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234화 (232/300)

# 234

“신기한 놈이네.”

변종왕은 특이한 능력이 있었다.

작은 고양이의 형태일 때는 상엽이 쫓아가지 못할 정도의 속도로 금이 간 부화장을 빠르게 돌며 전갈 꼬리로 독침을 날렸다.

그러다 상엽이 예상 경로를 파악해 돌진하면 갑자기 모습이 변했다.

딱딱한 껍질이 배를 덮고 있는 곰의 형태였다. 하지만 그 한 번의 충돌 이후로는 두 번 다시 공격을 직접 막지 않았다.

껍질이 깨지며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변종왕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하며 쉴 새 없이 공격을 퍼부었지만 모두 원거리에서 독을 쏘는 정도였다.

“겁먹은 거야? 왕의 품격이 없네.”

변종왕의 기세는 단 한 번의 충돌 이후에 크게 꺾인 상태였다.

원거리에서 나름대로 강력한 독을 뿜었지만 아르마딜로의 방어막을 뚫지 못했다.

‘노리는 게 있어.’

공격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변종왕은 부화장을 떠나지 않았다.

상엽이 굳이 출구를 막지 않는데도 도망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상엽은 경계심을 유지했다.

“지루해지려고 하잖아.”

계속되는 도발에도 변종왕은 거리를 유지했다.

“에이. 변종 잡는 데 이걸 써야 돼? 아까운데.”

상엽은 결국 아공간에서 동희의 음료를 꺼냈다. 그사이에도 변종왕이 날카로운 뼛조각을 날렸지만 아르마딜로의 방어벽 앞에서 무기력하게 막히고 말았다.

“끄윽!”

시원하게 트림을 한 상엽은 천장에 붙어서 머리를 뒤집은 채로 자신을 보고 있는 변종왕을 보았다.

“술래잡기 시작.”

펑!

상엽의 모습이 늑대인간으로 변했다.

자신이 가진 최고의 속도를 낼 수 있는 상태가 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숨겨 왔던 지옥마까지 꺼냈다.

그리고 몰이를 하듯 양쪽에서 추격을 시작했다.

변종왕은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는 상엽을 보며 방향을 틀다가 지옥마가 있음을 알고는 급히 천장에서 바닥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늑대인간이 된 상엽이 어느새 바로 뒤까지 따라왔다.

촷!

늑대인간의 날카로운 손톱이 전갈 꼬리를 잘라 버렸다.

크앙!

그러자 고양이의 모습이 호랑이로 변하며 변종왕이 이빨을 드러냈다.

하지만 늑대인간을 향해 달려들 틈이 없었다.

히잉!

늑대인간을 뛰어넘은 지옥마가 변종왕을 덮쳤기 때문이다.

지옥마는 긴 다리를 이용해 그대로 호랑이를 밟아 버리려고 했다.

변종왕은 물러서지 않고 앞발을 휘둘러 지옥마를 튕겨 내려 했다.

쾅!

지옥마도 물러서지 않았다. 둘의 충돌이 큰 울림을 만드는 순간, 늑대인간 상엽이 호랑이를 스치고 지나갔다.

촤앗!

상엽이 지나간 뒤에 호랑이의 오른쪽 옆구리가 갈라지며 피가 쏟아졌다.

그러자 변종왕은 주먹보다 작은 쥐로 변하더니 땅속으로 파고들려고 했다.

“그냥은 못 보내지.”

다시 인간으로 돌아온 상엽이 어느새 고스트 체인을 뿌리고 있었다.

날카로운 체인은 여전히 상처가 남은 변종왕의 오른쪽 옆구리를 꿰뚫었다.

촤랏!

체인이 관통으로 끝나지 않고 변종왕을 휘감기 시작했다.

크앙!

쥐는 다시 곰으로 변신하며 고스트 체인의 중간을 내려쳐서 잘라 버렸다.

하지만 이미 상처를 입은 변종왕은 상엽의 이어지는 공격을 막지 못했다.

쾅!

변종왕은 마지막 순간에 몸을 틀어 상처 부위가 아닌 껍질에 해머가 닿도록 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아껴 둔 일격을 가했다. 하지만 상엽은 그 장면을 보고도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

‘유령 잔상.’

깨진 껍질 위로 또 한 번의 충격이 터져 나왔다.

쾅!

결국 가슴뼈가 완전히 무너진 변종왕은 한쪽 벽이 완전히 무너질 정도로 밀려나다 깨진 계란처럼 흘러내리듯 쓰러졌다.

“생명 줄은 기네.”

“제발…….”

변종왕은 상엽의 마지막 감정에 생명을 걸었다.

노인의 모습으로 변한 변종왕은 기운을 잃은 목소리로 목숨을 구걸했다.

“지랄한다.”

쾅!

상엽은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변종왕의 머리를 터트려 버렸다.

변종왕은 다른 변종처럼 회색 빛으로 흩어지더니 상엽에게 흡수되었다.

