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173화 (173/300)

# 173

코드 제로는 두 개의 포인트를 찍었다. 그리고 모든 위성을 이곳에 집중했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좁은 지역에 배치한 그들은 작은 동물의 움직임도 놓치지 않았다.

그렇게 한 시간가량이 흘렀을 때, 어렵지 않게 의심스러운 자동차 한 대를 발견했다.

무너진 도심에서 빠져나온 지프차가 엄청난 크기의 국화밭 중간에 난 도로를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차량은 국화밭을 지나 겉으로 보기에 아무것도 없는 산으로 들어갔다.

-1차 포인트 찾았습니다.

정확한 포인트가 상엽에게 전달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바로 다음 포인트 정찰에 들어갔다.

상엽과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그들은 언제나 서포트를 위해 이런 식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상엽은 얼마 되지 않아 전송받은 위치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이미 상주하는 병력이 있는 만큼 먼 위치에 머물러야 했다.

코드 제로에서는 위성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전자 장비를 파악해 상엽에게 전송해 주었다.

하지만 이런 정찰은 피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서 전부라고 볼 수는 없었다.

상엽은 이때부터 데이터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믿었다.

추종자로 이동할 방향을 먼저 살피고 머릿속에 이동 경로를 설정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접근이 아니었다.

‘그 녀석만 빼내는 게 중요한데.’

목표물이 어디 있는지도 아직 파악이 되지 않았다.

‘일단 유령이가 들어갈 수 있는지부터 살펴보자.’

중국 정부는 아직 갓코인 유저와 싸움을 시작하지 않았다. 때문에 추종자에 대한 대비까지는 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었다.

다만 정보력이 중요해지면서 추종자를 사용하는 유저가 상엽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였다.

상엽의 유령 추종자가 모든 추종자 중에 가장 강력하고 유용한 것은 맞지만, 그레이 상점에서 살 수 있는 스킬이었고 10단계까지 강화를 하면 시야를 공유하는 건 누구나 가능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5단계 추종자만 돼도, 다른 추종자를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상엽은 늦은 밤이 되길 기다렸다가 카메라를 피해 벙커가 있는 산으로 접근했다.

‘유령아. 확인해.’

추종자는 천천히 땅속으로 스며들어 내부 벙커를 살폈다.

다행히 결계는 없었다. 그런데 추종자는 겨우 머리만 내밀어 1층을 살피고 다시 돌아왔다.

-다른 추종자가 있습니다.

예상대로였다. 결계를 사용할 정도의 방비는 되어 있지 않지만 추종자를 보초로 세워 놓은 것이다.

추종자는 이동식 감시 카메라로 봐도 무방했다.

‘그냥 다 때려 부술까?’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다만 지금 중국 정부를 적으로 돌리는 건 옳은 선택이 아니었다.

상엽은 일단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직접 주변을 살폈다.

그렇게 자정이 넘어갈 무렵, 산 입구로 불빛이 접근했다. 다가오는 불빛은 커다란 짐칸이 있는 차량이었다.

수송 차량으로 벙커에 보급품을 전달하는 것이다.

‘음.’

상엽은 이를 보며 한 가지 방법을 떠올렸다. 기사를 세뇌하면 내부로 들어가는 건 문제가 없어 보였다.

‘이마오의 실을 10단계까지 강화해야 하나?’

3명을 세뇌하려면 10단계가 필요했다. 그게 싫으면 세뇌가 된 2명 중의 한 명을 버려야 했다.

지금 상엽의 입장에서는 둘 모두 세뇌를 풀어 줄 수가 없었다.

‘992만이라.’

현재 상엽이 보유하고 있는 코인과 비슷했다. 광동성에서 마지막으로 인간 변종을 처리하고 획득한 코인이었다.

‘어쩔 수 없어.’

상엽이 이를 결정하며 레나를 부르려 할 때, 메시지가 도착했다.

-식량 단지 작전을 포기하고 천진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루시였다. 상엽은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연락을 시도했다.

하지만 당장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무슨 일이지?’

상엽은 루시가 아니라 코드 제로로 연락을 시도했다.

“루시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코드 제로의 지원 팀이었다. 상엽도 직접 통화를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오늘 수뇌부 회의에 참석했다가 변신이 들켰습니다. 왕수라는 자가 비서팀장님의 변신을 알아봤습니다.

“그래서?”

-미리 눈치를 채고 도주하는 중입니다.

“추격 팀은?”

-문제없이 따돌릴 수 있습니다.

“확실해?”

상엽의 질문에 지원 팀장은 힘을 주어 대답했다.

-확실합니다.

“알았어. 변수가 생기면 바로 연락해. 내가 직접 구하러 갈 테니까.”

-알겠습니다.

“작전 운운하면서 구출할 기회를 놓치게 되면 내가 화를 많이 낼 거야.”

