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249화 (247/300)

# 249

호주는 여전히 먹구름으로 덮여 있었고 프로토는 더 많은 경쟁을 원했다.

지금껏 보였던 모든 변수들은 경쟁을 가속시키는 장치였다.

상점들은 끊임없이 상대 진형을 욕하며 갓코인 유저들에게 경쟁을 세뇌했고, 힘이 정착되는 시기에는 특수 의뢰를 적용했다.

다음 단계를 위해 너무 많은 코인이 필요할 때는 변종 새로 위기감을 고조시켰고, 상엽이 혼자서 빠르게 성장하자 직접 제거하려고 했다.

“이제는 뱀파이어를 이용한다 이거지?”

현재 정세는 블랙 유저인 팬텀과 화이트 유저를 흡수한 뱀파이어의 싸움으로 전개되었다.

그런데 뱀파이어들은 일부러 힘이 있음에도 균형을 맞추고 있었다.

다만 상황을 급박하게 만드는 짓을 했다.

이에 이용된 것은 일반인들이었다.

많은 일반인들이 변이 인간으로 변해서 혼란을 주고 있었다. 이런 혼란은 갓코인 유저들의 마음을 다급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코드 제로가 그동안 분석한 데이터입니다.”

코드 제로는 몸을 숨긴 상태에서도 계속 정보를 모았다. 테리아 그룹은 몸을 웅크린 채로 주요 인물들과 함께 숨어 있었다.

“프로토를 잡기 전까지는 나오지 말라고 해.”

“알겠습니다.”

루시는 코드 제로에 있던 유물을 흡수하며 어느 정도 힘을 회복했다.

그렇지만 부활한 자는 갓코인 능력을 모두 잃은 채로 살아났기에 예전처럼 직접 작전에 나설 수는 없었다.

루시는 스트라인버그가 만든 지하실에서 통신으로 상엽을 보조하기로 했다.

늦은 밤이었다.

테니아 시티는 밤이 되면 누구도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상엽이 있을 때는 전 세계에서 가장 발전이 빠른 나라 중의 하나였지만 이젠 아니었다.

뱀파이어들의 본거지이자 변이 인간의 생산 공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많은 일반인들이 화이트 유저들에 의해 이곳으로 보내졌고, 그들은 변이 인간이 되었다.

이런 변이 인간들은 뱀파이어의 수족이 되어 테니아 전체에 흩어져 눈과 귀가 되었다.

그 날도 마찬가지였다.

아직 살아남은 운 좋은 주민들이 집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이 밤이 무사히 지나가길 기다렸다.

때때로 뱀파이어들이 무작정 문을 부수고 들어와서 일반인들을 유린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처벌은 당연히 없었고, 뱀파이어들에게 인간은 그저 언제든 가지고 놀다가 버리는 장난감이었다.

쾅!

굉음이 울렸을 때, 많은 이들은 몸을 움츠렸다.

또 누군가 죽고 있겠지. 이렇게만 생각했다.

그런데 폭음이 계속되자 그들의 머릿속에서 잊히던 이름이 떠올랐다.

“혹시?”

많은 이들이 창문의 틈을 통해 굉음의 정체를 찾으려 했다. 그리고 어렵지 않게 테니아 시티의 시청이 불타오르는 것을 발견했다.

“모기 새끼들이 뭐 이리 많아?”

수백 마리의 박쥐가 시청으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상엽 앞에서 일제히 뱀파이어로 변했다.

뱀파이어들은 상엽이 나타날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죽여라.

프로토는 상엽을 수하로 만드는 것을 포기했다.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실험체 폐기.”

폐기 명령이 떨어졌다. 그런데 그 한마디로 상엽은 자신의 예상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어디서 모기 주제에 인간을 평가해?”

“건방진 놈. 죽여라!”

그들이 테니아 시티를 점령하고 있는 것은 단 한 가지 이유였다.

-정상엽이 반드시 온다.

그래서 천 명에 이르는 뱀파이어들이 이곳을 근거지로 삼았다.

