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200화 (198/300)

# 200

사우디아라비아를 홀로 정리한 상엽이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는 것은 당연했다.

시크릿 유산 때문에 갓랭킹에 나타나진 않지만 그가 엄청난 성장을 했을 거라는 추측은 누구나 가능했다.

실제로 상엽은 또 한 번 신의 상점을 찾아갔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그가 직접 처리한 인간 변종은 5만 명에 달했다.

지휘관만 700명이 넘었고, 보유 코인이 1억 코인이던 금빛 날개까지 처리했다.

‘30억 블랙 코인.’

현재 상엽이 보유한 코인이었다.

습득한 조각들은 전혀 흡수하지 않은 수치였다.

전사들이 제대로 성장을 하면서 조각을 쓸 일이 없었고, 이렇게 모여 있는 유물 조각만 100개에 달했다. 유산 조각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여기서 상엽은 결정을 내려야 했다.

‘하나의 신을 더 완성할 수 있어.’

20억 코인이면 신 하나를 더 살 수도 있었다.

‘부족한 방어 능력을 보완할 수도 있고.’

본래는 화이트 상점에서 보완하려 했지만 예상보다 많은 코인이 모이면서 블랙 상점에서 해결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다음 단계 상점으로 갈 수도 있어.’

그가 고민하는 이유였다.

하나의 신을 완성했으니 이제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 자격을 획득했다.

‘4급 신의 상점.’

상엽은 그 유혹을 뿌리치기가 힘들었다.

‘어차피 가야 하는 길이야. 그곳에서 완성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당장을 생각하면 방어를…….’

그의 고민은 쉽게 해결이 되지 않았다. 결국 상엽은 상의를 하기 위해 도지연을 불렀다.

그런데 도지연을 만나면서 그는 자신의 고민이 쓸데없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뭔가 착각하고 있었군요.”

“무슨 뜻이야?”

“당신은 이미 진로를 정했어요. 파괴 외의 다른 신은 선택할 수 없어요.”

다섯 가지 신의 상점 중에 상엽은 이미 하나를 결정했다. 이런 상태에서 다른 상점을 이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

“취소할 방법도 없는 거야?”

“있어요. 기존의 힘을 모두 포기하는 거죠.”

“완성한 신의 힘도 사라지는 거고?”

“물론이죠.”

“그럼 영원히 파괴의 신만 선택해야 한다는 거네.”

“맞아요. 그래서 다른 어떤 때보다 신중한 기회를 준 거죠.”

상엽은 그제야 랄프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무탄의 힘을 완성하면 그때 다시 오게. 다음 상점으로 가든, 또 다른 신을 선택하든 길을 알려 줄 테니.

다른 상점을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은 없었다. 상엽 혼자서 착각을 한 것이다.

그런데 도지연은 뜻밖의 말을 했다.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하죠.”

“뭔데?”

“1급 신을 완성해요. 그럼 또 다른 상점을 선택할 수 있어요. 5급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죠.”

신의 상점이 가진 또 하나의 특징이었다.

다섯 가지의 선택지 중에 하나를 고르고, 이를 1급까지 완성하면 또 다른 선택이 가능했다.

‘생각해 보면 나쁘지 않아. 모두 동등한 입장이라면 내가 유리해.’

당장 약점을 보완하지 못하는 것은 아쉬웠지만 그에겐 화이트 상점이 남아 있었다.

반면 다른 유저들은 1급까지 통과해야 상엽과 같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뭐 고민은 없어졌네. 4급 신을 만나야겠어.”

상엽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하와이로 갔다.

4급 신의 상점은 특별히 다른 사람에게 가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

“간단해서 좋네요.”

5급부터 1급까지 모두 한 사람이 상점 역할을 했다.

“4급 파괴의 상점을 열겠나?”

“네.”

“한번 선택하면 완성하기 전에는 바꿀 수 없네.”

“알아요.”

긴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인 만큼 상엽은 흔들림이 없었다.

“7명의 신이 있네.”

숫자는 줄었지만 과정은 같았다. 우주 공간에 신들의 형상이 나타났고 상엽은 그들의 외형을 직접 볼 수 있었다.

‘6명이야.’

이번에도 한 명이 빠졌다. 누군가 먼저 선택을 한 것이다.

‘4급에 먼저 온 자가 있어.’

신의 상점에 도착하면 자신보다 빨리 도착한 사람이 누군인지 이처럼 쉽게 알 수 있었다.

“1%당 5천만 코인이네.”

100% 완성을 위해서는 50억 코인이 필요했다.

상엽은 하와이로 오는 길에 도지연과 성아를 통해 충분히 정보를 접하고 이미 선택을 내린 상태였다.

이번에도 성아는 상엽의 선택을 지지하지 않았다.

“알고르.”

랄프 역시 성아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화산 수호자 알고르.

그는 가디언에서 신이 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성아는 알고르에 대해 이런 평가를 했다.

-그는 무탄보다 더욱 극단적인 공격을 하던 신이었어요. 침입자를 반드시 처단하는 가디언이기 때문이죠. 그는 화산이 폭발하는 순간에 함께 산화했고, 이로 인해 신이 되었지만 가디언의 본성을 버리지 못했어요.

