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227화 (225/300)

# 227

열네 명의 길드장은 상엽의 압도적인 분위기에 말을 꺼내지도 못했다.

“자, 이제 대화할 자세가 된 것 같은데.”

이렇게 판단하는 이는 상엽뿐이었다.

상엽은 서늘한 분위기가 감도는 전각 안에서 유일하게 긴장을 하지 않았다.

“일단 앞으로 일어날 일부터 말해 줄게.”

침묵 속에서 오직 상엽의 목소리만 흘러나왔다.

“중국을 내가 가질 거야.”

그 한마디에 몇 명의 길드장이 탄식을 뱉었다.

“마음에 안 드는 거 알아. 그래도 이게 현실이야. 너희들이 편 갈라서 노는 동안, 난 일했잖아. 그것도 목숨 걸고 일했지.”

분명한 사실이라 반박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래서 말인데. 알아서 중국에서 나갈 기회를 줄게.”

그 말에 길드장의 눈빛이 다시 매서워졌다.

“그래도 이사하는 데 시간이 걸릴 테니까 한 달 줄게. 한 달 후에도 여기 남아 있으면 내가 직접 본부로 찾아갈 거야.”

최종 통보였다.

상엽은 전투를 피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만들었다.

루시는 그들과의 협상도 제안했지만 상엽은 이를 단박에 거절했다.

‘어차피 적이야.’

실제로 이미 서로 무기를 겨눴던 사이였다. 그런 사이는 언제든 다시 싸우게 된다는 것이 상엽의 생각이었다.

다만 전투를 피할 수 있는 기회를 그들에게 주었다.

“한 달이야. 그게 불만이면 지금 당장 덤벼도 좋고.”

상엽은 그들에게 시간을 주었다. 하지만 누구도 먼저 무기를 뽑지 않았다.

“쓸데없는 짓은 안 하는 게 좋아. 한 달이 아니라 내일 만나기 싫으면.”

상엽은 보란 듯이 그들이 서 있는 가운데를 다시 통과했다. 누구도 그런 상엽을 막지 못했다.

장로회로 밀려났던 중국 주석이 다시 복귀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몇 가지 발표를 했다.

-운남을 오래전부터 운영한 정상엽의 권리를 인정해, 중국 정부는 운남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합니다.

-새로운 국가 테니아를 적극적으로 인정하며 사천, 귀주, 광동, 광서성을 국가 테니아에 양도합니다.

상엽의 국가 테니아.

이것이 정식으로 인정을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사천을 비롯한 남쪽의 4개의 성도를 테니아의 영토로 편입했다.

위의 4개의 성도는 이미 인간 변종이 나타났던 시절에 대부분 도시를 잃었거나 화이트와 블랙 싸움에서 큰 피해를 입었던 곳이었다.

그래서 현재는 경제력이 거의 전무했고 버려진 영토만 남은 상태였다. 그것을 테니아에 편입시킨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중국 주석이 복귀를 하면서 주요 직책에는 모두 코드 제로의 요원들이 앉았다.

정치적 실권은 물론 군대의 실권까지 잡은 터라 실제로는 상엽이 지배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자, 이제 중국은 내 거야.”

“축하드립니다.”

“축하받을 일인지는 두고 봐야지.”

상엽은 이번 일을 서둘러 처리한 측면이 있었다.

“호주에 대한 정보는 없지?”

“알 수가 없습니다.”

루시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지만 호주에는 접근조차 할 수가 없었다.

“여전히 시도 중이긴 합니다만 희망적이지 않습니다.”

“이미 말했지만 무리하지 마. 아직은 감당이 안 되는 놈일 수도 있어.”

“알겠습니다.”

그녀가 상엽의 명령에 따라 모든 작전을 철회하려 할 때였다.

루시의 이어폰으로 다급한 보고가 전달됐다.

“그게 무슨…….”

좀처럼 놀라지 않던 루시도 이번 보고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무슨 일이야?”

“변종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상엽이 설명을 요구하자 루시가 간단히 결과를 알렸다.

“해양 생물이 변종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지구의 유일한 안전지대이자 식량 창고.

바다 생물까지 변종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한국 제주도.

방파제는 낚시 금지 구역이지만 낚시꾼들에겐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는 곳이었다.

변종이 출현한 이후로 가장 각광 받는 취미가 낚시였다. 이는 등산이 불가능하게 된 것도 있지만, 부족한 먹거리를 해결해 준다는 의미가 있어서였다.

전 세계적으로 식량 공급은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에 낚시꾼들은 당당하게 취미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파도가 잔잔한 날이면 제주도에 있는 수십 개의 방파제에는 낚시꾼들로 인해 갈매기들이 자리를 잃을 정도였다.

