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7
바야르가 가진 조각은 2개였다.
상엽과 싸우기 전에 누군가를 죽이고 하나를 추가로 획득한 것이다.
“이제 반 모았네.”
상엽은 그 외의 전리품을 확인했다.
전투 요원들을 모두 처리한 터라 전리품은 꽤 많았다.
“랭킹이 좀 오르겠는데.”
상엽은 바로 흡수하지 않고 코드 제로에 먼저 사진을 보냈다.
유물 조각만 80개에 달했고, 유산 조각은 50개 정도였다. 상대에게서 바로 흡수한 코인도 1천만 코인에 달하는 만큼 이번 전투로 상엽이 획득한 수치는 어마어마했다.
특히 바야르에게서 얻은 8개의 유물 조각은 꽤나 고급으로 보였다.
“잔당 처리하러 갈 거야. 세부 정보가 필요해.”
상엽은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금고도 따로 있을 거야.”
바야르의 길드는 오랫동안 산동성을 장악하고 있었다. 큰 인기를 끌었던 만큼 길드원도 많았고, 지부만 20개에 달했다.
‘어차피 내 존재는 밝혀졌어.’
많은 길드원이 따라왔던 만큼 바야르와 상엽의 싸움은 비밀이 될 수 없었다.
‘치료를 해야 하는데.’
평소대로라면 당연히 레나를 불렀을 것이다. 그런데 상엽은 다른 선택을 했다.
‘당분간은 다른 상점을 이용하자.’
레나를 만나는 게 편하지 않았다. 그레이 상점과의 관계가 불편해진 것이다.
상엽은 결국 다른 상점에서 치료를 하고 잔당 소탕에 나섰다.
산동성 제남은 평화로운 도시였다. 상엽은 그 도시의 재앙이 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어설프게 동정하지 마.’
그의 기준은 명확했다.
-바야르 길드의 갓코인 유저는 전부 적이다.
바야르의 길드 본부가 순식간에 파괴되고 집요한 추격이 시작되었다.
코드 제로에서 명단이 도착하기도 전에 상엽은 추종자로 기억을 읽어 잔당들을 처리했다.
‘하나 찾았어.’
금고 중의 하나를 찾았다. 그리고 다음 날 다른 지부를 습격하면서 또 하나의 금고를 제거했다.
지옥마는 그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시간에 상엽이 도착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덕분에 3일 동안 350명에 달하는 잔당을 소탕할 수 있었다.
-필요할 때는 더 잔인해져야 돼.
상엽은 저항 의지가 없는 자들을 죽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악마!”
“인정해.”
별로 변명을 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가 선택한 운명이니까.
갓코인의 경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해졌다.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갓코인 유저가 되었다.
죽는 사람보다 더 많은 인원이 갓코인 유저가 되는 것이 현실이었다.
이제 웬만한 국가에서는 갓코인 범죄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미국의 총기 소지가 그러했듯이 사람들은 자신의 방어를 위해 갓코인 유저가 되었다.
그러면서 몇 가지 불문율이 생겼다.
-코인을 남기지 말고 사용하라.
-전투 중인 길드에는 들어가지 마라.
-누군가를 죽이지 마라.
이는 전쟁에 참여하고 싶지 않은 유저들의 기본 지식이었다.
“난 이 길드를 떠날 거야!”
상엽과 마주한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늦었어.”
상엽이 해 줄 수 있는 말은 이것밖에 없었다.
-전투에 패한 길드원들은 패잔병이 된다.
이것은 전투에 참여한 길드들의 불문율이었다.
두 개의 금고를 참아낸 상엽은 마지막 세 번째 금고도 찾아냈다.
특이하게도 두 번째 금고가 세 번째 금고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물 조각은 금고가 모두 흡수한 뒤였다. 가진 건 유산 조각뿐이었다.
결국 세 번째 금고를 마지막으로 상엽은 잔당 소탕을 끝냈다.
남은 인원을 처리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산동성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내가 운영할 수는 없어. 운남만으로도 벅차. 그리고 사천성도 가능하면 운영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 운남성에 모든 힘을 집중해.”
중국 정부의 국가 운영을 보면서 상엽은 무작정 영토를 넓히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지를 깨달았다.
이는 상엽과 국민 모두에게 불행이었다. 때문에 운남에 완벽한 국가 시스템을 만들고 여력이 있을 경우에 다른 성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산동성은 중국 정부와 협상을 해도 되겠습니까?
“무슨 뜻이야?”
-그냥 버리긴 아까우니 정치적으로 관계를 좀 맺어 둘까 합니다.
현재 중국과 코드 제로는 묘한 관계에 있었다.
그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산동성 싸움에 대해서 알게 될 테고 하북성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상엽이 범인임을 의심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루시는 먼저 정치적으로 접근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알아서 해.”
상엽은 그녀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
획득한 전리품을 모두 코드 제로에 보내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상엽은 성아를 다시 만났다.
“이제 반 왔어.”
성아는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이번에는 내가 찾으러 가고 싶은데.”
