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223화 (221/300)

# 223

거북신 호트 완성.

4급 파괴의 신 알고르 완성.

32억 코인이 소모되었다.

남은 코인은 38억.

“63억이 부족해.”

상엽은 괜히 지옥마를 소환해서 투정을 부렸다.

“비싼 놈.”

푸르!

지옥마는 비웃듯이 투레질을 했다.

“코인 정리가 끝났습니다.”

상엽에겐 저축해 놓은 코인이 있었다.

“적금 만기!”

코드 제로에서 예정대로 조각 정리를 끝낸 것이다.

“17억 코인입니다.”

마지막에 기림을 잡으면서 17억이 될 수 있었다. 그가 가진 조각의 가치만 3억에 달했기 때문이다.

“55억 코인이라…….”

상엽은 이 코인의 활용 방안을 루시와 상의했다.

“지옥마를 20단계까지 강화하려면 46억 정도가 더 있어야 하는데.”

“4급 철벽 상점에 가시는 게 어떻습니까?”

루시는 안정적인 선택을 권했다.

50억 코인이면 4급 화이트 신 하나를 완성할 수도 있는 수치였다.

“그게 제일 효율적이겠지?”

“3급 신을 선점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3급 파괴의 신을 완성하려면 100억 코인이 필요했다. 현재 코인으로도 50퍼센트의 힘은 가질 수가 있는 것이다.

“선택지가 너무 많네. 돈을 더 많이 벌었어야 하는데.”

상엽은 오히려 부족함을 느꼈다.

“차라리 100일만 더 다녀올까?”

“현재 정세를 먼저 듣고 결정하는 게 어떠십니까?”

루시는 그의 고민에서 기본이 빠져 있음을 지적했다.

당장 필요한 것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그에 따른 코인 소모가 필요했다.

“알았어.”

상엽은 맛있는 후식을 위해 싫어하는 밥을 먹는 아이처럼 루시의 말을 기다렸다.

“중국의 권력 싸움이 끝났습니다.”

그 말이 상엽의 이목을 끌었다.

“어떻게 됐어?”

“결론적으로 왕수가 중국 정부를 장악했습니다. 중국 주석은 예우를 받으며 장로회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반발을 우려해 예우를 갖췄으나 결국 왕수가 싸움에서 이긴 것이다.

“뭐 그렇게 될 승부였지.”

미사일 발사로 인해 여론이 워낙 안 좋았고, 무력 차이가 워낙 극심해서 주석이 이길 수 있는 싸움이 아니었다.

“왕수가 지배하는 나라라니. 중국 국민이 불쌍해지겠는데.”

“현재 군대를 재편성해서 전력을 정비하고 있습니다.”

루시는 그러면서 태블릿 PC를 상엽 쪽으로 돌렸다.

“현재까지 파악한 중국 특수치안대의 명단입니다. 왕수를 포함해서 시크릿 유저가 두 명, 나머지는 모두 갓랭킹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왕수 외에도 시크릿 유저가 있어?”

“갓랭킹에 단 한 번도 등록된 적이 없는 유저입니다. 왕수의 개인 경호원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사라졌다가 최근에 다시 합류했습니다.”

“신전이라도 다녀온 건가?”

상엽은 명단을 다시 한번 살폈다.

최고의 화이트 길드였던 만큼 상위권 유저가 꽤 보였다.

“100위 안에만 9명이네.”

기림이 죽던 당시에 상엽을 쫓던 자들이었다.

“500위 안에는 30명이라.”

확실히 막강한 전력이었다. 그런데 예전과는 명단을 보는 느낌이 달랐다.

“혼자 가도 할 만하겠지?”

상엽은 이런 생각을 했다. 이젠 상대를 보는 눈의 기준도 달라진 것이다.

“차이나 커넥션은 어떻게 됐어?”

“해체되었습니다.”

“그건 의외네.”

절반이 빠져나갔다고 해도 왕수의 정치력과 길드의 힘이 남아 있는 이상, 어느 정도 유지가 될 거라 예상했다.

“왕수가 직접 해체했습니다.”

“왜?”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해체 이후로 왕수가 극도로 은밀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뭔가 계획하고 있단 말이네.”

그 실체는 코드 제로에서도 파악하지 못했다.

“이쯤에서 마무리해야겠어.”

“공격하실 생각이십니까?”

“뿌리를 뽑아야지. 뭔가를 계획하는데 기다려 줄 이유가 없잖아. 지금이 제일 좋은 시기야.”

권력 싸움이 막 끝났다. 이제부터는 제대로 힘을 모을 것이다.

“블랙 해머들은 어때?”

“코드 원보다 더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루시는 상엽의 행보를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자신 있게 이런 말을 했다.

