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194화 (192/300)

# 194

통메이 길드의 전리품은 100개가 넘었다. 길드의 전투 병력이 모두 출전을 하면서 금고에 보관한 조각까지 길드장이 가지고 왔기 때문이다.

“욕심이 많은 녀석이었어.”

그 욕심이 어설픈 판단으로 이어졌고 자신의 꾀에 오히려 당하고 말았다.

“어떻게 사용할지는 나중에 결정하고 일단 보관해.”

상엽은 조각을 모두 루시에게 넘겼다.

‘인간 변종을 잡고 획득하는 코인이 더 많아.’

코인 획득이 많아지면서 조각을 보유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전사들을 어떻게 할지 결정되면 사용하자.’

여차하면 그들을 성장시키는 데 투자할 생각도 있었다.

“다른 길드들은 어때?”

“현재 이집트의 길드를 포함해서 다섯 개의 길드가 접근한 상태입니다. 이 중에 이집트 길드와 인도의 블랙 길드가 사냥을 시작했습니다.”

상엽은 그들의 행적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코드 원. 평소보다 그들을 더 신경 쓰는 것 같습니다.”

루시는 참았던 말을 했다. 평소의 상엽이라면 그냥 무시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어떤 의도인지 파악하고 싶어서 말씀드렸습니다.”

“그렇게 보였어?”

“통메이 길드장을 직접 죽이신 것도 예상 밖이었습니다. 전 그냥 죽게 내버려 둘 거라 생각했습니다.”

고통을 덜어 준다는 건 어설픈 변명이었다.

“내가 심했나?”

“아닙니다. 제가 조언을 했다면 그렇게 하라고 했을 것입니다.”

상엽은 분명히 의도를 가지고 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를 설명하려면 비밀을 밝혀야 했다.

‘자격 획득.’

그는 블랙 상점뿐만 아니라 화이트 상점도 염두에 뒀다. 화이트 신의 상점에 가려면 블랙 유저를 죽여서 자격을 획득하는 게 필수였다.

‘이제 말할 때가 됐나?’

이 부분을 설명하려면 화이트와 블랙을 모두 사용한다는 사실을 밝힐 수밖에 없었다.

“루시. 내가 레노와 약속한 게 있어. 그래서 제일 먼저 레노에게 말해야 할 것 같아. 그때까지만 기다려 줄래?”

“알겠습니다. 전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미안해. 널 못 믿어서가 아니라는 건 알아줬으면 좋겠어. 그냥 레노에 대한 예의일 것 같아서.”

레노의 이름이 언급되자 루시도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블랙 유저도 날 방해하면 가차 없이 제거할 거야.”

“그렇게 이해하고 준비하겠습니다.”

“고마워.”

상엽은 이 문제를 정리하며 다음 목표를 잡았다.

유령 전사들이 다시 소환되고 사하드 전사들의 실력이 늘면서 상엽의 인간 변종 사냥도 탄력이 붙었다.

“소규모 도시부터 집중적으로 공략하자.”

그는 무리한 사냥보다 확실히 이길 수 있는 목표를 잡으며 코인 획득에 주력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새로 합류한 길드와 목표가 겹칠 수밖에 없었다.

소규모 도시의 숫자는 한정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1억 5천 코인.’

상엽이 1억 5천에 달하는 코인을 모으고 다음 목표를 향해 움직일 때, 누군가 그의 앞을 막았다.

“알모하 도시는 이미 디라마 길드에서 공략 중입니다.”

“알고 있어.”

“괜히 쓸데없는 분쟁은 만들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인도의 디라마 길드는 블랙 길드 중에서 소속된 인원이 가장 많은 집단 중의 하나였다.

개개인의 실력은 높지 않지만 소속된 유저만 1만 명에 달했고 전투 요원만 5천 명 이상이었다.

이번 사우디아라비아에는 3천 명이 참여하며 실제로 전쟁을 방불케 하는 작전이 펼쳐지는 중이었다.

“비켜. 내가 어딜 가든 너희들이 상관할 일은 아니니까.”

인도는 지리적 특성상 상엽이 주인으로 있는 운남과 멀지 않았다. 때문에 상엽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서로를 위해서…….”

“비키라고.”

상엽은 결국 무기를 꺼내며 그를 위협했다.

“후회하실 것입니다.”

“참 말 많네.”

상엽이 해머를 휘두르는 시늉을 하자 나타났던 사내는 재빨리 멀어지더니 등을 보이며 달아났다.

“코드 원.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알모하는 버려. 어차피 늦었어.”

“그럼 다음 목표는 어디입니까?”

“살수드.”

“거긴 알모하를 지나가야 하는 곳입니다.”

