대답하지 못하고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명령을 내려야 했다.

“포기한다.”

혼자 전장으로 가서 달라질 것이 없었다.

“한 명이라도 살아남길 바라는 수밖에.”

페러독은 이를 악물고 당장 필요한 명령을 내렸다.

“일단 팬텀부터 정리한다.”

수하들은 고개를 숙이며 흩어졌다. 그들 모두 개인적으로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팬텀은 하나의 국가가 되었지만 뿌리는 각각의 길드에 있었다. 때문에 같은 길드 출신의 생사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정상엽…….”

페러독은 그 이름을 되뇌었다.

“전부 미끼였나?”

러시아는 좋은 미끼였다. 그런데 러시아를 이용해서 팬텀을 공격한 것 역시 진짜 목적은 아니었다.

팬텀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100명의 정예들.

상엽은 3단계로 나뉜 작전 한 번으로 팬텀의 중심을 완전히 분해해 버렸다.

무너진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타격이었다.

“반드시 죽인다! 내 손으로!”

페러독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하늘을 향해 괴성을 질렀다.

같은 시간.

덴마크의 코드 제로 본부는 지옥도가 펼쳐지고 있었다.

-악마의 스킬, 지옥의 축제.

수십 줄기의 검은 기운들이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며 도주하는 자들의 몸을 꿰뚫었다.

이미 절반에 이르는 인원이 죽었고 남은 자들은 나름대로 전투 능력을 갖춘 자들이었다.

“치사한 새끼!”

누군가 이렇게 외쳤다.

상엽이 도주하는 자들을 먼저 죽였기 때문이다.

“치사하다는 평가는 처음이네.”

상엽은 그 말을 듣고서도 추격을 멈추지 않았다.

단 한 명도 살려 두지 않기 위해 지원에 특화된 50명을 먼저 제거한 상엽은 그제야 본격적인 전투 요원들을 상대했다.

‘무시하면 안 돼.’

50명의 팬텀 정예는 상엽을 보고도 도주하지 않았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싸움에 임했다.

원거리에서 펼쳐지는 스킬이 결코 가볍지 않았고 때로는 상엽조차 위협을 느꼈다.

‘신의 상점에 도착한 놈이 최소 20명이야.’

그중의 몇 명은 2단계 이상으로 보였다.

뉴벨을 밀어내고 힘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래서 내가 너희들을 노린 거야.”

상엽도 예상했던 바였다.

최정예 10명으로 할 수 있는 것보다 이 정도 능력의 100명이 단체를 운영하는 데에는 더 큰 도움이 되었다.

이를 알기에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만든 것이다.

“아주 치사하게 싸울 거니까 정신 바짝 차리고 덤벼.”

“죽여라!”

그들 중에서도 리더는 있었다.

상엽에게 위협적인 스킬을 퍼붓던 자였다.

‘하나씩 신중하게.’

지금까지 폭발적인 스킬을 쓰던 것과 달리 상엽은 침착하게 전투를 시작했다.

“전부 나와.”

친위대와 성아가 전장에 나타났다.

성아는 하늘로 솟구쳐서 구름 뒤에 자리를 잡았고, 친위대는 상엽의 뒤에서 전투 시작 명령을 기다렸다. 그리고 지옥마는 공중에서 불꽃을 품은 몸을 흔들며 분노를 드러냈다.

“시작해.”

상엽은 바닥을 차며 상대를 향해 달려들었다.

신체 능력만으로 접근을 시도한 그를 향해 수십 개의 스킬이 쏟아졌다.

상엽은 다양한 패턴의 위협을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피해 냈다.

스킬을 쏜 자들은 한순간 성공을 확신할 정도로 아슬아슬한 타이밍이었다.

‘일단 한 놈.’

스킬의 폭발과 화려한 효과들은 오히려 아군의 눈도 가리고 말았다.

그 폭음과 연기에 숨은 상엽은 근처에서 멀어지려는 사내를 향해 해머를 뻗었다.

그러자 해머에서 검은 손아귀 모양의 기운이 뻗어 나가 사내의 발목을 잡았다.

그리고 움켜쥔 손아귀는 그대로 사내의 발목을 뜯어 버렸다.

“크윽!”

사내는 비명을 지르면서도 어떻게든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잡은 기회를 놓칠 상엽이 아니었다.

쾅!

결국 사내의 머리가 해머에 터져 나갔다.

우웅!

피가 묻은 해머가 작게 진동을 일으켰다.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피를 갈망하는 듯했다.

“건방지게 나서지 마.”

상엽은 새로운 해머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음 목표를 향해 움직였다.

그가 가진 악마의 기운은 해머를 통과하면 모든 모양으로 변형을 시킬 수 있었다.

상엽은 이를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했다.

스스스!

악마의 기운이 스며든 해머에서 검은 안개를 생성해 주변으로 뿌리기 시작했다.

금세 바닥에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진한 안개가 형성되었고, 전사들은 위협을 느끼고 안개를 피하기 시작했다.

‘됐어.’

상엽이 원하는 상황이었다.

상대가 흩어지는 바람에 목표물을 잡기가 쉬워진 것이다.

‘스트라이크.’

지금까지 신체 능력만으로도 압도적인 스피드를 보이던 상엽이 스킬까지 사용하자 단숨에 한 명과 마주 서는 형태가 되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상대의 대응이 좋았다.

미리 대비를 했는지 스킬을 이용해 땅속으로 파고든 것이다.

갑자기 목표가 사라진 상황이었다.

“거긴 아니지.”

콰쾅!