“맛없어서 죽은 사람은 없지?”

“다행히 없습니다.”

“직접 만나 봐야겠어.”

“준비하겠습니다.”

상엽은 나머지는 이동하면서 듣기로 했다.

차이나 커넥션이 무너지고 화이트 길드들은 원싸이클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뭉쳤다.

그리고 산발적인 교전과 작전들이 펼쳐지는 중이었다.

아직 큰 전쟁이 일어나진 않았지만 서로를 적으로 두고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팬텀은 조금이라도 유리한 상황을 이용하려 했고, 원싸이클은 철저히 방어에 치중하는 모습이었다.

아직 어느 쪽이 유리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작은 교전에서 팬텀이 많이 승리하는 건 사실이었다.

“팬텀에서 정식으로 영입 요청이 있었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만나길 원합니다. 아마 꽤 좋은 조건을 제시할 것입니다.”

“관심 없어. 그 녀석들도 이미 적이야. 왕수 다음일 뿐이지.”

상엽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승차감은 어때?”

“좋진 않습니다.”

그들은 함께 지옥마를 탄 채로 이동하고 있었다.

“옥이는 루시가 별로인가 봐. 평소보다 거치네.”

실제로 지옥마는 상엽 외의 다른 사람을 태우는 걸 싫어했다. 그나마 상엽의 명령을 따르느라 떨어트리지 않고 있을 뿐이었다.

“자, 도착.”

헬기보다 빠른 지옥마 덕분에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애뇌산에 도착했다.

이미 소식을 전달해 둔 터라 그들은 상엽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늘에서 연구실이 있는 숲속으로 뛰어내린 상엽은 곧바로 블랙 해머를 만날 수 있었다.

‘엄청난데.’

자유롭게 자리를 잡고 서 있는 블랙 해머들은 엄청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아직 제대로 정돈이 된 느낌은 아니지만 몸에서 발산되는 기운이 예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상엽아!”

상엽을 발견한 동희는 평소처럼 목소리를 높이며 뛰어왔다.

“잘 지냈지?”

“헤헤.”

동희는 대답 대신 해맑게 웃으며 뭔가를 건넸다.

“간식이야. 새로 만든 거야.”

매일 연금술만 하다가 다시 요리를 시작하게 된 동희는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으, 응. 그래. 오자마자 참 고마워.”

상엽은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가지며 손가락 두 개를 붙여 놓은 것 같은 황토색 빵을 씹었다.

‘역시.’

이빨이 빵의 부드러운 표면을 파고드는 순간부터 역겨운 향이 진동했고, 혀가 본능적으로 후퇴하며 말리는 기분이었다.

“맛있어?”

그 한 마디에 상엽은 빵을 우걱우걱 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악취가 입 안을 가득 메우고 혀가 타 버릴 것처럼 뜨거운 기운이 느껴졌다.

그런데 억지로 넘긴 빵이 목을 넘어가자 몸 전체로 청량한 기운이 퍼졌다.

그동안 먹은 음식과는 다른 반응이었다.

몸이 가벼워지는 것은 물론 기분까지 좋아졌고 피로가 수증기처럼 산화되는 느낌이었다.

‘혀만 괴롭네.’

물론 지옥의 맛은 그대로였다.

“역시 맛있네.”

“갈 때, 좀 싸 줄게. 가지고 가.”

“그, 그래.”

그들만의 인사가 끝나고 드디어 상엽은 블랙 해머의 상태를 자세히 살필 수가 있었다.

“별일 없지?”

“그렇습니다.”

제일 먼저 대화를 나눈 이는 사하르였다.

한 걸음 앞에서 바라보는 사하르는 예전처럼 감정이 없는 눈빛이었지만 그 외의 모든 것이 변해 있었다.

“좀 잘생겨진 거 같은데?”

농담이 아니라 실제로 그런 느낌이었다.

근육은 돌처럼 단단해졌고 피부는 예전보다 깨끗해졌다. 이 역시 동희의 100일 프로젝트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었다.

“알기 쉽게 설명을 해 줄게.”

동희는 겉모습만으로 드러나지 않은 블랙 해머의 상승을 직접 설명했다.

“신체 능력은 중급 블랙 상점을 두 번 마스터했다고 보면 돼.”

동희는 엄청난 수치를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그 외에 근육은 개성에 따라 힘과 민첩으로 나뉘어서 강화가 되었고, 피부는 웬만한 무기를 그냥 견뎌 낼 거야.”

최고급 상품을 설명하는 점원처럼 동희는 거침없이 설명을 이었다.

“피의 성분을 바꿔서 독은 전혀 통하지 않아. 대신 내가 만든 약 외의 다른 약도 안 통할 거야. 그레이 상점의 약까지 포함해서.”