오늘도 수십 명의 낚시꾼들이 줄이 엉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빼곡하게 열을 지어 있었다.

“어?”

그중의 한 명이 팽팽하게 당겨진 낚싯줄을 보며 재빨리 낚싯대를 잡았다.

고가의 낚싯대는 활처럼 휘며 낚시꾼에게 짜릿한 손맛을 전달했다.

“어이쿠! 이거 얼마나 큰 거야!”

생전 단 한 번도 느껴 본 적이 없는 강렬한 입질에 낚시꾼은 전투에 임하는 병사처럼 진지한 표정이 됐다.

다른 이들도 지나치게 휘어진 낚싯대를 보며 부러운 시선을 했고, 물고기와 낚시꾼의 실랑이는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오랜 시간 계속되었다.

“보통 놈이 아닌 모양인데.”

전문 낚시꾼들은 힘 싸움을 하는 모습만으로도 보통 물고기가 아님을 알아차렸다.

그런데 많은 낚시꾼들이 몰려들었을 때였다.

힘 싸움을 하던 물고기가 급격히 방파제로 끌려왔다. 낚싯줄을 감는 휠이 빠르게 돌기 시작하는 순간, 낚시꾼은 이상한 점을 느꼈다.

‘다가온다?’

끌려오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잔잔한 수면에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어? 어?”

비명조차 지를 수 없을 만큼 놀란 그들에게 거대한 물체가 뛰어올랐다.

그들이 가장 낚길 원하던 돔이었다. 하지만 그 크기가 상식을 초월했다.

30센티미터 이상만 돼도 만족한다는 돔의 크기가 무려 7미터에 달했다.

7미터짜리 거대한 돔은 그대로 방파제에 있는 인간들을 덮쳤다.

비명과 괴성이 난무하는 현장.

그리고 그들은 무사하지 못했다.

툭 튀어나온 방파제를 뭔가가 쓸고 지나갔다.

거대한 물고기가 지나간 자리에는 그만큼의 물보라가 함께 따라왔다.

물보라가 사라졌을 때, 방파제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동해 독도 인근.

파도에 부서진 철판들이 밀려왔다. 경계를 서던 군인들은 끝도 없이 밀려오는 잔해들을 보며 급히 상부에 신고를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잔해의 정체를 알아챘다.

-잠수함 장보고함.

변종 물고기에 공격당한 잠수함이 수중에서 분해된 것이다.

그 결과에 한국 군대는 비상이 걸렸다.

재앙은 계속되었다.

어선은 물론, 화물선, 심지어 군함까지 침몰했다.

그나마 가장 안전한 여행으로 여겨지던 대형 크루즈호가 연쇄적으로 침몰했고 단 한 명의 생존자도 남기지 않았다.

위성을 통해 나타난 어마어마한 해양 생물들의 모습은 전 세계를 혼란에 빠트렸다.

이것은 그야말로 대재앙이었다.

단순히 사고가 나고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슬퍼할 수도 없었다. 모든 사람들의 미래가 이 사건으로 달라졌기 때문이다.

교역이 중단되는 것은 물론, 대표적인 식량 생산지가 사라진 셈이었다.

전 세계에 비상이 걸렸고 대책에 관한 회의가 시작됐다. 그런데 그 회의에서 결론을 내리기도 전에, 거짓말처럼 물고기들의 습격이 중단됐다.

-변종 어류들이 호수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위성과 비행기를 통해 대형 어류들의 움직임을 관찰한 결과, 호주 지역에 머무는 것으로 판단이 내려졌다.

그 후로 일주일이 지나도록 변종 어류의 습격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인간들은 큰 불안감을 안고 살 수밖에 없었다.

습격은 중단되었지만 변종 어류의 출현 이후에 해양 식량 생산량이 엄청나게 폭락했다.

더불어 지금까지 유례없는 농업 열풍이 불었다.

갓코인 유저들의 실력이 올라가면서 변종들이 완전 소탕된 지역이 많아졌고, 이곳은 대부분 식량 단지로 조성이 되었다.

그런데 이런 식량 단지는 국가에서만 선호하는 것이 아니었다.

많은 일반인들이 농업에 뛰어들었다. 정부 입장에서는 말릴 이유가 없는 터라 적극적으로 장려했고, 전 세계적으로 열풍이 불었다.

이는 식량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졌기에 발생한 현상이었다.

“이미 공사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식량에 대한 대비는 상엽의 국가 테니아 역시 꼭 필요했다.

