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206화 (204/300)

# 206

데스문은 상엽의 연락을 받았다.

-절대 내 편 들지 마.

그 말의 의미를 제대로 해석하기도 전에 사건이 터졌다.

일본 서부를 지배하던 하네다 길드를 상엽이 습격한 것이다.

그제야 데스문에는 한 가지 자료가 도착했다.

지난번 일본의 음모에서 하네다 길드가 직접 참여한 증거였다.

-누구든 끼어드는 자는 적으로 간주한다.

상엽은 그렇게 선언했다. 그리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하네다 길드를 쳤다.

데스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세력을 가지고 있던 하네다 길드는 단 30분 만에 본부를 잃었다.

“이게 무슨 짓이냐!”

상엽 앞에서 만신창이가 된 사내가 분노에 소리쳤다. 이미 한쪽 팔을 잃었고 무릎이 모두 깨진 상태였다.

바닥을 기며 물러서면서도 그는 악에 받쳐 소리를 질렀다.

나름대로 156위의 유저였고 일본에서는 데스문 다음의 세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데스문의 켄사로가 일본의 영역을 나눠 주면서 가장 많이 챙겨 준 자이기도 했다.

“같은 블랙 유저끼리 무슨 짓이냐!”

“그러는 너는 같은 블랙 유저를 미끼로 쓰려고 하지 않았나?”

“그건!”

“말해 봐. 기회를 줄게. 날 이해시키면 너도 사는 거야. 네 수하들도 살 수 있는 기회니까 딱 한 번에 이해시켜.”

하네다의 길드장 마에다는 침을 삼키며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떠오르는 논리는 하나뿐이었다.

“우린 그냥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다! 힘없는 놈이 힘 있는 놈들 말을 들어야 하는 건 당연한 거니까! 나뿐만 아니라 수하들의 목숨까지 달린 일이었다!”

마에다는 억울한 듯이 외쳤다. 그는 마지막 기회에서 자존심을 버리며 말했다.

“끝이야?”

상엽에게 감동을 주기에는 부족했다.

“힘의 논리. 강한 놈이 약한 놈을 부린다. 그럼 지금은 내가 너보다 강하니까 마음대로 해도 되지?”

“그건…….”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하지 마. 난 힘에 굴복해서 사는 놈 아니니까 그런 논리는 무시. 이해했지?”

상엽은 지금도 그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차라리 수하들은 살려 달라고 빌지 그랬어? 그럼 한 명이라도 더 살았을 텐데.”

쾅!

상엽의 해머가 마에다의 머리에 떨어졌다.

-코드 원. 도주하는 자들은 모두 처리했습니다.

이번 작전은 상엽 혼자가 아니었다. 군대가 총출동해서 본부가 자리한 도시 외곽을 지키고 있었다.

이동 수단도 모두 제거한 그들은 도주하는 하네다 길드원들을 모두 제거했다.

개개인의 실력이 워낙 뛰어나서 띄엄띄엄 서 있는 형태임에도 놓치는 이가 없었다.

“잔당 소탕 시작한다.”

사하르는 상엽의 명령을 수하들에게 전달했다. 이미 루시를 통해 모든 길드원의 사진을 확인한 그들은 도시로 진입해서 소탕을 시작했다.

“30분 내로 정리하고 다음 지점으로 이동한다.”

잔당 소탕은 필사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확히 30분 동안 숨어 있는 100여 명을 처리한 그들은 약속대로 각자의 그레이 상점을 불렀다.

그리고 한 시간 안에 약속한 장소에 모였다.

그곳에는 이미 도착한 상엽이 군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야근 수당은 확실히 챙겨 줄게.”

상엽은 부하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도착한 것을 보고는 지옥마에 올랐다.

“이번에는 화끈하게 놀아. 목표물이 세 개거든.”

그들이 서 있는 언덕의 아래로 화려한 네온사인을 뿜어내는 도시의 풍경이 보였다.

“작은 나라니까 너무 많이 부수진 마.”

싱가폴.

블랙 길드 싱가폴리아.

그들의 두 번째 목표였다.

싱가폴은 조용한 도시이자 나라였다.

작은 도시의 특징을 살려 탄탄한 성장을 이룩하면서 많은 나라들의 이상적인 목표로 꼽히기도 했다.

깨끗하고 정돈된 도시.

그럼에도 경제적으로 윤택한 나라가 싱가폴이었다.

좀처럼 시끄러운 일이 벌어지지 않는 싱가폴이지만 오늘 밤은 달랐다.

싱가폴리아라고 이름을 붙일 만큼 오래된 블랙 길드의 본부는 항구에 있었다.

그리고 나라의 특성상 또 하나의 지부는 중심과 내륙 쪽에 있었다.

그 세 곳이 동시에 습격을 당했다.

첫 시작은 바다에서 시작되었다.

엄청난 파도가 해일처럼 본부를 덮친 것이다.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항구 도시에 갑작스레 들이닥친 해일은 큰 충격을 주었다.