‘최고 천만 코인.’

상엽은 그 와중에도 버릇처럼 뱀파이어들의 코인을 확인했다.

많은 뱀파이어들의 수치가 천만 코인을 기준으로 조금씩 부족한 상태였다.

‘전염을 시켰겠지.’

처음 몰려온 200마리의 박쥐 뒤로 코인이 50만부터 시작하는 뱀파이어들이 나타났다.

본체가 나눠 준 코인인 것이다. 당연히 전염이 된 자들은 테니아 시티의 시민들이었다.

그들 대부분은 상엽과 안면이 있는 자들로, 코드 제로의 요원도 있었다.

일부러 상엽과 자주 만났던 시청 직원과 주변 인물들을 뱀파이어로 만든 것이다.

“악마랑 똑같은 짓을 하네.”

상엽은 그들의 얼굴을 보고도 아무런 동요가 없었다.

“죽여라.”

명령이 떨어졌다. 이에 뱀파이어들이 일제히 공격에 나섰다.

“피의 복수다.”

“우리 일족을 건드린 대가를 치르게 해 주마.”

전투가 시작되자 뱀파이어들은 분노를 드러냈다. 단순히 명령에 의해서 상엽을 죽이려는 게 아니었다.

“모기 몇 마리 죽였다고 복수라는 거야? 하긴 너희들에겐 동족이었을 테니까.”

전투가 시작되었다. 상엽은 예전 기억을 떠올리며 차분히 전투에 임했다.

그런데 지금 뱀파이어들은 예전에 상대했던 자들만큼 강하지 않았다.

“애송이들이었네.”

최고 실력자들은 이미 지난 전투에서 소멸한 것이다.

상엽은 고스트 실드를 이용해 자유롭게 공중을 뛰며 전투를 펼쳤다.

쾅!

세 번을 피하다가 단 한 번의 반격에 뱀파이어의 머리가 깨졌다.

멀리서 뱀파이어가 쏘는 스킬은 자리를 옮겨 다른 뱀파이어가 막도록 했다.

상엽의 전투는 예전보다 오래 걸렸지만 훨씬 안전하고 치밀했다.

200명의 본체, 500명의 전염된 뱀파이어.

도합 700명의 뱀파이어가 바쁘게 상엽을 쫓았지만 기본적인 신체 능력 차이가 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난무하는 스킬들을 상엽은 거짓말처럼 쉽게 피해 냈다.

스킬이라고는 타격 시에 자동으로 발동되는 화산의 일격뿐이었다. 그런데 상엽은 이마저도 간간이 사용할 뿐이었다.

오직 신체 능력과 공중을 뛰어다닐 수 있는 고스트 실드만으로 상엽은 뱀파이어의 숫자를 줄이기 시작했다.

“뭣들 하는 짓이냐! 빨리 처리해라!”

뱀파이어 로드.

뱀파이어의 대장은 가장 먼 곳에서 수하들의 전투를 지켜봤다.

그런데 상엽은 겉으로 보기에 그다지 강해 보이지 않았다. 강력한 힘을 보이지도 않았고, 화려한 스킬도 없었다. 그런데 언제나 죽는 건 뱀파이어였다.

그렇게 50명이 사라지자 뱀파이어 로드는 뭔가를 느끼기 시작했다.

‘강하다.’

이는 강력한 스킬을 본 것보다 훨씬 충격적이었다.

자유롭게 포위망을 오가며 단 한 번의 동작으로 한 명을 처리하는 데 최소한의 힘만 사용하는 것이다.

압도적인 힘을 보게 되면 승패를 가늠할 수 있게 되지만 이 전투는 뭔가가 달랐다.

‘이길 수 없다.’

그 생각이 먼저 들었다.

실제로 수백 개의 스킬이 펼쳐졌지만 상엽은 물 흘리듯이 피해 낸 것이다.

겉으로 보이지 않는 전투력이었다.

“물러서라.”

결국 뱀파이어 로드가 앞으로 나섰다.

‘여기서 실패하면 우리 일족은 끝장이다.’