상엽은 해머로 바닥을 내려쳤다. 순간 원형의 충격파가 땅을 뒤집으며 하늘로 솟구쳤다.

해머가 떨어진 자리에는 거대한 웅덩이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솟구치는 땅의 흔적들 사이에서 검은 빛이 튀어나와 상엽에게 흡수되었다.

땅속에 숨었던 자가 소멸한 것이다.

유령 걸음.

그 한 번의 공격을 하는 사이에 상엽은 또다시 수십 개의 스킬을 맞아야 했다.

이를 유령 걸음으로 흘려 낸 상엽은 본격적인 사냥에 나섰다.

신체 능력과 스킬들이 다양하게 섞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상대에겐 지옥이 펼쳐졌다.

파괴전차로 접근하던 상엽이 유령 걸음으로 사라지더니 등 뒤에서 손을 뻗었고, 손에 잡힌 신체는 무엇이든 그 자리에서 부서졌다.

집요하게 접근전을 펼치는 상엽을 보며 결국 전사들도 이에 맞서는 방법을 택했다.

그런데 그것조차도 상엽이 바라는 상황이었다.

쾅! 쾅!

두 개의 스킬이 상엽의 몸을 때렸다. 8명이 동시에 접근전을 펼친 결과였다.

그들은 한순간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이에 다른 이들도 접근을 시도했고, 상엽의 성향이 바뀐 것도 그때였다.

쾅! 쾅!

상엽은 한 번의 공격을 허용하는 대신 한 명의 머리를 터트렸다.

그리고 또 한 명의 공격을 받아 내고 심장을 무너트렸다.

상대는 강력한 공격을 했지만 상엽의 단단한 피부를 뚫어 내지 못했다.

그제야 팬텀의 전사들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상엽과 너무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후퇴한다!”

리더는 명령을 바꿨다. 그러자 접근했던 자들이 물러서려 했다.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지.”

소극적이 된 전사들은 상엽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나마 공격을 펼치던 상황이 단숨에 변하면서 상엽의 일방적인 학살이 시작되었다.

지옥의 축제가 다시 펼쳐지고 다섯 명의 명치가 꿰뚫렸다. 운 좋게 살아남은 이들도 몇 걸음을 갈 수가 없었다.

하늘에서 무거운 기운이 땅을 짓누르듯이 내려왔기 때문이다.

전사들의 움직임이 한순간 급격히 느려졌다.

성아의 스킬이 펼쳐진 것이다. 동시에 원거리 공격만 하던 친위대가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한 놈도 살려 두지 마.”

이것이 상엽의 목적이었다.

이미 도주를 선택한 그들에게 더 이상의 변수는 없었다. 그저 한 명이라도 살아남는 것이 목적이었다.

‘살아야 한다.’

100명을 책임지던 리더는 가장 먼저 등을 보였다. 명령을 내리는 순간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는 돌아서는 순간에도 자신의 판단이 너무 늦었음을 후회했다.

‘처음부터 싸우지 말았어야 했다.’

직접 겪어 본 상엽은 묘한 느낌이었다.

겉으로는 압도적인 느낌이 아니었다. 폭발적인 위력이 있지만 단순한 공격이었고 피하기만 하면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직접 맞붙어 보면 모든 걸 흡수하고 충격을 받아도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는 스펀지 같았다.

강하지 않은 것 같지만 공격은 통하지 않았고, 살짝 휘두른 것 같은 공격에 단단한 몸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한 번씩 놀랄 만큼 강렬한 공격을 펼쳤다.

‘전부 계산된 것이었다.’

상엽이 압도적인 힘을 처음부터 보여 주었다면 리더는 곧바로 후퇴를 명령했을 것이다.

그런데 상엽이 은근히 만만한 모습을 노출하면서 전투가 길어진 것이다.

‘당했다.’

리더는 그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결국 그의 판단으로 인해 수하들은 모두 소멸했다.

나름대로 인간의 한계를 훨씬 넘어서 신에 가까워진 자들이었지만 정상엽이라는 포식자를 감당할 수는 없었다.

맹수에 쫓기는 초식 동물처럼 등을 보이고 달아나다 하나씩 전부 죽고 말았다.

“걸음이 느리네.”

모든 것을 버린 리더조차도 벗어날 수 없었다.

“정상엽…….”

“친한 사이도 아닌데 너무 간절하게 부르지 마.”

쾅!

상엽은 빠르게 해머를 휘둘렀다. 그런데 리더는 갑자기 표정이 변하며 몸을 숙였다.

그의 머리가 있던 곳은 철로 된 거미줄이 생성되어 상엽의 해머를 붙잡았다.

그리고 리더의 손목에서 갈고리가 튀어나왔다.

마지막 한 방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10명의 정예를 제외하면 가장 강한 자였고 4급 신까지 완성한 실력자였다.

툭.

리더는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심장을 향하던 갈고리는 공중에 멈추고 말았다.

“연기가 어설펐어.”

상엽이 다가오는 그의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해머는 하나가 아니야.”

상엽은 악마성의 기둥을 놓았다. 대신 파이어스의 망치를 꺼냈다.

“개새끼!”

“날 그 정도로 평가했다면 실망이야.”

리더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잡힌 손목을 타고 파괴적인 기운이 파고들어 몸이 굳어 버렸기 때문이다.

“무식한 대장이 이래서 위험해. 지옥에 가서 수하들한테 사과해.”

쾅!

상엽의 해머가 드디어 리더의 머리를 터트렸다.

100명의 팬텀 정예들이 전멸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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