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197화 (195/300)

# 197

상엽이 파괴하는 것은 인간 변종이 아니었다.

30층 건물이 무너지고 2천 평이 넘는 공원은 불길에 휩싸였다.

화르르!

도시 전체가 화마에 휩싸여 걷잡을 수 없는 불길이 번졌다.

상엽은 도시를 파괴하고 있었다.

인간 변종들은 스킬과 물을 이용해 불길이 더 이상 번지지 않도록 막았지만 건물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것까지 막지는 못했다.

그러다 방어가 허술해지면 어김없이 상엽이 나타났다.

6시간 만에 상엽은 도시의 10층 이상 건물을 대부분 무너트렸고, 주유소와 가스관을 집중적으로 겨냥하면서 도시 붕괴에 박차를 가했다.

“이 녀석들도 영역이 있으니까.”

인간 변종들은 도시를 중심으로 집단생활을 했다. 변종이지만 인간이기에 생활 습성은 동일한 것이다.

“영역 침범은 동물보다 인간이 더 싫어하지.”

경계를 나누고 뭐든지 소유하려는 것이 인간의 습성이었고 침범을 당할 경우 더욱 분노했다.

히이잉!

“더 빨리!”

지옥마를 타고 달리는 상엽의 뒤로는 2천 명에 달하는 인간 변종이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

공중에도 20명의 지휘관이 있었고, 매복이나 포위망을 구축하느라 전략을 펴는 자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함정을 준비했다.

히이잉!

지옥마는 계속되는 도주에 불쾌한 소리를 냈다.

“다 왔어. 저기서 한 방 먹여 주자고.”

상엽의 앞에는 아직 파괴되지 않은 30층 건물이 있었다.

변종들은 지금까지 했던 대로 당연히 상엽이 건물을 노릴 것이라 여겼다.

상엽 역시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지옥마에서 뛰어올라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 순간, 예상을 했던 지휘관들이 올가미 같은 스킬을 일제히 뿜어냈다.

하지만 상엽은 지금까지와 다른 패턴을 보였다.

“이제 적당히 모였네.”

상엽은 건물이 아니라 다급히 다가오는 2천 명의 인간 변종을 향해 스트라이크를 시도했다.

그가 움직이는 방향이 물리력을 무시하며 뭔가에 튕겨 나온 듯이 바닥을 향해 추락했다.

그곳에는 여전히 건물로 뛰어오는 2천 명의 변종 추격자들이 있었다.

“흐읍!”

상엽은 숨을 들이켜며 모든 힘을 해머 끝에 모았다. 그리고 지금까지와 다른 한 방을 날렸다.

콰콰쾅!

땅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것 같은 폭발이 일어났다.

박살이 난 파편들이 먼지 층을 이루며 하늘로 치솟았고, 반경 10킬로미터 위의 모든 것이 파괴되어 잿빛 가루로 흩어졌다.

마치 잘 만든 케이크의 한 덩이를 덜어 낸 것처럼 상엽의 해머가 만든 폐허에는 생명의 기운이 남아 있지 않았다.

신의 힘.

상엽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해머를 사용하는 신의 힘을 선택한 것은 그의 힘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켰고 이는 단 한 방에 2천 명을 모두 처리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손맛 죽이네.”

상엽은 하늘로 치솟은 먼지를 보며 다음 목표를 잡았다. 폭발의 범위에서 필사적으로 벗어난 지휘관들이 보였다. 하지만 그 역시 상대의 모습을 정확히 볼 수는 없었다.

그때, 상엽을 향해 날카로운 기파들이 날아왔다.

매복을 하던 지휘관들이 스킬을 쏟아부은 것이다. 눈으로 보지 않고도 꽤나 정확한 공격이라 상엽은 급히 자리를 이동해야 했다.

츳!

빠르게 피했지만 워낙 많은 스킬들이 날아온 터라 옆구리에 충격이 남았다.

‘견딜 만해.’

방어력 상승이 없었다고 해도 최상급 블랙 상점의 피부 강화를 완성했고 테리아의 갑옷과 고스트 실드까지 발동한 덕분에 심각한 상처는 남지 않았다.

“1분 정도 있겠어.”

상엽은 결계를 치듯 형성된 먼지들을 보며 아공간을 열었다. 그리고 아껴 두었던 동희의 음료수를 마셨다.

그가 뽑아내는 최고의 힘은 음료수를 마심과 동시에 그 한계가 더욱 늘어났다.

“각오해. 변종 새끼들.”

상엽은 먼지 안개를 뚫고 힘뿐만 아니라 속도까지 한계를 넘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펑!

그가 스킬을 퍼부었던 지휘관에 닿을 때는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다.

드바란의 투구로 늑대인간이 된 그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지상에 내려선 지휘관들을 유린했다.

그들이 알고 있는 정보와는 전혀 다른 공격 스타일에 눈으로 좇을 수도 없는 속도여서 대응할 수가 없었다.

망자의 손길이 살아 있는 가시처럼 목표를 찢어 놓았고, 늑대인간의 몸을 감싼 화염은 용암이 폭발하듯 하늘에 있는 지휘관들을 덮쳤다.

