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198화 (196/300)

# 198

상엽의 군대가 알카르지로 진입했다.

42명의 유령 전사와 200명의 사하드 전사였다.

200명 모두 블랙 유저로 100명의 화이트 유저는 여전히 사냥으로 성장을 도모하는 중이었다.

정확히 242명으로 구성된 상엽의 군대는 6개월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위용을 선보였다.

계속해서 흩어진 전사들이 모이면서 총 300명까지 늘어난 사하드 전사들은 코드 제로의 집중적인 관리를 받으면서 빠르게 실력이 늘었다.

블랙 유저들은 이미 전원 5단계 상점에 진입했고, 석 달 전부터는 더 이상 인원을 받지 않았다.

새로 합류하는 자들과 실력 차이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코드 제로의 관리에 따라 각자의 개성을 발전시켰고, 상엽과 함께 다니면서 경험까지 더해지자 그들은 개개인이 강력한 전사가 되었다.

“훌륭해.”

이들을 지켜보는 루시는 뿌듯함을 느꼈다.

“조금만 더 가면 전원 1000등 안으로 들어갈 거야.”

현재 200명의 전사들은 모두 갓랭킹 1500위 내에 위치했고 대장인 사하르는 어제부로 200위로 진입했다.

‘이 정도면 어느 길드 부럽지 않아.’

그럼에도 그녀는 더욱 욕심을 부렸다.

‘이 기회에 확실히 성장해야 돼.’

사우디아라비아의 변종은 70% 이상이 정리되었다. 이제 남은 건 대도시와 중앙 쪽의 도시뿐이었다.

상엽이 집요하게 게릴라전을 펼친 덕분이었다.

“이제 금빛 날개도 못 막아.”

우우웅!

멀리 하늘에 거대한 해머가 나타나 도시를 붕괴시키고 있었다.

“100% 신의 힘.”

상엽은 6개월의 시간 동안 첫 번째 신의 힘을 완성했다. 그 위력은 인간 변종이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변화가 있었다.

히이잉!

공중에서 해머를 휘두른 상엽을 향해 지옥마가 시원한 울음소리를 내며 달려갔다.

그런데 지옥마가 밟는 것은 땅이 아니었다.

검은 날개를 활짝 펼치며 공중을 밟았고 빠르게 상엽의 곁으로 접근했다.

-15단계 지옥마.

공기를 자유롭게 밟을 수 있게 된다.

이제 상엽을 상대하는 자에게 하늘도 안전지대가 아니었다.

“준비해.”

루시는 지옥마에 올라 지휘관들을 유린하는 상엽을 보며 군대에 대기 명령을 내렸다.

“한 놈도 놓치지 마.”

그들 앞에는 500명의 인간 변종과 5명의 지휘관이 이빨을 드러내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감히 부딪칠 수도 없을 만큼 막강한 병력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전사들 표정에는 굳은 결의와 함께 여유가 보였다. 그러다 10초도 되지 않아 조급함이 떠올랐다.

‘빨리.’

공격 명령을 기다리는 것이다.

루시는 그들의 의지가 거칠어지는 느낌이 나는 순간, 특유의 차가운 말투로 명령을 내렸다.

“진입한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10명을 제외한 232명의 전사들이 일제히 앞으로 튀어 나갔다.

처음 이곳에서 전투를 펼쳤던 때와 달리 그들은 더 이상 외곽에서 눈치를 보며 싸우지 않았다.

공격 명령과 함께 진형을 버리고 자유롭게 도시로 진입해서 괴기한 모습의 인간 변종들과 전투를 시작했다.

소음과 괴성이 난무하는 전장이 형성되자 곧바로 빛으로 흩어지는 자들이 발생했다.

소멸한 자들은 모두 인간 변종이었다.

첫 충돌에서 그 힘이 극명히 갈렸고 이를 토대로 전사들이 기세를 올렸다.

인간 변종은 그들에게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루시는 냉정하게 전장을 둘러봤다.

“지원 팀, 흥분하지 마.”

루시의 곁에는 10명의 전사들이 전장에 합류하지 않고 명령을 기다렸다.

그들은 육탄전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위험에 빠진 전사들을 돕는 역할을 맡았다.

수세에 몰린 자들을 지원하기도 했고, 치료가 가능한 스킬을 가진 자도 있었다.

나머지 전사들이 뒤를 생각하지 않고 전투에 임하는 것은 지원 팀이 있기에 가능했다.

“서쪽 방향.”

루시의 명령에 따라 지원 팀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전장의 마지막 변수마저 차단이 되었다.

‘이겼어.’

루시는 전투가 시작된 지 채 3분도 되지 않아 승리를 확신했다.

인간 변종이 점령한 대도시가 무너졌다. 변종만 사라진 것이 아니라 도시도 사라졌다.

오랜 세월 공을 들여 완성한 인간의 업적이 사라지는 데 걸린 시간은 겨우 5시간이었다.

