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210화 (208/300)

# 210

-호트는 변방의 해안가를 지키는 신이었어요. 온순하고 싸움을 싫어하지만 누구도 뚫을 수 없는 피부를 가졌어요. 신들의 전쟁에서도 참여를 거부했지만 호트가 지키던 해안이 워낙 중요한 지점이라 초반에 휘말리고 말았죠. 호트를 소멸시키는 데 신 다섯 명의 힘이 필요했다고 들었어요.

공격을 전혀 하지 않는 신.

루소가 상엽의 선택을 달가워하지 않은 이유였다.

죽지 않지만 죽일 수도 없는 힘.

상엽에겐 이것만큼 좋은 기회가 없었다.

상엽은 전투를 통해 획득한 모든 코인을 호트의 힘에 투자했다.

아직은 코인이 부족해서 겨우 20퍼센트밖에 완성이 되질 않았다.

“우와.”

상엽은 한 가지 실험을 하고 있었다.

툭. 툭. 툭.

그의 몸에 닿은 100개의 총알이 두꺼운 철판에 맞은 것처럼 완전히 찌그러져서 바닥에 떨어졌다.

그런데 상엽은 누군가 살짝 손가락으로 찌르는 느낌을 받았을 분이다.

피부에는 작은 흔적조차 남지 않았고 머리와 얼굴에 수십 방을 맞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미사일을 맞아 볼까?”

상엽은 이런 생각까지 했다.

“코드 원. 팬텀 쪽에서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뭐래?”

“정식으로 사과를 하고, 선물을 보내고 싶다고 합니다.”

“거절해.”

“코드 원. 생각해 볼 문제가 있습니다.”

루시는 단박에 거절하는 상엽을 설득했다.

“우리가 블랙 길드를 처리하는 동안, 왕수가 세력을 더욱 넓혔습니다.”

중국에서 단단하게 버티던 블랙 길드를 향해 왕수가 기습적인 공격을 실행했다.

팬텀은 상엽으로 인해 이를 도와줄 틈이 없었다.

“왕수가 최근 우리에 대한 정찰을 멈췄습니다.”

“그래? 팬텀과 계속 싸우라고 판을 깔아 준다 이거지?”

“그렇습니다. 팬텀과 우리가 싸움을 계속하면 왕수에게 이득이 될 뿐입니다.”

결코 상엽이 원하던 상황은 아니었다.

“이놈도 얄밉고, 저놈도 얄밉고. 짜증 나네.”

“일단은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합니다.”

“하긴 그러네.”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 쪽의 반사 이익이 너무 큰 상황이었다.

“팬텀하고 같은 편이 되진 않을 거야.”

“서로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그렇게 해. 일단 왕수 녀석이 웃는 꼴은 볼 수 없지.”

“선물은 어떻게 할까요?”

“받지 마.”

상엽은 간단히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한 시간 후에 루시는 평소와 달리 이미 결정을 내린 일을 다시 거론했다.

“코드 원. 팬텀에서 제시한 선물 말입니다.”

“받지 말라고 했잖아.”

“그런데 좀 특별한 선물이라…….”

“뭔데 그래?”

“에레나의 생명초 조각입니다.”

“뭐?”

잠시 잊고 있던 이름이었다.

상엽이 두 조각을 가지고 있었고 다른 여덟 조각의 행방은 알지 못했다.

“에레나의 생명초 다섯 조각을 제시했습니다.”

상엽은 잠시 머리가 멍해졌다. 하지만 이내 평정심을 찾았다.

“어차피 한 조각만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어도 끝이야.”

“거절할까요?”

“음, 아니야. 일단 받아.”

7조각이 모이면 남은 건 3조각이었다.

“독약일 수도 있습니다.”

“알아. 그런데 생각해 보면 어차피 2조각을 가지고 있으나 7조각을 가지고 있으나 마찬가지야. 일단 받아.”

“알겠습니다.”

인간 변종의 시작이 되었던 특수 의뢰.

에레나의 생명초는 자연스럽게 특수 의뢰를 해결한 실력자들이 가지게 되었다.

팬텀이 블랙 길드를 통합하면서 이 조각들을 모은 것으로 보였다.

“전부 다 준 걸까? 하나를 남겨 뒀을까?”

“세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세 가지? 두 가지가 아니고?”

가진 조각을 모두 준 경우.

6개의 조각 중에 5개만 주는 경우.

상엽은 그 외를 생각하지 못했다.

“가진 전부를 주고 다른 조각의 행방을 알려 줄 수도 있습니다.”

“아.”

7조각을 가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남은 조각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다.

게다가 에레나의 생명초는 상엽이 누나를 살릴 수 있는 직접적인 해결책이었다.

“사냥개가 되라?”

“그럴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아직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에레나의 생명초라는 갑작스러운 선물을 제안하는 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었다.

“좋아. 받아. 어떻게 나오는지 보자고.”

상엽은 선물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조각은 한 사내에 의해 바로 전달되었다.