그런데 더 큰 충격은 해일이 한 건물만 덮쳤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보다 더 큰 충격은 해일만으로 건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해일이 건물을 덮치는 순간, 바닷물이 폭탄처럼 터지는 광경을 보았다.

무너진 건물이 있던 자리는 끝이 보이지 않는 구덩이가 생성되었지만 유일한 생존자는 바닷물이 덮칠 때, 공중으로 튀어 올라 소멸을 면했다.

싱가폴리아 길드장 메츠.

그는 살아남는 데 성공했지만 단 한 방에 길드 본부와 길드원들이 모두 사라진 것을 보고는 멍한 상태가 되었다.

“뭐해? 살려면 더 도망가야지.”

그 말을 듣고서야 메츠는 정신을 차렸다.

“늦었어. 바로 도망갔어야 1분쯤 더 살았을 텐데.”

툭!

메츠는 또 하나의 해일이 자신을 덮치는 기분을 느꼈다. 나름대로 실력에 자신이 있음에도 이를 피할 수가 없었다.

“잠시 자고 있어.”

쾅!

기습을 당한 메츠는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말았다.

갓랭킹 140위 유저가 몸을 덮치는 충격으로 정신을 잃을 정도의 위력이었다.

작전은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상엽은 10분 안에 끝날 거라 생각했는데 30분이 넘어서야 끝났다.

좁은 싱가폴이라 도주할 곳도 없었고, 애초에 상대는 도주할 생각이 없었다.

끝까지 항전을 하는 바람에 상엽의 군대에서도 부상자가 나올 정도였다.

그들은 이를 악물고 싸웠고 희생자는 부활이 가능한 유령 군대뿐이었다.

그렇게 40여 분이 걸린 싸움은 드디어 끝이 났다. 상엽은 미리 전투를 끝내고 끼어들 수 있었지만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

‘시간이 너무 걸렸어. 다음 목표는 무리야.’

이미 상엽의 습격이 소문이 났고, 대상 길드는 모두 대책을 세웠을 것이다.

‘그래도 혼자 갈 곳은 남았지.’

상엽은 루시에게 마무리를 지시하고 레나를 불렀다.

“오늘 많이 바쁘네. 다음은 어디야?”

“벨기에. 유럽 여행이야.”

상엽은 곧바로 벨기에로 날아갔다.

벨기에에 도착한 상엽은 곧바로 북쪽 바다로 뛰어들었다.

-코드 원. 그곳에 혼자 가시는 건 위험합니다.

“날 믿어. 멀쩡히 살아서 돌아갈 테니까.”

찾아낸 길드 중에 가장 건드리기 힘든 길드가 유럽에 있었다.

영국 ‘블랙 나이츠’.

유럽에서도 이름 있는 블랙 길드였다.

길드장은 갓랭킹 18위의 강자였고 길드의 힘도 유럽 전체에서 손에 꼽혔다.

상엽과 인연이 있는 독일의 화이트 길드 슈렌트와 가장 많이 비교가 되는 대상이기도 했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루시는 블랙 나이츠에 대해 한 가지 설명을 덧붙였다.

-현재로서는 건드릴 수 없는 힘을 지닌 곳.

그런데 상엽은 루시의 보고서를 무시했다.

“루시는 가끔씩 날 너무 보호한단 말이야. 나 좋아하나?”

상엽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다.

잠수함처럼 이동한 그는 이내 바다를 건너 영국에 닿았다.

‘런던.’

블랙 나이츠는 영국을 장악한 집단이었다. 한국처럼 정부를 자신의 손에 쥐고 있었다.

그리고 블랙 나이츠의 길드장 라루는 팬텀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고 협약을 맺었다.

영국은 이미 팬텀의 영토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 곳을 상엽은 거침없이 이동했다.

바다를 건넌 즉시 지옥마를 소환해 밤에 숨어 빠르게 런던으로 뛰었다.

어떤 이동 수단보다 은밀하고 빠른 움직임이었다.

‘블랙 나이츠 위가 바로 팬텀이야.’

블랙 나이츠는 팬텀의 가장 높은 하위 집단이라 할 수 있었다.

상엽은 그런 블랙 나이츠의 본부가 있는 런던에 홀로 들어갔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강력한 한 방을 날렸다.

하지만 루시의 경고는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

지옥마에서 낙하하는 상엽을 향해 수백 개의 스킬이 날아왔다.

‘알고 있었다는 거지?’

상엽도 여기까지 오면서 여러 계획을 세웠다.

‘그럼 작전 변경.’

이에 대한 생각도 했던 상엽은 유령 걸음을 쓰며 방향을 바꿨다.

그리고 지옥마를 다시 불러 완전히 방향을 바꿨다.

“일단 작전상 후퇴.”

지옥마는 더욱 높이 상승하며 본부와 멀어졌다.

