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259화 (257/300)

# 259

-뱀파이어들과 뉴벨의 주요 인물들이 호주에 숨어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시스템을 복구한 코드 제로가 제일 먼저 상엽에게 전한 메시지였다.

그 한마디로 시작이었다.

검은 밤하늘에 불빛들이 날아올랐다.

뿜어낸 화염을 타고 오른 거대한 철제 기둥은 살아 있는 것처럼 하늘을 높이 날아올랐다.

경쟁하듯이 솟아오른 수십 개의 물체는 각기 다른 궤도로 움직였지만 목표물은 같았다.

-미사일 발사 성공.

30개의 탄도 미사일이 중국을 떠나 호주로 향했다.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영국과 프랑스의 미사일 기지에서도 2차 타격이 준비되고 있었다.

“전부 쏟아부어.”

이 모든 것은 상엽의 명령으로 이루어졌다.

“호주에 일반인 생존자는 없어.”

상엽은 뱀파이어마저 떠난 일본에서 결과를 지켜보고 있었다.

“상대가 반응할 때까지 계속해.”

핵미사일은 사용하지 않았다. 후폭풍이 전 세계로 미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미사일이 어느 정도로 효과가 있을지는 상엽조차도 예상할 수가 없었다.

다만 미사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을 것은 분명했다. 때문에 그나마 가까운 일본에서 대기하는 중이었다.

폭격이 계속되는 동안, 상엽은 뱀파이어들이 빠져나간 일본을 둘러봤다.

혹시 잔당이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여긴 끝났구나.’

일본은 이제 예전의 지명 외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뱀파이어들이 도망가면서 생존자들을 그대로 두는 바람에 살아가는 사람이 있었지만 모든 것이 무너진 상태였다.

그들을 지켜 줄 사람도 없었고, 할 수 있는 경제 활동도 없었다.

게다가 전 세계 어디에서도 그들을 구호할 여력이 없었다.

상엽은 오사카의 도톤보리에 서 있었다.

한때는 많은 관광객들이 화려한 밤을 보내던 곳이었다.

도시를 가로지는 유람선이 있었고, 최고 수준의 쇼핑몰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은 남은 음식을 찾아 떠도는 유랑민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저, 저기…….”

누군가 상엽을 보더니 흔들리는 걸음으로 다가왔다. 그러더니 더러운 손을 내밀었다.

상엽은 그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갓코인 유저도 아닌 일반인이었기 때문이다.

“머, 먹을 것 좀 주세요!”

30대 초반의 여인이었다. 그녀는 한 손에 아이를 안고 있었다.

그녀가 원하는 건 그저 당장 먹을 것뿐이었다.

상엽은 아공간을 열었다. 그리고 의심 없이 음식을 꺼냈다. 라면과 초코바 정도였다.

하지만 이를 본 여인의 눈빛은 환희로 물들었다.

상엽이 내민 음식을 여인은 몇 번이나 고개를 숙이며 양손으로 받아 들었다.

상엽은 그녀를 보며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신발조차 없는 발은 곳곳이 찢어져 있었고, 사람 손 모양의 멍 자국도 있었다.

야생과 다름없는 무정부의 도시에서 여자와 아이, 노인은 그저 약자일 뿐이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여길 어서 떠나세요. 위험해요.”

음식을 받은 여인은 고개를 숙이더니 그 자리를 떠났다.

‘위험하다고?’

상엽은 추종자를 시켜서 여인을 확인하라고 했다.

여인의 모습을 본 상엽은 실체를 알았다.

주인을 잃은 쇼핑몰로 들어선 여인은 상엽에게 얻은 음식을 누군가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상대는 이를 받고 곰팡이가 핀 빵을 내밀었다.

배급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배급을 주는 인물을 본 상엽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20살도 안 되어 보이는데.’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사내의 곁에는 겨우 속옷만 걸치고 있는 두 명의 여인이 있었다.

사내는 던지듯 빵을 준 뒤에 곁에 있는 여인을 거칠게 더듬기 시작했다.

헐벗은 여인들은 가식적인 웃음으로 그의 기분을 맞춰 주었다.

그때, 또 한 명의 여인이 들어왔다.

이번에는 20대 초반의 여인이었다.

이를 본 상엽은 그제야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남자가 없어.’

지금까지 추종자를 통해 생존자를 확인했다. 그런데 여자는 보이지 않았다.

‘남자는 전부 시체였지.’

상엽은 그제야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시체가 있다는 것은 갓코인 유저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쇼핑몰의 사내는 갓코인 유저였다.

“호랑이가 없으니 토끼가 대장도 하는구나.”

몰랐다면 그냥 지나갔겠지만 이미 확인한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상엽은 결국 쇼핑몰로 들어갔다.

상품이 없는 진열대 뒤에 숨어서 곰팡이가 핀 빵을 먹는 여러 사람이 보였다.

