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221화 (219/300)

# 221

랭킹 1위 기림이 죽었다.

이 한마디가 주는 여파는 어마어마했다.

-정상엽이 차이나 커넥션을 혼자서 습격하다.

전 세계의 모든 뉴스에서 이를 보도했다.

전투는 기림이 죽으면서 일단락되었지만 그 충격은 결코 적지 않았다.

하루 만에 워낙 많은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운남을 향해 미사일을 쏜 것이 정상엽을 화나게 했다.

시작은 상엽이 해남도를 습격한 것이지만 이는 갓코인 유저들의 싸움이라 누구나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이것마저도 후속 기사를 통해 차이나 커넥션이 한국을 습격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민간인 학살을 시행한 중국 정부.

결국 가장 큰 뉴스는 민간인이 죽을 걸 알면서도 미사일을 쏜 중국 정부의 행동이었다.

전 세계가 나서서 이런 중국 정부를 비난했다. 더불어 차이나 커넥션에 대한 도덕적 비판이 이어졌다.

-갓코인 유저의 싸움이 군사전으로 번지다.

쏟아 낸 뉴스도 가지각색이었다.

-정상엽이 실질적 랭킹 1위에 등극하다.

-홀로 화이트 연합과 싸운 영웅이 운남의 시민을 구하다.

-복수의 화신 정상엽.

-한국을 습격한 해남도를 침몰시키고, 민간인을 학살하려던 중국 정부에 일격을 날리다.

상엽을 찬양하는 기사들이 도배되다시피 했고, 중국 정부를 비난하는 뉴스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여론의 급격한 변화는 차이나 커넥션이라는 연합을 흔들어 놓을 정도였다.

결국 왕수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세력을 가지고 있던 길드에서 차이나 커넥션 탈퇴를 선언했다.

-그들의 행동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며, 우리는 그들과 같은 길을 갈 수 없다.

첫 번째 탈퇴가 발생한 이후, 다른 길드들도 같은 절차를 밟았다.

중국 정부의 미사일 발사는 그만큼 치명적이었다. 게다가 왕수의 리더십에 대해 강한 의문을 가졌다.

이번 사건으로 왕수는 제대로 된 명령을 내리지 못했고, 헛걸음만 반복하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오히려 패배를 하고 말았다.

결국 차이나 커넥션에 속했던 화이트 길드 절반이 탈퇴를 선언했다. 그들은 또 다른 길드를 중심으로 연합을 형성할 움직임을 보였고, 차이나 커넥션의 위기로 이어졌다.

이 모든 현상에 가장 큰 압박을 느끼는 것은 당연히 중국 정부와 왕수였다.

그런데 이들의 관계도 그다지 편하지 않았다.

-중국 주석이 개인적으로 마련한 자리에 허가도 없이 침범했다.

게다가 그 자리로 뛰어든 충격으로 인해 갓코인 유저가 아닌 주석은 부상까지 입었다.

중국 정부가 왕수에 대해 강한 불신을 가지는 것은 당연했다.

그렇지만 당장 왕수를 몰아내기에는 너무 많은 권력이 넘어가 있었다.

-권력 싸움이 시작된다.

왕수는 랭킹 1위를 잃었다는 슬픔에 빠질 틈도 없이 살아남기 위한 정치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 * *

“아우. 귀찮아! 그냥 끊어!”

수많은 인터뷰와 취재 요청에 상엽은 손을 내저었다.

루시가 알아서 거르고 있음에도 몇 번이나 거절 의사를 밝혀야 했다.

각국의 정상들이 만나자는 요청을 했기 때문이다.

“아직 길드가 자리를 잡지 않은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만나길 원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조건을 말하는 곳도 있었다.

“최고 미녀 200명을 제안한 국가가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실제로 일어난 일이었다.

“지금 나 시험하는 거지?”

“거절로 알겠습니다.”

“그냥 싹 다 거절해. 난 그냥 여기 있을 거야.”

“전부 말입니까?”

“그래 전부 다!”

상엽은 더 이상 듣고 싶지도 않았다.

이미 운남에 자리를 잡았고 테리아 그룹에 의해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말했잖아. 결국은 내가 중국을 먹을 거라니까.”

“새로운 국가 이름은 정하셨습니까?”

“상엽민국. 어때?”

루시의 입술이 꿈틀거렸다. 웃음을 참는 것이다.

“나도 농담이야. 그냥 웃어.”

“다른 요청 사항이 있습니다.”

“또? 나 오늘 요청이라는 단어만 백 번은 들은 거 같은데? 전부 거절하라니까.”

“다른 종류의 요청입니다.”

상엽은 그제야 루시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이민 요청이 있었습니다.”

“온다는 거야? 간다는 거야?”

“둘 다입니다.”

상엽에게 마냥 좋은 일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우선 미사일이 날아왔다는 사실에 운남 주민들의 불안은 극에 달했다.

상엽이 막아 줬다는 뉴스에 안도를 하면서도 다시 그런 일이 벌어질 거란 불안이 생긴 것이다.

