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220화 (218/300)

# 220

“이게 무슨 짓이냐!”

주석이 분노해서 외치는 순간, 상엽은 몸을 띄우며 지붕을 뚫고 하늘로 치솟았다.

이미 대기 중이던 지옥마가 상엽을 태웠고, 추종자는 아래에서 올라오는 기림을 향해 밝은 빛을 뿌렸다.

그 잠시의 시간으로 상엽이 탈출할 시간은 충분했다.

기림은 이를 악물며 상엽을 뒤쫓았고 하늘을 향해 스킬을 난사했다.

그렇게 10분여의 추격전이 펼쳐졌다.

기림이 워낙 집요하게 쫓아오는 바람에 추격전이 길어진 것이다.

그런데 추격을 하던 기림은 뒤늦게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유인?’

그는 이미 베이징을 크게 벗어나 있었다.

최고 속도로 달린 탓에 10분 만에 아군과도 꽤 거리가 생겼다.

그때, 상엽은 지옥마 위에서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5분이면 충분하지.”

추격전은 상엽이 의도한 바였다.

“랭킹 1위 솜씨 좀 볼까?”

기림은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

-랭킹 1위에게 덤비진 않겠지.

그동안 그를 향해 먼저 무기를 겨누는 자는 없었다. 랭킹 1위라는 타이틀이 주는 위압감 때문이었다.

그런데 상엽은 아니었다.

“1위가 뭐 어쨌다고?”

상엽은 지옥마에서 뛰어내리며 파괴전차로 변했다.

기림은 상엽의 기습에 당황했지만 대처가 늦진 않았다.

촤랏!

그의 양손에서 은빛 사슬이 튀어나왔다. 사슬을 팽팽하게 당기자 그의 앞에 거미줄처럼 수십 겹의 방어막이 펼쳐졌다.

쩌어엉!

여러 겹의 사슬은 상엽의 돌격에 유연하게 휘어지며 힘을 분산시켰고 절반이 끊어지긴 했지만 결국에는 공격을 막아 냈다.

‘막는다고?’

뚫을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던 상엽에게도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벽이라면 뚫렸겠지만 유연한 수십 겹의 막은 파괴전차를 멈춰 버렸다.

“죽여 주지!”

첫 공격을 막아 낸 기림은 사슬을 다시 변형시키며 상엽을 향해 뛰었다.

사슬의 끝은 어느새 날카로운 창이 되었고 기림이 휘두를 때마다 수십 갈래로 갈라지며 뱀처럼 급소를 노렸다.

그런데 상엽은 그에 방어를 하지 않았다.

“방어막이 없어졌네?”

쿠릉!

상엽은 다시 한번 파괴전차를 펼쳤다. 하지만 돌격이 시작되기 직전에 그의 몸으로 수십 개의 창날이 닿았다.

‘압축 피부.’

챙! 챙! 챙!

피부에 닿았던 창날은 상엽의 피부에 피가 튀는 상처를 만들었지만 깊숙이 파고들진 못했다. 그저 긁혀서 난 상처만 남긴 것이다.

신의 스킬–압축피부

피부를 수십 겹을 압축한 철갑으로 만든다.

거북 신 호트의 첫 번째 스킬이었다.

공격을 포기한 방어의 신은 첫 번째 스킬로도 큰 위력을 발휘했다.

코드 제로에 코인을 빨리 정리하라고 요청한 것도 이 스킬을 위해서였다.

“어떻게…….”

기림은 놀랄 틈도 없이 자신을 향해 덮쳐 오는 파괴전차를 피해야 했다.

“분산.”

그의 몸이 진동을 일으키듯 흔들리더니 유령 걸음처럼 파괴전차를 통과시켰다.

하지만 그가 다시 원래의 몸으로 돌아왔을 때는 더 큰 위기를 맞았다.

팔각 대시.

방향을 바꾼 상엽이 그의 등을 향해 해머를 휘두른 것이다.

