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247화 (245/300)

# 247

도전은 계속되었다.

다 잡았다고 생각한 탄야가 진짜 힘을 보이자 다시 격차가 벌어졌다.

그럼에도 느리지만 조금씩 격차를 좁혔다.

-인간이 이렇게까지.

탄야도 결국 놀라고 말았다.

인간의 성장은 그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특히 상엽은 어떤 상황에서도 굴복하지 않았다.

무려 천 번이었다.

상엽은 탄야에게 천 번을 죽었다. 그런데 이제는 죽음에 대한 후유증마저 보이지 않았다.

-죽음은 인간에게 가장 큰 충격이다. 그런데 어째서 멀쩡한 거지?

“뭐든 익숙해지기 마련이거든.”

상엽은 그렇게 말하며 천 번을 넘어선 전투를 시작했다.

그 싸움은 접전이었다.

동굴이 무너지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과격한 전투가 벌어졌다.

광장을 가득 메우는 폭발이 일어났지만 상엽은 최소한의 방어로 계속해서 살아남았다.

땅을 가르는 주먹을 피하고 공기를 터트리는 충격파는 흘려 냈다.

방어벽을 속임수로 사용하며 무릎을 공략하다 친위대를 소환하는 빛으로 시선을 끌며 팔꿈치를 노렸다.

성아는 상엽의 명령에 따라 소환과 재소환을 반복하며 신경을 거슬렸고, 상엽은 균열을 보이는 피부에 망자의 손길을 꽂았다.

-크아!

진한 고통을 느끼기 시작한 탄야는 공포심을 자극하는 괴성으로 상엽의 정신을 흔들었다.

하지만 상엽은 이를 아무런 스킬도 없이 막아 냈다.

‘생각을 지운다.’

감정과 생각을 지우고 오직 본능과 버릇에 따라 전투를 이어 갔다.

쾅! 쾅!

해머가 적중하는 횟수가 늘어났고 어느 순간 탄야의 무릎이 무너졌다.

쿠릉!

탄야가 한쪽 무릎을 꿇더니 불꽃 칼을 길게 휘둘렀다.

그 한 방으로 중앙에 있던 수정구가 깨져 버렸다.

광장에 어둠이 내려앉았지만 상엽에겐 문제가 되지 않았다.

쾅!

분노한 탄야의 행동은 상엽에게 위협보다 기회가 되었다.

상대가 거칠어질수록 상엽은 냉정해졌다.

쾅!

그리고 드디어 해머가 탄야의 얼굴에 닿았다.

턱을 강타당한 탄야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졌고 그때부터 광기의 폭주가 시작됐다.

상엽은 지금까지 그 광기를 넘어서지 못했다.

사방으로 암흑의 기운이 폭사되고 이 기운은 회오리가 되었다가 다시 태풍처럼 몰아쳤다.

탄야의 몸을 중심으로 불규칙하게 뻗은 검은 안개 같은 기운은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상엽뿐만 아니라 그 공간 전체를 위협했다.

‘접근해야 돼.’

상엽은 언제나 이를 막거나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이동 경로까지 이미 암흑의 기운이 모두 잠식했기 때문이다.

상엽은 차라리 공격을 마음먹었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감도 생겼다.

‘간다.’

실패해도 다음 기회가 있다.

진짜 죽음이 아니기에 상엽은 어느 순간부터 두려움 자체를 가지지 않았다.

다만 빨리 이곳에서 빠져나가야 한다는 조급함이 있었다.

툭.

상엽은 탄야의 몸까지 가는 방향을 설정하며 공중을 뛰기 시작했다.

아르마딜로의 방어벽도 뚫릴 만큼 강력한 공격이라 오직 이동에만 집중했다.

‘단번에 가야 돼.’

빠르게 변하는 암흑의 기운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상엽은 드디어 기회를 잡고 힘차게 뛰었다.

‘파괴전차.’

찰나의 시간을 이용해 최고 속도로 달린 그는 단숨에 탄야의 몸 앞에 닿았다.

그때, 지금까지 움직이지 않던 탄야가 몸을 뒤틀며 주먹을 바닥으로 내리꽂았다.

상엽은 이를 다시 한번 피했지만, 갈라진 땅에서 엄청난 충격파가 솟아올랐다.

‘쳇.’

버틸 수 없는 공격이라 판단한 상엽은 아쉽지만 다시 뒤로 물러났다. 그렇지만 그의 눈은 계속해서 탄야를 주시했다.

‘지금.’

상엽이 피한 것을 인지한 탄야는 불꽃검을 다시 휘두르려 했다.

기다렸던 동작을 본 상엽은 평소와 달리 불꽃검을 피하지 않았다.

‘여기서 해야 돼.’

그는 처음으로 온 힘을 실어 다가오는 칼날을 향해 해머를 휘둘렀다.

동작은 빨랐지만 타격이 되는 순간, 모든 힘을 집중하자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탄야의 손은 튕겨 났지만 상엽도 충격으로 인해 뒤로 날아가고 말았다. 그런데 상엽은 이를 기회로 삼았다.