상엽은 시간을 끌지 않고 다음 목표를 향해 움직이려 했다. 그런데 성아의 입에서는 뜻밖의 지명이 나왔다.
“한국.”
상엽의 기억으로 한국에는 성아가 관심을 가질 만한 자가 없었다.
그런데도 성아는 한국을 말했다.
“누가 가지고 있는데?”
“사공강.”
들어 본 적이 없는 이름이었다. 갓랭킹에도 드러나지 않은 자였다.
“알았어.”
상엽은 일단 성아와의 대화를 중단하고 오랜만에 한국에 전화를 걸었다.
-동생! 날 잊은 줄 알았는데!
“그럴 리가 없잖아. 형은 잊어도 그 상상력은 절대 잊을 수 없어.”
박광신의 반가운 목소리에 상엽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최근에 웃을 일이 거의 없었던 상엽에게 오래된 인연은 이런 즐거움이 있었다.
“형. 사공강이라는 이름 들어 봤어?”
-사공강? 설마 그 사공강을 말하는 거야?
“알아?”
뜻밖에도 박광신이 이 이름을 알고 있었다.
-한국 사람은 다 알지? 최근에 가장 뜨고 있는 남자 연예인이잖아.
“뭐?”
연예 쪽은 전혀 관심이 없었던 상엽은 뜻밖의 말을 듣고 생각에 잠겼다.
“그 자식. 갓코인 유저야?”
-당연히 갓코인 유저겠지. 요즘 돈 있는 사람 중에 갓코인 유저가 아닌 사람은 없으니까.
“그 정도야?”
한국은 뭐든 유행이 빠르게 번지고 달아오르는 성향이 있었다. 역사적으로 가장 큰 유행인 갓코인은 한국 전체를 바꿔 놓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사공강은 왜?
“만나서 이야기해.”
-오호! 한국에 오는 거야?
“곧 갈게.”
상엽은 코드 제로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되지 않아 유물을 모두 흡수해도 좋다는 결론이 났고 바로 코인으로 바꿨다.
“강화부터 하자.”
그는 최상급 블랙 상점 근육 10단계에 이어 피부 10단계 강화를 진행했다.
최근에 만나는 자들의 공격이 워낙 강력해서 방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모으고 획득한 유물 조각이 워낙 많아서 코인은 아슬아슬하게 충족되었다.
“이제 하나 남았어.”
신의 상점까지 단 하나의 항목이 남았다.
상엽은 강화를 마치고 한국으로 출발했다.
상엽은 그레이 상점을 불러 곧바로 레나의 곁으로 이동했다.
클럽이 문을 열지 않은 시간이었다.
레나는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출근을 준비하고 있었다.
“안녕.”
그녀의 인사가 평소보다 어색했다.
“샤워하고 있기를 기대했는데. 아쉽네.”
“원한다면 지금 해 줄게.”
“아니. 다음에. 그래야 또 기대할 수 있잖아.”
상엽은 간단히 인사를 하고 나오려 했다.
“한국에는 왜 돌아온 거야?”
원치 않던 질문이었다. 이에 상엽은 대답 대신 반문을 했다.
“우리 이제 솔직해져도 되는 거야?”
레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이에 상엽은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오피스텔을 나섰다.
한국은 완전히 변해 있었다.
상엽이 있을 당시에도 갓코인의 열풍은 대단했지만 15개월 만에 전혀 다른 도시가 되어 있었다.
“갓코인 학원이라니…….”
그뿐만이 아니었다.
전투 학원은 이제 어딜 가든 흔히 볼 수 있었고, 갓코인 유저 전용 무기와 도구를 파는 곳도 있었다.
-갓코인 유저에게 좋은 음식들
-갓코인 유저 비밀 정보방
-갓코인 컨설턴트
갓코인이라는 단어가 빠지는 곳이 없었다. 게다가 상엽이 가장 놀란 것은 거리의 풍경이었다.
“저건 뭐야?”
한 고등학생이 붉은 신호등이 켜진 횡단보도에서 몸을 움츠리더니 단숨에 도로를 뛰어넘었다.
그러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음악을 들으며 거리를 활보했다.
한 여학생은 손 위로 불덩이를 만들며 연습을 하기도 했다.
이것이 한국에서는 이제 흔한 풍경이 되었다.
이런 배경에는 박광신의 선택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갓코인 거래소.
박광신은 음지에서 거래되던 갓코인 거래소를 합법으로 인정했다.
오히려 직접 관리를 하면서 갓코인 유저의 명단을 확보하고 정부에서 만든 법률을 확실히 통보했다.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시도한 정책이었다.
이로 인해 한국은 잠재력이 높은 유저들이 대거 등장한 상태였고, 박광신은 그들을 직접 지원하기도 했다.
당연히 흑점 길드의 힘도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었다.
모든 경찰들이 정부의 지원 아래 갓코인 유저로 변했고, 특수 치안대는 모든 이들이 꿈꾸는 직업이 되었다.
“훌륭한 선택이긴 한데 꽤 위험해 보이네.”
상엽은 그 모습이 무작정 좋아 보이진 않았다.
