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264화 (262/300)

# 264

팬텀의 우방국 러시아.

그들은 미국과 중국이 무너진 덕분에 세계 1위 국가로 우뚝 섰다.

팬텀을 적극 지원하고 국토를 내준 결정이 신의 한 수가 된 것이다.

팬텀 입장에서도 러시아는 잘 지어진 고향 집처럼 든든하고 믿을 수 있는 보험이 되었다.

하지만 좋은 관계가 좋은 일만 만드는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그런 인연이 곤란한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모스크바 외곽의 고급 주택 단지 예카.

이곳은 모스크바의 주요 인물들이 모여 사는 특수 지역으로 24시간 군인들이 대규모 단지를 지키고 있는 곳이었다.

모스크바의 주요 시설로 통하는 도로까지 뚫려 있고, 곳곳에 초소가 있어서 보안으로는 최고를 자랑했다.

언제나 하나 이상의 위성이 감시를 하고 있어서 단지가 형성된 지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작은 절도 사건조차 없었다.

현 러시아 대통령도 임기가 끝나면 이곳에 올 예정일 만큼 유명한 도시였지만 일반인들은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시작할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뚫린 적이 없는 예카로 한 여인이 숨어들었다.

“스카우트도 있어. 조심해.”

-내가 누군지 잊었어?

상엽의 경고에 적설은 자신 있다는 듯이 대답했다.

-진입 완료.

적설은 그냥 걸어가서 담을 넘었다.

최고의 보안이라는 말이 그녀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던 것이다.

-들어와.

적설이 초소 하나를 무력화시키는 순간, 상엽도 예카 내부로 진입했다.

“오늘 밤 안으로 끝내야 돼.”

“시간은 충분해. 정보만 정확하다면.”

자정이 막 넘은 시간이었다.

그들은 빠르게 예카 안으로 들어갔다.

상엽은 예카에서 가장 넓은 부지를 사용하고 있는 저택을 향해 뛰었다.

담을 넘었고 현관을 앞에 두고 유령 걸음을 사용했다.

그의 몸이 벽을 그냥 통과하며 저택 내부로 진입했다.

-주인님, 찾았습니다.

‘확인해.’

-확실합니다.

상엽은 침실에서 홀로 잠이 든 사내 앞에 섰다.

러시아 정보국장.

4단계 갓코인 유저로 알려졌다. 상엽의 시선을 느꼈는지 정보국장은 갑자기 몸을 일으키며 눈을 떴다.

우둑!

하지만 상엽의 손이 빨랐다.

상엽은 정보국장의 목뼈를 부수고 겨우 숨만 붙여 놓은 상태에서 추종자에게 진입을 명령했다.

-결계가 있습니다. 영혼을 장악하면 2분 안에 죽을 것입니다.

파괴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이로 인해 오래 살아 있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시작해.”

상엽은 망설이지 않고 계획을 진행했다.

추종자가 영혼을 파괴하자 정보국장의 표정에서 생기가 사라졌다.

‘기밀 접근 코드부터 찾아.’

상엽이 예카에 진입한 이유는 러시아의 군사 시스템을 붕괴시키기 위해서였다.

-찾았습니다.

상엽은 빠르게 기억을 읽어 군사 기밀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과 방법을 확인했다.

이를 전부 루시에게 알려 준 상엽은 다음 목표를 향해 움직였다.

그때, 적설의 목소리도 이어폰을 통해 들어왔다.

-정보국으로 갈게. 거기서만 접근 가능한 기밀이 있어.

적설은 작전을 끝내고 숨겨진 러시아의 정보국으로 이동했다.

상엽은 예카에서 목표로 선정된 10명을 계속해서 습격했다.

그들의 기억을 통해 현 러시아 체계에 대해서 상세히 알 수 있었고, 미사일 시스템을 통제할 수 있는 기밀을 얻어 냈다.

“이동한다.”

상엽은 한 시간 만에 작전을 끝내고 예카를 빠져나왔다. 그때까지도 적설과 상엽의 작전을 눈치챈 자는 없었다.

예카를 빠져나온 상엽은 지옥마를 부르며 다음 목표를 떠올렸다.

‘러시아 대통령.’

이번 작전의 최종 목표였다.

러시아 대통령 관저는 팬텀에서 파견된 실력자들이 직접 경계를 서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팬텀에서 손꼽히는 스카우트도 있었다.