“1억 코인치고는 별거 아니네.”

변종왕의 보유 코인은 무려 1억이었다. 왕에 어울리는 수치였지만 그만큼의 위협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상엽이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변종왕이 죽는 순간, 바닥을 메우고 있던 알의 흔적들이 녹아내리는 얼음처럼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녹색 액체가 사라지는 순간, 부화장 중앙에 블랙홀처럼 거대한 검은 소용돌이가 나타났다.

“뭐야?”

반응할 틈이 없었다.

소용돌이는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순간, 건물이 무너졌고 상엽은 있는 힘을 다해 뛰어오르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엽도 대처할 수가 없었다. 성아를 불러서 공기를 조절할 틈도 없이 상엽은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상엽은 눈을 떴다.

불과 몇 초 정도 정신을 잃은 듯했다. 정확하게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통과하느라 정신을 잃은 느낌이었다.

그의 앞에는 세로로 세워진 검은 소용돌이가 있었다.

마치 반대편에 있는 문처럼 이곳으로 온 것이다. 그리고 그가 선 자리는 야구장 열 배 정도 크기의 운동장이었다.

관중석은 3층으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관객은 보이지 않았다.

‘콜로세움.’

그 중앙에 검은 홀과 상엽만 덩그러니 남았다.

그때, 아무도 없는 콜로세움에 성능 좋은 스피커를 가져다 놓은 것처럼 큰 울림을 담은 목소리가 퍼졌다.

-시험을 시작한다.

‘시험?’

상엽은 그 말을 듣고 이곳이 어디인지를 깨달았다.

‘광전사의 콜로세움.’

그 생각을 하는 순간, 눈앞에 있던 검은 소용돌이가 콜로세움의 끝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소용돌이에서 뭔가가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거대한 지네였다.

아마존에서 이미 본 적이 있었다.

‘코인도 가지고 있네.’

거대 지네는 10만 코인을 가지고 있었다.

‘싸우라는 건가?’

콜로세움이라는 장소가 이것을 의미하는 듯했다.

친절하지 않은 시험이라 확신할 수 없지만 단 한 가지는 분명했다.

“변종을 살려 둘 이유는 없지.”

상엽은 망설이지 않고 지네를 향해 뛰었다.

* * *

이잔카는 약속대로 재단이 있는 곳에서 상엽을 기다렸다. 그런데 조금 전에 갑자기 재단이 무너져 버렸다.

그런데 재단이 사라지자 아마존 전체가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거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무너진 재단으로 엄청난 수의 변종들이 몰려들었다.

이는 아마존 전체에서 일어나는 변화였다.

변종들이 일제히 변종왕의 둥지로 달려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잔카를 비롯해 다섯 명의 여전사가 변종들의 시야에 들어갔지만 전투는 벌어지지 않았다.

변종들은 어떤 명령을 받은 것처럼 오직 변종왕의 둥지로만 달려갔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이잔카는 이를 악물었다. 그녀의 표정을 본 친구들도 같은 표정이었다.

“우리 씨앗은 우리가 지킨다.”

다섯 명의 여전사는 변종들과 함께 변종왕의 둥지로 달려갔다.

* * *

검은 소용돌이는 끝임 없이 변종을 토해 냈다.

아마존의 모든 변종들이 소용돌이를 통해 콜로세움에 입장했고, 상엽은 끝도 없는 전투를 펼쳐야 했다.

“체력 안배를 해야겠어.”

처음에는 나오는 변종들을 신나게 두들겼다. 엄청나게 쌓이는 코인을 보며 흐뭇하기도 했다.

그런데 30분이 넘도록 수천 마리의 변종을 토해 내는 것을 보면서 상엽은 이것이 심상치 않은 시험임을 알았다.

그때부터 상엽은 강한 공격을 자제했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급소를 노리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그리고 유령 군대를 적극 활용했다. 가끔씩 유령 군대가 상대할 수 있는 변종이 나타나면 단 몇 초라도 휴식을 취하며 회복하기도 했다.

그렇게 한 시간째 전투를 벌이고 있을 때였다.

소용돌이는 상엽이 300마리에 이르는 변종을 빠르게 처리하자 또다시 변종을 쏟아 냈다.

“응?”

그런데 400마리에 이르는 변종 사이에 특이한 광경이 펼쳐졌다.

변종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생물.

“너희들이 거기서 왜 나와?”

“와! 무사했어! 우리 씨앗!”

귀여운 외모의 여전사가 상엽을 보더니 거의 날아오듯이 달려왔다.

그러고는 대뜸 상엽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상엽은 잠시 변종의 스킬 중의 하나인지를 의심하다가 일단 그녀를 받아 물을 흘리듯이 옆에 세웠다.

곧이어 다른 여전사들이 도착했고 상엽이 무사한 것을 보고는 안심한 표정을 했다.

“설마 날 구하려고 들어온 거야?”

상엽은 황당하면서도 조금은 감동하기도 했다. 변종이 득실거리는 소용돌이를 목숨 걸고 통과한 것이다.