‘잡았다.’

파괴전차가 다시 한번 펼쳐졌다.

추격을 하려던 탄야는 상엽이 갑자기 앞으로 뛰쳐나오자 다급히 왼손으로 앞을 막았다.

그런데 그가 기다렸던 충격은 일어나지 않았다.

상엽은 팔각 대시로 방향을 바꿔 탄야의 몸이 아닌 얼굴을 노렸다.

뛰어오른 상엽의 눈에 탄야의 정수리가 보였다. 그런데 탄야의 솟아오른 뿔에 불쾌한 기운이 모였다.

팟!

두 개의 뿔에 모인 기운은 엄청난 스파크를 만들며 상엽을 덮쳤다.

‘지금 해야 돼.’

기회를 잡은 상엽은 더 이상 물어나지 않았다.

파괴의 일격.

상엽은 오히려 이것을 기회로 여겼다.

그가 빠르게 휘두른 해머 끝에 거대한 해머가 소환되었다.

파괴의 일격 역시 상엽의 동작이 변하면서 그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하지만 스파크가 닿는 것이 먼저였다.

‘견뎌야 돼.’

서로 찰나의 순간이었다.

상엽은 온몸이 터져 나가는 고통 속에서도 끝까지 해머를 휘둘렀다.

전기는 순식간에 상엽의 정신을 아찔하게 만들었다. 그 순간 상엽은 지금과 달리 괴성을 질렀다.

“으아아!”

정신을 차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지른 고함이었다.

콰쾅!

의지의 함성으로 지킨 그 찰나의 순간이 결과를 바꿔 놓았다.

거대한 해머가 탄야의 정수리에 꽂힌 것이다.

순간, 탄야의 모든 행동이 멈췄다. 충격이 몸 전체로 퍼진 것이다.

‘해야 돼.’

상엽의 너덜너덜해진 몸은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스트라이크.’

바닥에 떨어지기 직전, 상엽의 몸이 다시 한번 솟구쳤다.

쾅!

해머가 이번에는 심장을 때렸다.

-끄윽…….

최초로 탄야가 답답한 신음 소리를 냈다.

‘한 번 더.’

쾅!

이번에는 턱이었다.

상엽의 해머가 탄야의 턱을 들어 올렸다.

털썩.

어퍼컷을 날려 준 상엽은 더 이상 공격을 하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쓰러져.’

상엽은 속으로 그렇게 말했다.

탄야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비틀거렸고 상엽의 눈빛은 더욱 간절해졌다.

‘버텼어.’

흔들리는 몸이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이제 상엽은 다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도 버틸 수 있어.’

상엽의 몸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탄야는 빠르게 정신을 추슬렀고 이제 균형을 잡았다.

‘제발 버텨라.’

상엽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임을 알았다. 그러면서 비틀거리는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탄야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시야가 흐려졌기 때문이다.

한계가 온 것이다.

“으아아!”

상엽은 다시 한번 괴성을 질렀다. 그러면서 해머를 들어 올렸다.

그 순간, 천장에 거대한 해머가 다시 소환되었다. 그런데 해머의 크기가 상상을 초월했다.

광전사의 정수로 다섯 번이나 압축이 된 해머였기 때문이다.

상엽은 이 한 방에 모든 것을 걸었다. 이 공격이 끝나면 그는 결과가 어떠하든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콰릉!

상엽은 훨씬 무거워진 해머를 바닥으로 내리꽂았다.

뚜둑!

온몸에서 뭔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동시에 모든 근육이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아팠다.

우두둑!

근육에 이어 뼈까지 부러졌다. 그럼에도 상엽은 해머를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그 투지는 결과로 나타났다.

쿠릉!

겨우 정신을 차린 탄야의 이마에 파괴의 일격이 떨어졌다.

쩌적!

탄야의 이마에 균열이 생기며 사방으로 불꽃이 피처럼 튀어나왔다.

상엽은 바닥에 누워 비처럼 쏟아지는 불꽃을 보았다.

마치 폭죽놀이 같았다.

동굴을 무너트릴 것 같은 탄야의 괴성이 그 순간에는 듣기 좋은 함성으로 들렸다.

‘쉬고 싶다.’

상엽은 졸음이 밀려왔다. 하지만 끝까지 의지를 발휘해 부서지는 탄야의 몸을 모두 지켜봤다.

이마에서 시작된 균열은 몸 전체로 번졌고 동굴 천장뿐만 아니라 바닥까지 전부 불꽃으로 가득 찼다.

‘따뜻하네.’

상엽은 그 불꽃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불꽃 덕분에 좀 더 오랫동안 버틸 수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고요가 찾아왔다.

힘든 몸을 이불처럼 덮어 주던 불꽃도 사라지고 없었다.

‘이겼어.’

그 단어가 떠오르는 순간, 상엽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깊은 잠에 빠졌다.

* * *

“으…….”

상엽은 허리를 부여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인님, 전부 회복됐습니다.

“야, 이 정도 했으면 엄살 좀 부려도 되잖아.”