스카우트는 관저와 멀지 않은 숙소에서 잠을 자다가 갑자기 눈을 떴다.

“정상엽!”

그는 레이더처럼 상대의 기운을 감지하는 능력이 있었고 이를 통해 상엽의 접근을 알아냈다.

워낙 파괴적인 기운이라 헷갈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는 빠르게 무전기를 들어 현재 상황을 알렸다.

“정상엽의 습격이다!”

그렇게 외치고 상대의 반응을 기다렸다.

삑!

다행히 상대의 무전기가 수신을 알리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무전기를 통해 들려온 소리는 뜻밖이었다.

쾅!

폭발과 함께 무전은 사라졌다.

스카우트는 재빨리 창문으로 달려가 대통령 관저를 보았다.

“어떻게…….”

대통령 관저가 무너졌다. 그리고 무너진 건물 위에 서 있는 상엽이 보였다.

상엽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기운들은 이미 경계를 서고 있던 자들의 몸을 전부 꿰뚫었다.

팬텀에서 나름대로 실력자들을 배치했지만 상엽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경호를 모두 무너트린 상엽은 추종자를 통해 대통령의 위치를 파악하고 무너진 건물의 잔해를 치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상엽의 손에 대통령이 붙잡히고 말았다.

“긴급 상황입니다.”

스카우트는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빠르게 팬텀에 전달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도주하기 위한 채비를 갖췄다.

정보가 남아 있는 노트북을 파기하고 메모들을 챙긴 그는 빠르게 숙소를 나서려 했다.

그렇게 방문을 열었을 때였다.

쾅!

스카우트는 배에 충격을 받고 바닥에 널브러졌다.

“예의를 차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작전에 처음으로 합류한 사공강이었다.

뱀파이어의 세뇌에서 벗어난 그는 처음으로 작전에 나섰고 스카우트를 잡으라는 임무를 받았다.

스카우트는 충격을 받았음에도 도주를 위해 스킬을 전개했다. 하지만 사공강의 눈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툭.

뒷덜미에 충격을 받은 스카우트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치욕의 밤이었다.

주요 인물들이 암살을 당했고, 모든 기밀이 누설되었으며 대통령은 붙잡히고 말았다.

사건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러시아 전역에 있는 50개의 미사일 기지가 습격을 당했으며, 이 중에는 핵무기 시설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제어 체계도 완전히 장악을 당해서 그들은 더 이상 핵 시설이나 미사일을 이용한 공격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새벽이 되었을 때, 유럽에서 호주를 향하던 미사일들이 방향을 틀어 러시아를 폭격했다.

민간인이 없는 군사 시설을 집중적으로 폭격했고, 민간인이 있는 곳은 블랙 해머가 직접 공략했다.

세계 1위 국가가 무너지는 것은 단 하루면 충분했다.

모든 군사 시설이 러시아의 손을 떠났고, 정부를 이루던 고위 간부들은 팬텀으로 도망가기에 급급했다.

이 사건은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었다.

-갓코인 유저의 위협은 이미 무기 체계를 넘어섰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해졌다.

-정상엽은 신의 힘을 가졌다. 신의 힘 앞에 인간의 문명은 장난감과 다를 바가 없다.

이런 평가에 가장 민감한 집단은 당연히 팬텀이었다.

팬텀은 상엽의 칼이 자신들을 향한 것을 확인하고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번과 분위기가 달랐다.

격론이 오갔던 지난번과 달리 모두 심각한 표정으로 대통령 페러독의 말을 기다렸다.

“정상엽을 처리한다.”

그 말에 한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고개를 숙였다.

“대통령 각하, 아직 우리에게 시간이 필요합니다.”

많은 이들이 그 말에 동의했다.

“명령을 거둬 주십시오. 현재 우리 군대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페러독은 그들의 말이 끝나길 기다렸다.

용기를 낸 사내를 시작으로 다섯 명 정도가 빠르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지만 페러독은 끝내 고개를 저었다.

“지금 우리는 그를 제거할 힘이 있다. 하지만 훗날에도 그럴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차라리 한국에 있을 때 제거했다면 이 일은 훨씬 쉽게 끝났을 것이다. 지금도 그런 상황이다.”

페러독은 지금도 늦었다고 판단했다.

“많은 희생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 시간이 지나면 승리마저 장담할 수 없을 수도 있다.”