상엽은 위험 지역을 벗어나며 바로 루시에게 연락을 취했다.

“루시. 네 말이 맞았어. 이 녀석들 꽤 대비가 잘되어 있는데?”

-어떤 상황이십니까?

루시는 상엽을 질책하기보다 상황을 물었다.

“도망가는 중. 그런데 열받아서 한 방은 먹이고 가려고.”

-그쪽으로 넘어갈까요?

“응. 루시가 꼭 필요할 거 같아.”

상엽은 통화를 끝내고 런던을 완전히 벗어났다.

상엽을 태운 지옥마는 하늘을 달리고 있었다.

공중을 땅처럼 밟는 지옥마는 바다로 나서자 점차 속도를 끌어올렸다.

“넌 왜 바다만 나오면 흥분하냐?”

정확히는 바다가 아니라 끝없이 펼쳐진 광경을 보면 최근 들어 속도를 지나치게 높였다.

상엽이 견디기에 무리는 없는 압력이지만 지옥마가 문제였다.

일정 수준으로 속도가 올라가면 지옥마의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화르르!

그러다 결국 불꽃을 일으켰다.

상엽은 불에 대한 내성이 워낙 높아서 오히려 따뜻함을 느꼈지만 지옥마는 아니었다.

불에 휩싸인 지옥마는 평소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직진했다.

“너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속도에는 충분히 만족했지만 지옥마의 변화가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상엽의 머리에 침이 꽂힌 것처럼 어지럼증이 생겼다.

‘뭐야?’

그리고 상엽은 정면에서 환영과 같은 광경을 보았다.

잔잔히 일렁이는 바다와 사이좋게 반을 나눈 암흑 같은 하늘이 있던 자리였다.

그런데 공중에 불에 탄 오래된 신전의 환영이 보였다.

검게 그을린 오래된 사각 문을 향해 지옥마는 미친 듯이 질주했다.

지옥마는 숨을 헐떡일 정도로 속도를 높였지만 희미한 신전의 입구는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았다.

그러다 지옥마의 속도가 급격히 느려지더니 불꽃이 사라지고 중심이 크게 흔들렸다.

“어?”

결국 지옥마는 명령도 받지 않고 문신으로 돌아갔다.

첨벙!

상엽은 당황하지 않고 바다로 다이빙을 했다.

“뭐지?”

수면 위로 머리를 내민 상엽은 다시 하늘을 보았다.

희미하던 신전은 이미 사라지고 다시 달빛조차 없는 암흑의 하늘만 남았다.

상엽은 그 끝도 없는 어둠에서 한 단어를 떠올렸다.

“암흑의 신전.”

지옥마를 얻을 때, 상엽이 들었던 말이다.

-지옥마는 암흑의 신전과 연결되어 있다.

그 실체를 상엽은 첨으로 보았다.

루시와 만난 곳은 바다 건너 프랑스였다.

프랑스의 칼레라는 도시의 해변에서 상엽은 선글라스를 낀 채로 관광객처럼 챙이 큰 모자를 쓴 루시와 마주 앉았다.

“혼날 준비됐어.”

“전 그럴 자격이 없습니다.”

“지금 줄게. 3분만 괴롭혀.”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었습니다.”

루시는 상엽을 질책하는 대신 자료를 내밀었다.

“블랙 나이츠의 파악된 전력입니다. 하지만 이미 한 번 모습을 드러낸 이상, 팬텀에서 지원군을 파견할 수도 있습니다.”

“큰 길드니까 특별한 능력자가 많겠지?”

“블랙 나이츠의 길드장도 특이한 소문이 있습니다.”

“뭔데?”

“술래잡기 대장이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상엽은 루시가 건넨 자료를 다시 보았다.

“가장 완벽한 추격자? 미치광이에 변태이기도 하고, 사이코패스까지 설명이 많네.”

라루.

상엽은 그 이름을 다시 한번 보았다.

유럽에서 가장 특이한 능력자 중의 하나였고, 갓랭킹 최상위에 위치해 있었다.

“전투 스타일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측근들 중의 몇 명을 제외하고는 그의 전투를 본 자가 없습니다.”

“부끄러움이 많은 놈이네.”

“기존의 길드장과 정식 싸움을 통해 이기고 올라간 케이스입니다. 그 후로 의도적으로 잔인한 짓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사연이 많은 것 같네.”

상엽은 라루의 사연을 상상하는지 잠시 말이 없었다. 이 틈에 루시가 참았던 말을 했다.

“코드 원. 사실 이 작전에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꽤 무리한 목표일 수도 있습니다.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이유는 이미 알잖아. 날 건드렸던 놈이니까.”

“그것뿐입니까?”

“이유가 아니라 목적을 묻고 싶은 거구나.”

상엽은 루시의 말을 이해하고 대답을 바꿨다.

“화이트 신의 상점에 가야지.”

랭킹 18위의 블랙 유저면 남은 자격 요건을 채우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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