전부 여자였고 20대 초반부터 30대 중반 정도였다.

그들은 모두 겁에 질려 있거나 익숙하다는 듯이 빵을 먹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아이를 안고 있는 여인도 있었다. 상엽에게 음식을 받은 여인이었다.

그녀는 상엽을 보더니 직접 다가오지 못하고 간절한 눈빛으로 고개를 저었다.

떠나라는 것이다.

상엽은 이를 보며 2층으로 올라갔다.

그곳에서는 사내가 주도하는 지저분한 파티가 한창이었다.

폭력과 다름없는 파티에서 사내를 제외한 모든 사람은 노예였다.

채찍질을 당하고 발바닥 아래 밟히면서도 웃지 않으면 더 심한 꼴을 당했다.

“그만.”

상엽의 낮은 목소리에 사내의 파티가 끝났다.

“어떤 새끼야!”

방해를 받은 사내는 화가 나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그는 상엽의 얼굴을 알아봤는지 번개를 맞은 것처럼 모든 행동을 멈췄다.

“저, 정상엽?”

“날 알아? 난 너 같은 개새끼는 모르는데.”

상엽이 그렇게 말하며 다가가자 사내가 손을 내밀며 뒤로 물러났다.

“자, 잠시만요.”

겁에 질린 사내는 나이에 걸맞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몇 살이야?”

“여, 열입곱 살이에요!”

“교육을 잘못 받았나 보네. 이런 짓을 하는 거 보니.”

“사,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어요!”

상엽은 그 말에 걸음을 멈췄다. 그러자 소년은 빠르게 말을 이었다.

“다, 다 드릴게요! 제가 가진 건 전부요!”

“뭘 가졌는데?”

“여기 제 노예들요! 전부 드릴게요! 제가 훈련도 잘 시켜 놨어요!”

그 말에 상엽은 주변에 있는 십여 명의 여자들을 보았다.

모두 하나같이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표정을 보기도 어려웠다.

“유령아, 처리해.”

“자, 잠깐만요!”

상엽은 그냥 간단히 처리하고 돌아서려 했다. 그런데 소년은 뜻밖의 말을 했다.

“저도 어쩔 수가 없었어요! 정말이에요! 여자를 상납하지 않으면 뱀파이어가 절 죽인다고 했어요.”

“관심 없어.”

상엽은 그냥 넘어가려 했다. 그런데 성아가 뜻밖의 말을 했다.

‘진실이에요.’

그 말에 상엽은 손을 들어 추종자를 불러들였다.

“계속 말해 봐. 뱀파이어가 여기 있다고?”

“네! 하루에 한 명씩 여자를 상납해야 했어요! 상납하지 않으면 제가 죽어요!”

소년은 무릎을 꿇으며 소리쳤다.

‘거짓이에요.’

진실이 아니었다.

“어차피 살려 둘 생각은 없었어.”

상엽은 추종자를 소년에게 보냈다.

추종자는 어떤 저항도 없이 소년의 영혼을 장악했다.

‘2단계 수준이라니.’

소년은 갓코인 유저였다. 그런데 겨우 2단계 수준의 유저였다.

뱀파이어들이 갓코인 유저를 먼저 걸러 내는 과정에서 운 좋게 빠져나온 것이다.

“기억이 참 더럽네.”

학교를 다닐 때부터 문제가 많던 학생이었다.

소위 말하는 학교의 대장에게 끝없이 굽신거리다 자신보다 약한 자들에겐 어른보다 잔인한 짓을 일삼았다.

그러다 뱀파이어들이 떠나면서 자신의 세상이 된 것이다.

그때부터는 성인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잔인한 짓을 계속했다.

별로 원치 않는 기억에 이어 드디어 상엽이 원하던 장면이 나왔다.

‘뱀파이어 로드.’

이미 한 번 만난 적이 있던 상대였다.

뱀파이어 로드는 소년뿐만 아니라 다양한 자들에게 인간을 상납하라고 했다.

‘이게 거짓말이었군.’

뱀파이어 로드는 여자가 아니라 20대나 30대의 인간을 상납하라고 했다.

꼭 여자가 아니라도 된 것이다. 소년은 어떻게든 자신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뭔가 사정이 있는 거 같은데.”

뱀파이어 로드는 은밀히 움직이고 있었다.

상납도 직접 받는 것이 아니라 도톤보리와 멀지 않은 아파트로 데려가는 정도였다.

소년이 뱀파이어 로드를 직접 만난 적은 없었고 명령을 각인하는 과정에서 생긴 기억의 파편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조사해 볼 가치가 있겠어.’

상엽은 호주를 폭격하는 동안, 빠르게 움직이기로 했다.

‘한 시간 남았어.’

상납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상엽은 곧바로 주변의 여자들을 보며 말했다.