“알아. 그놈들이 다음에는 어딜 가는지 보자고.”

루시는 상엽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인도의 디라마 길드는 많은 인원이 움직이는 만큼 기동력이 떨어졌다.

상엽은 이를 이용해서 주변에 공략 가능한 지점을 먼저 쓸어버리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큰 도시를 공략할 거야. 그러면 자기들이 어딜 들어왔는지 알게 되겠지.”

먹잇감을 없애면 맹수는 무리한 사냥을 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대규모 인원을 끌고 온 그들이 그냥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수준에 맞는 목표를 잡는 것도 의미가 없었다. 상엽보다 빠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가뭄이 되면 초식 동물은 위험한 풀도 뜯게 되어 있거든.”

상엽은 자신의 계획을 실행으로 옮겼다.

3일 후.

디라마 길드는 결국 꽤 규모가 있는 도시 함락을 시도했다.

이 소식을 접한 상엽은 일부러 계획을 모두 취소하고 후방으로 빠져 버렸다.

“이왕할 거 잔인하게 해야지.”

그들이 전장에서 완전히 이탈한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마음대로 지원 가라고 해.”

그가 전장에 있으면 디라마 길드보다 훨씬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이렇게 멀리 빠져 있으면 그 관심이 큰 도시를 공략하는 자들에게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상엽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 벌어졌다.

“금빛 날개의 지휘관이 움직였습니다.”

“디라마는 눈치챘어?”

“아닌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그냥 놔둬. 실력이 있으면 이겨 내겠지.”

상엽은 그들을 도와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일단 대기해. 상황을 지켜보자고.”

오히려 상엽은 이것을 기회로 삼았다.

“황금날개 그 녀석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자고.”

사우디아라비아를 완전히 소탕하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었다.

“유령아. 잠시 본사 일 좀 봐야겠어.”

그는 추종자까지 불러들였다.

도시 공략을 준비하던 밤이었다.

디라마 길드는 나름대로 충분히 거리를 둔 상태에서 전력을 정비했다.

블랙 유저들인 만큼 그들은 밤을 이용해 대대적인 습격을 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도시를 향해 진격한 지 1분이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도시의 방어벽 위로 금빛 물체가 떠올랐다. 화려한 금빛은 주변을 밝게 비췄고, 그 모습이 디라마 길드의 이동을 멈추게 했다.

백 명의 지휘관들이 날개를 펼치며 함께 날아오른 것이다.

전혀 예상을 하지 못했던 디라마 길드원들은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봤다.

“후퇴하라!”

그나마 길드장은 정신을 차리고 바로 적절한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그들이 도시로 진격할 시점에서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태였다.

금빛 날개가 더욱 높이 날아올랐고 이를 따르던 100명의 지휘관은 독수리처럼 날개를 펼치며 길드원들의 머리 위로 날아들었다.

지휘관들은 폭격을 하듯이 스킬을 퍼부었다.

수백 개의 단검 같은 깃털이 비처럼 쏟아졌고 불과 물, 칼날 같은 바람이 몰아쳤다.

마치 세상이 뒤집어진 것처럼 멀쩡한 땅에 파도가 밀려오는가 하면, 거대한 바위가 떨어져 도주 경로를 막아 버렸다.

스킬의 폭격에 디라마 길드는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다.

한차례 폭풍 같은 공격을 몰아친 지휘관들은 다시 하늘로 날아오르며 금빛 날개의 곁으로 떠올랐다.

그 순간 도시에 있던 인간 변종들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튀어나왔다.

“으악!”

“큭!”

비명을 지르는 자들은 제대로 된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시체가 일어나듯 땅에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정보에 없던 패턴이라 길드원들은 속절없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흩어져서 도주하라!”

결국 길드장은 최후의 명령을 내렸다. 첫 폭격만으로 5백 명이 넘게 소멸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디라마 길드는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하늘에 있는 지휘관들이 다시 움직였다.

“끝났어.”

멀리서 추종자를 통해 이 광경을 지켜보던 상엽은 그들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구해 줄 수도 없는 상황이네.”

그럴 생각도 없었지만 설사 구하려고 해도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저 녀석은 움직이지도 않네.”

금빛 날개의 지휘관은 20대 후반의 외모를 하고 있었다.

조각처럼 깔끔한 사내의 얼굴에 호리호리한 체격이었다. 지금까지 보았던 괴물 같던 이미지와 달리 천상에서 내려온 뛰어난 젊은 전사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모든 인간 변종들이 사냥을 하듯 흩어진 사람들을 사냥하는 사이, 금빛 날개 지휘관이 추종자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치 추종자 너머의 상엽을 보는 듯했다.

