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196화 (194/300)

# 196

“80프로 정도입니다.”

상엽이 확인하고 싶은 것은 자격이었다.

최근 강한 블랙 유저를 잡았음에도 신의 상점으로 갈 수 있는 자격을 충족하지 못했다.

“알았어. 고마워.”

상엽은 20프로가 남았다는 말을 들으며 장수한을 돌려보냈다.

“화이트 쪽은 아직 갈 길이 머네.”

장수한이 떠나자 자연스럽게 자리를 피했던 루시가 상엽의 집무실로 들어왔다.

‘대충은 알고 있겠지?’

상엽은 비밀을 말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했다.

“레노를 만나야겠어. 스케줄 좀 잡아.”

“알겠습니다.”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레노는 언제든 좋다는 이야기를 했고 상엽은 곧바로 유럽으로 이동했다.

루시도 본사에는 등록 지점이 있어서 그들은 한 시간 만에 레노를 만났다.

“루시도 여기 있어. 어차피 둘은 알아야 하니까.”

상엽은 레노의 집무실에서 드디어 오랫동안 숨겨 왔던 비밀을 털어놓았다.

“블랙과 화이트. 난 두 가지 코인을 모두 사용할 수 있어.”

레노는 무슨 말이냐는 듯이 상엽의 얼굴을 빤히 보았다. 반면 루시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두 가지 코인을 모두 사용한다고 하셨습니까?”

“맞아. 이게 내 비밀이야.”

레노는 한참 동안 놀란 표정을 했지만 천천히 웃음을 보였다.

“나쁠 게 없는 비밀이군요.”

그는 바로 현실을 인지했다. 그러면서 루시를 보았다.

“알고 있었어?”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화이트 상점을 지속적으로 만났고, 블랙 유저를 소멸시킨 순간에 빛이 흩어지지 않고 코드 원의 몸으로 흡수되었습니다.”

상엽의 예상대로 루시는 어느 정도 인지를 하고 있었다. 다만 워낙 특별한 케이스라 상엽을 통해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다.

“코드 제로의 연구 방향을 수정해야겠군요.”

“미안해. 미리 말하지 못했어. 그리고 코드 제로에도 비밀로 했으면 좋겠어.”

“그러길 원하십니까?”

“이 사실이 알려지면 난 적이 두 배가 돼.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아.”

레노는 상엽의 뒤에 있는 루시를 보았다. 루시도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여기 있는 사람만 아는 걸로 하지요.”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알려질 거야. 그때까지 최대한 숨기고 싶어.”

“코드 원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어쨌든 좋은 소식이라 다행입니다.”

처음 자신의 입으로 비밀을 밝힌 상엽은 모두가 이해하는 분위기라 편안한 마음으로 대화를 끝낼 수 있었다. 그런데 레노는 아직 할 말이 남았다.

“테리아 네트워크의 준비가 끝났습니다. 이제부터 실행하겠습니다.”

“고마워.”

“제가 감사하지요. 그룹에도 큰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이미 테리아 그룹은 운남에 많은 사업 기반을 건설했다. 공사를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일자리가 만들어졌고, 이제 본격적인 가동이 시작되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의료 시설과 교육 시설도 곧 가동될 것입니다.”

나라를 운영한다는 것이 얼마나 복잡한 일인지 아는 터라 상엽은 전문가에게 맡기기로 했다. 자신은 상징적인 의미로 충분했다.

“그럼 갈게. 여러 가지로 고마워.”

“저 역시 감사합니다.”

그들은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테리아 그룹의 본사를 빠져나올 때까지 루시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섭섭하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는 걸 이해하고 있습니다. 늦지 않게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섭섭하다는 말이지?”

“딱 섭섭한 정도입니다.”

상엽의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이제 전부 말해 줄게.”

그는 제일 먼저 신의 상점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에 대해서 말했다.

“훌륭한 계획입니다.”

극단적인 공격과 극단적인 방어의 신을 동시에 선택하겠다는 계획을 들은 루시는 상엽의 결정을 칭찬했다.

“그럼 이제 제대로 가 봐야지.”

상엽은 한결 편해진 마음을 안고 사우디아라비아로 돌아갔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경으로 돌아왔을 때, 상엽을 기다리는 이는 15명의 전사가 아니었다.

“많아졌네.”

“그동안 다른 곳에서 항전을 하던 전사들입니다.”

소문을 듣고 몰려든 사우디아라비아의 전사들이 50명에 달했다.

그들은 서로 소문을 확인하고 흩어져 있던 자들이 하나로 뭉쳐서 이곳으로 온 것이다.

친위대장이었던 사하르와 직접 만난 그들은 다른 전사들의 말까지 듣자 상엽의 군대에 들어오길 간절히 희망했다.

“사하르. 믿을 수 있는 자들이야?”

“20명은 제가 알고 있는 자들입니다.”