무탄보다 더욱 극단적인 공격 성향을 보이는 신이 바로 알고르였다.

“후회하지 않겠나?”

랄프는 다시 기회를 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파괴의 신이라고 모두 공격에만 치중된 것은 아니었다.

방어 능력이 뛰어난 신도 있었고, 그들 중에는 같은 등급에 비해 많은 힘을 지닌 신도 존재했다.

그런데 상엽은 두 번이나 연속으로 오직 극단적인 공격만 선택했다.

“결정했어요.”

상엽은 마지막 기회에서도 선택을 바꾸지 않았다.

“새로운 후계자가 신 알고르의 힘을 원합니다.”

랄프가 돌아선 방향에 있는 신은 신장이 20미터에 달하는 거인이었다.

도끼의 날만 10미터에 달할 만큼 비정상으로 큰 도끼를 양손으로 쥔 알고르는 폭발하는 불꽃 문양의 문신이 온몸에 새겨져 있었다.

눈앞으로 다가온 화산 거인을 본 상엽은 웃고 있었다. 압도적인 힘에도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60%까지 올려 주세요.”

상엽은 가지고 있는 30억 코인을 모두 알고르에 투자했다.

* * *

“한 달 동안 휴가야. 그동안 못 챙겨 줘서 미안해.”

곤명으로 돌아온 상엽은 휴가를 선언했다. 그동안 열심히 달려온 만큼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상엽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전투가 끝나면 꼭 한 달은 무조건 쉬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노가다도 휴일은 챙겨야지.”

“휴가는 받은 걸로 하겠습니다.”

“네가 쉬어야 나도 마음 편하게 쉬지. 날 위해서라도 좀 쉬어.”

상엽이 다시 한번 설득하자 루시는 고민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런데 고민 때문인지 그녀의 눈빛이 상엽을 향했다.

“뭐야? 지금 고민하는 게 나 때문이야?”

루시는 대답하지 않았다. 상엽은 이를 긍정으로 받아들였다.

“내가 왜?”

“불안합니다.”

결국 루시는 솔직히 대답했다.

“미리 대비해 두지 않으면 사고에 대비할 수 없습니다.”

“누가 들으면 내가 매일 사고 치고 다니는 줄 알겠어.”

상엽의 불만에 루시는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서 있을 뿐이었다.

“뭐야? 그렇다는 거야?”

“솔직한 평가를 원하신다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좋아. 해 봐.”

“사고를 자주 치는 편은 아니나 큰 사고를 치십니다.”

상엽은 말문이 막혔다. 신의 능력도 이런 문제는 해결해 주지 않았다.

“좋아. 이번에는 사고 안 칠게. 약속해. 그냥 조용히 일반인처럼 휴가만 보낼 거야.”

“정말입니까?”

“너 언제부터 날 이렇게 못 믿었어?”

“믿는 부분이 있고,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지금 이 부분은 못 믿는 부분일 뿐입니다.”

냉정한 평가에 상엽은 따지고 들어갈 틈을 찾지 못했다.

“이번엔 정말이야. 사고 안 쳐.”

“알겠습니다. 믿겠습니다.”

루시는 결국 휴가를 허락했다.

“너 휴가 보내는데, 널 설득하는 게 이렇게 힘들다니.”

“그럼 휴가를 떠나기 전에 결정하실 일이 있습니다.”

“뭔데?”

“사하드 군대의 화이트 유저들입니다. 그들의 아랍 에미리트 사냥이 끝났습니다.”

상엽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100명의 화이트 유저는 이미 블랙 유저들과 엄청난 실력 차이가 나고 말았다.

블랙 유저들이 소탕 작전을 끝내고 전부 1000위 안에 들어간 반면, 화이트 유저는 겨우 2명만이 비슷한 실력을 가졌다.

그 2명도 본래 합류할 때부터 실력이 뛰어난 자였다.

“같은 선택권을 줘. 하는 일은 달라지겠지만 내 군대로 들어오면 절대 섭섭하게 대우하진 않을 거야.”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

“그럼 이제 다 된 거지?”

“네. 이제 휴가를 가셔도 좋습니다.”

“응. 허락해 줘서 고마워.”

상엽은 약간 비꼬는 느낌으로 대답을 했지만 루시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휴가 시작!”

결국 상엽은 모든 걸 내려놓고 휴가를 선언했다. 하지만 루시는 상엽의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을 절묘하게 노려서 말을 걸었다.

“잠시만 기다리시겠습니까?”

“왜?”

휴가 선언마저 뜻대로 되지 않자 상엽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루시가 자신의 아공간에서 뭔가를 꺼냈다.

“이게 필요하실 겁니다.”

그녀가 내민 것은 2조각짜리 유산이었다. 가장 하급 유산으로 크게 인기 있는 종류는 아니었다.

“이게 뭔데?”

“가면입니다. 효과가 뛰어나진 않지만 일반인들이나 하급 유저는 코드 원을 알아보지 못할 것입니다.”

“설마 날 위해서 준비한 거야?”

“코드 원의 휴가 준비도 제가 할 일 중의 하나입니다.”

