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231화 (229/300)

# 231

스트라인버그와 광전사의 정수.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

“변종왕이니까 보상도 당연히 있을 테고.”

스트라인버그는 앞으로 상엽의 국가 테니아를 특별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좋은 인재였다.

“좋아. 가자.”

상엽은 결국 미국을 떠나 브라질로 향했다.

아마존.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최대 밀림 지역이자 인간이 지상에서 탐색하지 못한 유일한 지역이었다.

무분별한 벌목으로 질타를 받기도 했고, 무리한 다큐멘터리 제작이 구설수로 오르기도 했다.

오직 아마존에만 서식하는 무궁무진한 생물을 비롯해 외부 세계를 거부하는 원주민들도 있었다.

변종 출현 이후, 아마존의 비밀은 더욱 깊어졌다.

누구도 이 땅에 발을 디딜 수 없었으며 시도했던 모든 이들은 아마존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소멸했다.

-전부 부수면 안 됩니다.

루시는 이런 말을 했다.

상엽의 힘이라면 밀림 자체를 쓸어버리는 것도 불가능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실제로 재앙이 될 수 있었다.

‘숨은 쉬고 살아야지.’

결국 상엽은 지옥마를 통해 하늘을 날다가 아마존 밀림의 중심으로 폭격 없이 뛰어내렸다.

툭.

가볍게 밀림 안으로 내려섰을 뿐이었다.

끼아아!

비명 같은 괴성이 들리며 수십 개의 다양한 무기들이 날아왔다.

돌멩이를 시작으로 나무껍질, 과일까지 있었다.

원숭이들의 서식지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 힘과 속도가 상상을 초월했다.

‘총알 정도는 되겠는데.’

아무렇게나 집어 던진 것이 총알에 육박하는 속도에 엄청난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인사 고마워.”

유령 잔상으로 간단히 위협을 피한 상엽은 망자의 손길을 펼치며 나무 위를 뛰어다녔다.

순식간에 200마리에 이르는 원숭이들이 빛으로 흩어졌고 시끄럽던 숲이 고요해졌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곧 나무 위에서 상엽을 내려다보는 표범이 나타났다.

‘나무 타는 표범이라.’

그 생각을 할 틈도 없이 수십 마리의 표범이 나타났고 상엽은 다시 전투를 펼쳐야 했다.

표범으로 끝이 아니었다. 다람쥐, 너구리, 나무늘보까지 한 자리에서 계속해서 전투가 펼쳐졌다.

“넌 아무리 변종이라도 너무 변한 거 아니냐?”

느리기로 소문난 나무늘보는 엄청난 속도로 팔을 휘두르며 조각난 나뭇가지를 산탄총처럼 뿌렸다.

여덟 마리의 나무늘보가 포위한 형태로 뿌려 대는 산탄 공격은 꽤나 위협적이어서 상엽은 스트라이크와 팔각 대시까지 사용했다.

‘개체 수는 충분하네.’

아마존의 변종들은 분포도가 워낙 다양했다.

1급 위험 지역의 변종에 비해 기본 코인이 낮은 것부터 훨씬 높은 놈까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획득 코인은 확실히 많아.’

상엽은 이런 상황이 싫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원하던 코인을 기간 안에 모으는 게 문제가 없어 보였다.

‘유령아, 찾아.’

스트라인버그를 통해 상엽은 변종왕의 둥지를 찾는 방법을 들었다.

-둥지를 중심으로 여덟 방위에 영역을 표시하는 재단이 있어. 그 재단의 중심에 둥지가 있는 거지.

처음에는 쉽다고 생각했지만 우거진 밀림을 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밀림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눈이나 감각만으로 위치를 가늠하긴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상엽에겐 추종자가 있어서 길을 잃을 염려는 없었다. 여차하면 언제든지 하늘로 날아오를 수도 있었다.

-1미터 높이의 재단이야. 찾기가 쉽지는 않을 거야.

스트라인버그는 마음이 급했는지 친절하게 재단에 새겨진 문양까지 알려 주었다.

오륜기 같은 원이 끝도 없이 이어진 문양이었다.

‘추종자가 있으니까.’

스트라인버그는 쉽지 않을 것이라 했지만 추종자의 수색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터라 상엽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유령아, 네 능력을 확실히 증명해.’

-맡겨 주십시오.

상엽은 추종자를 통해 정찰을 하면서 천천히 밀림 속을 걸었다.

높은 습도가 감각을 통해 느껴졌다.

그렇게 작은 웅덩이가 있는 개울을 지날 때였다.

쉭!

풀을 스치는 소리가 들리며 갑자기 거대한 채찍이 상엽의 몸을 향해 다가왔다.

엄청난 속도에 상엽이 몸을 숙여 피하고 지나가는 채찍을 잡았다.

‘뭐야?’

아나콘다였다.

20미터가 넘는 거대한 아나콘다는 붉은 눈을 가지고 있었다.

‘파충류잖아.’

그런데 변종이었다.

지금까지 뱀이 변종으로 변한 경우는 없었다. 오히려 변종들이 뱀을 모두 처리하는 바람에 멸종 위기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양서류 같은 개구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상엽의 눈앞에 변종 아나콘다가 있었다.