“날 도와줘야겠어. 위험한 일이지만 내가 있는 한 죽지는 않을 거야. 대신 여기서 탈출시켜 줄게.”

상엽의 제안에 여자들이 드디어 고개를 들었다.

그들의 겁먹은 눈빛을 보는 것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여전사들은 잘 있겠지?’

눈앞의 여인들과는 전혀 다른 여인들이 떠올랐다.

아마존의 다섯 여전사는 현재 동희의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었다.

더 강해지는 선택을 한 것이다. 그래서 작전에는 아직까지 합류하지 않았다.

‘아이리는 죽은 걸까?’

아이리는 행방불명이었다. 상엽이 마지막으로 구출을 한 뒤에는 생사를 알 길이 없었다.

확률적으로 죽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제, 제가 할게요!”

사내에게 가장 심한 꼴을 당하던 여자 한 명이 손을 들었다.

“어차피 이보다 더 나빠질 수는 없어요.”

그녀는 의지를 다졌다.

“준비해.”

상엽은 그녀의 요청을 허가했다.

심한 꼴을 당하지 않았다면 꽤나 멋지고 화려한 인생을 살았을 여자였다.

용기도 있고 의지도 대단했다.

소년에게 저항을 하는 바람에 더 심한 꼴을 당했기에 외모는 많이 망가졌지만 눈빛은 살아 있었다.

“식스헤븐에서 일했어요.”

“날 알고 있었나?”

“네.”

여자가 직접 나선 것은 상엽을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상엽은 여자의 신상에 대해서 묻지 않으려 했다. 이번 일이 끝나면 약속대로 그나마 안전한 유럽 국가 중의 하나로 보내고 기본적인 지원을 해 줄 작정이었다.

그런데 식스헤븐이라는 말을 듣자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아이리에 대해서 알아?”

“몰라요. 식스헤븐이 사라지던 날에 출근을 하지 않았거든요. 너무 무서워서 집 안에만 있었어요.”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누구도 판단할 수 없었다.

“그런데 전 살아 있을 거라 믿어요. 아이리 언니는 쉽게 죽을 사람이 아니에요.”

아이리는 식스헤븐에 있으면서 단순한 믿음을 넘어선 존재인 듯했다.

“여기야.”

짧은 대화가 끝날 때쯤, 그들은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

“걱정하지 마. 위험한 일은 없을 테니까.”

“믿어요. 아이리 언니가 상엽 씨를 항상 믿었거든요.”

여인은 그 말을 남기고 홀로 아파트 입구로 걸어갔다.

빈 경비실 앞에서 기다리기를 5분, 곧바로 근처에 검은 바람이 불었다.

그리고 바람은 순식간에 여인을 데리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상엽은 뱀파이어의 뒤를 쫓았다.

여인을 데려간 검은 바람은 뱀파이어였다. 추종자를 통해 충분히 거리를 두고 추격하자 뱀파이어는 오사카 도시를 벗어났다.

‘음.’

도착한 곳은 시외의 버려진 창고였다.

그곳에는 여러 명의 인간들이 사지를 묶인 채로 짐처럼 버려져 있었다.

모두 스무 명이었고 다섯 명의 뱀파이어들이 계속해서 사람을 채워 넣었다.

한 시간이 지나자 납치당한 인원은 서른 명이 되었다.

“두 시간 후에 이동한다.”

이미 잡아 온 인간들에 대해 뱀파이어들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여기가 1차 집결지인 거 같은데.’

상엽은 아직까지 나서지 않고 지켜보기만 했다.

‘뱀파이어 로드는 안 보여.’

그가 원하는 인물은 보이지 않았다.

-2차 타격 시작합니다.

상엽이 다른 작전을 하는 동안에도 미사일들은 호주를 향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나자 뱀파이어들이 인간들을 잡아 놓은 곳에 나타났다.

그러더니 한 명의 감시자를 제외하고 나머지 네 명이 각 방위에 자리를 잡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마름모 형태로 선 그들의 발아래로 붉은 피가 흐르더니 문양을 그리기 시작했다.

문양은 곧 서로에서 연결되어 하나의 거대한 마법진이 되었고, 붉은 피가 빛을 뿌리기 시작했다.

-이동 마법진이에요.

‘저런 식으로 옮기는구나.’

상엽은 결정을 내려야 했다. 이대로 이동이 끝나 버리면 다시 추적할 근거가 없었다.

‘직접 간다.’

드디어 마법진이 완성되었다.

쾅!

동시에 상엽이 벽을 부수고 난입했다. 그리고 단숨에 다섯 명의 뱀파이어를 제거했다.

“유령아, 안전한 곳으로 안내해.”

상엽은 잡혀 있던 사람들을 추종자에게 맡기고 자신은 붉은 마법진 위로 떠오른 타원형의 고리 앞에 섰다.

-마법진은 완성되었어요.

“문이 열렸으면 들어가야지.”

상엽은 이동 마법진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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