“건방진 놈이네.”

상엽은 그와의 눈싸움을 피하지 않았다. 그런데 잠시 후에 그의 얼굴에 표정이 떠올랐다.

“이 자식이.”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마치 덤벼 보라는 듯이 도발하는 것이다.

상엽은 당장 뛰어가고 싶었지만 겨우 이성을 끌어 올리며 감정을 조절했다.

“유령아. 돌아와.”

더 이상은 추종자가 위험할 수도 있다고 판단한 상엽은 정찰을 그만두었다.

디라마 길드는 전멸했다.

단 한 명도 살아서 돌아가지 못했다. 오히려 수많은 전리품을 남기면서 인간 변종들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이쪽은 포기해. 아직은 안 돼.”

상엽은 눈앞에 있는 상대에 집착하지 않았다.

“어차피 갈 곳은 많아.”

그는 오히려 멀리 떨어진 목표를 잡았다. 이는 전사들의 안전을 위한 결정이기도 했다.

“마지막 상대로 충분해. 우리가 그 녀석을 잡으면 이 싸움에서 이기는 거야.”

모두에게 뚜렷한 목표가 생겼다.

“지금은 우리보다 강해. 그래서 우리가 더 빨리 성장해야 돼. 간단하지?”

전사들은 강렬한 눈빛으로 의지를 드러냈다.

“너무 그렇게 째려보지 마. 결국에는 우리가 이길 테니까. 항상 그랬어.”

상엽은 전사들을 다독이며 이동을 지시했다.

“함정입니다.”

금빛 날개는 본격적으로 상엽을 노리기 시작했다. 그 전략이라는 것은 어떻게든 상엽의 군대를 제자리에 묶어 두는 것이었다.

하지만 상엽과 루시, 성아까지 합세해서 철저하게 함정을 파헤쳤다. 그리고 기동력을 이용해 오히려 상대의 매복을 처리하며 성장을 계속했다.

특히 성아는 이번 일에 지금까지와 다른 의욕을 보였다.

“그는 신의 사자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요.”

“그게 뭔데?”

“신을 대신할 수 있는 자들이에요. 그들 중에서 신이 되기도 해요.”

“그 녀석이 신이 될 수도 있다는 거야?”

“아니에요. 그들의 겉모습은 신도와 타락한 신도, 신의 사자처럼 보이지만 진짜가 아니에요.”

이 부분은 이미 성아가 밝혀낸 사실이었다.

“그를 잡으면 진실을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몰라요.”

성아가 의욕을 보이는 이유였다.

“결국 그렇게 될 거야.”

“조심해요. 그가 가짜라도 힘은 비슷해요. 신에 근접한 힘을 가진 존재예요.”

“나도 마찬가지야.”

상엽은 당장 싸워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다만 금빛 날개를 개인적으로 상대했을 때의 이야기였다.

현실적으로 그런 상황을 만들기는 불가능에 가까우니 상엽은 성장을 통해 이를 극복하기로 했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모든 것이 잘되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참아 왔던 결정을 할 때가 되었다.

“때가 된 거 같아.”

“무슨 말씀이십니까?”

“신을 사러 가야지.”

그동안 함정을 피하며 끈질기게 기동전을 펼친 덕분에 상엽은 2억 코인을 모았다.

“준비하겠습니다.”

“일단 누굴 좀 만나야 돼. 그 전에 여길 뜨자고.”

상엽은 명령을 기다리는 전사들을 향해 외쳤다.

“오늘 하루는 휴식이야. 전부 안전 지역까지 물러나.”

상엽의 군대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완전히 벗어난 뒤에야 이동을 멈췄다.

“다시 지시할 때까지 필요한 것들을 하고 있어.”

마지막 명령을 내린 상엽은 전사와 루시의 눈을 피해 아무도 없는 장소로 갔다.

“도지연.”

그의 부름에 도지연이 나타났다.

“드디어 결정한 건가요?”

상엽은 웃으며 그녀의 질문에 답했다.

“파괴.”

“당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단어군요.”

“어디로 가면 돼?”

“하와이. 화산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에 있어요.”

“잘됐네. 올해 피서도 못 갔는데.”

“행운을 빌어요. 꽤 뜨거운 곳이니까 조심하세요.”

도지연은 상엽에게 명함을 내밀었다.

“절 꼭 다시 불러야 하는 거 잊지 마세요.”

“당연하지. 지금은 좀 바쁠 뿐이야.”

“기대하고 있어요.”

도지연은 그 말을 끝으로 야릇하게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홀로 남은 상엽은 명함을 다시 보았다.

“신의 상점. 드디어 간다.”

새로운 힘이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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