-죄송합니다. 정말 아프신 줄 알고.

몸은 깨끗이 회복되었다.

“이겼어.”

“축하해요.”

상엽의 뒤에 성아가 서 있었다. 그런데 그녀의 분위기가 평소와 달랐다.

“완성된 거야?”

“네. 제 힘을 전부 되찾았어요. 상엽 씨 덕분이에요. 이 은혜는 잊지 않을게요.”

“진실의 신이니까 거짓말은 아니겠지?”

“네, 물론이에요.”

상엽을 선택한 성아의 선택은 옳았다. 그녀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빨리 힘을 완성했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상엽의 수호신이 아니었다. 독립된 신이 된 것이다.

히잉!

그리고 상엽이 이겼다는 또 다른 증거가 나타났다.

“야, 주인은 개고생하는데 어디 갔다 왔어?”

지옥마는 핀잔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상엽 앞에 섰다. 그러다 슬쩍 긴 목을 움직여 상엽의 볼에 비볐다.

미안하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상엽은 지옥마를 질책할 생각이 없었다.

“고마워. 너 덕분에 살았어.”

푸르!

감사 인사를 들은 지옥마는 투레질을 한 번 하더니 어디론가 걸어갔다.

그곳은 무너진 탄야의 석상이 있는 곳이었다.

폐허가 된 광장의 중앙에는 검은 수정구가 있었다. 얇은 유리 벽 내부에 블랙홀을 담아 놓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상엽은 그것이 탄야의 힘임을 알았다.

그는 천천히 탄야의 수정구로 손을 뻗었다.

“탄야의 영혼은 아직 남아 있을 거예요.”

“그래? 잘됐네. 안 그래도 할 이야기가 있었는데.”

수정구에 손이 닿자 바로 탄야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좋은 방법을 알려 주지.

“무슨 좋은 방법?”

-새롭게 계약을 하는 것이다. 우리가 힘을 합치면 프로토를 이기는 건 아주 쉬운 일이니까. 그 후에 너와 내가 세상을 전부 가지는 거지.

“나 혼자도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넌 내 힘을 모두 가질 수 없어. 결국 프로토에게 죽고 말 거야.

“안 그럴 거 같은데.”

-날 믿어! 절대 거짓말이 아니라고!

“뭐 거짓말이 아닐 수도 있지.”

상엽은 잠시 말을 멈추고 수정구를 보았다. 수정구 안에는 갇힌 것처럼 답답해하는 탄야의 모습이 나타났다.

-내 말을 들어! 우린 영혼의 계약을 하는 거야!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계약을 해 주겠어! 넌 세상을 가질 것이고! 신의 대륙에서 유일신이 될 거야! 약속해! 널 유일신으로 만들어 줄게!

“그리고 내 등에 칼을 꽂겠지.”

-절대 그러지 않아! 그것도 계약 내용에 포함시킬게! 너에게 해가 되는 일은 절대 하지 않겠어! 오직 널 도와주기만 하겠어! 나도 프로토를 죽여야 해! 반드시!

“악마가 인간의 공감을 유도하는 거야? 자존심도 없어?”

-살려 줘! 제발!

상엽은 웃으며 수정구 안의 탄야를 보았다. 그러다 수정구를 잡은 손에 조금씩 힘을 주었다.

쩌적!

수정구에 균열이 생겼다.

-안 돼! 제발! 부탁이야! 내가 이렇게 빌게!

상엽은 말이 없었다. 그러다 수정구가 깨지기 직전에 힘을 풀었다.

-고, 고마워! 정말 고마워!

“더 간절하게 빌어. 그래야 내 마음이 움직이지.”

-부탁해! 제발! 내가 이렇게 빌게!

탄야는 수정구 안에서 머리를 땅에 박으며 절을 했다.

“수정구 안에서 깨지면 어떤 식으로든 부활할 수 없어요. 완전한 소멸이죠. 악마에게 내려지는 최고의 형벌이에요.”

그 말에 상엽이 웃었다.

“뭐해? 더 빌어.”

-살려 줘! 제발!

“그래. 잘했어.”

-고, 고마워. 그럼 우리…….

“희망을 가져야 내가 죽일 맛이 나지.”

쾅!

상엽은 수정구를 주먹으로 깨트려 버렸다.

탄야의 표정에 희망이 떠오른 그 순간에 소멸시켜 버린 것이다.

“개새끼. 그동안 한 짓을 생각해야지.”

깨트린 수정구의 검은 블랙홀은 소용돌이를 만들더니 사방으로 암흑의 기운을 뿌렸다. 그러다 천천히 상엽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상엽은 눈을 감고 그 힘을 전부 받아들였다.

갓코인의 힘과 달리 암흑의 힘은 꽤 거칠고 날카로운 느낌이었다.

“후우.”

힘을 모두 흡수한 상엽은 길게 한숨을 쉬며 눈을 떴다.

“이제 나가자.”

히잉!

지옥마는 기다렸다는 듯이 상엽의 앞으로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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