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250화 (248/300)

# 250

흑점 길드장 강청.

그는 뱀파이어가 되어 박광신을 비롯한 길드원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이 역시 뱀파이어들의 계략이었다.

본래부터 꽤 강한 실력자였던 강청은 뱀파이어가 되고 나서도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뱀파이어들도 블랙 해머의 습격은 예상하지 못했다.

강청은 사하르에게 제압을 당했고, 블랙 해머의 스킬에 의해 몸이 묶여 있었다.

강청의 존재를 아는 터라 블랙 해머는 그를 죽이지 않고 상엽의 판단을 기다렸다.

한번 뱀파이어가 된 자들은 영원히 뱀파이어 로드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다.

설사 뱀파이어 로드를 죽인다 하더라도 프로토의 명령이 기다렸다.

-그를 편안하게 해 줘.

박광신의 부탁을 받은 상엽은 강청 앞에 섰다.

강청은 이성이 남아 있는지 상엽을 알아봤다.

“정상엽.”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그는 이미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큰 상처를 입었다. 그런데도 상엽을 보자 눈이 붉게 물들며 이빨을 드러냈다.

“내가 아저씨 형을 정말 좋아한 거 알지?”

“죽인다!”

“그래서 정말 미안해. 진심이야. 그래도 내가 해야 돼.”

상엽은 송곳니를 드러내는 강청 앞에서 뭔가를 다짐하듯이 말했다.

“난 지금부터 악마가 될 거야. 내 적이 전부 사라질 때까지.”

푹!

망자의 손길이 강청의 목을 꿰뚫었다.

상엽은 강청의 눈빛에서 생명의 기운이 사라질 때까지 시선을 떼지 않았다.

소멸하기 직전, 강청은 거짓말처럼 인간일 때의 따뜻한 눈빛을 했다.

그런데도 상엽은 덤덤히 완벽한 소멸을 지켜봤다.

마음은 울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냉혈한처럼 표정 변화가 없었다.

‘악마가 돼야 돼.’

상엽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고 있었다.

강청을 소멸시키는 것은 악마가 되기로 한 상엽이 처음 한 일이었다.

상엽은 테니아를 굳이 되찾지 않았다.

뱀파이어를 처리한 것으로 만족했다. 많은 이들이 상엽의 복귀를 원했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 아니었다.

테니아가 다시 목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프로토에겐 테니아를 한 방에 날려 버릴 힘이 있었다.

“레나는 납치됐어.”

테니아의 뱀파이어를 처리한 상엽에게 적설은 지금까지 참았던 말을 했다.

“네가 사라지고 3개월 후에 콜렉터가 데려갔어. 난 막을 힘이 없었고.”

“알았어.”

상엽은 그저 알았다고만 했다.

‘지금은 안 돼.’

당장 레나를 찾으러 가고 싶었지만 그럴 때가 아니었다.

“모두 베이징으로 이동한다.”

상엽은 다음 목표를 정했다.

베이징.

예전 중국의 역사가 그러했듯 중국 베이징은 계속해서 주인이 바뀌고 있었다.

중국 정부에서 차이나 커넥션으로 그 후에는 상엽이 잠시 주인이 되기도 했고, 이제는 다시 화이트 길드 연합이 차지했다.

뉴벨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연합은 화이트 길드가 뱀파이어를 끌어들이면서 탄생했다.

상엽이 사라진 후로 블랙 길드 국가 팬텀에서는 대대적인 전쟁을 시작했고 화이트 길드들은 급격한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

그런 상태에서 다시 균형을 맞춘 것이 뱀파이어들이었다.

이제는 팬텀과 비슷한 힘을 가지게 된 뉴벨의 본거지가 바로 베이징이었다.

상엽은 그레이 상점을 통해 천진에 도착했다.

예전에는 상점을 보면 농담을 건네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았다.

-상점들의 정보는 모두 프로토에게 전달되고 있어.

적설이 알아낸 정보였다.

본래 누군가에게 전달한다는 것만 알다가 상엽의 말을 듣고서야 그게 프로토임을 안 것이다.

“어딜 가는 거지?”

상엽은 상점의 질문을 무시하고 베이징으로 달렸다.

베이징 뉴벨 본부 회의장.

테니아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그들은 비상 회의를 하고 있었다.

스무 명의 길드장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상엽이 다시 나타난 일에 대해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그중에서 특히 다섯 명은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당장 여길 떠나야 합니다!”

“이럴 시간이 없습니다!”

그들은 모두 상엽을 만난 기억이 있었다.

상엽이 중국을 잠시 점령했을 당시, 직접 찾아와 떠나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때 상엽을 만났던 인물들은 일분일초가 불안했다.

