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3
‘이것들은 뭐야?’
특이한 형태의 무기들이었다.
탕!
그들 중에는 장갑에서 총알이 튀어나오는 종류도 있었다. 그런데 이 총알이 문제였다.
‘아파?’
이미 최고 등급 총알로 실험을 했던 상엽은 통증을 유발하는 것도 모자라 멍까지 드는 피부를 보며 상대의 무기가 심상치 않음을 알았다.
-신의 무기가 아니에요.
성아도 처음 보는 무기들이었다.
‘개조가 된 거야.’
총알, 진동파, 화염 방사, 가스 분출.
이는 현실에 존재하는 무기들이었다. 이를 신의 무기와 접목해서 개조한 것이다.
게다가 무기뿐만이 아니었다.
챙!
‘독!’
그들의 갑옷에서 상엽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가시가 발사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타격을 받는 순간에 갑옷으로부터 반사되는 힘이 뿜어져 나왔다.
이는 본래 탱크에 접목된 기술로 액티브 아머 시스템이라는 군사 기술이었다.
단숨에 전투를 끝내려던 상엽의 계획은 그들의 신무기에 의해 막히고 말았다.
오히려 상엽의 피부가 찢어지며 피가 흘렀고, 여전히 위협을 받았다.
‘이것들이!’
상엽은 결국 잠시 뒤로 물러나며 유령 군대에 총공격을 명령했다.
콰르릉!
연구소가 단숨에 무너질 만큼 거대한 화력이 터져 나왔다.
해령 길드의 전투 팀장이 바닥에 수류탄 같은 폭약을 던지면서 일어난 일이었다.
그 충격으로 총공격을 했던 유령 전사 중의 7명이 소멸했다. 반면 침입자들은 포위망을 빠져나가며 상황을 지켜보는 상엽을 향해 무기를 뻗었다.
장갑, 창, 도끼에서 일제히 예상치 못한 공격이 뿜어져 나왔다.
산탄총 같은 바늘을 시작으로 유탄 같은 폭약, 회전하면서 점점 커지는 톱니바퀴.
상엽은 세 가지 무기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적당히 까불어야지.’
상엽은 무기들이 발사되는 순간 바닥을 차며 뛰어올랐다.
‘파괴전차.’
그의 몸이 다가오는 무기들을 튕겨 내며 사내들을 덮쳤다.
피부가 찢어지며 피가 튀었지만 그뿐이었다.
철갑 거북이 신 호트.
그 위력이 치명적인 상처를 막아 주었다. 반면 상엽이 무기를 뚫고 돌진하는 건 상대에게 치명적인 상황을 만들었다.
쾅!
가장 가까이 있던 사내 한 명이 파괴전차에 부딪치며 그 자리에서 소멸했다.
‘스트라이크.’
상엽은 파괴전차를 멈춤과 동시에 스트라이크로 방향을 90도로 꺾었다.
위로 뛰어올랐던 또 한 명의 침입자는 신무기 중의 하나인 갑옷을 믿고 오히려 반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상엽은 그의 몸을 직접 타격하지 않았다.
쾅!
고스트 실드를 때리면서 화염을 뿜었고 괴로워하는 상대의 머리에 해머를 꽂았다.
‘화염파도.’
두 명을 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엽은 근처에 있던 또 한 명을 노렸다.
화염파도가 주변에 불꽃을 일으키며 뻗어 가자 상대는 재빨리 지상으로 내려섰다.
‘어디?’
그는 화염파도를 피하고 예상 지역을 살폈지만 상엽이 보이지 않았다.
“여기야.”
팔각 대시로 방향을 급격히 튼 상엽이 이미 그의 뒤에 서 있었다.
쾅!
또 한 명이 해머에 빛으로 흩어지는 순간이었다.
상엽이 단숨에 세 명을 처리하자 마지막 남은 해령 길드의 전투 팀장은 이를 악물며 기습을 시도했다.
아군이 죽는 상황을 노린 마지막 일격이었다.
그의 장갑이 붉은빛을 띠며 상엽의 뒷목을 노렸다.
‘유령 걸음.’
마지막 일격은 허무하게 공중을 휘저었다.
“넌 나한테 줄 게 있어.”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상엽은 사내의 뒷목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회심의 일격을 실패한 사내는 마지막까지 몸을 돌리며 반격을 시도했다.
쿵!
상엽은 회전력을 더해서 날아오는 사내의 발 차기를 그냥 몸으로 맞아 주었다.
상엽은 고개가 살짝 돌아갔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어떻게…….”
“질문은 내가 할 거야.”
쾅!
상엽의 주먹이 사내의 관자놀이를 정확히 때렸다.
그 한 방으로 사내는 정신을 잃었다.
추종자는 오랜 시간 사내의 기억을 읽으려 했다. 하지만 정신 계열도 충분히 대비가 된 사내의 영혼은 침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내가 도와줄게.”
추종자 혼자는 불가능했지만 동희가 합류하자 결과가 달라졌다.