어류에 이어 또 다른 변종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촤랏!

아나콘다는 지름이 1미터에 달하는 몸통을 채찍처럼 움직이더니 이내 상엽의 몸을 감싸려 했다.

“정력에 그렇게 좋다던데.”

상엽은 아쉬웠지만 망자의 손길은 이미 아나콘다의 몸을 꿰뚫고 있었다.

툭.

‘응?’

망자의 손길이 아나콘다의 피부를 파고들었는데 갑자기 뭔가 막혔다.

아나콘다의 피부가 날카롭게 변한 창들을 잡아 버린 것이다. 이 틈에 아나콘다는 상엽의 몸을 빠르게 감싸며 힘을 주기 시작했다.

아나콘다는 모든 힘을 다해서 상엽을 조였다.

“뭐하냐?”

상대가 나빴다.

“잘 가. 10만 코인은 고마워.”

10만 코인짜리 아나콘다는 상엽의 힘에 의해 돌돌 말았던 몸이 풀리고 말았다. 그리고 상엽은 아나콘다의 몸에 해머를 꽂았다.

허리를 짓이겼지만 아나콘다는 죽지 않았고 결국 머리를 찍고 나서야 빛으로 흩어져 상엽에게 흡수되었다.

“변종들에게 마지막 한 방이 있었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상엽은 귀를 간질이는 마찰음을 들었다.

벌이 다가올 때 나는 소리였다.

‘에이, 설마?’

상엽은 그 생각을 하며 소리가 들린 방향을 보았다.

그곳에는 수천 마리의 말벌이 무리를 지어 날아오고 있었다. 붉은 몸을 가지고 있어서 마치 움직이는 안개를 보는 듯했다.

‘헌터 아이.’

상엽은 버릇처럼 헌터 아이로 벌 떼를 확인했다.

‘미친.’

코인이 있었다.

최소 5백 코인부터 5만 코인까지 수치가 매우 다양했다.

이를 본 상엽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평균 3천 코인이고 5천 마리면…….’

천오백만 코인.

상엽은 충격도 있고, 화염의 정수를 실은 스트라이크를 날려 버렸다.

벌 떼들은 그 한 방으로 모두 소멸해 버렸지만 상엽이 지키고 싶어 했던 밀림에도 커다란 상처가 남았다.

부채꼴 모양으로 퍼진 폐허가 형성되었고 그 위에 존재하던 나무는 잿더미로 변했다.

“뭐 아마존은 크니까.”

상엽은 죄책감이 들기 전에 획득한 코인을 확인했다.

“좋아. 여기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어.”

1급 위험 지역에 비해서 몇 배에 달하는 코인이 모이고 있었다.

상엽은 본격적인 밀림 탐험에 나섰다.

아마존의 곤충과 파충류는 절반 정도가 변종으로 변해 있었다.

도마뱀을 비롯해, 전투 개미들까지 나타났고 작은 모기도 날카로운 독을 품고 있었다.

그야말로 인간은 절대 살 수 없는 지역이었다.

그런데 상엽이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멕시코의 도마뱀이 변종을 극복했듯이 인간도 진화를 하는 동물이었다.

-사람이 있습니다.

추종자의 말에 상엽은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진짜네.’

사람이 있었다.

8미터에 달하는 대형 고릴라의 주변을 빠르게 돌며 연신 날카로운 창을 찔러 대는 인물이 보였다.

‘여자네.’

아슬아슬하게 주요 부위만 가린 채 투박한 창을 들고 대형 고릴라를 단숨에 처리하는 인물은 강인한 눈빛을 가진 여전사였다.

‘전설의 아마조네스인가?’

이런 생각이 들었을 때, 여전사도 상엽을 발견했다.

여성 특유의 늘씬하고 탄탄한 근육에 선명한 복근을 지닌 여전사는 고릴라를 처리한 후에야 상엽을 보았다.

화장을 전혀 하지 않았지만 햇볕에 그을린 느낌의 구릿빛 피부가 관능미를 한껏 더했고 머리를 묶은 투박한 장식과 몸에 새겨진 화려한 문신은 터프한 느낌을 주었다.

눈앞의 여인은 상엽이 지금껏 보지 못했던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안녕.”

상엽은 일단 그녀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여전사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하며 이내 사라져 버렸다.

쫓아가려면 못 할 것도 없지만 상엽은 그러지 않았다. 그런데 추종자는 본능적으로 여전사를 쫓았다.

-주변에 주거지가 있습니다.

상엽은 그저 호기심에 추종자의 눈을 빌려 주거지를 확인했다.

주거지는 조잡한 울타리로 되어 있었다. 나무를 엮어 만든 울타리로 접근을 막으려고 했는지 통나무를 깎아 바깥쪽으로 날카로운 부분을 세워 놓은 구조였다.

내부는 꽤나 넓은 편이었지만 실제로 보이는 인물은 다섯 명뿐이었다.