“맞서 싸워야지! 무슨 소리를 하는 게요!”

의견은 엇갈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 실력을 너무 과소평가하지 마시오!”

“뱀파이어들이 전멸했소! 전멸! 이 결과를 보고도 싸우잔 말을 하는 게요!”

“어차피 싸워야 하는 상대이니 이 기회에 끝장을 보잔 말이오!”

회의장은 점점 더 시끄러워졌다.

“연합장! 뭔가 말이라도 해 보시오!”

결국 모든 이의 시선이 한 곳으로 몰렸다.

회의장의 가장 상석에 있던 자는 부담스러운 시선에 길게 한숨을 쉬었다.

백림정.

예전에 상엽을 직접 만난 인물 중의 하나였다.

그가 이끄는 백림 길드에 상엽이 찾아와서 모두 떠나라고 경고를 했었다.

“소나기는 피해야 하는 법입니다.”

결국 백림정은 싸우기를 포기했다. 그 결정이 자신의 지위에 얼마나 큰 타격을 줄지 알면서도 백림정은 상엽과의 싸움을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당장 베이징을 버리고 독일로 갑니다. 그곳은 정상엽과 인연이 있으니 함부로 들어오진 않을 것입니다.”

독일은 뉴벨 소속이긴 했지만 뱀파이어들도 건드리지 않는 특이한 장소였다.

백림정은 그곳을 대피소로 정했다.

그의 결정에 많은 이들이 목소리를 높였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지금 바로 이동합니다.”

결국 많은 이들이 다양한 감정을 표출하며 회의장을 나섰다.

그중에서도 상엽을 만났던 다섯 명은 도망치듯 가장 먼저 회의장 문을 열었다.

그때였다.

쾅!

폭음과 함께 가장 먼저 뛰쳐나갔던 자들이 회의장으로 던져졌다.

그리고 상엽이 회의장으로 들어섰다.

“전부 자리에 앉아.”

상엽의 한마디에 회의장은 서늘한 공기가 내려앉았다. 하지만 명령대로 자리에 앉는 자는 없었다.

츠팟!

상엽의 몸에서 두 줄기 암흑 연기가 뻗어 나왔다. 그리고 이는 정확히 곁에 있던 두 명의 심장을 찔렀다.

그들 역시 갓랭킹 30위 내의 실력자들이었지만 단 한 번의 방어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제일 먼저 움직인 건 바닥에 쓰러져 있던 다섯 명의 길드장이었다.

그들은 재빨리 자리에 앉아 상엽의 눈치를 보았다. 하지만 그곳에는 자존심을 지키려는 자도 있었다.

“언제까지 명령을 받으며 노예처럼 살 거요!”

“뱀파이어들과 손을 잡은 것도 내 일생 최대의 치욕이오!”

강단이 있는 두 명이 그렇게 외치자 많은 이들이 무기를 꺼내 들었다.

쾅!

그에 대한 상엽의 대답은 간단했다.

해머가 작렬하자 한 명이 피떡이 되어 흩어졌다. 그때, 칼을 든 자가 빠르게 기습에 나섰지만 간단히 한 발 옆으로 이동하며 공격을 피한 상엽은 상대의 머리를 움켜잡았다.

콰직!

그저 힘을 주는 것만으로 상엽의 손가락이 사내의 머리를 깨트려 버렸다.

너무나 간단히 두 명이 죽임을 당하자 무기를 꺼냈던 자들도 더 이상 다가오지 못했다.

“너희들은 이미 늦었어.”

상엽은 무기를 꺼낸 자들을 용서하지 않았다. 결국 다섯 명이 제대로 된 반격조차 하지 못하고 죽어 나갔다.

회의장에 들어서서 아홉 명을 처리하고 나자 더 이상 반격을 하는 자가 없었다.

‘이렇게 강하다니…….’

백림정은 상엽이 천천히 다가오는 것을 보며 뒷걸음질을 쳤다.

‘길드장들이…….’

이곳의 누구도 갓랭킹 100위 밖이 없었다.

화이트 연합에서 최상위 실력자들인 것이다. 그런데 상엽 앞에서는 막 갓코인을 알게 된 초보 같았다.

“앉아.”

상엽은 백림정에게 직접 명령을 했다. 그러자 백림정은 가장 가까운 의자에 엉덩이를 대고 앉았다.

열한 명의 길드장들은 상엽과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들의 감정은 복잡했지만 한 가지는 동일했다.

극한의 공포심.

상엽의 무표정과 서릿발 같은 한기가 그들의 목을 죄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 그저 의자에 앉아 있을 뿐인 상엽이 다가갈 수 없는 거인처럼 보였다.