멀쩡히 서 있는 건물이 하나도 없었고 인류의 흔적이라고는 어지럽게 쌓인 시멘트의 무덤뿐이었다.

막 철거가 끝난 공사장 같은 공간에서 상엽의 군대는 큰 원을 그리고 앉아 열심히 뭔가를 하고 있었다.

“루시!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좀처럼 루시에게 화를 내지 않던 상엽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루시는 고개를 숙일 뿐, 어떤 변명도 하지 못했다.

이에 상엽은 바닥에 널브러진 냄비들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라면이 부족하잖아!”

전사들이 바쁘게 손을 놀리는 것은 라면을 먹기 위해서였다.

전투에서 승리한 기념으로 언제나 라면을 먹었고 이것이 그들만의 문화가 되었다.

그런데 200명이 동시에 라면을 먹도록 준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한 번에 천 개라니…….’

그들이 먹는 양은 라면 1천 개였다.

냄비만 100개가 필요했고 그릇과 물까지 따지면 준비물품이 어마어마했다.

루시는 꽤 큰 아공간을 가지고 있지만 이 정도 물품을 전부 넣어 둘 만큼은 아니었다.

그래서 헬기로 천 개를 조달받았는데 이걸로 모자란 것이다.

‘이제 천오백 개는 준비해야겠어.’

그나마 루시는 라면을 입에 대지도 못했다.

“다음에는 충분히 준비하겠습니다.”

“실수하지 마. 다음에는 진짜 화낼 거야.”

라면에 민감한 상엽의 성향을 알기에 루시는 그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상엽이 다시 자리로 돌아가 바닥을 보이는 라면 냄비를 긁기 시작할 때, 누군가 루시에게 다가왔다.

작은 그릇에 곱게 담긴 라면이 있었다.

“드시죠.”

친위대장 사하르가 루시를 위로하러 온 것이다.

루시가 얼떨결에 라면을 받았을 때, 많은 시선이 그녀에게 닿았다.

많은 전사들이 그녀에게 응원한다는 듯이 웃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것이 루시에겐 큰 위로가 되었다. 그런데 위로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루시!”

“네. 코드 원.”

상엽은 라면을 든 채로 자신에게 다가온 루시에게 뭔가를 내밀었다.

“이거 진짜 아껴 둔 건데.”

그가 아공간에서 꺼낸 것은 차갑게 식은 밥과 김치였다.

“너만 먹어. 고생했어.”

상엽이 하사한 큰 상품에 전사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루시는 민망한 웃음을 지으면서도 그 소리가 싫지 않았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결국 라면을 위한 만찬이 완벽히 갖춰졌을 때, 상엽은 한마디를 거들었다.

“생일 축하해.”

그 말이 끝나는 순간 전사들이 모두 일어나서 목이 터져라 함성을 질렀다.

“내가 정말 라면 때문에 화를 낼 거라 생각했어?”

“감사합니다.”

함성 속에서 대답을 하는 루시의 목소리가 떨렸다.

“어? 너 설마 우는 거야?”

상엽이 얼굴을 확인하려 하자 루시는 급히 고개를 돌렸다.

“얘들아! 루시가 운다!”

그 한마디에 루시는 얼굴이 붉게 물들었고 전사들의 함성은 더욱 커졌다.

목숨을 건 전장은 사람의 감정을 극한으로 몰고 가기 마련이다.

슬픔뿐만 아니라 감동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령관 루시! 선물입니다!”

누군가 폐허가 된 시멘트 속에서 꽃 한 송이를 발견해 루시에게 내밀었다.

“그만해. 진짜 울 것 같으니까.”

“벌은 제가 받겠습니다!”

꽃을 건넸던 사내의 말에 결국 루시는 웃고 말았다. 그런데 동시에 고여 있던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그것이 어떤 감정이든 루시는 행복했다. 그리고 그 행복으로 인해 모두가 웃을 수 있었다.

* * *

“준비됐지?”

대도시를 파괴하고 겨우 3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멀리 하늘에 금빛 날개를 필두로 500명의 지휘관급 인간 변종이 날아오고 있었다.

그 아래로 숫자를 헤아리기도 힘들 만큼 많은 변종들이 몰려왔다.

“5만 명 규모입니다.”

인간 변종의 수도에 있던 병력이 모두 출동한 상황이었다. 상엽은 그들의 접근을 예상했지만 피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들과 일전을 치를 각오로 이곳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전사들은 지난 3시간 동안 필요한 강화를 모두 마쳤고, 전략 훈련도 마무리했다.

“위험하면 바로 빠져. 한 명도 죽지 마.”

상엽이 내린 명령은 단 하나였다. 그리고 해머를 꺼내 들었다.

“시작한다.”

그는 그 말을 남기고 홀로 변종들을 향해 달렸다.

히이잉!