동희는 난장판이 된 연구소에서 쓰러진 냉장고를 찾아냈고 녹색 액체를 사내의 입으로 흘려 넣었다.
그러자 사내가 강한 경련을 일으키며 거품을 뿜어냈다.
“지금이야.”
동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추종자가 다시 사내의 몸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사내의 눈빛에서 생명의 기운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성공했습니다.
“좋아.”
상엽은 추종자와 함께 사내의 기억을 살폈다.
“난 정리 좀 하고 있을게. 아무래도 여길 떠야겠어.”
동희는 이미 담비와 함께 이사를 결정했다.
한 번 습격을 당한 곳이라 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험체부터 챙기고.”
연구소가 무너지면서 천장의 우리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런데 누구도 도망을 가지 못했다.
바닥으로 떨어진 충격 정도로는 우리가 파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희가 필요한 것들을 챙기는 동안, 상엽은 해령 길드 팀장을 통해 중요한 정보들을 모두 빼냈다.
‘비밀이 많은 녀석들이었어.’
워낙 고위층이다 보니 고급 정보가 많았다. 그중에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연구소의 실체였다.
‘군수 공장이 완성됐어.’
해남도의 연구소에서는 현대 무기와 신무기의 중간인 프로토타입의 무기들이 생산되고 있었다.
그런데 신무기로 가기 위해서는 동희의 연금술이 필수였다.
결국 그들은 1차 무기를 생산하면서 진짜 신의 무기를 완성할 수 있는 시설 공사에도 들어갔다.
“성아. 너도 보고 있지?”
상엽이 알게 되는 정보는 성아도 함께 볼 수 있었다.
-인간의 능력이 이 정도라니…….
성아가 본 연구소의 실체는 신의 대륙에 있던 롱투스의 연구소를 넘어서고 있었다.
“이 녀석들, 신의 무기를 대량 생산할 생각이었어.”
현대의 공장과 자동화 시설의 노하우는 신의 무기 생산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해령 길드원들이 제일 먼저 무기를 지급받고 훈련에 들어갔고, 그래서 해남도에 연구소 건설을 허락한 거야.”
-주인님. 그들이 신의 무기를 생산하면 첫 목표가 주인님이었습니다.
신의 무기가 만들어지면 무서울 것이 없다고 판단한 해령 길드는 상엽을 첫 번째 제거 대상으로 설정했다.
이는 복수이자 신의 무기를 알리는 좋은 이벤트가 될 거라 판단한 것이다.
“왕수 이 자식. 역시 위험한 놈이었어.”
이 모든 계획의 시작은 왕수로부터 시작되었다.
갓코인 초창기부터 연구를 시작했고 이제 그 결과물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늦지는 않았어.”
프로토타입만으로도 큰 위협이 되는 무기들이었다.
“하긴 유산을 바로 완성할 수 있다는 거니까.”
조각을 모아 힘들게 완성하고, 강화까지 해야 하는 무기를 단숨에 완성 상태로 만들 수 있다.
물론 신의 힘이 빠지기 때문에 유산만큼 강력하진 않지만 문제는 하나만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의 무기로 중무장한 군대가 탄생한다는 거지.”
이것이 주는 충격은 분명히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상엽아, 이거 내가 가져도 돼?”
상엽이 이런저런 생각을 할 때, 동희가 어느새 다가와서 물었다.
동희가 가리킨 것은 사내가 입고 있는 갑옷과 장갑이었다.
“분석할 거야?”
“응.”
“결과는 나한테도 알려 줘.”
“알았어. 고마워.”
갓코인 유저가 소멸할 때, 소지하고 있는 것은 모두 소멸하므로 동희는 재빨리 그의 신무기들을 벗겨 냈다.
“헤헤.”
방금 전에 죽을 뻔했다는 사실을 벌써 잊어버린 동희는 새로운 연구 과제를 보며 초롱초롱한 눈빛을 했다.
“일단 여길 뜨자.”
상엽은 사내의 남은 기억까지 모조리 읽어 내고 전투를 마무리했다.
* * *
쾅!
왕수는 책상을 내려쳤다.
-실패했습니다.
그 한 마디가 그를 분노하게 했다.
신의 무기 완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작전이 실패한 것이다.
이를 위해 각 길드에서 주요 인물들을 차출했고, 한국을 흔들기 위해 정치 공작까지 펼쳤다.
하지만 오히려 정예 멤버를 잃고 자신의 의도까지 파악당하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정상엽…….”
왕수는 이 이름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의 분노가 미처 다 사라지기도 전에 예상치 못한 연락이 왔다.
“정상엽이 통화를 원하고 있습니다.”
마치 자신이 범인이라고 확인이라도 시켜 주듯이 상엽이 연락을 해 온 것이다.
왕수는 책상 모서리로 밀려났던 전화기를 들었다. 그러자 곧바로 상엽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
“할 말이라도 있나?”
-네가 보낸 놈들, 전부 죽었어. 지금쯤 보고받았지?
놀리는 것이 분명한 말투였다.
“내 주목을 받아서 좋을 게 없을 텐데.”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지금까지 넌 그냥 재수 없는 놈이었는데 이제는 달라졌거든.
