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246화 (244/300)

# 246

탄야는 강했다.

상엽은 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수십 번을 죽었지만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프로토가 여유를 부렸던 이유를 상엽은 절실히 깨달았다.

‘벌레 같았겠지.’

언제든 죽일 수 있는 벌레.

프로토에게 상엽은 그 정도 수준이었다.

‘절대신에게 진 녀석도 이렇게 강하다니.’

탄야도 프로토를 이기지 못했다. 단순히 생각할 때, 프로토가 탄야보다 강하다는 것이다.

-포기하라.

“싫어. 알면서 왜 자꾸 물어? 불안해지기 시작한 거야?”

-프로토는 내 손으로 죽이겠다.

“이미 졌다면서?”

-그래도 가능성이 있다면 나에게 있겠지.

“그건 인정하는데, 아직 싸움이 끝난 게 아니잖아.”

상엽은 프로토를 죽이기 위해 성장하는 게 아니었다. 프로토 역시 과정일 뿐이었다.

그들의 싸움은 계속되었다.

상엽은 끊임없이 도전하고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그런데 그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백오십 번의 죽음이 넘어가자 상엽도 마음의 동요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길 수 없는 건가?’

아직 탄야에게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한 터라 이젠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낄낄! 이제 포기하는 건가?

“닥쳐.”

상엽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섞였다. 도저히 감을 잡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접근조차 못 한다니.’

다섯 명에 이르는 신의 힘을 얻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것이 모두 발현이 됐다.

그럼에도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엄청난 힘의 차이 앞에 상엽은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때, 탄야가 처음으로 선공에 나섰다. 상엽은 모든 스킬을 동원해 이를 막았지만 결국 방어벽은 간단히 뚫리고 말았다.

또 한 번의 죽음이었다.

허무한 죽음이 이어졌다.

상엽은 말이 없었고 의무적으로 해머를 휘두를 뿐이었다. 스킬을 쓰고, 변화를 주었지만 결과는 같았다.

이백 번의 죽음.

-낄낄! 자신 있던 모습은 어디로 갔지?

탄야가 어떤 말을 해도 상엽은 대꾸가 없었다.

-포기한 건가?

이 역시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때부터는 의미 없는 전투와 죽음의 반복이었다.

결국 보다 못한 성아가 나섰다.

-당신답지 않아요.

성아의 질책에도 상엽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리고 또다시 허무하게 죽음을 맞았다.

그렇게 삼백 번의 죽음이 넘어갈 때였다.

탄야는 선공을 하지 않는 상엽을 향해서 주먹을 휘둘렀다. 그렇게 길게 늘어난 팔이 채찍처럼 휘어지며 상엽의 몸을 박살 내려 할 때였다.

쾅!

상엽이 다가오는 팔을 해머로 쳐 냈다.

-응?

큰 충격은 아니지만 공격이 처음으로 막힌 것이다.

탄야는 반사적으로 상엽의 표정을 보았다.

여전히 의욕이 없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다시 한번 암흑의 빛을 쏘자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를 옮겨 피해 냈다.

두 번의 실패.

탄야는 본격적인 공격에 나섰다.

세 번째는 암흑의 회오리였다. 상엽은 이를 빠르게 피하려 했지만 결국 범위의 끝에 걸려 회오리의 중심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결국 그렇게 또 한 번의 죽음을 맞이했다.

상엽이 변하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스킬을 쓰지 않았다. 그가 죽음을 반복하면서 멍하게 있었던 것은 생각하기 위해서였다.

‘방법이 있을 거야.’

이를 찾지 못하자 의욕이 사라졌고 점점 자신감을 잃었다. 그러다 시도하지 않은 한 가지를 깨달았다.

‘스킬 없이 싸워 보자.’

암흑의 신전에서 배운 경험을 통해 스킬 대신 신체 능력만으로 싸울 생각을 한 것이다.

방어벽이 없다고 생각하고 전투에 임하자 처음으로 탄야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힘 싸움이 가능한 공격은 해머로 쳐 내고 그렇지 않은 공격은 완전히 피하는 걸 목적으로 했다.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열 번까지 피해 내는 데 성공하자 상엽의 눈빛에 다시 생기가 돌았다.

그리고 오백 번의 죽음을 반복한 결과 드디어 해머가 탄야의 발등을 찍었다.

탄야의 가죽에 겨우 흔적 하나를 남긴 것이지만 이것이 주는 의미는 컸다.

“미리 예고할게. 이제 스킬을 섞을 거야.”

상엽은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신체 능력으로 피하다가 공격에서는 스킬을 적극 활용하는 방법이었다.

그의 전투는 암흑의 신전에 들어오기 전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전투 기술이었다.

