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171화 (171/300)

# 171

갓코인은 왜 이 땅에 나타났을까?

상엽은 단 한 번도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시스템에 순응했을 뿐, 진짜 이유에 대해서 알려고 하지 않았다.

“신의 전쟁이 벌어졌다는 것까지만 알 수 있습니다.”

역사는 장황하지만 결국 신의 전쟁이 벌어졌고 그 영향으로 갓코인이 생긴 것이다, 그레이 상점의 정보로 알 수 있는 것도 이 정도였다.

그런데 이제 그레이 상점이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 비밀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상엽이 가진 유물 조각의 비밀부터 풀어야 했다.

-신이 될 수 있어.

그 말이 결코 쉽게 넘길 부분이 아니라는 걸 레나의 반응을 보고 깨달았다.

그 시작은 여림 길드의 잔당을 통해 정보를 알아내는 것이었다.

상엽과 루시는 아직 영업을 시작하지 않은 카페의 2층으로 올라갔다.

커튼이 전부 내려진 2층에서 기다리자 잠시 후, 누군가 그들 앞에 섰다.

40대 초반에 선글라스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인물이었다.

왜소한 체격의 사내는 이미 확인을 했음에도 다시 한번 주변을 살폈다.

불안한 마음에서 나오는 본능적인 경계였다.

“빨리 진행하시죠.”

레나는 테이블 위에 뭔가를 올려놓았다. 붉은 보자기로 쌓여 있는 것은 손가락 두 개 굵기의 금괴였다.

이 정도면 현재 중국 간부의 2년 월급에 해당했다.

사내는 이를 보자 상엽과 레나의 신분을 묻지도 않고 맞은편에 앉았다.

금괴를 먼저 챙긴 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여림 길드 출신들은 하북성 옥전에 있습니다. 그곳에 지금은 철수한 벙커 시설이 있는데 그곳에 있는 것으로 예상됩니다.”

짧게 정보를 말한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이에 루시가 손을 들어 그의 행동을 막았다.

“그 정도 정보라면 금괴는 놓고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소리요? 그동안 전해 준 정보가 있는데.”

“그 정보에 대해서는 이미 지불을 했을 텐데요.”

사내가 받는 금액은 금괴뿐만이 아니었다. 루시는 금액에 대한 합당한 정보를 원했다.

“난 가겠소.”

“그건 제가 결정해요.”

루시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의 눈빛이 매서워지자 사내는 반쯤 일어섰던 엉덩이를 다시 의자에 붙였다.

“중국 정부에서는 그들 외에도 많은 갓코인 유저들을 모으고 있었소. 그 부대는 현재 하북성 전역에 흩어져 있었는데, 최근에 재편성을 결정한 거요.”

“재편성을 결정한 이유가 있을 텐데요.”

“추측만 할 뿐이요.”

“그 추측이 뭔가요?”

“중국 정부가 예전부터 강력히 추진하던 일이 성사되었다고 생각하오. 상위 길드와 협상이 마무리된 거 같소.”

중국도 협력 관계의 길드가 있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최고 길드를 협력 단체로 선정하지 않았다.

그것이 결국 독이 되어 갓코인 유저들에게 대부분의 땅을 내어 주는 결과가 된 것이다.

이를 인지한 후, 중국 정부는 최고의 길드와 협상을 벌였다.

상엽이 코드 제로를 받아들였듯이 중국 정부가 서포터가 된다는 것은 엄청난 뒷배경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협상은 순조롭지 않았다. 갓코인 길드의 생각에 비해 중국 정부가 너무 많은 것을 원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갓코인 길드가 군대로 흡수되길 바랐고, 길드는 이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협상이 최근에야 이루어진 것이다.

“중국 절반의 실질적인 운영권을 약속했다는 소문이 있소.”

“매력적이긴 하겠군요.”

“그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는 이번 일을 시작으로 국토 확장을 계획 중이고, 이를 위해 정보 단체 설립에 많은 공을 들였소.”

“여림 길드원들의 합류도 그 일환이겠군요.”

“말했다시피 추측일 뿐이오.”

사내의 정보는 여기까지였다.

“이제 그만 가도 되겠소?”

“좋은 거래였습니다.”

루시는 그제야 사내를 보내 주었다.

“중국 정부가 한 방을 준비하고 있었네.”

“누구보다 훌륭한 배경이 될 힘이 있으니까요.”

“국토 확장 계획이라는 건, 침공을 뜻하겠지?”

“이미 정부를 잃은 나라가 많습니다. 인간 변종이 나타난 이후로는 더욱 많아질 것입니다.”

“그 정보 단체라는 게 어느 정도일까?”

“중국의 첩보 활동은 예전부터 뛰어난 평가를 받았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으니 이런 정세에선 더욱 빛을 발할 것입니다.”

어쨌든 상엽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쉬운 상황은 아니었다.

“중국 정부와 협상한 단체가 어딘지부터 알아야 해.”