‘여기가 신전은 아니라는 건데.’

신전이라면 그녀들은 들어올 수 없었을 것이다. 신전은 오직 한 명만 시험을 치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광전사들의 영역이니까.’

원래 군대가 머물던 자리라서 그런지 다섯 명의 추가 인원이 인정되었다.

“바깥 상황은 어때?”

“서로 들어오려고 뒤엉킨 상태야. 수를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로.”

“아직 많이 남았다는 거네.”

상엽은 뜻밖의 아군을 인정했다.

“지금부터 정신 바짝 차려. 내가 신호하면 무조건 뛰어올라서 피하고. 휘말리면 너희들도 죽을 테니까.”

체력 안배를 하려던 상엽은 그녀들의 합류를 최대한 이용하기로 했다.

“같이 처리하고 나가자.”

그들은 유령 군대와 함께 진형을 갖추고 쏟아지는 변종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여전사들의 합류는 상엽의 전투에 확실히 힘을 실어 주었다.

그녀들은 다섯 명이지만 마치 한 몸처럼 움직였다. 상엽은 마치 유령 군대의 스킬을 강화한 느낌이었다.

특히 화살을 이용한 원거리 공격은 큰 힘이 되었다. 상엽이 직접 달려가거나 힘 소모가 큰 스킬을 쓰는 대신, 그녀들이 처리를 해 주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손발이 맞지 않아 오히려 조심스러운 전투가 되었지만 금세 적응을 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목표물이 나뉘었다.

여전사들은 후방에서 상엽이 직접 처리하기 힘든 변종들을 집중 공략했다.

그러다가 흩어지려 하면 유령 군대와 근접전에 특화된 여전사들이 나섰다.

소용돌이는 정확히 2분마다 한 번씩, 매번 더 많은 변종을 쏟아 냈다.

2분 안에 모두 처리하지 못하면 변종이 쌓이는 구조였다.

“늦어! 빨리!”

상엽은 2분이 다 되어 간다는 사실을 알고 남은 몬스터에게 스트라이크를 날리며 단숨에 소멸시켜 버렸다.

그리고 다시 변종들이 소환되었다.

“천 마리가 넘겠는데.”

이미 처리한 변종만 1만 마리를 넘어서고 있었다.

“끝까지 해보자.”

상엽은 아직 체력에 여유가 있었다.

“아직 할 수 있지?”

“지루해.”

“그냥 노는 거 같은데.”

여전사들은 상엽보다 오히려 더 여유로웠다.

그렇게 새로운 팀은 다시 나타난 천 마리의 변종들을 2분 안에 처리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몇 번의 전투가 펼쳐졌고 어느새 변종이 5천 마리까지 소환되었다.

“이제 슬슬 끝내야 되지 않나?”

“어머, 지친 거야?”

“그건 좀 실망인데.”

“의외로 체력은 약한가 봐.”

“마지막 어머니가 체력 좋은 남자가 최고라고 했는데.”

상엽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보란 듯이 뛰어올라 파괴전차로 5천 마리의 변종들을 순식간에 쓸어버렸다.

“내가 뭐 어떻다고?”

“역시 우리 씨앗.”

“직접 달려가서 칭찬해 주고 싶다.”

상엽은 그녀들의 칭찬에 우쭐한 마음이 들자 괜한 자괴감이 뒤따랐다.

‘무슨 훈련받는 거 같잖아.’

평정심을 되찾은 상엽은 길게 숨을 내뱉으며 소용돌이를 보았다.

파괴전차로 빠르게 처리를 한 덕분에 시간이 조금 남았다. 그런데 소용돌이가 지금까지와 달리 크게 확장되기 시작했다.

원형은 직사각형으로 변했고 영화관처럼 한 면을 전부 소용돌이로 채웠다.

“이거 왠지 불안한데.”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소용돌이에서 변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선두에는 재규어 무리가 있었고 뒤로는 악어, 아나콘다, 지네들이 뒤따랐다.

아마존에서 가장 강력한 변종들이 대량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제 좀 할 만하겠는데.”

그 숫자만 무려 1만 마리에 이르렀다.

최하 보유 코인이 15만 코인일 만큼 강력한 변종들이 1만 마리나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소용돌이는 이들이 모두 나타날 때까지 방어막을 만들어 상엽이 접근할 수 없도록 했다.

결국 콜로세움의 절반이 보호막으로 갈려 있고, 한쪽은 여섯 명의 인간, 다른 쪽은 1만 마리의 가장 강력한 변종들이 자리했다.

이는 절대로 공정한 싸움이 아니었다. 하지만 인간들은 누구도 불만을 터트리지 않았다.

“20억짜리 판이라. 흥분되는데.”

상엽은 으르렁거리는 변종들을 노려보며 해머를 움켜잡았다.

“빨리 열려라. 빨리.”

드디어 보호막이 사라지는 순간, 변종보다 먼저 상엽이 상대편을 향해 달려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