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239화 (237/300)

# 239

축제는 이틀 일정이었다.

상엽은 단 하루를 국민들과 함께 웃고 떠드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도 지킬 선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테리아 그룹에서 세 개의 지사 건설을 시작했습니다.”

테리아 그룹은 이미 테니아 시티에 지사를 두고 있었지만 사업을 더욱 확장하기로 했다.

특히 이미 생산에 들어간 식량 지대를 직접 관리하고 교육 분야에 힘을 쏟을 예정이었다.

“국가가 나 없어도 잘 돌아가네.”

루시를 칭찬하는 말이었다. 그런데 루시는 고개를 저었다.

“코드 원이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지금 코드 원은 테니아 시민들에게 종교와 같습니다.”

실제로 상엽은 국왕이 아니라 신으로 추앙되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친근한 신.

종교가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난 그냥 가족이 늘어난 거라 생각하는데.”

“그 사상이 국민들에게도 전파가 된 것 같습니다.”

기분 좋은 보고였다. 하지만 언제나 좋은 보고만 있는 건 아니었다.

다만 루시가 많은 부분을 알아서 해결했다.

“아마존 아가씨들은 어때?”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별로 잘 적응할 스타일은 아닌데?”

“아닙니다. 문제없습니다.”

루시의 자신감 있는 대답이 상엽을 안심시켜 주었다.

그때, 루시가 항상 착용하는 이어폰으로 뭔가 보고가 들어왔다.

작은 목소리지만 상엽도 분명히 들었다.

“사고가 있었어?”

“신경 쓰실 일은 아닙니다. 어제 축제 중에 소란이 있어서 조사 중입니다.”

“어느 정도였는데?”

축제에는 항상 사고가 있기 마련이라 상엽도 큰 걱정 없이 물었다.

“집으로 돌아가던 중에 폭행 사건이 있었습니다. 크게 다친 정도는 아닙니다.”

그 말을 듣자 상엽은 오히려 의심이 들었다.

“그런 일을 루시가 직접 보고를 받는다고?”

루시가 나설 정도의 사건이 아니었다.

“상처가 좀 이상해서 말입니다.”

그녀는 더 이상 숨기지 않고 태블릿 PC에 저장된 사진을 보여 주었다.

세 명의 사내가 있었고 그들은 팔과 다리, 어깨에 상처가 있었는데 마치 피부를 도려낸 것 같은 흔적이 남았다.

“피부가 썩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시하라고 했습니다.”

“범인은?”

“찾지 못했습니다.”

축제 중이라 외부인이 워낙 많았다.

테니아의 시민들뿐만 아니라 일반 관광객도 있었고, 다른 국가에서 사절단 형식으로 건너온 무리도 있었다.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그래, 알았어.”

상엽은 루시를 믿고 이 사건에 대해서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100억 코인.

지옥마와 친위대를 20단계로 강화하고도 상엽에겐 100억 코인이 남았다.

‘또 다른 신을 선택하고 암흑의 신전에 대해서 밝혀내자.’

이것이 상엽의 계획이었다.

그는 고민 끝에 블랙 신을 선택했다.

이번에도 상엽은 성아를 통해 신들의 특징을 미리 들었다.

“대단한 신들이었어요. 그들 중에도 이르타르는 가장 거친 신 중의 하나였어요. 실제로 자신이 지배하는 세상을 멸망시키기도 했죠.”

“그런데 계속 신을 했다는 거야? 거긴 법도 없어?”

“율법에 따라 징계를 당했어요. 다시는 인간을 지배할 수 없었죠. 하지만 그렇다고 그의 능력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어요.”

“사이코패스 같은 신이네.”

평가는 별로였지만 그 힘에 관해서는 욕심이 났다.

“힘은 쓰기 마련이지.”

상엽은 이르타르로 결정을 내리고 하와이로 갔다.

멸절의 신 이르타르.

그는 괴물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30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체구에 네 개의 손을 가졌고 기둥을 세워 놓은 것처럼 높고 긴 발을 가졌다.

피부는 황토색이었고 거칠게 털이 나 있어서 언뜻 보면 거미가 양발로 서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참 더럽게 생겼네.”

상엽이 이르타르를 본 감상이었다.

그런데 3급 신의 상점에서 상엽은 찜찜한 기분을 느꼈다.

‘이번에도 누군가가 먼저 왔어.’

5급은 10명, 4급은 7명, 3급은 5명의 신이 있었다. 그런데 상엽은 항상 이것보다 한 명이 적은 상태에서 선택을 했다.

선점한 자가 있는 것이다.

3급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상엽이 선택할 수 있는 신은 4명뿐이었다.

‘어떤 놈이지?’