“직접 구분해 봐.”

사하르가 보증을 하는 20명은 상엽의 군대에 합류하는 것이 허락되었다.

남은 인원인 30명 중에 20명은 사우디아라비아가 건재하던 당시의 신원과 직책이 확실했다.

그런데 나머지 10명은 과거가 불분명했다.

“일단 인터뷰를 좀 해 볼까?”

상엽은 과거 구분 없이 새로 합류한 30명과 면담을 진행했다.

“여기서 할 거야. 다른 사람은 전부 앉아서 쉬어.”

그는 전사들이 일렬로 서 있는 바로 앞을 면담 장소로 정했다. 어차피 숨길 필요가 없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사들은 흥미로운 영화를 관람하는 표정으로 면담을 지켜봤다.

처음 20명에게 상엽은 직설적인 질문을 했다.

“합류한 이유가 뭐야?”

“복수를 위해서입니다.”

같은 질문에 다양한 대답이 나왔다.

“영토를 되찾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왕국을 다시 건설할 것입니다.”

“어차피 혼자서는 그들을 상대할 수 없습니다. 이대로 사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전장에서 한 놈이라도 더 베고 죽겠습니다.”

“더 강해지고 싶어서 왔습니다.”

대부분 솔직하게 자신의 의도를 말했다. 그들 중에는 스스로를 포장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이 정도는 그냥 넘어갔다.

그렇게 이미 신원과 직책이 확실했던 20명이 넘어가고 나머지 10명에 대한 면담이 진행되었다.

“내 군대에 들어오려는 이유가 뭐야?”

질문은 같았다. 그리고 대답도 비슷했다. 그렇게 10명에 대한 인터뷰까지 끝났다.

그러자 앉아 있던 기존의 전사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신입들을 확인했다.

하지만 상엽이 손을 들어 이를 막았다.

“거기 3명. 2차 인터뷰 좀 해야겠어.”

상엽은 마지막 10명 중에서 3명을 다시 앞으로 불렀다. 이에 전사들의 분위기가 싸늘해졌고, 지목을 받은 3명은 불안한 표정으로 상엽 앞에 섰다.

“긴장하지 마. 그냥 물어보는 거니까. 이번에는 세 명이 그냥 자유롭게 대답하면 돼.”

상엽은 세 명을 향해서 간단한 질문을 했다.

“누군가에게 명령을 받고 여기 온 사람 있어?”

그 질문에 전사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세 명을 노려보았다.

세 명은 일제히 손을 저으며 아니라고 했다.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맹세코 전 아닙니다!”

그들은 누명을 쓴 사람처럼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런데 상엽은 그들의 표정보다 더 신뢰하는 말을 듣고 있었다.

-세 명 모두 거짓이에요.

진실의 신 성아의 말은 어떤 설명보다 확실했다.

상엽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세 명의 곁으로 다가갔다.

츠팟!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망자의 손길이 사내들의 사지를 꿰뚫었다.

팔과 다리의 급소를 완전히 관통당한 그들은 그 자리에서 꼬꾸라졌다.

“셋 중에 한 놈만 살려 준다. 어떤 놈이 보냈어?”

“진짜 아닙니다!”

그들은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도 거짓말을 포기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네. 유령아.”

화이트 전사들을 도와주던 추종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상엽의 뒤에 나타났다.

“처리해.”

추종자가 결국 쓰러진 사내 중 한 명의 몸으로 들어갔다.

비명이 울려 퍼졌고 상엽은 추종자가 읽어 낸 기억을 살폈다. 그러다 그의 입가에 비웃음이 떠올랐다.

“중국 정부에서 보냈어?”

그 말에 다른 두 사내의 표정이 변했다.

“사, 살려 주십시오!”

한 명이 목숨을 구걸했다. 그런데 다른 한 명은 그 자리에서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독약을 품고 있었던 듯했다.

“겁쟁이만 살아남았네.”

상엽은 홀로 살아남은 자에게 기회를 주었다.

“전부 사실대로 말하면 살려 줄게.”

상엽이 그 말을 하는 순간, 성아가 그에게만 들리게 말했다.

-거짓이군요.

그녀의 말을 무시하며 상엽은 쓰러진 사내를 향해 눈짓을 했다.

“아, 알겠습니다.”

사내는 살기 위해서 모든 것을 말했다. 사실 상엽은 이미 기억을 읽어서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없었다.

‘새로 합류한 사람이 많으니까.’

그는 새롭게 합류한 전사들에게 거짓말은 소용이 없다는 걸 보여 주고 싶었다.

결국 사내는 중국 정부의 실권자인 왕수가 정찰 삼아 보낸 자라고 실토를 했다.

그의 목적은 상엽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것과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정보를 캐는 것이었다.

그의 말을 모두 들은 전사들은 분노보다는 상엽에 대한 경외심을 드러냈다.