상엽을 태운 지옥마는 거침없이 금빛 날개를 향해 뛰었다.

“오랜만이야.”

그의 접근에 인간 변종들은 이동을 멈추고 스킬을 퍼부었다.

‘유령 걸음.’

상엽은 한순간 지옥마에서 뛰어오르며 유령 걸음으로 스킬들을 모두 통과시켰다.

푸르!

스킬을 흘려 낸 상엽이 다시 지옥마를 타고 드디어 금빛 날개를 덮쳤다.

하지만 지휘관 열 명이 앞을 막는 것이 빨랐다.

“어딜 막아?”

콰콰쾅!

상엽의 해머가 10명의 지휘관이 만든 은빛 벽을 때렸다. 순간 유리 조각처럼 벽이 깨지며 10명의 지휘관이 화염에 휩싸였다.

10명의 지휘관이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금빛 날개는 그 틈에 높이 치솟으며 폭발의 범위를 벗어났다.

이에 상엽은 고스트 실드를 밟고 수직으로 뛰어오르며 다시 한번 금빛 날개를 노렸다.

그 순간, 금빛 날개가 몸을 뒤집으며 상엽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반격을 준비한 것이다.

‘해보자.’

상엽은 거부하지 않고 해머 대신 망자의 손길을 고슴도치처럼 뻗어 내며 충돌에 대비했다.

그런데 금빛 날개는 상엽과의 충돌을 피하며 사선으로 방향을 틀었고, 그 순간 하늘에서 금빛 바늘이 비처럼 쏟아졌다.

‘쳇.’

상엽은 어쩔 수 없이 고스트 실드에 체인까지 몸에 감으며 스킬을 막아 냈다.

그러자 이번에는 발아래에서 엄청난 기파가 느껴졌다.

지휘관들이 공중으로 떠오른 상엽에게 스킬을 퍼부은 것이다.

금빛 날개는 처음부터 이런 위치를 만들기 위해 솟아올랐고 상엽이 당하고 말았다.

‘심판.’

상엽은 급히 자신의 머리 위에 심판 스킬을 사용해 해머를 만들었다.

그리고 유령 걸음으로 이를 통과해 해머 뒤에 숨는 선택을 했다.

쩌적!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깨지지 않은 해머도 수백 개의 스킬이 닿자 균열을 일으켰다.

하지만 상엽은 찰나의 순간을 벌었고 이를 이용해 더욱 높이 뛰어올랐다.

그리고 아직 먼 거리에 있는 변종들을 향해 해머를 휘둘렀다.

-신의 스킬 파괴의 바람

상엽이 해머를 휘두르며 형성된 바람이 엄청난 태풍이 되어 지휘관들에게 몰아닥쳤다.

숨을 쉴 수도 없을 정도로 강렬한 바람 속에서 찢어진 공기들이 칼날처럼 피부를 도려내기 시작했다.

다음 스킬을 준비하던 지휘관들은 일제히 방어 스킬로 몸을 보호했고, 금빛 날개는 가장 앞에서 바람을 막아 내며 수하들을 보호했다.

“이제 시작이야.”

지휘관들이 일제히 방어적인 자세로 돌아선 그 순간, 상엽은 숨을 들이켜며 다시 한번 힘을 쏟아 냈다.

-신의 스킬 파괴의 일격

거대한 해머가 공격을 멈춘 지휘관들을 동시에 덮쳤다. 그 순간, 금빛 날개의 동공이 급격히 커지면서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강렬한 빛이 몸을 감쌌다.

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빛에 휩싸인 금빛 날개는 그대로 상엽의 해머를 향해 돌진했다.

쩌어엉!

해머와 금빛 날개가 충돌했다. 엄청난 진동에 공기가 모두 터져 나가며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충격이 사방으로 튀어 나갔다.

지휘관들은 그 충격에 중심을 잃고 떨어져 내렸고, 바닥에 있는 자들은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하지만 그 충격이 인간 변종을 소멸시키지는 못했다.

“신의 힘을 가졌다더니. 역시 꽤 하네.”

상엽 역시 공격을 실패했지만 여유를 잃지 않았다.

금빛 날개가 막아 낼 거라고 예상하진 못했지만 이는 그가 원했던 구도였다.

“감히!”

“그 말을 유언으로 한 놈이 많아. 전부 내 손에 죽었지.”

금빛 날개의 빛이 사라지면서 다시 수려한 얼굴을 드러냈다. 하지만 분노를 드러낸 표정은 더 이상 조각 같은 미남이 아니었다.

“인상 쓰지 마. 진짜는 이제부터니까.”

상엽은 해머를 막느라 지척으로 다가온 금빛 날개를 향해 웃음을 보였다. 그리고 웃음이 지워지기 전에 그의 몸이 파괴적인 기운을 뿜으며 돌진했다.

-신의 스킬 파괴전차

신의 힘을 완성하며 얻은 마지막 스킬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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