“일반인들이 살 수가 없는 땅이 되어 버렸어.”
이는 또 한 가지의 문제점으로 이어졌다.
“신분 제도가 될 텐데.”
실제로 갓코인의 수치와 갓랭킹이 한국에서는 계급을 나누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었다.
“경쟁이 어마어마하겠어.”
아이들 사이에서도 갓랭킹이 거론되었고, 실제로 중학교만 해도 갓랭킹에 따라 서열이 가려졌다.
공부에 집착하는 교육열이 갓랭킹으로 그대로 이어진 것이다.
“광신이 형이 잘하겠지.”
상엽은 한국의 변화된 풍경을 뒤로하고 박광신의 빌딩으로 이동했다.
사공강.
상엽은 어렵지 않게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광고에 출연하고 있었고, 현재 많은 여성들의 이상형으로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연예인이었기 때문이다.
영화배우로 시작해서 이제는 드라마는 물론 대중 매체 전반에 걸쳐 최고 자리에 올라 있었다.
“어느 정도 실력인지는 파악됐어?”
“본인은 4단계 유저라고 했어.”
상엽은 박광신의 말을 믿지 않았다.
‘겨우 4단계인데 성아가 찾아갔다고?’
상엽은 인간 변종을 처리하고 조각을 획득했지만 그 방법은 다양했다.
‘인간 변종을 처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쉽게 획득하진 못했을 텐데.’
당장 건드리기는 쉽지 않은 위치에 있었다.
“일단 만나 봐야겠어.”
“무슨 일인지 말해 줄 수 없는 거야?”
“내가 모으는 조각을 그 녀석이 가지고 있어. 좀 특별한 조각이야.”
“그럼 차라리 만남을 주선해 볼까?”
“아니야. 형은 끼어들지 않는 게 좋을 수도 있어.”
현재 박광신은 한국을 운영하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다. 대통령보다 더 많은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 박광신이었다.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인물이라 상엽은 그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싶지 않았다.
“내 방식대로 해 볼게.”
박광신은 뭔가 말을 하려다 그만뒀다. 이를 본 상엽이 물었다.
“형. 그냥 말해. 내가 그 표정 볼 거 알고 있었잖아.”
“하하. 속이려던 건 아니야. 알지?”
“응. 그러니까 어서 말해.”
“사공강 말이야.”
박광신은 조심스럽게 아직 밝히지 않은 사공강의 신분에 대해 말했다.
“우리 길드 소속이야.”
상엽은 갑자기 발목에 족쇄가 채워진 기분이었다.
“언제부터?”
“6개월쯤 됐어. 인기를 얻고 나서 먼저 우리를 찾아왔어. 블랙 코인을 가진 상태였고, 길드에 들어오고 싶다고 해서 내가 허락했어. 우리 입장에서는 이미지메이킹으로 꽤 좋은 제안이었거든.”
“그 녀석이 4단계 유저인 건 확실해?”
“그 정도 능력은 충분했어.”
박광신은 상엽의 말을 잘못 이해했다.
“그게 아니라 4단계 이상인지 확인했냐고.”
“무슨 뜻이야?”
“내가 찾으려는 조각을 4단계 유저가 가지고 있기는 힘들거든.”
박광신은 그제야 상엽의 말을 이해했다.
“5단계 유저라는 거야?”
“그럴 가능성이 높아. 그것도 꽤 강한 5단계 유저. 갓랭킹으로 따지면…….”
상엽은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말했다.
“적어도 100위권.”
박광신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상엽을 보았다.
그때, 박광신이 대화를 멈추고 항상 착용하는 이어폰에 집중했다.
“뉴스를 좀 봐야겠는데.”
박광신은 소파에 앉아 TV를 켰다.
-뉴스 속보입니다.
뉴스에서는 속보가 전해지고 있었다.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 건가?”
상엽은 박광신 옆에 자리를 잡고 뉴스에 집중했다. 그런데 그 내용이 황당했다.
-정상엽 씨가 한국에 들어왔다는 소식입니다.
아나운서의 멘트가 끝나자 사람들의 휴대폰으로 촬영된 상엽의 모습이 자료 화면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오늘 오후 5시경 홍대에서 촬영된 것으로 정상엽 씨는 시민들을 한참 둘러본 후 사라졌다고 합니다.
뉴스를 보던 상엽은 황당해서 박광신을 보았다.
“내가 한국에 온 게 뉴스 속보라고?”
“동생은 지금 한국 사람들이 가장 닮고 싶어 하는 사람이야.”
“뭐?”
“사공강이 최고의 연예인이 되고도 항상 남자 인기투표 2등을 하는 이유가 바로 동생이야.”
상엽은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해 소파에 몸을 묻고 생각에 잠겼다.
“동생. 다리 꼬고 앉는 거는 처음 보는데.”
“응?”
“턱을 그렇게 만지는 것도 어색하고. 설마 연예인병에 걸린 거야?”
“에이. 좀 거만해지려고 했더니.”
상엽은 얼른 어색한 자세를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