그동안 힘과 스킬로 상대를 제압하던 것에서 벗어나서 적은 힘으로 효율적인 효과를 내는 습관이 생겼다.

위치를 선점하고, 상대를 예측하는 것뿐만 아니라 변수를 주거나 빠르게 치고 들어가는 부분이 확연히 달라졌다.

게다가 해머에만 집착하지도 않았다.

스킬을 쓰는 것도 미리 계산이 되어서 명확한 목적을 가졌다.

그동안은 어떻게든 스킬로 끝을 보려 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스킬을 속임수로 쓰고 망자의 손길로 다시 한번 현혹한 다음에 해머로 두드리기도 했다.

그리고 끝도 없이 펼쳐지는 반복 전투로 인해 이런 스타일이 자연스레 습관이 되었다.

쾅!

그 습관들이 실력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한 거야.’

상엽은 이를 절실히 깨달았다.

어떤 힘이든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스킬뿐만 아니라 몸의 움직임도 마찬가지였다.

빠르게 이동할 때는 힘을 빼고 근육의 탄력을 중심했고, 타격을 할 때도 한 순간 힘을 주는 습관이 생겼다.

스킬 역시 가장 어울리는 상황에서 펼쳐 내자 지금까지와는 다른 결과를 만들었다.

이것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탄야와 상엽은 접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가진 힘은 여전히 탄야가 앞서지만 상엽도 만만치가 않았다.

힘을 제대로 쓰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상엽의 전투에 아주 큰 변화를 주었다.

“아우!”

접전을 펼치다 다시 패배한 상엽은 부활과 동시에 탄성을 질렀다.

“야, 악마. 왜 이제 네가 말이 없냐?”

탄야는 당황하고 있었다. 이제 스스로 포기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오백 번을 넘게 죽였지만 상엽은 오히려 자신감을 얻고 있었다.

이제 아무리 상엽을 자극해도 소용이 없는 것이다.

“자, 다시 간다.”

상엽은 즐기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급격히 고갈되던 체력이 이제는 20분이 지나도 그대로 유지됐다.

한 방 한 방이 강력하게 들어갔고, 다음 동작이 아니라 그다음 동작까지 계획이 생겼다.

그리고 유연하게 계획을 바꿨다.

본능과 이성이 적절히 조화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성아, 준비해.’

지금까지 전투에 활용하지 않았던 성아가 드디어 합류했다.

그리고 친위대도 소환되었다.

친위대는 그동안의 전투와 달리 상엽의 명령에 따라 최대한 먼 거리에서 진형을 갖췄다.

근접 병사들이 방패병 역할을 하고 원거리 공격으로 지원만 하는 형태였다.

20단계가 된 친위대의 위력은 탄야에게 직접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신경을 건드리는 데는 충분했다.

‘눈만 노려.’

탄야의 신체 중에서 가장 약한 부분이었다.

“자, 제대로 싸워 보자고.”

전투가 시작되자 상엽은 자신감 있게 탄야를 향해 뛰었다.

툭.

예전과 달리 가볍게 뛰어오른 상엽은 고스트 실드를 최소한으로 소환하며 공중을 뛰어다녔다.

‘고스트 체인.’

가벼운 스킬로 신경을 건드리고 반격이 오면 주저 없이 뒤로 빠졌다.

‘지금.’

용암이 소환되는 틈에 상엽은 아르마딜로의 방어벽을 만들어 앞으로 뛰쳐나갔다.

탄야는 예상을 했는지 상엽에게 날카로운 손톱을 뻗었지만 상엽은 스트라이크와 유령 걸음으로 이를 흘려 내고 탄야의 팔꿈치에 망자의 손길을 꽂았다.

망자의 손길의 활용도 달라졌다. 지금까지는 고슴도치의 가시처럼 활용했다면 이제는 스프링 같은 느낌이었다.

힘을 압축했다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방식이라 빠르고 위력도 증가했다.

하지만 탄야의 피부를 뚫을 정도는 아니었다.

‘파괴전차.’

간단히 자극만 준 상엽은 파괴전차로 탄야의 머리를 향했다. 동시에 탄야의 눈에서 핏빛 빛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상엽은 빛이 생성되는 순간에 이미 파괴전차를 멈추고 탄야의 하체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탄야는 레이저처럼 뿜어내는 빛으로 상엽을 잡기 위해 시선을 돌렸다.

그때, 수십 개의 폭음과 바람 소리가 들렸다.

친위대가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그들의 공격은 명령대로 탄야의 눈을 노렸다.

탄야는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간단히 이를 피하려 했다. 하지만 성아가 공기의 흐름을 바꿔 화살의 궤도를 바꿔 버렸다.