‘잡았다.’

상엽은 성공을 확인했다. 그런데 고치에 말린 번데기처럼 사슬이 튀어나와 몸을 감쌌다.

상엽은 이를 보고도 멈추지 않고 해머를 휘둘렀다.

쾅!

사슬이 일제히 터져 나가며 기림의 몸이 화살처럼 날아갔다.

그런데 끊어진 사슬의 조각들은 날카로운 창이 되어 상엽을 덮쳤다.

방어와 공격을 동시에 하는 스킬이었다.

채챙!

하지만 이 역시 상엽의 피부를 뚫진 못했다.

“한 방 더.”

상엽은 중심을 잃고 날아가는 기림을 뒤쫓았다.

기림은 한 차례 몸을 흔들더니 바닥을 크게 차며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것으로 중심을 잡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거미줄 사슬을 펼쳤다.

팔각 대시.

상엽은 빠른 속도로 궤도를 바꿔서 거미줄의 뒤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가 도착했을 때는 기림도 자리를 옮긴 후였다.

“1위라는 놈이 도망만 가네.”

상엽의 도발에 기림이 이를 악물며 사슬을 양손에 나눠 쥐었다.

그러자 사슬이 장갑처럼 그의 몸을 감싸더니 한기가 서린 푸른빛을 뿌렸다.

기림의 눈빛이 달라진 것도 그때부터였다.

촤랏!

기림이 오른손 주먹을 뻗자 하얀 서리가 낀 수십 줄기의 사슬들이 강렬한 회전으로 회오리를 일으키며 직선으로 날아왔다.

동시에 왼손에는 한기가 압축된 사슬 채찍이 전혀 다른 느낌으로 움직였다.

채찍이 움직일 때마다 공기가 얼어붙으며 얼음 조각이 떨어질 정도로 압도적인 한기를 담고 있었다.

쾅! 쾅!

상엽의 공격을 빠른 움직임으로 피해 낸 기림은 거리를 유지하며 계속해서 사슬 공격을 펼쳤다.

츳! 츳!

돌진을 주로 하는 상엽의 피부는 몇 번이나 공격을 튕겨 냈지만 횟수가 거듭되자 통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충격은 견뎌 내지만 한기가 남은 것이다.

‘멈추면 죽어.’

랭킹 1위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의 실력자였다. 하지만 약점은 있었다.

‘전투 경험은 별로 없어.’

기림의 공격과 방어는 깔끔하고 정돈되어 있었다. 변수가 별로 없다는 뜻이었다.

‘견디자.’

상엽은 자신의 피부를 믿고 일부러 같은 방식으로 직선 공격을 계속했다.

전투는 그때부터 치열해지기 시작했다.

해머의 폭발과 사슬의 현란한 반격이 계속되었고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상엽은 집요하게 돌진을 선호했고 기림은 거리를 유지하며 반격을 가했다.

기림은 전투가 거듭될수록 자신감을 얻기 시작하면서 반격도 매서워졌다.

‘이겼다.’

기림은 승리를 확신했다. 자신은 아무런 상처가 없는 반면, 상엽의 피부는 이미 갈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오래 버티지 못할 것으로 보였다.

그때, 상엽이 처음으로 돌진을 포기하고 고스트 체인을 던졌다.

수십 줄기의 뼈로 된 체인이 폭사하듯 기림을 덮쳤다. 하지만 체인은 훌륭한 선택이 아니었다.

촤랏!

사슬 채찍이 상엽의 손에서 시작된 고스트 체인의 가운데를 하나로 묶어 버렸다. 체인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이것은 상엽의 위기로 이어졌다.

츠팟!

기림의 오른손에서 직선 공격을 하던 사슬들이 일제히 흩어지며 상엽의 주변에 떠올랐다.

그리고 피할 틈도 없이 작은 폭발을 일으키며 하얀 서리를 뿌렸다.

극한의 한기는 금세 피부로 파고들면서 자연스럽게 근육을 떨리게 했다.