-위험해요.

뒤늦게 합류한 변종과 지휘관들이 진형을 갖추자 성아는 상엽의 이성을 깨웠다.

히이잉!

스스로 나타나 앞발을 치켜든 지옥마의 등으로 상엽이 올라타면서 폭풍 같은 역습은 끝이 났다.

같은 시간.

상엽의 군대는 외곽에서 지휘관 1명을 필두로 한 100명의 인간 변종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일부러 불을 지른 방어선 근처에서 유령 군대가 진형을 갖춰 앞을 막으면 사하드 전사들이 공격을 하는 형태였다.

이는 부활이 가능한 유령 전사들을 희생시키는 전략으로 루시가 직접 지휘를 했다.

“전원 후퇴!”

그녀는 멀리서 다가오는 지원군을 보며 후퇴를 명령했다.

상엽의 군대가 진형을 갖추며 빠르게 후퇴를 하자 접전을 벌이던 인간 변종들이 광기를 드러내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하드 전사들이 갑자기 진형을 이탈하며 앞으로 달려들어서 공격 성향을 보인 자들을 도륙하고 빠르게 뒤로 빠졌다.

이미 몇 번이나 해 봤던 전술이라 한 치의 오차도 없었고 이를 본 지휘관이 분노한 표정으로 스킬을 난사하며 지상에 가까워졌다.

그러자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두 유령 전사가 나타나 거대한 창을 던졌다.

갑자기 날아오는 창에 지휘관이 몸을 돌리는 순간, 루시는 기회를 포착하며 외쳤다.

“총공격!”

그녀의 명령에는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후퇴에는 반격이 기본이었고, 총공격에는 지휘관을 처리하는 뜻이 담겨 있었다.

이는 상대를 교란하기 위해 만든 명령이며 전술로 활용되기도 했다.

팟!

결국 지휘관은 쏟아지는 스킬에 방어로 일관하다가 거대한 창에 몸이 꿰뚫리고 말았다.

“전열 정비하고 다시 싸운다!”

루시는 명령을 내리면서 가장 후방에 있는 20명의 전사들을 독려했다.

“정신 차려!”

군대에 막 합류한 자들은 확실히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기존의 15명과 달리 실수를 하기도 했고, 이미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후퇴!”

결국 루시는 지원군까지 처리하려던 계획을 포기했다. 새로 합류한 전사들의 상태가 생각보다 훨씬 안 좋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관리를 받은 자들과 그렇지 않은 자들의 차이는 이처럼 극명했다.

그때, 지원군의 뒤에서 굉음이 들렸다. 도시를 유린하고 돌아온 상엽이 등장한 것이다.

“최대한 빨리 벗어난다!”

루시는 조금 전보다 더 다급한 명령을 내렸다.

“휩쓸리면 죽어! 빨리 빠져!”

이미 변종도 상엽이 등장함과 동시에 상엽의 군대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에 전사들은 진형까지 풀고 최대한 빨리 도시에서 멀어졌다.

그리고 잠시 후, 인간의 힘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폭발이 이어졌다.

“전원 휴식! 곧 다시 움직여야 되니까 확실히 쉬어!”

그들에겐 시간이 많지 않았다.

금빛 날개가 지원을 오기 전에 이 싸움을 끝내야 했다. 루시는 전사들의 휴식을 지시하며 폭발 사이에서 흩어진 빛들이 상엽에게 흡수되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상엽은 코인을 확인했다.

‘1억 5천.’

단 6시간 만에 이뤄 낸 성과였다. 그런데 상엽은 이를 신의 힘으로 전환하지 않았다.

8%를 올릴 수 있는 코인이지만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친위대 14단계까지.”

그는 군대의 힘을 키우기로 결정했다. 홀로 움직이는 힘은 충분했기 때문에 전사들의 안전을 생각한 것이다.

상엽은 그레이 상점을 불러 11단계이던 친위대 스킬을 14단계로 상승시켰다.

“갈게.”

그레이 상점 자격으로 소환된 레나와 상엽은 서로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또 봐.”

상엽도 그녀에게 평소처럼 농담을 하지 않았다. 시간이 없기도 했지만 관계가 애매해져 버렸기 때문이다.

“난 그래도 아직 기다리고 있어. 다시 우리 사이가 편해지겠지.”

“나도 기다리는 중이야.”

그나마 서로 여지를 남기며 레나는 사라졌다.

6명의 유령 전사가 전장에 합류했다.

상체만 있는 형태에서 불화살을 쏘는 전사부터 네 개의 팔에 각기 다른 무기를 든 거인 유령, 단단한 갑옷에 3미터에 이르는 방패를 휘두르는 전사, 지팡이를 쥐고 후방에서 번개 같은 마법을 쓰는 자도 있었고, 1미터의 신장에 허리를 잔뜩 숙여서 바닥을 미끄러지며 이동하는 암살자도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투명한 몸에 빼곡한 룬문자가 새겨진 특이한 전사가 나타났다.