“팬텀에서 이 선물을 드릴 수 있어 영광입니다.”

30대 중반에 인상이 좋은 사내는 매사에 신중했고 어떤 불합리한 요구도 하지 않았다.

대신 하루만 여행 삼아 머물게 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시청의 집무실로 사신으로 온 사내가 찾아왔다.

한스라는 평범한 이름의 사내는 상엽에게 술 한 병을 내밀었다.

“이건 제가 개인적으로 가져온 선물입니다. 한잔하시겠습니까?”

“그러지. 뭐.”

상엽은 일단 그의 의도를 파악하고 싶었다.

자연스레 술자리가 시작되었고 그들은 잡담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한스는 여유로웠고 서두르지 않았다. 그렇게 30분이 지나자 화제는 자연스럽게 에레나 생명초 조각으로 넘어갔다.

“에레나 생명초에 대한 소문은 들으셨습니까?”

“전혀.”

“조각을 가졌다고 알려진 자들이 있습니다.”

“그래?”

루시의 예상대로였다.

한스는 잡담처럼 에레나 생명초 조각에 대한 정보를 흘렸다.

그런데 그 정보 중에 익숙한 이름이 있었다.

“해남도의 해령 길드에 조각이 있다는 건 이미 밝혀진 사실입니다.”

“그래?”

“뭐 어차피 열 조각이라 모으기가 쉽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그냥 상징적인 거라 생각하시지요.”

치고 빠지는 말솜씨가 훌륭했다. 하지만 그건 상대가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을 때의 말이었다.

“블랙 길드에는 더 이상 없어?”

상엽은 말을 돌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물었다.

“팬텀에 속한 길드들은 모두 이번 선물을 위해 기부했습니다.”

그들로서는 손해 볼 것이 없는 장사였다.

설사 상엽이 조각을 전부 모은다고 해도 개인적으로 한 사람을 살릴 뿐이었다.

게다가 상엽의 사연은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었다.

-상엽의 누나를 살린다고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다.

팬텀 입장에서는 아무런 리스크 없이 내놓을 수가 있는 것이다.

“남은 조각은 전부 화이트 길드에 있는 거네.”

“그럴 것입니다.”

“알았어.”

상엽은 이 부분을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

‘알아서 나쁠 거 없지.’

적당히 대화를 맞춰 주자 한스도 오래 끌지 않고 숙소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인사를 하고는 팬텀으로 돌아갔다.

“루시. 우리 신혼여행 다시 갈래?”

“해남도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 녀석들이 꼭 집어서 해남도를 이야기하더라고. 그 이유가 뭘까?”

한스와의 대화에서 상엽은 팬텀이 해남도를 은근히 처리해 주길 바라는 느낌을 받았다.

“조사해 보겠습니다.”

루시도 그 이유를 당장은 알지 못했다.

하루가 지나서야 상엽은 기다리던 결과를 들었다.

“해남도에 은밀히 설립된 연구 기관이 있었습니다.”

블랙 유저들이 절대 갈 수 없는 섬.

해남도는 여전히 화이트 길드의 성지였다.

이는 상엽이 이마오의 실로 세뇌를 시킨 자들을 통해 얻어 낸 정보였다.

현재는 이들의 정보도 코드 제로가 관리하고 있었다.

해남도의 해령 길드는 이미 왕수의 차이나 커넥션 소속이었고 적극적으로 협조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여기가 좀 이상합니다.”

“뭐가?”

“인간 변종을 해남도로 옮겼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그리고 왕수와 오랫동안 함께 있던 연구원 한 명이 해남도에 파견되었습니다.”

“연구원?”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만 왕수가 오래전부터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던 연구 기관이 있었습니다. 중국 정부와 손을 잡은 이후에는 투자 규모가 더욱 커졌습니다.”

상엽은 그 말을 듣자 동희가 떠올랐다.

“하긴 동희 같은 능력자가 한 명이라는 법은 없지.”

“아직은 아무것도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팬텀은 알고 있다는 거지?”

“그것 역시 조사된 바가 없습니다.”

상엽은 지금까지의 정보를 토대로 생각에 잠겼다.

“왕수가 은밀히 육성하는 연구 기관인데 팬텀이 파괴하길 원하고 있다? 분명히 평범한 곳은 아니라는 건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렇게 하자.”

상엽은 결정을 내렸다.

“잊어.”

“네?”

“신경 끄라고. 조사도 중단하고 정찰도 하지 마.”

루시는 이 명령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의 표정을 읽은 상엽은 간단히 이유를 말해 주었다.

“얼마나 다급한 일인지 한번 보자고. 간절히 바라는 거면 의뢰비가 올라가겠지. 우리가 모르는 정보를 내놓든가.”

“아, 알겠습니다.”

루시는 상엽의 결정이 훌륭하다고 판단했다.

“난 그동안 확인해 볼 게 있어. 여기 좀 부탁해.”