침묵의 시간이 이어지자 몇몇이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상위 갓코인 유저에겐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일이었다.

“큽!”

누군가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기침을 했다.

푹!

동시에 상엽의 몸에서 망자의 손길이 뻗어 나와 그의 목을 꿰뚫었다.

그때부터였다.

누구 하나 상엽을 쳐다보는 자가 없었다. 숨소리도 조심스러웠고 행여나 소리가 날까 봐 침조차 삼키지 않았다.

툭.

침묵 속에서 상엽이 회의 탁자 위로 뭔가를 집어 던졌다.

바닥을 타고 움직이는 것은 두 개의 바늘이었다.

“두 명만 살려 준다.”

이마오의 실이었다.

긴 침묵 끝에 나온 말은 결코 그들에게 희망적이지 않았다.

푹!

상엽은 누구도 움직이지 않자 또 한 명의 목을 잘라 버렸다.

그들 중 한 명은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천장을 부수며 달아나려 했다.

하지만 상엽이 동시에 움직이며 상승하는 그의 목을 잡아 회의장 중앙에 처박았다.

그리고 해머로 그의 머리를 터트렸다.

워낙 빠른 동작이라 그곳에 모인 모두가 벗어날 수 없음을 알았다.

“두 명. 1분 준다.”

상엽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의자에 앉았다.

남은 인원은 겨우 여덟 명.

상엽은 어떤 설명이나 설득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30초가 흘렀다.

그때, 가장 먼저 회의장을 나섰던 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이마오의 실을 잡았다.

그리고 이를 악물며 바늘을 자신의 머리에 꽂았다.

“한 명 남았어.”

상엽은 바늘을 꽂고 쓰러진 자를 내버려 두었다.

이제 회의장에서 살아서 나갈 수 있는 인원은 단 한 명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백림정이 제일 먼저 움직였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백림정을 밀어내며 이마오의 실로 손을 뻗었다.

그때부터 경쟁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이마오의 실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

상엽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상엽이 강제로 세뇌를 시키려 하면 그들에겐 저항할 힘이 충분했다. 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머리에 꽂으면 영혼의 저항은 의미가 없었다. 스스로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바늘을 잡기 위해 전투를 하던 중에 누군가 다시 탈출을 시도했다.

혼란을 틈타서 기회를 노린 것이다. 하지만 그 역시 상엽의 손에 머리가 터져 버렸다.

그 후로 싸움은 더욱 치열해졌다.

회의장이 부서졌고 건물 전체가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바늘을 찾기 위한 싸움은 계속되었다.

상엽은 무심한 눈으로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다 드디어 승부가 났다.

연합장 백림정.

실력의 우위에 있던 그가 아슬아슬하게 뻗어 오는 손을 피하고 자신의 마리에 바늘을 꽂았다.

상엽은 그 순간 바늘을 찾지 못한 자들을 하나씩 제거하기 시작했다.

“악마…….”

마지막 남은 사내가 상엽을 보며 그렇게 말했다.

상엽은 그 말에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마치 제대로 봤다는 듯이 입가에 엷은 미소를 그릴 뿐이었다.

그 표정은 죽음을 앞둔 사내에게 실제로 악마처럼 보였다.

쾅!

예상대로 용서는 없었다.

“따라와.”

뉴벨의 주요 길드장들이 18명이나 죽었지만 상엽은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전리품을 챙긴 그는 두 명의 노예를 데리고 그 자리를 떠났다.

“전부 처리해.”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이었다.

상엽은 베이징의 중심가에서 간단한 명령을 내렸다.

그 짧은 한마디가 100명의 블랙 해머를 움직였고, 그들 중에는 적설과 송연지도 섞여 있었다.

그렇게 어둠 속에서 진행된 작전은 빠르게 베이징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감시를 하던 변이 인간들이 뱀파이어와 함께 튀어나왔지만 누구도 블랙 해머를 막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마치 알고 있다는 듯이 주요 지점으로 곧장 달려갔다.

실제로 그들은 목표를 이미 정한 상태였다.

상엽의 노예가 된 연합장과 길드장이 모든 기밀을 털어놓았기 때문이다.

뱀파이어가 생산되는 인간 공장부터 숨어 있던 화이트 유저까지 블랙 해머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들을 찾아냈다.

일반인들은 해가 뜨는 새벽이 되어서야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았다.

“전부 처리했습니다.”

“수고했어.”

회의장의 소란을 감지하고 미리 떠난 자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블랙 해머의 손에 걸려 소멸했다.

그 사건이 벌어진 다음 날 아침.

전 세계 언론이 일제히 뉴스를 쏟아 냈다.

-정상엽이 돌아왔다.

세상이 상엽으로 인해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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