그리고 그 위로 다시 사슬 채찍이 떨어졌다.

퍽!

지금까지와는 다른 충격음과 함께 상엽의 오른쪽 팔뚝 부근의 피부가 덩어리째로 깨져 나갔다.

‘한 번은 재생한다.’

기림은 공격에 성공했지만 이미 받은 정보가 있는 터라 서두르지 않았다.

‘시간은 내 편이다.’

그가 믿는 구석은 또 하나가 있었다. 지금은 거리가 벌어져 있지만 아군이 분명히 달려오고 있을 것이다.

그들도 최상위 랭커들로 상엽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실력자들이었다.

‘앞으로 2분.’

그 생각을 할 때, 상엽의 떨어져 나간 피부 안에 있던 근육도 한기를 버티지 못하고 파괴되었다.

더 이상 해머를 휘두를 수 없는 큰 상처였다.

펑!

그런데 잠시 뒤로 물러선 상엽의 몸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완벽히 회복이 되었다.

특수 스킬 회생.

이를 본 기림의 입가에 웃음이 걸렸다.

‘이제 뒤는 없다.’

마지막 변수마저 사라졌다고 느꼈을 때, 기림은 아껴 두었던 스킬을 펼쳤다.

‘콜로세움.’

촤랏!

그의 몸에서 솟아오른 사슬이 거대한 원형 투기장 형태를 만들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서리가 낀 하늘이 투기장의 천장을 덮자 상엽은 그 안에 갇힌 꼴이 되었다.

“죽여 주지.”

자신감에 찬 한 마디였다. 그런데 상엽의 반응이 의외였다.

“경기장이 너무 크잖아.”

끼아악!

콜로세움이 완성됨과 동시에 사각 벽이 상엽과 기림을 한 공간에 넣었다.

특수 스킬 통곡이었다.

둘은 똑같이 서로가 도망갈 수 없는 벽을 만들었다.

‘1분 남았어.’

겨우 4분이 흘렀을 뿐이지만 기림과 상엽은 수백 번의 공방전을 펼쳤다.

이는 모두 상엽의 의도된 전투였다.

‘개싸움의 진수를 보여 주지.’

정형화된 전투는 끝이었다.

서로 마주 본 상태에서 직선으로 돌진하고 강력한 스킬로 대응하는 건 변종을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이었다.

‘이게 진짜 싸움이야.’

상엽은 통곡의 벽 안에서 다시 한번 기림을 향해 돌진했다.

기림은 이미 공간을 확인하고 자신이 유리한 싸움을 하려 거리를 확보하려 했다.

이미 성공한 전략을 굳이 바꿀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면서 변수를 대비하기 위해 통곡의 벽에 조금씩 상처를 내려 했다.

하지만 그가 벽을 깨트리기 전에 주변으로 빛의 기둥이 먼저 치솟았다.

기림은 당황하지 않고 벗어나려 했는데 그 위치에 상엽이 심판을 떨어트렸다.

그리고 다시 움직이려는 쪽엔 돌기둥이 치솟았다.

쾅!

기림은 돌기둥을 단숨에 깨트리며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깨진 돌기둥 뒤에는 상엽이 있었다.

“들어가.”

쾅!

결국 상엽의 해머가 기림을 다시 한번 때렸다. 하지만 이미 대비가 되었던 기림의 사슬을 겹겹이 둘러 해머를 막아 냈다.

“개싸움 시작.”

해머를 막아 냈지만 기림의 주변에는 유령 군대가 소환되어 있었다.

사전 정보를 통해 이미 파악을 하고 있던 기림은 빠르게 주변에 있는 전사를 제거하려 했다.

깡!

그런데 그의 공격이 막혔다.

그의 계산대로라면 유령 군대는 자신의 공격을 막을 수준이 아니었다.

“정신이 좀 없을 거야.”

그의 사슬을 막은 자는 상엽이었다.