갓랭킹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상엽은 당연히 이번 3급에서 따라잡을 것이라 예상했다.

워낙 단기간에 많은 코인을 모았기 때문이다.

“이르타르. 완성해 주세요. 일시불로.”

일단 본래의 목적대로 이르타르를 완성했다. 그러자 이르타르의 모습이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더 더럽게 생겼네.”

상엽은 자신이 선택을 했음에도 이르타르의 외모에는 눈살을 찌푸렸다.

단번에 이르타르의 힘을 완성한 상엽은 남은 코인이 없음에도 떠나지 않았다.

“2급 보여 주세요.”

“코인이 없지 않나?”

“그냥 보고 싶어서요.”

3급을 완성했기에 자격은 충분했다.

“1퍼센트당 5억 코인이네.”

예상대로 2급 신을 완성하려면 500억 코인이 필요했다.

‘사람 한 명 살리는 건 거저네. 1억이라고 했으니까.’

사람 한 명을 살리는 것은 신의 능력으로는 그 정도의 가치라는 것이다.

그런데 상엽은 문득 여기서 의문 하나가 들었다.

“1급 상점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은데요.”

“말하게.”

“1급 신의 상점에서는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들었어요. 1급 신을 완성해야 하는 건가요? 아니면 바로 이용할 수 있나요?”

2급 신의 상점을 둘러본 상엽이 당연히 가지게 되는 의문이었다.

“블랙 상점에서는 사람을 살릴 수 없네.”

상엽은 그 말을 듣자 레나에게 샀던 정보를 떠올렸다.

-1급 화이트 상점에서 살릴 수 있어.

이를 알면서도 물어본 것은 항상 그렇듯이 블랙 상점에서도 똑같은 힘이 있을 거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럼 1급 신의 상점에서는 무엇을 할 수 있죠?”

“전부를 말해 줄 수는 없네. 다만 1급 신의 상점에서 어느 정도의 조건을 만족하면 신의 특별한 능력을 이용할 수 있지. 어떤 능력이 있는지는 직접 가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네.”

당장 그레이 상점에서 코인을 주고 알아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상엽은 사람을 살릴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만족했다.

‘이젠 화이트 상점에 올인해야 하나?’

누나를 살리기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 한다. 하지만 고민이 앞섰다.

‘방어보다는 공격이 우선이야.’

아직도 상엽은 자신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당장 블랙 상점에서도 자신보다 앞서 있는 이가 있었다.

‘시너지가 워낙 좋으니까.’

지금까지 자신보다 많은 코인을 투자한 자들을 이런 식으로 이겨 왔다.

“알았어요.”

상엽은 이 부분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고, 최근에는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고가 돼야 돼. 그래야 누나도 안전해.”

다른 이들이 범접할 수 없는 힘을 가져야 한다. 그러려면 단계를 밟는 수밖에 없었다.

‘다음은 3급 화이트 상점.’

상엽은 여기까지만 결정을 하고 하와이를 떠났다.

하루가 되지 않는 시간에 상엽은 테니아 시티로 돌아왔다. 그런데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일이 일어났다.

“변이 인간이었습니다.”

세 명의 사내에게 똑같은 상처가 남았던 사건의 결론은 충격적이었다.

사내들은 서서히 변이 인간으로 변했고, 루시는 결국 그들을 제거했다.

“범인은?”

“알아냈으나 잡지 못했습니다. 이미 이곳을 떠난 것으로 보입니다.”

루시는 CCTV에 찍힌 화면을 보여 주었다.

회색 모자를 쓰고 비릿한 웃음을 흘리고 있는 20대 초반의 사내였다.

그는 CCTV를 마치 카메라처럼 보면서 웃고 있었다.

“경고라도 하겠다는 건가?”

“지금은 알 수 없습니다.”

“가만히 있지는 않겠지. 뭔가 대응을 할 거라고 생각했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사건이 아니었다.

“후우.”

상엽은 이 사건이 무척 답답했다.

그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암흑의 신전에 가야 하는데.”

“좀 미루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지.”

암흑의 신전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었다.

악마가 잠들어 있다는 것이 유일한 정보였다. 이는 그레이 상점에서도 팔지 않는 정보였다.

성아를 통해 악마에 대한 존재는 알았지만 신전으로 들어가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는 일이었다.

“마치 알고 그런 것 같지 않아?”

상엽은 이 부분이 의심스러웠다.

암흑의 신전에 가려는 타이밍에 그걸 막는 듯한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내부는 철저히 관리하고 있습니다.”

상엽의 목적을 제대로 아는 자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외부에서 누군가 상엽의 정보를 넘기고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그때였다.