-그럴 일은 없을 것입니다.

상엽은 더 이상 그를 압박하지 않았다.

“고마워. 본부 가면 제대로 밥 살게.”

-제 취향이 좀 고급입니다.

“얼마든지.”

상엽은 루시를 믿기로 했다. 그렇지만 왕수에 대한 경계심은 극도로 높아졌다.

루시의 변신을 알아볼 정도라면 웬만한 변수는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했다.

‘예전부터 유명한 유저였으니까.’

유산과 유물 조각에 관해서는 선두에 있던 자였다. 그가 일본에서 그 고생을 한 것도 왕수의 조건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자. 이제 혼자란 말이지?”

루시의 작전은 안타깝게도 실패였다.

단 하루 만에 수뇌부 회의에 참가한 건 대단한 성과지만 결론적으로는 아무런 득이 되지 못했다.

‘모든 작전이 성공할 수는 없으니까.’

상엽은 실패한 작전에 미련을 두지 않았다.

“에이스의 품격을 보여 줄 차례군.”

그는 작전을 포기하지 않았다.

“아낌없이 투자하자.”

상엽은 레나를 불러 이마오의 실을 10단계로 완성했다. 그리고 벙커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 * *

상엽은 많은 고민을 거듭했지만 단 하나를 해결할 수가 없었다.

“유령아. 너란 존재는 정말 힘든 존재구나.”

-죄송합니다.

감시 카메라를 피할 자신은 있었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고 천장을 통과하거나 지하로 숨어들 수도 있었다.

그런데 추종자의 눈을 피할 자신은 없었다.

10단계 추종자를 피하려면 최고 레벨의 은신이 필수였다.

현재 상엽의 추종자는 은신마저도 파악할 수 있을 정도였다.

아오나의 스킬이 전부 완성된 이후에 추종자의 눈을 피한 유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안으로 들어가는 건 의미가 없어.”

이에 상엽은 고민을 거듭했다. 그러다가 전혀 다른 방법을 떠올렸다.

“그 녀석들이 나오게 해야겠어.”

상엽은 생각을 바꾸고 루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이미 하북성을 떠나 안전지대로 피신을 한 상태였다.

“루시. 소여진이 살아 있는 걸로 꾸밀 수 있겠어?”

상엽은 한 가지 사실에 주목했다.

“소여진이 죽는 걸 직접 못 사람은 나밖에 없어. 모두 추측할 뿐이야.”

-갓랭킹으로 추측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알아. 그래도 확인을 하려고 할 거야. 단 한 순간이면 돼.”

그들이 완벽히 속아 넘어갈 필요는 없었다.

“벙커에서 나오기만 하면 내가 잡을 거야.”

상엽은 이미 벙커 근처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준비하겠습니다.

루시는 상엽의 의도를 파악하고 바로 준비에 들어갔다.

루시에겐 시간이 필요했다. 어쩔 수 없이 의심을 받겠지만 적어도 상대가 한 번은 확인을 하고 싶은 상황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또 하나의 문제가 있었다.

이미 변신이 가능한 자가 왕수의 눈에 걸린 것이다. 다행히 도주에는 성공했지만 변신에 대한 의심이 매우 커진 상황이었다.

루시에게 매우 어려운 미션이 주어진 셈이었다. 게다가 시간도 많지 않았다.

그녀 입장에서는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여림 길드원들이 벙커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간단했다.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거리에 소여진이 나타난다.

의심이 가더라도 절대 벙커 안에 머물러 있지는 않을 것이다.

루시는 작전 성공을 위해 위험한 방식을 택했다.

다음 날 아침.

천진의 항구로 난파된 선박 하나가 밀려 들어왔다. 이를 제일 먼저 확인한 이들은 해군들이었다.

해군들은 반쯤 부서진 어선을 수색하다가 정신을 잃은 여자 한 명을 발견했다.

이를 해군 본부에 신고했고 바로 신상 파악에 들어갔다. 그런데 신상을 확인한 해군 본부에서는 바로 비상이 걸렸다.

-여림 길드 길드장 소여진 발견.

이 보고는 주요 기관에 전부 전달되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소식이 전달된 곳은 왕수가 책임자로 있는 적혈대였다.

적혈대는 중국의 특수 부대로 갓코인 부대를 일컬었다.

갓코인 유저에 관한 내용이라 이 보고가 왕수에게 제일 먼저 전달이 된 것이다.

-직접 확인하겠다.

왕수는 보고를 듣고 본인이 확인하겠다는 명령을 내렸다. 그때부터 모든 절차가 멈춰졌고 권한 역시 왕수에게 넘어갔다.

“왕수 대장님께서 직접 오신다고 하셨다. 그때까지 잘 지켜보도록.”

해군 중령이 부하에게 명령을 내리며 병실을 나섰다.