상엽은 그때부터 기림의 공격을 막는 데 주력했다. 반면 유령 군대와 추종자는 오직 공격에만 집중했다.

기림은 공격을 할 틈이 없었다. 사슬이 상엽의 손에 잡히고 해머에 감기면서 힘 싸움이 시작되었고 유령 군대는 계속해서 급소를 노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림은 당황하지 않았다.

촤랏!

그의 몸에서 튀어나온 다섯 줄기의 사슬이 주변을 휘감으며 회오리를 만들었다.

진짜 변수가 생긴 건 그때였다.

‘스트라이크.’

수비로 일관하던 상엽이 갑작스레 공격을 한 것이다.

기림은 당황했지만 실수 없이 사슬로 몸을 감으며 다시 한번 버텨 냈다.

챙!

사슬이 터져 나갔지만 그 안에 있던 기림이 멀쩡히 나타나며 상엽의 목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그의 주먹에서 튀어나온 사슬이 날카로운 창이 되어 상엽의 목을 향했고 왼손의 사슬 채찍은 상엽의 무릎을 노렸다.

완벽한 반격이었다.

그런데 상엽의 표정을 본 기림은 서늘한 한기를 느꼈다.

‘유령 잔상.’

시간 차를 두고 스트라이크의 충격이 다시 한번 기림을 덮쳤다.

그동안 보인 적이 없는 공격에 기림은 충격을 받고 밀려났다.

단 한 방에 그는 속이 뒤집어지고 피를 토할 것 같은 충격을 느꼈다.

쿵!

수습할 틈도 없이 그는 통곡의 벽에 막혔다.

밀어내는 압력에 의해 그의 몸이 옷걸이에 걸린 옷처럼 넓게 퍼졌을 때였다.

상엽이 파괴전차가 되어 그를 향해 돌진했다.

지척의 거리.

피할 틈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기림은 다시 사슬로 몸을 감쌌다.

채챙!

사슬이 깨지면서 충격을 최소화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유령 잔상이 뒤따랐다.

파괴전차의 유령 잔상.

조금도 약화되지 않은 파괴전차의 충격이 사슬을 잃은 기림을 덮쳤다.

콰콰쾅!

통곡의 벽의 한쪽이 폭발하듯 터져 나갔다. 그리고 기림의 몸이 파편처럼 밖으로 밀려났고 상엽이 이를 집요하게 뒤쫓았다.

“5분 다 됐어.”

기림은 파괴전차를 정면으로 맞고도 살아 있었다. 하지만 다시 전투를 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1위라고 별거 없네.”

상엽은 날아가는 기림을 어느새 쫓아와서 해머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그때, 상엽을 향해 수십 개의 스킬이 날아왔다.

동료들이 도착한 것이다.

기림의 절망은 그 순간 희망으로 변했다.

‘살았다.’

스킬의 타이밍이 워낙 절묘했다. 상엽도 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쾅! 쾅! 쾅!

결국 상엽이 있던 자리에서 스킬들이 하나로 모이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아슬아슬했다.’

기림은 자신의 몸이 중력에 따라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느끼며 죽지 않았음에 감사했다.

그때였다.

기림은 위험한 기운이 여전히 곁에 있다고 느꼈다.

‘뭐지?’

그 생각이 들었을 때, 마치 들었다는 듯이 대답이 들렸다.

“좀 간지럽네.”

상엽은 스킬을 몸으로 견뎌 냈다. 기림을 잡을 찬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위험한 도박이지만 압축피부가 상엽을 지켜 주었다.

피부가 터져 나가며 온몸에 피를 흘리는 상엽은 악귀처럼 기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그만…….”

불길한 예감을 느낀 기림이 힘겹게 입을 열려 할 때, 상엽은 들어 올린 해머를 내려찍었다.

그리고 기림은 자신의 시야를 가득 채우는 해머를 보았다.

쾅!

그가 살아서 마지막으로 보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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