상엽이 처음 봤던 여전사와 비슷한 느낌의 다섯 명이 중앙에 모여 뭔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녀들은 하나같이 근육질에 야성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상엽은 추종자를 통해 그녀들의 이야기를 엿들었다.

“남자를 봤어.”

“아직 여기서 살아남는 남자가 있단 말이야?”

“확실히 봤어.”

“어땠어?”

“좋아 보였어.”

마치 고기의 등급을 평가하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 정도 씨앗이면 종족을 보존할 수 있겠어.”

“훌륭한 씨를 가진 남자라니. 이건 신이 준 선물이야.”

“뭐해? 도망가면 어쩌려고?”

“그래! 빨리 가서 잡자!”

“우리 모두의 씨앗이잖아! 놓치면 안 되지!”

그녀들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 말을 들은 상엽은 왠지 소름이 돋았다.

“씨앗이라니. 이런 평가는 처음이네.”

그에게 많은 여자들이 추파를 던졌지만 이번에는 이유가 매우 독특했다.

“튀자. 엮이면 안 돼.”

자신을 죽이려는 것도 아니니 먼저 처리하기도 애매하고, 말이 통할 것 같은 상대도 아니었다.

상엽은 오랜만에 다가오는 상대를 피하기로 결정했다.

5분 후.

상엽은 충분히 멀어졌다고 판단하며 이동 속도를 줄였다. 그리고 추종자를 통해 꽤 멀어졌음을 확인하고 원래의 계획대로 움직였다.

그런데 한 시간이 지나도록 추종자는 재단을 발견하지 못했다.

‘쉽지 않다고 하더니.’

-죄송합니다.

추종자는 자존심이 상했는지 더욱 빨리 수색을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한 시간이 지났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가려져 있다고 추종자가 못 찾지는 않을 텐데.”

상엽은 계속해서 전투를 하며 여러 상황을 떠올렸다.

그때였다.

쿠릉!

밀림을 울리는 굉음이 들렸다.

상엽이 서 있는 자리까지 직접 울림이 전달되었고 나무가 쓰러지는 소리가 이어졌다.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음을 직감한 상엽은 추종자를 울림이 시작된 쪽으로 움직였다.

‘이건 또 뭐야?’

거대한 지네였다.

땅속에 숨어 있던 지네가 몸을 일으키며 주변의 나무를 쓰러트린 것이다.

몸길이만 100미터에 달했고 단단한 껍질에 입 밖으로 튀어나온 이빨을 가로로 끊임없이 움직이는 녀석이었다.

그런데 지네가 일어난 곳은 상엽의 위치와 꽤 떨어진 곳이었다.

-여전사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네의 목표는 상엽이 아니었다. 상엽을 쫓아오던 여전사들을 기습하기 위해 몸을 일으킨 것이다.

“골치 아프게 하네.”

상엽은 구하러 가야 되는지를 고민했다.

‘나 잡으러 오는 여자들인데. 그래도 나 좋다고 했으니 구해 줘야 하나? 오늘 처음 만났는데 관심 끄자. 그래도 나한테 해코지하려는 건 아닌데…….’

많은 생각이 스쳤다. 그런데 상엽이 추종자를 통해서 본 것은 전혀 예상을 어긋났다.

여전사들은 대형 지네가 나타나자 쓰러지지 않은 나무 위로 일제히 흩어졌다.

그리고 세 명은 엄청난 속도로 활을 꺼냈고 한 명은 창, 다른 한 명은 양손에 단검을 쥐었다.

그때부터 상엽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뭐가 저렇게 빨라?’

화살이 기관총처럼 쏟아지고 단검을 쥔 여자는 빛으로 흩어지며 지네의 등껍질을 수십 번이나 갈랐다.

그 공격이 워낙 정교해서 정확히 같은 자리에만 공격이 중복되고 있었다.

결국 1분이 채 지나지 않아 지네의 등에 균열이 생겼다. 그리고 이미 화살로 인해 지네의 눈과 입 주변은 녹색 피로 물들었다.

지네가 거대한 몸을 뒤틀며 독액을 뿜어내고 나무를 쓰러트렸지만 여전사들은 빠르게 진형을 바꾸며 공격을 계속했다.

그리고 드디어 창을 들고 기회를 노리던 여자가 지네를 향해 뛰었다.

우웅!

여전사의 창이 파란빛에 휩싸였고 이것은 지네를 그대로 관통해 버렸다.

지네의 몸은 금세 얼어붙기 시작했고, 이를 본 다섯 명은 일제히 근접 무기를 들고 지네를 덮쳤다.

챙!

얼음이 되었던 지네는 정확히 나뉜 다섯 개의 타격에 경쾌한 소리를 내며 깨져 버렸다.

‘이건 뭐 내가 나설 이유가 없네.’

상엽은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오만했는지를 깨달았다. 그때, 지네를 처리한 여전사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멀리 가지 못했을 거야.”

“도망가니까 더 잡고 싶어졌어.”

“훌륭한 씨앗의 냄새가 나.”

그녀들의 말에 상엽은 깊은 후회를 했다.

‘그냥 계속 도망갔어야 돼.’

상엽은 다시금 더 깊은 밀림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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