상엽은 해남도를 잠시 잊고 곤명을 떠났다.

상엽이 도착한 곳은 바다였다.

자정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상엽은 지옥마를 불렀다.

“옥아, 한번 달려 볼까?”

상엽은 지옥마를 타고 바다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지옥마는 점차 고도를 높이며 속도를 높였다.

멀리 보이는 달이 금방이라도 가까워질 것 같은 속도였다. 그럼에도 상엽은 지옥마를 더욱 재촉했다.

“더 빨리!”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을 따라 지옥마는 최고 속도에 다다랐다.

화르르!

드디어 지옥마의 몸이 화염에 휩싸였다.

‘좀 더.’

상엽은 곧 있을 변화를 기다렸다. 그런데 이상했다.

지난번에 보았던 환영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지옥마의 속도는 더 이상 빨라지지 않았다.

환영과 함께 한계를 넘었던 지난번과는 다른 결과였다.

지옥마는 지치는지 서서히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지난번처럼 상엽을 떨어트리지도 않았고 결국 공중에 멈춰 섰다.

“환경이 다른가?”

상엽은 밝게 떠오른 달을 보았다.

‘암흑의 신전.’

그 당시 보았던 환영은 완벽한 어둠에서 보였다.

“같은 조건이라야 하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지옥마도 힌트를 주지 않았다.

다음 날 밤.

상엽은 폭풍이 몰아치는 바다를 찾아냈다.

“시원하게 쏟아지네.”

지옥마는 아무것도 없는 암흑의 수평선을 노려보고 있었다.

“가자.”

지옥마는 기다렸다는 듯이 어둠 속을 질주했다.

불이 붙었고 속도가 한계를 넘었다.

‘됐어.’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 상엽은 정면을 집중했다.

‘암흑의 신전!’

이번에는 더욱 명확히 보였다.

두근!

악마의 입 같은 오래된 신전의 입구를 보자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피부가 저릴 만큼 짜릿한 느낌이 온몸을 타고 흘렀다.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이성은 요란한 위험 신호를 보냈다.

‘멈춰!’

상엽의 이성이 이렇게 외쳤다. 하지만 상엽의 본능은 지옥마를 더욱 재촉했다.

“달려!”

지옥마는 앞만 보는 경주마처럼 입구를 향해 달렸다. 하지만 신전은 어느 순간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안 돼.’

실패였다. 이번에도 지옥마는 한계까지 질주하다 문신으로 돌아가 버렸다.

첨벙!

지옥마를 잃은 상엽은 바다로 떨어졌다.

‘분명히 봤는데.’

닿지 않는 환영이 상엽도 못내 아쉬웠다.

“성아.”

상엽은 수면 위로 얼굴을 내민 채로 성아를 불렀다.

“지옥마에 대해서 알지?”

-암흑의 신전으로 가는 열쇠예요.

“다른 정보는?”

-암흑의 신전에는 봉인된 힘이 있어요. 신조차 두려워했던 악마로 알려져 있죠. 신들은 누구도 그곳을 찾지 못하도록 지옥마에게만 그 권한을 주었어요. 신조차 잡지 못하는 말. 그게 지옥마예요.

그 말을 듣자 상엽은 암흑의 신전이 더욱 궁금해졌다.

‘끝까지 강화를 해야 하나?’

현재 지옥마는 15단계 강화 상태였다.

날개가 돋아났고 공중을 달렸지만 아직 진짜 힘을 발휘하는 건 아니었다.

신조차 잡지 못하는 말.

아직 그 정도의 속도는 아닌 것이다.

“옥아. 너 생각보다 훨씬 비싼 놈이구나.”

지쳐서 돌아간 지옥마는 상엽의 부름에도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암흑의 신전.”

상엽은 몇 번이나 이 말을 되뇌었다.

집무실로 돌아온 상엽의 머릿속에는 암흑의 신전에 대한 생각이 가득했다.

‘악마의 힘.’

단어가 주는 거부감보다 봉인되어 있는 힘이 더욱 궁금했다.

신조차도 두려워했던 힘.

상엽은 그 힘의 크기가 무척 궁금했다. 그런데 그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루시가 다급히 그의 집무실을 두드렸기 때문이다.

평소보다 거친 노크를 하고 집무실로 들어온 루시는 그 이유를 빠르게 설명했다.

“왕수의 연구 기관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그녀의 말투는 평소보다 빨랐다. 이것만으로도 상엽은 평범한 정보가 아님을 알았다.

그리고 각오를 했음에도 충격을 받을 만한 정보가 루시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갓코인 유저에 대항하는 특수 무기가 제작되고 있다고 합니다. 거의 완성 단계라고 알려졌습니다.”

“무기?”

“프로젝트 롱기누스. 신의 무기를 만들던 대장장이의 유산을 완성하고 이를 개발하는 연구입니다.”

신을 벌하는 무기. 롱기누스의 창.

이것이 인간에 의해 다시 만들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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