놀란 탄야는 고개를 돌리며 질긴 피부로 공격을 버텨 냈다. 그 순간, 그의 발등에서 고통이 올라왔다.

쾅!

상엽이 해머로 발등을 찍은 것이다. 그리고 해머를 내려친 충격을 탄력으로 이용해 하늘로 솟구쳤다.

탄야는 이를 손을 휘둘러 잡으려 했지만 상엽은 몸을 뒤집으며 고스트 실드를 밟고 다시 바닥을 향했다.

쾅!

같은 자리에 또 한 번의 충격이 퍼졌다.

그 순간, 화가 난 탄야가 몸을 펼치며 괴성을 질렀다.

순간 엄청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상엽은 모든 방어 스킬을 활용하며 앞을 막았다. 그런데 이 역시 지금과 달랐다.

아르마딜로의 방어벽을 피부와 닿도록 펼치고 압축피부까지 더한 상태에서 충격파를 맞았다.

툭.

그리고 충격파가 닿는 순간 스스로 몸을 띄워 뒤로 물러났다.

그 자리에서 버텼다면 방어벽뿐만 아니라 상엽의 몸이 소멸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충격파를 밀어내는 힘으로 활용해 물러서자 아르마딜로의 방어벽이 깨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버텨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충격파가 끝났을 때, 빠르게 다시 접근했다.

‘성아, 제대로 잡아.’

상엽은 성아가 모든 힘을 쏟아붓도록 했다.

명령대로 성아는 탄야 주변의 공기를 압박하며 잠시지만 행동이 쉽지 않도록 만들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상엽에겐 그것으로 충분했다.

‘데스 서클.’

상엽은 성아의 압박을 풀기 위해 다시 한번 충격파를 만드는 탄야를 보며 강력한 스킬을 준비했다.

처음에는 충격파를 피했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상엽은 돌기둥을 소환하고 그 앞에 아르마딜로의 방어벽을 소환한 다음, 돌기둥과 방어벽 사이에 고스트 실드를 만들었다.

그리고 자신은 압축피부를 시전한 채로 돌기둥 뒤에 숨었다.

탄야의 충격파에 방어벽이 깨지고 실드마저 사라졌고, 돌기둥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그런데 압축피부의 상엽은 버텨 냈다.

세 번의 저항으로 그나마 충격파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그 상태에서 상엽은 준비했던 데스 서클을 던졌다.

빛은 급소가 아닌 탄야의 발목을 노리며 날아갔다. 그리고 빠르게 범위를 확장하더니 공중으로 상승하는 충격파를 발생시켰다.

이를 본 탄야는 처음으로 두 발을 떼고 자리를 옮겼다. 그때였다.

쾅!

이동하는 탄야의 옆구리에 해머가 박혔다.

그 한 방에 탄야의 몸이 떨렸다. 피부는 단단했지만 내부의 충격이 온몸으로 퍼진 것이다.

그런데 탄야는 반격보다 방어벽을 만들었다. 유령 잔상을 의식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상엽의 속임수였다.

상엽은 다시 한번 바닥으로 떨어지며 탄야의 발등을 찍었다.

세 번째 같은 자리를 공격한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스트라이크까지 활용했다.

팍!

탄야의 발등이 폭발하듯 터져 나갔다. 드디어 질긴 피부가 찢어진 것이다.

기회를 잡았지만 상엽은 무리하지 않고 뒤로 물러났다.

그 순간, 상엽이 서 있던 자리를 거대한 낫이 쓸고 지나갔다. 미리 피하지 않았다면 몸이 잘릴 만큼 빠르고 신속한 공격이었다.

“어때? 난 슬슬 재미있어지는데.”

-후회하게 해 주마.

“남은 힘이 있으면 전부 써야 할 거야.”

상엽은 천천히 탄야를 향해 걸어갔다. 그런데 탄야는 예전처럼 쉽게 공격에 나서지 못했다.

슥.

탄야는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한 발 뒤로 물러났다.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는데 말이야.”

상엽은 여전히 탄야를 주시하며 말했다.

“네가 포기하는 게 어때?”

-닥쳐라!

분노한 탄야가 참지 못하고 팔을 뻗었다.

화르르!

그의 손에는 지금까지와 달리 불타오르는 거대한 검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접었던 날개를 활짝 펼쳤다.

화르르!

탄야의 몸 전체가 강렬한 불에 휩싸였다.

분노한 눈동자는 차가운 느낌의 푸른 불꽃이 치솟았고 박쥐를 닮은 날개에는 가시가 촘촘히 박혀 있었다.

“이제 진짜로 할 마음이 생긴 거야?”

-지옥으로 떨어질 것이다.

“거긴 악마가 가야 어울리지.”

상엽은 모든 힘을 개방한 탄야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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