상엽의 집무실로 누군가 다급히 뛰어 들어왔다.

“코드 원, 일본이 공격받고 있습니다. 변종 새와 변이 인간이 나타났습니다.”

“뭐?”

상엽은 자신의 전화기를 급히 꺼냈다. 하지만 연락이 온 것은 없었다.

“막지 못할 정도라면 연락이 왔을 텐데.”

상엽의 말에 뛰어 들어온 요원이 빠르게 보고를 이었다.

“데스문은 이미 무너졌습니다. 지금 팬텀에서 지원군을 보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켄사로는?”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상엽은 그 말을 듣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확실해?”

“신뢰도는 꽤 높은 정보입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사고가 터졌다.

“직접 가 봐야겠어.”

상엽이 일본의 그레이 상점으로 가려고 할 때였다.

“코드 원.”

루시는 상엽의 행동을 멈추고 이어폰에 집중했다. 그러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상황을 알렸다.

“축제 사건의 범인이 나타났습니다. 변종 새와 변이 인간을 봤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어디야?”

“광동성 식량 단지입니다.”

상엽은 그 말을 듣는 순간, 한 가지 단어를 떠올렸다.

딜레마.

무엇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반대로 전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상엽은 이를 악물며 결정을 내렸다. 고민할 시간이 없는 사안이었다.

“광동성으로 간다. 그리고 블랙 해머 불러들여.”

“알겠습니다.”

결국 그의 선택은 테니아였다.

친분보다 그에게는 자신을 믿는 국가가 더욱 중요했다. 하지만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두고 보자.”

상엽은 이를 갈며 지옥마를 불러 광동성으로 향했다.

상엽이 광동성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식량 단지의 노동자 숙소가 점령을 당한 뒤였다.

그들은 모두 변이 인간에게 전염되어 짐승처럼 들판을 뛰며 다른 목표물을 찾고 있었다.

상엽은 마음이 아팠지만 주저하지 않고 변이 인간을 처리했다.

아직 살아 있을 때의 모습이 분명히 남아 있었다. 모두 자신을 믿고 따랐던 국민들이었다. 그들 중에는 상엽이 기억하는 자도 있었다.

“개새끼들. 내가 절대 그냥 안 둔다.”

상엽은 변이 인간들을 처리하며 계속해서 코드 제로의 정보를 들었다.

“당장 찾아.”

추종자는 이번 사건의 범인을 계속해서 추격했다. 그러다 해변가에서 그를 발견했다.

그런데 추종자를 통해 본 범인은 바닷가에서 유령을 보고 웃음을 보이더니 한순간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러자 그의 몸이 까마귀로 변했고 빠르게 바다를 건너기 시작했다.

“뛰어! 절대 놓치지 마!”

상엽은 다른 변이 인간들을 루시와 치안대에게 맡기고 범인을 따라갔다.

여유를 부리며 까마귀로 변한 범인은 추종자를 단숨에 따돌릴 정도로 빠르게 하늘을 가로질렀다.

그렇게 노을이 지는 아름다운 태양을 보며 까마귀는 육지로부터 점점 멀어졌다.

더 이상 전투의 소리도 들리지 않고 한없이 평화로운 바다가 펼쳐지자 까마귀는 속도를 줄이려 했다.

그때, 까마귀는 자신을 쫓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느꼈다.

‘어떻게?’

그 생각을 할 틈도 없이 날개를 펼친 검은 말이 까마귀를 쏜살같이 추격했다.

20단계 지옥마.

지옥마는 하늘을 달리는 것이 아니라 날고 있었다. 가속을 위해서 가끔씩 공중을 힘차게 찰 뿐이었다.

새보다 빠른 지옥마는 거칠게 까마귀를 덮쳤다.

팍!

지옥마와 충돌한 까마귀의 깃털이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그리고 상엽의 손에는 이미 날개 양쪽이 모두 부러진 까마귀가 들려 있었다.

“또 웃어 봐.”

상엽은 떨고 있는 까마귀의 다리를 손으로 뽑아 버렸다.

끼아!

비명을 지르던 까마귀는 온몸을 떨며 천천히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팔이 꺾이고 허벅지 아래의 다리가 사라진 인간은 상엽을 보고 더 이상 웃지 못했다.

“웃어. 아니면 평생 울게 해 줄 테니까.”

상엽은 그의 어깨와 갈비뼈까지 손수 부러트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내의 머리카락을 잡으며 지옥마의 방향을 돌렸다.

“이제 시작이야. 기대해.”

머리만 잡힌 채 매달려 가는 사내의 눈에서 고통의 눈물이 흘렀다.

노을은 야속할 정도로 공평하게 그의 눈물을 아름답게 비추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