그동안 그룹 테리아가 도와준 덕분에 식량 생산에는 문제가 없고, 원래 운남은 바다가 없어서 변종 어류에도 타격을 받지 않았다.

그럼에도 미래를 위한 식량 단지는 꼭 필요했다.

“땅이야 남아도니까.”

이것이 테니아의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사천을 제외하면 대부분 주민들이 극소수라서 노동력이 극도록 부족했다.

그래서 그룹 테리아에서는 기계식 농업 단지를 건설하고 있었다.

이 공사가 마무리되고 생산이 시작되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식량 단지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필수적인 노동력이 필요한데 이것이 턱없이 부족했다.

“잠깐.”

루시가 뭔가 말을 하려 할 때, 상엽이 갑자기 심호흡을 했다.

“자, 준비됐어. 말해.”

“간단한 보고입니다.”

“진짜?”

“이민자 정책에 대해서입니다. 현재 많은 요청이 들어온 상태고 허락만 해 주시면 당장 10만 명 정도를 충원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우선적으로 광동에 배치될 예정입니다.”

“그냥 알아서 하면…….”

“코드 원은 국왕입니다. 대통령도 아니고 국왕 말입니다.”

테니아는 왕권 국가였다. 이는 상엽을 절대자로 만들기 위한 결정이었고 주민들의 반발도 없었다.

그동안 상엽이 보여 준 행동에 대한 믿음이 컸기 때문이다.

모든 권력이 집중된 현대판 왕권 국가의 탄생은 상엽이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었다.

이 말은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했다.

“내가 큰 실수를 했어. 그냥 대통령만 하는 건데.”

“현재 천 건 중의 하나씩만 보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대부분을 코드 제로에서 처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국가 자문회가 국회와 비슷한 역할을 하며 상엽의 역할을 대신했다.

“그래도 이제 안정적으로 가는 것 같은데.”

“다른 변수가 없다면 3년 안에 식량 수출까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럼 나는 그 변수를 없애야겠네.”

“그게 코드 원께서 하실 일입니다.”

“그럼 왕 노릇에서 좀 자유로워져야 하는데. 괜찮겠어?”

“내일까지만 계시면 됩니다. 그 후에는 알아서 하겠습니다.”

국가 건설 초반이라 상엽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아직까지 곤명을 떠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곤명 역시 지명이 테니아 시티로 바뀌었고 테니아의 수도가 되었다.

다른 지명은 천천히 바꿀 생각이었다.

“왕이면 뭐든 마음대로 할 줄 알았어.”

“폭군이 되신다면 그럴 수 있습니다. 독재자라는 선택지도 있습니다.”

“내가 그렇게 되면 루시는 어떻게 할 거야?”

“도와드리겠습니다.”

상엽은 헛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폭군이 되게 도와준다고?”

“그게 제 역할입니다.”

루시는 때때로 어느 누구보다 상엽을 소름 돋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그렇게 테니아 안정을 위한 결정이 모두 끝나고 드디어 상엽에게 시간이 주어졌다.

“일단 옥이부터 완성해야겠어.”

지옥마 20단계.

이를 위해 필요한 코인은 101억 코인이었다. 그런데 상엽에겐 이미 30억 코인이 있었다.

왕수를 잡는 과정에서 생긴 코인이었다.

변이 인간부터 변종 새까지 셀 수도 없을 만큼의 적을 처리했기에 가능한 수치였다.

‘하루에 7000만 코인. 100일이면 돼.’

상엽은 다시 시카고로 갈 생각이었다.

‘그 힘이 필요해.’

3급 신의 상점에 갈 수도 있었다. 이 역시 신을 완성하는 데 100억이었다.

‘2급은 500억쯤 될 거야. 1급은 1천억일 테고. 변종 사냥으로 할 수 있는 건 100억 정도야.’

계산상으로 2급 신을 사냥으로 완성하려면 변종이 무한하게 있다는 가정하에 700일이 필요했다. 1급은 빨라도 1400일.

합치면 2000일이 넘게 걸린다는 뜻이었다.

그만큼의 변종이 존재하지도 않겠지만 사냥만으로 극복하기에는 몇 년이 필요했다.

‘상점이 두 개니까.’

게다가 상엽은 블랙과 화이트를 모두 이용하는 상태라 완성까지 가려면 10년으로도 부족했다.

‘일단 그 녀석을 상대할 힘이 있어야 돼.’

이제 다른 유저들은 상엽의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았다.

‘호주.’

그 미지의 힘을 극복해야 한다는 걸 운명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암흑의 신전에 가 봐야겠어.”

상엽이 얻을 수 있는 미지의 힘.

그는 암흑의 신전을 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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