프로토는 열한 명의 최고 전사들만으로 충분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들이 상엽에게 패했고, 분노에 차서 다른 뱀파이어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반드시 죽여라.

이 간단한 명령을 수행하지 못할 경우, 그 분노가 누구를 향할지는 불을 보듯 뻔했다.

‘뱀파이어 퀸에게 밀려선 안 된다.’

그가 반드시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상엽으로 인해 소멸한 뱀파이어 장로회의 힘은 본래 로드가 물려받아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그 힘은 엉뚱하게도 인간 여자에게 넘어갔고 뱀파이어 퀸이라는 호칭을 받았다.

뱀파이어 로드와 뱀파이어 퀸.

프로토는 그들을 경쟁상대로 두었다. 그가 수하들을 움직이는 방식이기도 했다.

‘절대 밀려선 안 된다.’

결국 뱀파이어 로드가 직접 나섰다.

촤랏!

뱀파이어 로드의 손에서 그물처럼 퍼진 피가 튀어나왔다. 그런데 상엽은 이를 보자 빠르게 하강을 하며 그물을 벗어났다. 그리고 똑같이 고스트 체인을 뿌려 뱀파이어 로드의 다리를 노렸다.

뱀파이어 로드가 피의 장막으로 이를 막자 상엽은 미련 없이 공격을 취소했다. 대신 주변에 있던 다른 뱀파이어를 처리했다.

그 후로도 뱀파이어 로드는 거친 공격을 계속했다. 그런데 아무리 강력한 스킬을 뻗어도 상엽은 피하면서 수하들을 공격했다.

열 번의 공격이 모두 실패로 끝나자 뱀파이어 로드는 그제야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모든 스킬을 똑같이 피한다.’

어떤 힘이 담겨 있든 상엽은 필요 이상의 힘을 쓰지 않았다.

‘절대 안 맞아.’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힘을 가진 스킬이든 맞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싸우는 것 같지가 않다.’

상엽에게서는 조금의 긴장감도 보이지 않았다. 뱀파이어 로드는 혼자서 악을 쓰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동시에 공격한다.”

뱀파이어들이 명령에 따라 일제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들이 자랑하는 피의 축제를 시작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들은 큰 착각을 했다.

‘기회.’

잠시지만 상엽을 향하던 위협이 일제히 사라진 것이다. 그러자 상엽의 눈이 매서워졌다.

느긋하게 기지개를 켜다 먹이를 발견한 맹수처럼 상엽은 웅크렸던 몸을 크게 펼쳤다.

-악마의 스킬, 지옥의 축제

상엽의 몸에서 검은 연기들이 레이저처럼 튀어나왔다. 수십 개의 검은 빛은 순식간에 주변을 집어삼켰고, 고장 난 조명처럼 불규칙하게 방향을 바꿨다.

“크아!”

검은 빛에 닿은 뱀파이어의 방어벽은 허무하게 잘려 버렸고 단단하던 몸도 버티지 못했다.

가장 가까이에 있던 뱀파이어의 몸은 수십 조각으로 갈라졌고 멀리 있는 자들도 제대로 피한 이가 드물었다.

그야말로 지옥의 축제였다. 여기저기서 동시에 소멸하는 자가 속출했고, 능력이 떨어지는 일반인 출신은 어떤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내가 놀아 주니까 끝까지 놀 거라 생각했어?”

그 한 번의 공격으로 뱀파이어의 숫자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그 한 번으로 확실해졌다.

정상엽은 뱀파이어가 생각하는 수준의 인간이 아니었다.

‘절대 이길 수 없다.’

애초에 상대가 되지 않는 싸움이었다. 뱀파이어 로드는 그제야 이를 깨달았다.

“이제부터 진짜야.”

악마의 스킬을 쏟아 낸 상엽은 지금까지의 여유를 버리고 빠른 공격을 시작했다.

쾅! 쾅!

시원한 폭음이 연속으로 터져 나왔다. 갑자기 변한 전투 방식에 뱀파이어 로드는 단번에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그 짧은 고민 사이에도 두 명의 수하가 소멸했다.