상엽이 망자의 탑에서 꽤 고생을 했던 상대로, 룬문자를 채찍 같은 무기로 사용하기도 했고 방어벽이 되기도 했다.

룬문자 자체가 변형이 워낙 자유로워서 위험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응?”

6명의 전사의 뒤로 또 한 명이 있었다.

“넌 뭐야?”

호리호리한 체격에 눈동자 없이 퀭한 눈을 가진 해골 형태였다.

그런데 해골에서 뿜어내는 붉은빛이 피부처럼 이목구비를 만들었고 모든 관절에 응축된 빛이 모여 있었다.

“넌 못 보던 놈인데.”

상엽이 망자의 탑에서 상대했던 전사가 아니었다.

결국 상엽은 사냥터에 출장을 가 있는 추종자를 불렀다.

-아오나 스킬의 시너지 같습니다. 그는 본래 아오나의 돌격대장이었습니다.

친위대가 아닌 다른 부대 소속의 전사였다.

아오나의 힘이 친위대에서도 시너지를 발휘하면서 새로운 전사를 합류시켰다.

-위험한 전사입니다. 단독 행동을 추천합니다.

상엽은 일단 전사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다. 이는 루시를 위해서도 필수였다.

3분 후.

상엽과 루시는 돌격대장의 위용을 직접 확인했다.

전사는 실력을 보이라는 말에 근처의 바위를 향해 돌진했다.

돌격대장이 목표를 향해 달리자 뼈만 선명하던 그의 형체에서 빛이 선명했다.

터질 것처럼 붉은빛이 완벽한 사람의 형태로 바뀐 순간, 돌격대장이 바위와 충돌했다.

콰쾅!

“뭐야?”

붉은 피부가 완전히 터져 나가면서 폭발이 일어났다. 가루로 흩어진 하얀 뼈는 바닥에 닿자 염산처럼 주변을 태우기 시작했다.

-아오나는 20명의 돌격대장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저런 식으로 상대의 선두를 파괴합니다.

“다시 살아나긴 하는 거야?”

상엽의 질문이 끝날 때쯤, 폭발이 일어난 자리에 다시 하얀 뼈가 보이기 시작했다.

-영원히 재생합니다.

상엽은 돌격대장을 상대하는 입장으로 상상해 보았다.

‘적이면 골치 아프겠어.’

그는 돌격대장의 힘에 만족했다.

‘코인만 많으면 20단계까지 강화하고 싶은데.’

유령 군대의 활용성은 무궁무진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너무 많은 코인이 필요했다.

당장 14단계인 스킬을 15단계까지 상승시키는 데 필요한 코인만 1억6천이 넘는 것이다.

그 후로는 끔직한 수치가 나왔다.

‘5단계마다 특별한 상승이 있으니까 어쩌면 다른 녀석이 또 나올지도 몰라.’

상엽은 1단계만 더 욕심을 부리기로 했다.

‘15단계까지만.’

현재 유령 군대는 39명.

상엽은 40명이 넘는 유령 군대를 운영하기로 했다.

“금빛 날개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속도라면 2시간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여기까지만 하고 다른 목표로 움직여.”

그 말에 루시는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이번에 싸워 보고 느낀 게 있어.”

상엽은 군대를 가진 후로 자신의 계획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았다.

“우리 성장 속도가 인간 변종보다 훨씬 빨라.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거지.”

어차피 금빛 날개를 죽이고도 잔당은 소탕해야 한다. 코인이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금빛 날개를 먼저 처리하면 소탕 작전이 훨씬 쉬워지겠지만 그만큼 큰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안전하게, 대신 확실하게 성장하는 게 먼저야.”

“훌륭한 선택이십니다.”

루시는 몇 번이나 제안하고 싶었던 말이지만 상엽의 성향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참고 있었다.

‘리더가 되어 가고 있어.’

루시는 상엽의 또 다른 성장을 알아차렸다.

“여긴 다시 오게 될 거야.”

상엽은 자신의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

* * *

상엽이 알카르지를 다시 찾은 것은 6개월 후였다.

가을이 훌쩍 지나고 눈이 내리지 않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겨울마저 지났다.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전투를 치른 6개월이었다.

그렇게 6개월 만에 알카르지에 나타난 상엽은 도시의 중앙으로 떨어져 내렸다.

구구궁!

그가 나타난 하늘의 공기가 진동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 나갔고 강렬한 스파크가 강렬한 소음을 일으켰다.

그리고 마치 천상의 무기가 떨어진 것 같은 거대한 해머가 나타났다.

-신의 스킬 파괴의 일격.

상엽은 공중에서 발아래 있는 도시를 향해 해머를 휘둘렀다. 그러자 지름 1킬로미터의 거대한 해머가 하늘에 나타났다.

상엽이 작은 점으로 보일 만큼 거대한 해머는 그가 휘두르는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고, 결국에는 못을 박듯 도시의 중앙을 찍었다.

콰콰쾅!

해머는 허상이 아니었다.

신의 힘을 그대로 담은 파괴의 일격은 알카르지의 중심을 흔적도 없이 날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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