왕수는 다음 말이 듣고 싶지 않았다.
“할 말이 그거뿐인가? 시간 낭비는 그만하고 싶군. 애송이와 통화할 시간은 없어서 말이야.”
-할 말? 있지.
상엽은 지금까지와 달리 분노를 담아 외쳤다.
-선전 포고. 개새끼야.
그들의 통화는 여기까지였다. 하지만 끝난 건 대화일 뿐,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였다.
왜애앵!
전화가 끝나기 무섭게 왕수의 귀에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가 파고들었다.
“설마?”
왕수는 재빨리 창문을 깨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5층 건물에서 뛰어내린 그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았다.
거짓말처럼 하늘을 덮고 있는 거대한 해머.
해머가 지상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 * *
중국 천진에 위치한 갓코인 군사 본부.
이곳이 습격을 받았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예상을 했더라도 믿지 않았을 이야기였다.
차이나 커넥션의 핵심 도시는 베이징이었다.
하지만 이는 상징적인 의미였고 갓코인 군사 도시는 천진을 중심으로 꾸려졌다.
정치의 핵심은 베이징, 군사 핵심은 천진인 것이다.
그런 천진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물로 알려진 군사 본부는 중국의 국방부 건물보다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그런데 지금 갓코인 군사 본부는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인해 지옥도가 펼쳐졌다.
왜애앵!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에 이어 대공포가 불을 뿜었다. 대공포가 쏘아 올린 불꽃은 정확히 한 지점에 집중되었다.
그런데 상대는 이를 피하지도 않았다.
“한 방 더 간다.”
상대는 오히려 더욱 높이 뛰어오르더니 다시 한번 거대한 해머를 소환했다.
그 순간, 해머의 충격에서 살아남은 수백 명의 갓코인 유저들이 하늘을 향해 뛰었다.
하지만 그것은 큰 실수였다.
“까불지 마.”
재앙 같은 습격을 한 인물은 상엽이었다.
상엽을 향해 직선으로 뛰어오르는 갓코인 유저들은 부채꼴로 퍼지는 화염을 피할 수가 없었다.
방위대가 당황한 틈에 상엽은 예정대로 다시 한번 거대한 해머를 소환했다.
그리고 해머는 이미 폐허가 된 땅으로 다시 한번 떨어졌다.
그런데 해머가 바닥에 닿기 직전, 땅에서 물방울처럼 투명한 막이 솟아올랐다.
콰콰쾅!
해머와 물방울의 충돌은 주변으로 엄청난 충격파를 터트렸다.
거대한 물방울 안에 있던 사람들은 무사했지만 오히려 더욱 큰 충격파가 만들어지면서 주변의 생명체는 모두 자취를 감췄다.
“그래도 실력은 있다는 거지?”
투명한 막의 중심에는 왕수가 있었다. 왕수는 분노한 악마처럼 상엽을 노려보며 하늘로 올라가려 했다.
그런데 상엽은 왕수와 마주하는 순간, 지옥마를 소환하며 구름 뒤로 몸을 숨겼다.
왕수는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감지 스킬을 썼지만 상엽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가 쏟아지는 먹구름으로 돌진하기에는 위험이 너무 컸다.
“버러지 같은 새끼들! 정신 차려!”
왕수의 주변으로 만신창이가 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왕수가 막아 주지 않았다면 전부 소멸했을 사람들이었다.
“추격하라!”
왕수는 수하들을 방패 삼아 상엽을 쫓기로 했다.
결국 죽음을 담보로 수하들이 먹구름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가 예상했던 공격은 없었다.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 보고를 듣고서야 왕수는 직접 먹구름 위를 살폈다.
상엽은 지금까지의 공격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
“이렇게 허무하게 당하다니.”
왕수는 상엽을 쫓을 수 없음을 알았다.
“당장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찾아내라! 당장!”
그럼에도 이렇게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
그를 위한 시설이자 차이나 커넥션의 위용을 상징하던 군사 본부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 * *
지옥마는 상엽을 태운 채로 바다 위의 하늘을 달리고 있었다.
“진짜 목표는 여기야.”
방금 전까지 천진에 있던 그는 소환권을 이용해 자리를 이동하고 현재는 해남도를 향해 가고 있었다.
“날 죽이려면 더 많이 준비했어야지.”
그의 눈에 감시탑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해남도의 연구소.
상엽은 더 이상 여기를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의 목표는 여길 파괴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 시간을 벌기 위해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천진을 습격했다.
“여기 힘은 내가 가져야겠어.”
작전을 시작하기 전에 동희가 이런 말을 했다.
-롱투스의 유산을 가진 사람만 잡으면 내가 신의 무기를 만들 수도 있어.
대장장이와 연금술사.
둘은 결국 하나가 되어야 한다.
대장장이가 연금술사를 납치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우리가 납치하자.
연금술사가 대장장이를 납치하면 결과는 같았다.
“몇 배로 돌려준다.”
상엽은 감시탑을 넘어서 기밀 지역으로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