“넌 결국 죽게 되어 있다.”

결국 방법을 바꿨다. 상엽의 힘이 상상 이상이었지만 승리에 대한 확신은 여전했다.

아직 남은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네놈 친구들을 살려 둔 이유가 있지.’

바로 인질이었다.

지하 감옥에는 대한민국 흑점의 주요 인물들이 잡혀 있었다. 박광신도 그들 중의 한 명이었다.

뱀파이어 로드는 수하들의 머리가 터져 나가고 있음에도 선두에서 지하 감옥을 향했다.

그리고 드디어 그가 원하던 곳에 도착했다.

“어, 어떻게…….”

박광신이 그의 앞에 서 있었다. 박광신 주변으로는 매서운 기세를 뿜어내는 100명의 사내들이 있었다.

상엽과 동시에 작전을 시작한 블랙 해머였다.

박광신은 스스로가 원해서 가장 늦게 탈출한 상태였고, 다른 이들은 이미 감옥에서 멀어지는 중이었다.

“형, 잘 지냈어?”

여유 있게 뱀파이어들을 처리하느라 한발 늦게 도착한 상엽이 가운데 뱀파이어 로드를 두고 박광신에게 인사를 건넸다.

“긴 이야기는 조금 있다가 하자. 일단 이 녀석부터 처리해야 돼서.”

뱀파이어 로드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두고 보자.”

펑!

뱀파이어 로드의 몸이 갑자기 핏물로 흩어졌다. 그러더니 바닥으로 빠르게 스며들었다.

“이건 뭐야?”

예상치 못한 방식에 상엽도 미처 따라갈 수가 없었다.

-주인님, 쫓아가겠습니다.

“아냐, 놔둬. 어차피 다시 만날 거야. 그리고 소문을 내 줘야 일이 편해져.”

상엽은 굳이 뱀파이어 로드를 뒤쫓지 않았다.

그렇지만 아직 살아남은 뱀파이어와 전염된 뱀파이어들이 상엽을 향해 다가왔다.

그들에겐 여전히 상엽을 죽이라는 명령이 남았기 때문이다.

상엽은 그들을 보며 단 한 번 도약을 시도했다.

공중을 밟으며 스프링처럼 궤도를 바꾼 상엽은 뱀파이어들 주변을 빠르게 스치고 지났다.

푹! 푹!

방향을 바꾸고 뭔가 번쩍일 때마다 뱀파이어들의 이마에 붉은 점이 남았다.

망자의 손길이 뱀파이어들의 머리를 꿰뚫은 것이다.

툭. 툭. 툭.

가벼운 몸놀림이 지나간 후에는 어김없이 뱀파이어들이 소멸했다.

상엽은 그들의 주변을 크게 한 바퀴 돌아 준 뒤에 잠시 산책을 다녀온 표정으로 박광신 앞에 내려섰다.

“나머지 처리해.”

뱀파이어들은 상엽의 손에 모두 소멸했다. 남은 건 전염된 자들이라 블랙 해머로 충분했다.

“형, 늦어서 미안해.”

박광신은 상엽의 인사에 고개를 숙였다.

“이런 꼴이라서 창피하네. 동생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는데.”

박광신은 지금의 현실이 부끄러웠다.

결국 한국의 흑점 길드는 상엽 없이는 버틸 수 없다는 게 증명되고 말았다.

“동생, 염치없지만 부탁이 있어.”

“뭔데?”

“지하 감옥에 한 명이 남았어. 그 사람 좀 죽여 줄래?”

“누군데?”

대답을 하려던 박광신은 갑자기 고개를 숙이더니 몸을 떨었다.

“형…….”

악문 입술 아래로 피가 흘렀다. 그리고 박광신의 눈에서도 굵은 물방울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그는 말해야 했다.

“우리 길드장…….”

뱀파이어가 되어 버린 흑점 길드장 강청.

박광신은 그 말을 하고는 바닥에 엎드려 오열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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