상엽은 어딜 가든지 많은 이들의 시선을 받아야 했다. 그걸 해결해 줄 수 있는 유산을 루시가 미리 준비한 것이다.

거울의 가면이라는 이름의 유산은 특별히 능력 상승을 시켜 주지는 않았다.

그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면을 쓴 자를 평범한 사람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유산이었다.

스카우트에게 금방 들키는 유산이라 갓코인 유저들에겐 크게 인기가 없었다.

“나 이러다 너 없인 아무것도 못 하게 되면 어쩌지?”

“그때도 제가 옆에 있을 것입니다.”

상엽은 잠시나마 루시를 이기려 했던 자신을 원망했다.

“이제 정말 가셔도 좋습니다. 좋은 휴가가 되시기 바랍니다.”

드디어 상엽의 휴가가 시작되었다.

상엽의 첫 목적지는 한국이었다.

“자장면부터 먹자!”

그는 서울의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런데 누구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것만으로도 상엽은 휴가의 느낌을 한껏 살릴 수 있었다.

“점심은 자장면, 저녁은 랍스터. 역시 여행은 먹거리 여행이지.”

그는 그동안 먹지 못한 것을 모두 먹는 것을 이번 여행의 목표로 삼았다.

‘동희는 내일 만나고, 연지도 볼 수 있으면 보고.’

한 달의 휴가는 처음이라 상엽은 꽤 들뜬 상태였다.

“주문하시겠습니까?”

“자장면 곱빼기 5개 주세요.”

“일행이 있으십니까?”

“아니요. 저 혼자 다 먹을 거예요.”

상엽은 놀란 종업원이 보란 듯이 자장면 그릇을 설거지하듯이 깨끗이 비웠다.

“아, 좀 부족하네.”

우연히 옆을 지나던 종업원이 이상한 눈초리로 봤지만 상엽은 웃음으로 답했다.

“다음은 커피!”

상엽은 콧노래를 부르며 다음 코스로 이동했다. 그런데 길거리에 나온 그는 계속해서 뒤통수가 따끔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무시하자. 무시해야 돼. 내 휴가를 망칠 수는 없어.’

하지만 그의 속마음이 들렸는지 뒤통수를 간질이는 시선은 더욱 강렬해졌다.

결국 서울 강남의 한복판에서 상엽은 걸음을 멈췄다.

“알았어. 알았다고. 내가 미안해.”

혼잣말을 하는 상엽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봤다. 이에 상엽은 얼른 자리를 옮겨 골목으로 들어갔다.

“이번 휴가는 평범하게 보내고 싶다고.”

-전 방해한 적 없습니다.

그를 노려보던 존재는 추종자였다.

-주인님이 절 잊으셔도 전 그저 뒤를 따를 뿐입니다.

“그러니까 내 안에 곱게 있으면 되지. 왜 뒤를 따르냐고?”

-주인님이 절 잊으신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잊어도 된다며?”

-그래서 뒤를 따를 뿐입니다.

추종자는 단단히 토라져 있었다.

“미안해. 잊은 건 아니었어. 바빴던 거지.”

추종자는 상엽이 자장면을 먹기 직전까지 사하드 군대의 화이트 유저를 인솔하고 있었다.

꽤 오랜 시간 상엽을 떠나 있었고 이제야 돌아온 것이다. 그런데 상엽은 자장면에 정신이 팔려서 추종자가 돌아왔음을 인지하지 못했다.

-먹느라 절 잊으셔도 괜찮습니다. 먹는 건 중요하니까요.

“유령아. 알았어. 내가 잘못했어.”

-아닙니다. 저는 그저…….

“유령아. 그만.”

상엽이 목소리를 낮추자 추종자가 급히 말을 멈췄다.

-죄송합니다.

“나도 미안해. 진짜야. 오랜만의 휴가라서 깜빡한 거야. 그리고 네가 얼마나 고생했는지도 알아.”

상엽이 부드럽게 달래 주자 추종자는 그제야 굳었던 표정이 풀렸다.

-그럼 전 조용히 들어가 있겠습니다. 주인님의 휴가를 응원합니다.

추종자는 마치 치어리더처럼 주변에 흩어진 빛을 뿌려 주더니 상엽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그럼 다시 평범한 휴가를 시작해…….”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휴대 전화가 울렸다.

“아씨. 나 휴가라고.”

적설의 이름이 선명히 표시된 화면을 보며 받을지를 망설였지만 결국 통화 버튼을 누를 수밖에 없었다.

-어디야?

적설은 바쁜 사무원 같은 말투로 상엽의 위치를 물었다.

“서울. 휴가 중이야.”

-지금 좀 만나. 서울로 갈게.

“저기 말이야. 지금 내가 휴가 중이거든. 그것도 평범하고 특별한 휴가. 급한 거 아니면 한 달 후에 하면 안 돼?”

-휴가?

“그래. 휴가.”

적설은 휴가라는 단어에 말을 바꿨다.

-그럼 휴가니까 호텔에서 만나.

“알았어. 빨리 와.”

상엽은 호텔이라는 단어와 휴가가 참 어울린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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