두 명의 수하는 경례를 하고 중령이 나서자 침대 위에 있는 여인을 보았다.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소여진을 직접 본 건 그들도 처음이었다.

최상위 랭커이자 여림 길드의 길드장.

이런 타이틀은 소여진의 미모에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를 덧씌웠다.

하지만 현재는 링거를 맞는 한 명의 연약한 여인일 뿐이었다.

‘위험해.’

침대에 누워 있는 여인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두 명의 군인 때문이 아니었다.

‘왕수가 오면 끝이야.’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여인은 루시였다.

‘겨우 20분.’

그녀가 어선에서 발견된 지 겨우 20분이 흘렀다. 그녀가 원했던 만큼 긴 시간이 아니었다.

게다가 왕수는 곧바로 직접 확인하겠다는 명령을 전달했다.

‘길어 봐야 20분.’

이동 수단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루시는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째깍. 째깍.

침묵만 남은 병실에 시계의 초침 소리가 들렸다. 루시의 인생에서 가장 느리게 가는 시간이었다.

치익.

짧은 시간이라 느끼던 그때, 군인들의 무전기가 울렸다.

-도착했다.

그 한 마디가 들렸을 때, 루시의 시간은 끝났다.

병원 옥상에 헬기가 내렸다.

왕수는 군인들의 경례를 가볍게 받아 주며 명령을 내렸다.

“안내해.”

적혈대의 대장 왕수는 중국 군대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가장 강력한 군대의 지휘권을 가졌기 때문이다.

왕수는 해군 간부의 안내를 받으며 옥상에서 내려왔다. 그의 걸음은 신경질적인 성격만큼이나 빨랐다.

“여깁니다.”

해군 중령이 직접 병실의 문을 열었다.

그 순간, 모두의 표정이 변했다.

병실에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찾아라!”

멍해 있던 그들에게 왕수의 외침이 들렸다.

왜애앵!

병원 전체에 사이렌이 울렸고 군대에도 비상이 걸렸다.

같은 시간.

벙커를 나갔던 승용차에서는 한숨 같은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정말 길드장님일까?”

“직접 확인해 보면 되지 않겠습니까?”

누구도 확신을 할 수가 없었다. 죽었을 확률이 워낙 높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멀지 않은 곳에 나타난 길드장을 확인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정말 길드장이길 바라야지.”

조수석에 앉은 사내가 기도하듯 말을 할 때였다.

“미안해. 소여진은 죽었어.”

두 사내는 갑자기 뒷좌석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운전석에 있던 사내의 머리가 폭발하듯 터져 버렸다.

그리고 조수석에 있던 사내는 뒷목이 뻐근해지며 정신을 잃었다.

쿵!

그들이 운전하던 차는 도로를 벗어나며 초원을 뒹굴었다.

* * *

루시는 심한 두통을 느끼고 있었다.

탈출 과정에서 이미 열 번이나 모습을 바꿨기 때문이다.

의사로 변신해 입구를 벗어나고, 군인으로 변신해 차량을 훔쳤다.

사이렌이 울렸을 때, 바로 차에서 내려 일반인으로 변했다. 하지만 왕수가 직접 움직이는 것을 보는 순간, 머물러 있을 수 없음을 알았다.

이에 바이크를 타는 청년이 되었다. 하지만 신호를 위반하고 달리는 청년은 곧바로 중국의 시스템에 걸렸다.

그때부터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사방에서 몸을 죄어 오는 압박에 그녀는 계속해서 모습을 바꾸며 시스템을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적혈대가 직접 추격에 나서면서 몇 번이나 위기에 빠졌다.

동료 적혈대로 위장해 포위망을 벗어나는 것은 성공했지만, 감시 카메라에 그 모습이 찍히고 말았다.

수십 대의 헬기가 떴고 도시 전체가 비상 태세로 들어갔다.

‘벗어날 수 없다.’

그나마 모습을 바꾸는 걸로 버텨 왔지만 그것도 한계였다. 그때, 상엽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석강주를 잡았어.

쫓기는 와중에 그녀가 웃었다. 어쨌든 작전은 성공이었다. 그때였다.

10대 중반의 교복을 입은 소녀로 변신해 있던 루시를 향해 두 명의 사내가 뛰어내렸다.

적혈대였다. 게다가 꽤나 뛰어난 전투력을 갖춘 이들이었다.

‘잡혔어.’

두 사내는 이미 루시를 확신하며 손을 뻗었다. 루시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한다는 걸 알았다.

이를 악물며 몸을 굴린 그녀는 벽에 부딪치면서도 품에 있는 칼을 꺼냈다.

그리고 곧장 자신의 목으로 가져갔다. 그렇게 루시의 목에 붉은 선이 그려지려 할 때였다.

촤랏!

다시 손을 뻗던 사내의 손목에 붉은 선이 그려지며 분리된 신체가 바닥에 떨어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