이런 현상은 묘한 딜레마를 만들었다.

-상엽은 국민들을 먼저 생각하는 지도자다.

-결국 운남은 가장 위험한 땅이다.

상엽을 믿지만 미사일에 대한 공포가 커진 것이다.

“민심이라는 게 참 어려워.”

“리더의 역할이 필요할 때입니다.”

“나 싫어하는 거 시키려고 하는 거지?”

“연설을 하셔야 합니다. 지금이 가장 적기입니다.”

영웅이라는 이미지로 한창 칭송을 받고 있었다. 루시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알았어. 연설문은 직접 써 줄 거지?”

“준비하겠습니다.”

운남에 자리를 잡은 최초로 상엽의 연설이 결정되었다.

불과 30분 만에 시청 앞에는 5만 명이 몰려들었다. 공간이 부족해 상엽을 볼 수 없는 골목에 자리를 잡은 인원까지 합치면 10만 명에 육박했다.

상엽의 연설은 TV로 생중계가 되었으며 운남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었다.

“시작하시죠.”

상엽은 연설문을 받아 들고 단상 앞에 섰다.

다양한 사람들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상엽의 이름을 외치며 기뻐하는 사람도 있었고, 걱정 가득한 얼굴도 있었다.

무표정한 사람부터 기대감을 드러내는 사람까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모든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상엽은 말을 시작하기 전에 단상 위에 놓은 연설문을 보았다.

희망을 주는 메시지들이 가득 적혀 있었다. 코드 제로의 요원들이 몇 번이나 검수를 하며 완성한 연설문이었다.

‘미안해.’

그런데 상엽은 그저 이것을 읽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연설문을 닫아 두고 직접 이야기를 시작했다.

“정상엽입니다.”

그는 모두 알고 있는 이름을 말하며 단상 옆으로 나와서 허리를 깊이 숙였다.

좌중에 대한 예의였다. 그리고 다시 단상으로 돌아가 마이크를 잡고 단상 아래로 내려왔다.

“우리 모두에게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좋은 일만 있었다고는 말할 수가 없네요. 그리고 앞으로도 많은 일들이 있을 겁니다.”

상엽은 자신의 생각을 차분히 풀기 시작했다.

“전 이 자리에서 여러분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할 수도 있습니다. 안전할 것이다. 앞으로 운남이 세계의 중심이 될 것이다. 예전보다 발전한 도시가 되어서 풍요로워질 것이다. 이런 말들 말입니다.”

좌중은 솔직한 이야기에 집중했다.

“현실은 다릅니다. 치열하고 복잡하죠. 제가 단순한 놈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해하지 못할 일들도 참 많이 일어납니다. 제가 여기서 희망을 이야기한다고 모든 것이 현실이 된다면 수백 번도 더 말할 수 있습니다. 운남이 최고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 중에 누구도 억울하게 죽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상엽은 잠시 숨을 죽이고 좌중과 눈을 마주쳤다.

“이 말이 과연 진실일까요? 거짓일까요?”

그의 질문에 누구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상엽은 잠시 시간을 가지다 직접 질문에 대답했다.

“전 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꿈을 위해 지금까지 노력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조금씩 꿈이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지금 모습이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꿈은 현실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또 다른 꿈을 위해 노력합니다.”

많은 좌중이 고개를 끄덕였다. 상엽의 말대로였기 때문이다.

상엽이 오기 전만 해도 운남 곤명은 지배 길드가 모든 것을 움켜쥐고 국민들은 핍박을 받던 곳이었다.

“아직 제 꿈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 말은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란 말입니다.”

상엽은 좌중에게 한 발 다가가서 연설을 마무리했다.

“제가 할 수 있는 전부를 할 것입니다. 절대 여러분들을 버리지 않습니다.”

그가 다시 인사를 하자 좌중이 박수를 보냈다.

애써 연설문을 작성했던 코드 제로의 요원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박수는 곧 파도처럼 모두에게 퍼졌고 시청이 흔들릴 만큼의 파동을 만들었다.

훌륭한 연설은 아니었지만 솔직한 마음이 전해진 것이다.

그 박수와 환호성은 상엽에게도 큰 선물이 되었다.

믿어 준다는 것.

그 감정이 모여서 만들어 내는 울림은 큰 감동이 되었다.

거북 신 호트.

상엽은 이를 40%까지 완성했다.

“100%까지 가야겠어.”

공격력이 충분하기에 방어에 더 욕심이 났다.

예전에도 블랙과 화이트의 시너지는 상엽에게 큰 힘이 되었지만 신의 상점으로 들어서자 상상을 초월하는 효과가 있었다.

“왕수는 당분간 움직이지 못할 것입니다.”

“알아. 그러니까 기회지.”

“계속 공격하실 생각이십니까?”

“당연하잖아. 그냥 두면 다시 힘을 키울 거야.”

상엽은 이걸로 만족하지 않았다.

“누나도 살려야지.”

여전히 에레나의 생명초가 왕수에게 있었다.