“그건 곧 밝혀질 것입니다. 숨길 일이 아니니까요.”

“그렇겠지.”

오히려 적극적으로 알릴 것이 분명했다.

이미 소문이 돌 정도라면 곧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어쨌든 우리는 그를 만나야 돼.”

“어쩌면 이미 우리가 찾는 정보를 중국에서는 확보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 더 서둘러야지.”

목표를 잡는 것이 중요했다.

“석강주. 우리가 찾아야 할 인물입니다.”

상엽도 이미 사진과 신상명세서로 대충은 파악하고 있었다.

“옥전이라고 했지? 출발하자.”

“준비하겠습니다.”

그들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옥전으로 움직였다.

하북성 옥전.

중국의 밥줄이라 할 수 있는 항구 도시 천진과 경계를 마주하고 있는 지역이었다.

옥전은 대형 식량 단지와 같은 울타리에 있는 숙소를 제외하고는 일반인들이 출입할 수 없는 지역이기도 했다.

현재 베이징과 천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도시가 식량과 공장, 노동자를 위한 편의 시설 위주로 경제가 돌아갔고 옥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옥전은 다른 도시와 달리 도심이라는 개념이 없었으며 식량 단지를 제외하면 군사 시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오랜만이네.”

상엽은 루시가 건네주는 옷을 아무렇지도 않게 착용했다.

먼지가 가득 묻은 작업복이었다.

노동자로 옥전에 숨어들기 위한 조치였다. 당장 옥전 어디에 지하 벙커가 있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했다.

이곳은 최근에 건설되었는지 위성으로도 잡히지가 않았다.

“옛날 생각난다.”

상엽은 몸을 움직여 보았다.

루시는 혹시나 상엽이 거부할 것을 걱정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루시도 잘 어울리는데?”

“지금부터는 문미향입니다.”

루시의 얼굴이 햇볕에 그을린 검은 피부로 변했고 키도 작아졌다.

“너 최대한 예쁜 여자로 골랐지?”

노동자의 느낌이 물씬 나지만 귀여운 매력이 남은 외모였다.

“취향입니다.”

“알았어.”

상엽은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았다.

그들은 천진으로 이동해서 또 한 사람을 만났다. 그는 신분증을 발급하는 천진 시청의 관리였다.

천진에는 수많은 지역에서 노동자가 넘어왔고, 하북성의 여러 식량 단지와 공장으로 취직을 했다.

그러려면 신분을 증명해야 하는 절차가 있었는데, 돈을 주면 대충 허가를 내주는 관리가 있었던 것이다.

중국 정부는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이런 부정부패는 체질적으로 개선을 할 수가 없었다.

“하남성 정주에서 왔어요. 여기 오면 일자리가 있다고 해서.”

루시는 천진 외곽의 허름한 사무실에서 말투까지 바꾸며 위조된 신분증과 돈을 내밀었다.

돈을 받은 사내가 음흉하게 웃었지만 곁에 있던 상엽을 보더니 바로 노동허가증을 주었다.

“이럴 때는 비리가 참 편하네.”

노동허가증을 가지고 천진의 노동청으로 가면 본래는 자신이 원하는 지역이 아니라 그 당시의 필요한 곳에 배정을 받게 된다.

여기서 배려를 해 주는 것은 가족끼리 같은 지역으로 보내 주는 것과 신체 특성상 갈 수 없는 곳은 빼 주는 정도였다.

이 조건에 해당되지 않으면 장소를 선택할 수 없는 것이다. 대부분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도 감사하기 때문에 항의를 하는 사람조차 없었다.

그런데 이것 역시 돈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노동청 입구에 있는 경비에게 루시가 돈을 건네자 그들은 접수창구가 아니라 사무실로 안내가 되었다.

그곳에서 다시 일정 금액을 지불하자 이상한 명목을 붙이며 목적지였던 옥전으로 갈 수 있었다.

하루가 지난 다음 날 새벽 5시.

옥전으로 가는 차량이 도착했다.

“그럼 시작하자.”

노동 허가를 받은 사람은 루시뿐이었다.

노동청 근처에서 밤을 보낸 30명의 사람이 허가증을 검사받고 트럭에 올랐고 루시도 그들 틈에 섞였다.

먼지가 가득한 트럭의 짐칸에 앉아서 그들은 3시간을 이동했다.

상엽은 추종자로 위치를 잡으며 트럭을 뒤쫓았다.

“내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식량 단지가 바로 붙어 있는 기숙사였다.

직육면체로 단순하게 지어진 기숙사는 5층 건물로 1층의 식당을 제외하면 전부 숙소로 되어 있었다.

한 층에 방만 50개가 있는 규모였고 방은 5평밖에 되지 않았다.

샤워도 층마다 하나밖에 없는 곳에서 정해진 시간에만 할 수 있었고, 비품도 충분하지 않았다.

“빨리 움직여!”

엘리베이터도 없는 기숙사의 5층에 배정된 노동자들은 관리자의 거친 음성을 들으며 걸음을 옮겨야 했다.