그가 차분히 현재 상황을 설명하자 반대하던 자들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이번 작전은 내가 직접 지휘한다. 최정예 전사들을 모아라.”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제일 먼저 반대했던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그것으로 팬텀의 반격이 결정되었다.

팬텀은 자신감이 있었다.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단번에 모든 힘을 쏟아붓는 방법을 택했다.

페러독을 포함한 최강의 10명이 상엽과 정면 대결을 펼치는 것이다.

최정예 10명 이외에도 100명이 지원군으로 대기했고, 전투가 끝나면 빠르게 전 세계를 장악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었다.

-뱀파이어와의 2파전으로 만든다.

팬텀도 상엽과 같은 생각을 했다.

10명의 최정예 멤버는 상엽이 러시아 대통령을 데리고 있는 코드 제로의 본부를 습격했다.

“정상엽이 최우선 목표다. 다른 희생은 모두 감안한다.”

러시아 대통령을 구출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시작한다.”

진한 긴장감 속에서 페러독이 먼저 코드 제로의 본부로 들어갔다.

그 뒤를 아홉 명의 전사들이 바짝 따라붙었다.

페러독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실력자였고, 그들 중의 일곱 명은 최고 회의에 참석했던 자들이었다.

-이번 전투가 끝나면 유럽의 나라를 하나씩 나눠 갖는다.

전리품은 무려 유럽의 국가였다. 달콤한 유혹일 수밖에 없었다.

쾅!

경계선을 단숨에 넘은 페러독이 본부에 강력한 한 방을 날렸다.

그 한 방으로 코드 제로 본부의 1층 건물이 완전히 무너졌고 지하가 환히 보일 정도로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그리고 뒤따르던 아홉 명도 동시에 스킬을 퍼부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굉음과 함께 엄청난 스킬들이 본부를 덮쳤다.

단 한 번씩 스킬을 사용했을 뿐이지만 코드 제로의 본부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상엽이 머물고 있다는 숙소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상했다.

아무리 강력한 스킬이었다고 하더라도 상대의 반응이 너무 없었다.

페러독은 그제야 뭔가 잘못되었음을 알았다.

“찾아라.”

그렇게 명령을 내린 페러독은 자신이 직접 상엽의 숙소가 있던 자리로 달려갔다.

“없다.”

어떤 방어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그때, 페러독을 향해 누군가 다급히 달려왔다. 지원 팀에 있던 스카우트였다.

“팬텀이 공격당하고 있습니다!”

“뭐?”

현재 팬텀에는 최소한의 병력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정상엽이 싸움을 피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지만 다시 나타난 상엽은 한 번도 누군가를 피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당연히 이곳에서 맞설 거라고 생각한 것이 오산이었다.

“좋은 선택은 아니군. 팬텀이라니.”

페러독은 지금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여겼다. 팬텀 도시가 무너지는 것은 안타깝지만 다른 나라가 많으니 그에게는 득이 되는 상황이었다.

“모두 돌아간다!”

정상엽만 잡으면 된다. 그 생각으로 페러독은 상점 이동을 시도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팬텀에 위치한 그레이 상점으로 이동이 되지 않았다.

팬텀에 있는 그레이 상점은 단 하나뿐이어서 다른 이들은 페러독이 먼저 넘어가길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런데 페러독은 이동서를 찢었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확인하라.”

곁에 있던 스카우트가 빠르게 상황을 확인했다.

예전에 상엽이 그레이 상점을 붙잡아 두는 방법을 사용한 적이 있었기에 팬텀에서는 이를 대비하고 있었다.

그레이 상점과 동의하에 감시자를 붙여 둔 것이다.

팬텀의 그레이 상점은 식당을 운영했고, 감시자는 그곳의 종업원이었다.

그런데 연락을 하던 스카우트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무슨 일이냐?”

“그, 그게…….”

스카우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상점이 사망했습니다.”

“뭐라고?”

놀란 것은 페러독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상엽이 제거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친놈. 상점을 제거하다니!”

“각하, 빨리 귀환해야 합니다.”

“마법진을 만들어라. 동시에 넘어간다.”

그들에게도 대규모 이동 마법진을 만들 수 있는 능력자가 있었다.

“30분쯤 걸릴 것입니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원하던 결과는 아니었다.

상엽에게 팬텀을 30분 동안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 것이다.

“미치겠군!”

비장한 각오로 출발했던 원정길은 뜻밖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최대한 빨리 완성하라!”

“알겠습니다.”

페러독에겐 지옥 같은 30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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