설명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내장 기능들이 전부 개선이 되어서 지구력의 회복 속도도 상승했어.”

개조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의 변화였다.

“후유증은?”

“없어.”

동희는 자신 있게 대답했지만 상엽은 혹시나 하고 사하르를 보았다.

“정말 후유증은 없어?”

“없습니다. 다만…….”

“말해. 뭔데?”

“미각까지 발전했습니다.”

슬픈 일이었다.

그들은 앞으로도 동희의 음식을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내일부터 200일 프로젝트에 들어갈 거야.”

“응? 끝난 게 아니야?”

“더 강해져야지. 이걸로는 안 돼. 이제 기초 공사가 끝난 정도야. 진짜는 지금부터야.”

동희가 블랙 해머를 위해 아낌없이 연구 결과를 적용하고 있었다.

“사하르, 어떻게 생각해?”

“좋습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지옥 같은 100일 동안 그들은 스스로가 얼마나 강해지는지 몸으로 느꼈다.

인내 끝에 오는 달콤함에 이미 중독이 된 상태였다.

사하르 외의 다른 인물들도 각자의 개성에 따라 훌륭한 성장을 했다.

‘이 정도면 전부 랭킹 200위권은 되겠어.’

사하르는 50위권 안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용소는?”

블랙 해머를 모두 만난 상엽은 보이지 않는 용소에 대해서 물었다.

“무구를 만드는 중이야. 사흘 안에 첫 번째 작품이 나올 거 같아. 직접 볼래?”

상엽은 거절하지 않고 직접 용소를 만나러 갔다.

용소는 동희 연구실 뒤편에 따로 대장간을 만들어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망치를 직접 들고 철판 위에서 두드리는 중이었다.

“옛날 방식으로 돌아간 거야?”

상엽을 본 용소는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작업은 잘돼?”

“일단 사하르의 갑옷을 먼저 만들 생각입니다. 블랙 해머 전원에 대한 설계는 이미 끝났습니다.”

지난 100일 동안 용소는 블랙 해머들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무구들을 설계했다.

100일 만에 200여 명에 이르는 전사의 설계를 끝냈다는 것은 그동안의 연구에 깊이가 있었고, 최선을 다해 머리를 짜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특이하게 갑옷을 먼저 만드네.”

보통 전사들에게 가장 먼저 지급되는 것은 무기였다. 그런데 용소는 사하르의 갑옷을 첫 번째 작품으로 결정했다.

“모든 전사들에게 갑옷을 비롯해 방어 수단을 먼저 지급할 예정입니다.”

“이유가 있어?”

“그래야 죽지 않으니까요.”

그 말에 상엽은 웃고 말았다.

“나보다 나은데.”

결과물을 빠르게 도출하는 무기보다 안전을 위한 갑옷을 먼저 제작한다.

용소가 블랙 해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기본 세팅까지 1년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시간은 얼마든지 활용해. 양보다 질이니까.”

상엽은 그들의 연구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블랙 해머에 대한 마음이 이렇다면 걱정할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

“다들 너무 훌륭해서 할 말이 없네.”

“그럼 나 이제 정식으로 블랙 해머가 되는 거야?”

“이미 됐잖아. 블랙 해머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헤헤.”

동희와 용소의 블랙 해머 합류가 정식으로 통과되었다.

‘내가 가진 최고의 힘이 될 거야.’

상엽이 할 일은 기다려 주는 것뿐이었다.

* * *

“4급 보여 주세요.”

상엽은 지옥마의 강화를 포기하고 신의 상점을 찾았다.

‘다시 기회가 있을 거야. 지금은 신의 힘이 더 필요해.’

철갑 신의 상점.

4급이 상엽 앞에 펼쳐졌다.

예상대로 7명의 신이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블랙 파괴 상점과 달리 미리 선점한 신이 없어서 7명을 모두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딜톤.”

상엽은 이번에도 거침없이 신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예상대로 신의 상점 루소는 눈살을 찌푸렸다.

“평생 죽지 않는 게 목표인가? 아니면 그냥 저런 취향인 건가? 이건 애완동물을 입양하는 선택이 아니란 걸 알아 두게.”

아르마딜로 딜톤.

거북이에 이어 상엽이 선택한 신은 철갑을 등에 진 아르마딜로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역시 공격 능력은 제로였다.

“선택할게요.”

“조언을 전혀 듣지 않는군.”

“100퍼센트. 완성해 주세요.”

네 번째 신. 딜톤.

상엽은 더 두꺼운 철갑을 두르게 되었다.

‘왕수, 이제 너는 끝이야.’

그는 지옥마 강화를 포기한 아쉬움을 왕수에 대한 분노로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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