“야! 빨리 움직이라고!”

관리자들은 기선을 제압하고 싶은지 일부러 선두에 있는 30대 후반 사내 한 명에게 몽둥이를 휘두르는 시늉을 했다.

그나마 강제 노역이 아니라 실질적인 폭행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폭력적인 성향을 보여 주는 것만으로도 노동자들은 주눅이 들었다.

“규칙 위반, 관리자에게 반항하는 자는 무조건 쫓아내겠다!”

폭력보다 더 무서운 말이었다.

한 번이라도 노동 장소에서 쫓겨나면 더 이상 허가증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10분 안에 다시 모여!”

그 말을 들은 노동자들은 재빨리 배정받은 방으로 이동했다.

루시는 방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창문을 열었다. 그러자 상엽이 기다렸다는 듯이 안으로 들어왔다.

“이거 꽤 로맨틱한데. 로미오와 줄리엣 같잖아.”

“전 여기서 정보를 모으겠습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간부들의 자료였다. 그래서 일부러 노동자로 위장해서 들어온 것이다.

굳이 상엽까지 그럴 필요는 없었기에 이 작전은 루시 혼자 수행하기로 했다.

대신 상엽은 직접 의심 지역을 정찰할 계획이었다.

“조심해.”

상엽은 짧은 만남을 끝내고 기숙사를 떠났다.

‘루시를 어떻게 할 수 있는 놈은 없어.’

상엽이 굳이 여기까지 따라온 이유가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녀를 믿은 상엽은 단독 행동을 시작했다.

* * *

하북성에는 동물 변종이 없었다.

들판은 물론 깊은 산까지 전부 정리가 되어 있었다. 완전히 씨를 말린 것이다.

이는 중국 군대가 하북성에 집중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단하네.’

전투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지역에서 상엽은 미사일이 동원되었음을 알았다.

산 하나가 통째로 날아간 곳도 있었다.

“정신 차리고 수색부터 하자.”

상엽은 첫 번째 의심 지역을 향하고 있었다. 이는 코드 제로의 분석을 통해 지정된 위치였다.

군사 기지의 위치와 도로의 배치, 위성으로부터 안전한 지역을 고려해 선정한 것이다.

그렇지만 코드 제로가 선정한 위치에는 아주 오래된 지하 창고가 있을 뿐이었다.

군사적으로는 전혀 이용이 되지 않았고, 버려진 쓰레기들만 남아 있었다.

애초에 명확한 증거를 가지고 한 일이 아니라 상엽도 크게 실망하지는 않았다.

“응?”

자정이 넘은 시간.

밤을 이용해 지옥마를 타고 빠르게 질주하던 상엽은 어느 순간 눈에 들어온 흔적을 보며 이동을 멈췄다.

그는 일부러 도로가 아닌 초원을 달리고 있었는데, 풀이 다른 방향으로 자란 것이 보였다.

“음.”

작은 흔적이었지만 상엽에겐 익숙한 장면이었다.

발목을 덮을 정도로 풀이 자라 있는 지역이었다. 그런데 위가 아니라 옆으로 자라는 풀들이 있었다.

주변의 풀이 무성해지면서 거의 흔적을 지웠지만 상엽의 눈에 그 장면이 보인 것이다.

“오랫동안 굉장히 무거운 뭔가가 지나갔다는 건데.”

무거운 뭔가에 의해 같은 자리가 계속해서 밟히면서 생기는 흔적이었다.

“전원주택에 자주 생기는 흔적인데.”

정원을 잔디로 꾸민 전원주택들 중에서 주차 공간 문제로 인해, 차량을 정원 안에 대는 곳이 종종 있다.

이런 곳의 잔디는 깎기 전이라도 표시가 나게 마련이었다.

상엽은 주인이 임대를 하지 않고 3년 동안이나 외국에 나가 있던 전원주택의 철거 공사를 한 적이 있었다.

잔디가 무성하게 자랐지만 차가 지나간 자리의 잔디는 비정상적으로 자라 있었다.

“대형 트럭의 바퀴 정도 되겠어.”

상엽은 풀의 흔적이 일자로 이어진 것을 확인했다.

“최소 1년 안에 공사가 있었던 것 같은데. 적어도 100번 이상은 여길 지나간 거야.”

들판의 풀은 잔디에 비해 억세고 빠르게 자라는 탓에 1년이면 모든 흔적이 지워진다.

이런 흔적이 남았다는 것은 같은 방향으로 트럭들이 무수히 다녔다는 뜻이다.

“그런데 도로가 없다?”

상엽은 1킬로미터 밖에 초원 위로 시원하게 뻗은 아스팔트가 있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무거운 짐을 실은 트럭이 계속해서 비포장도로를 달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분명히 아스팔트로 이동을 하다가 특정 지역에서 방향을 튼 것이다.

“멀지 않은 곳에 있겠는데?”

상엽은 허리를 펴며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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