“좀 더 강해지신다면 더 유리한 싸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블랙 해머에게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제 협상으로 생명초 조각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은 지났다. 왕수를 죽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동희는 어때?”

“직접 만나 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루시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녀의 의도대로 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래도 상엽은 직접 만나서 판단하기로 했다.

애뇌산은 활기가 넘쳤다.

상엽이 도착했을 때는 블랙 해머들이 동희가 만든 음료의 능력을 실험하고 있었다.

모두 하나같이 놀란 표정으로 엄청난 신체 능력 상승을 경험했다.

“상엽아!”

상엽을 발견한 동희는 크게 인사를 했지만 평소처럼 뛰어오지는 않았다.

동희는 산을 크게 돌고 돌아온 블랙 해머들과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하며 뭔가를 기록했다.

“일단 그것부터 해.”

상엽은 방해하지 않고 잠시 뒤로 빠져 있었다.

그런데 먼저 조사를 받고 물러난 블랙 해머 대원들이 계속해서 간절한 표정으로 뭔가를 말하려고 했다.

상엽은 동희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들의 눈빛을 애써 무시했다.

“뭐 하는 거야?”

동희가 마지막 대원까지 조사를 끝낸 후에야 상엽이 다가가서 물었다.

“개인 프로필을 만드는 거야. 신체 능력에 따라 효과가 전부 다르거든.”

동희의 기록은 곁에 있는 용소가 받아서 전부 컴퓨터로 저장했다.

“용소가 컴퓨터를 잘해. 헤헤.”

그들은 이미 꽤 친해진 것으로 보였다.

“안녕하십니까?”

용소가 상엽을 보며 인사를 하자 그제야 대원들이 일제히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다들 잘 지냈어?”

왕수와의 싸움에서 그들은 서른 개의 군부대를 처리하고 다시 애뇌산으로 돌아왔다.

겨우 하루가 지났을 뿐임에도 이런 인사를 한 건 그들이 뭔가 대단히 간절한 눈빛을 보냈기 때문이다.

“사하르, 그냥 속 시원하게 말해.”

“라면 먹고 싶습니다!”

상엽은 그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정말 라면이 먹고 싶다.

동희의 음식을 먹기 싫다.

상엽도 충분히 이해를 했다. 그런데 동희가 상엽보다 먼저 대답을 했다.

“안 돼. 지금 너희들은 프로그램대로 먹어야 돼. 아직 100일 남았어.”

100일이라는 말에 블랙 해머는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100일이라니? 무슨 뜻이야?”

상엽이 어떻게든 틈을 만들어 그들의 갈증을 해소해 주고자 했다.

“음료와 음식이 그동안은 단발성이었잖아. 그런데 프로그램대로 먹으면 영원히 강화될 수 있어.”

“정말 건강해지는 거네.”

“맞아. 대신 시간이 좀 걸리고 정해진 대로만 먹어야 돼.”

상엽은 안타깝게도 동희의 계획에서 빈틈을 찾지 못했다.

“그렇다는데?”

사하르는 상엽의 말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 잠시 쉬어. 곧 밥해 줄 테니까.”

블랙 해머는 한숨을 쉬며 휴식에 들어갔다.

그동안 상엽은 동희와 여러 대화를 나눴다. 대부분 블랙 해머에 관해서였다.

“응. 벌써 친해졌어. 상엽의 말대로 좋은 애들이더라고.”

애들이라는 말이 걸렸지만 상엽은 굳이 문제 삼지 않았다.

“장기적으로 키워 주고 싶어.”

“실험체로 보는 건 아니지?”

“실험을 하긴 하겠지만 안전하게 할 거야. 블랙 해머가 죽는 건 싫으니까.”

상엽이 원하던 말이었다. 그런데 이것은 동희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저도 그들만을 위한 무구를 만들고 싶습니다.”

같이 있는 동안 많은 것을 함께하면서 마음이 통한 것으로 보였다.

“개개인의 특성을 분석해서 개성 있는 무구를 지급한다면 신의 군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용소는 개인적인 포부까지 밝혔다.

“무구는 만들기 싫다더니?”

“그들이 좋아졌습니다. 포로로 잡혀 온 건데 진심으로 대해 줬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왕수를 공격한 것을 들었습니다. 복수에 꼭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상엽으로서는 나쁠 것이 없었다.

“알았어. 하지만 결정은 내가 아니라 블랙 해머가 하게 될 거야.”

동희와 용소는 자신 있는 표정이었다. 이를 보며 상엽도 안심하며 쉬고 있는 블랙 해머를 불러 모았다.

동희와 용소가 들을 수 없는 곳에서 블랙 해머를 집합시킨 상엽은 솔직한 심정을 물었다.

-차라리 굶겠습니다!

-빨리 먹으면 웃으면서 더 줍니다!

-맛있다고 하지 않으면 간식까지 만듭니다!

-악마의 표정으로 음식을 먹여 줄 때도 있습니다.

블랙 해머의 반응은 동희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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