사실 중국 정부가 무슨 짓을 했고 상엽과 어떤 사이인지 알지 못했다. 때문에 직접적인 감정은 느껴지지 않은 것이다.

다만 기존 전사들은 상엽을 속였다는 사실에 분노했고, 새로 합류한 자들은 이를 알아낸 상엽을 신을 보듯 쳐다봤다.

“사하르.”

“네.”

“처리해.”

상엽은 간단히 명령을 내리고 긴 인터뷰를 끝냈다.

새롭게 합류한 47명의 전사 중에서 화이트 유저는 12명이었다.

원래 사우디아라비아에는 블랙 유저의 비율이 높았기 때문에 새로 합류한 자들도 비슷한 차이를 보였다.

“화이트 유저들은 사냥에 합류해.”

화이트 유저들은 추종자를 따라 기존 사냥 팀에 합류했고, 블랙 유저들은 상엽의 군대에 남았다.

“이제 50명이네.”

진짜 군대 같은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친위대장이었던 사하르는 능숙하게 수하들을 관리하면서 훈련까지 시켰다.

“하루만 더 쉬어.”

상엽은 새로 합류한 자들에게 시간을 주었다.

당장 목숨이 오가는 전투를 펼쳐야 하니 알아야 할 것들이 많았다.

“코드 원. 왕수는 어떻게 할까요?”

“그놈이 날 견제하기 시작했다는 거지?”

“아무래도 그들이 본격적인 영토 확장을 시작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웅크리고만 있었던 중국 정부가 포기했던 영토들을 찾는 전쟁을 할 것이다.

“어떻게 될 거라 생각해?”

“블랙과 화이트. 아마 중국 정부는 하나를 선택해서 아군과 적군을 나눌 것입니다. 그리고 적군으로 규정된 자들은 가차 없이 제거할 것입니다.”

그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었다. 적을 반으로 줄이면서 빠르게 영토를 확장할 수 있었다.

“화이트를 선택하겠지?”

“아무래도 정부와 손을 잡은 길드가 화이트 길드이니 그럴 것입니다.”

“여길 빨리 끝내고 돌아가야겠어.”

“직접 싸우실 생각이십니까?”

“먼저 건드렸으니 인사는 해 줘야지. 당장 갈 수 있는 형편은 안 되지만.”

“앞으로 왕수의 움직임에 신경을 쓰겠습니다. 코드 원이 얼마나 자리를 비우는지도 계산을 할 것입니다.”

운남에 테리아 프로젝트가 막 시작되려고 했다.

‘레노가 그 정도로 자신감을 보였으면 분명히 확실히 진행될 거야.’

그러려면 상엽이 운남을 지켜 내야 했다.

“왕수. 그 자식은 처음부터 재수가 없었어.”

그는 언제나 상엽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 갔다.

“이번에는 다를 거야.”

상엽은 그의 얼굴을 떠올리자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다음 날 밤까지 전사들의 휴식은 계속되었다. 그러다 인간 변종의 순찰대를 습격하는 것으로 전투를 다시 시작했다.

“이것들이 이제 순찰까지 한다는 거지?”

본래 순찰대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상엽으로 인해 순찰대를 편성한 것이다.

“코드 원. 이집트 길드가 물러나고 있습니다.”

이집트 길드는 상엽과 정반대편에 있었다.

“금빛 날개가 그쪽에 있는 거야?”

“우리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다른 인간들을 정리하려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여기 없다는 거네?”

상엽의 표정에 웃음이 떠올랐다.

“다른 길드가 방해만 되는 줄 알았더니. 도움도 되네.”

금빛 날개가 당장 지원을 올 수 없을 만큼 먼 곳으로 이동했다.

“근처에 제일 큰 도시가 어디야?”

“알카르지입니다.”

“병력은?”

“지휘관 100명에 인간 변종 1만 명 이상입니다.”

가장 큰 다섯 개 도시 중의 하나였고 중앙으로 가는 서쪽의 핵심 방어선이기도 했다.

수치만으로도 숨이 막히는 전력이었다. 이를 들은 전사들은 설마 하는 표정으로 상엽을 보았다.

“왜? 겁나?”

상엽의 질문에 기존 전사 15명은 불쾌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적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가겠습니다!”

“전사의 명예는 용기에서 비롯됩니다!”

“어떤 적이든 두렵지 않습니다!”

상엽은 알았다는 듯이 그들을 달랬다.

“알았어. 왜 화를 내고 그래?”

그는 말과 달리 만족한 표정으로 다른 전사들을 보았다.

“신입들에겐 가혹한 전장이 되겠네.”

그 말에 새로운 전사들도 가슴을 펴며 용기를 보였다.

“좋아. 녀석들의 오른손을 부숴 버리자고.”

상엽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목표를 향해 움직였다.

신의 힘.

이를 증명할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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