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170화 (170/300)

# 170

랭킹 30위 소여진.

랭킹 35위 정상엽.

블랙 상점 강화를 하고도 상엽의 순위는 그대로였다. 누군가 상승했거나 아직 순위가 오를 만큼 만족시키지 못한 것이다.

30위와 35위의 싸움이지만 둘의 전투 스타일은 너무 달랐다. 그리고 소여진은 후방 공격과 지원에 특화된 스타일이라 아군이 먼저 쓰러지면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이미 상엽에게 선제공격을 내준 그녀로서는 상엽의 거친 전투를 막아 낼 재간이 없었다.

그렇게 소여진이 막바지로 몰렸을 때, 쓰러졌던 길드원 다섯 명이 바닥을 기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대단한 충성심이었다. 상엽은 스스로가 악역이 된 느낌이었다.

‘받아들이자.’

여러 이유를 따지지 않았다. 상엽은 이 길을 가기로 결정했고 스스로 당당하기에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소여진에게 다가간 길드원들은 빠르게 몸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이에 상엽은 소여진이 활용할 수 있는 길드원들을 먼저 제거했다.

소여진이 끝까지 이를 막으려 하는 순간, 상엽은 그녀를 직접 공격했다.

쾅!

그 한 방으로 소여진의 방어막이 완전히 깨졌다. 그리고 기회를 잡은 상엽은 결코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전투는 그때부터 별다른 변수 없이 흘러갔다. 결국 소여진의 몸을 망자의 손길이 관통하면서 전투는 마무리되었다.

랭킹 30위이자 상위권 블랙 길드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상엽은 여러 감정이 들었지만 이를 모두 무시하고 20명의 전리품을 모두 챙겼다.

“운명이 항상 즐거운 건 아니니까.”

불쾌한 만남이었고 결과도 즐겁지는 않았다. 상엽은 더 이상 운부에 머물지 않고 그냥 떠나려 했다.

그런데 누군가 폐허가 된 전장으로 다가왔다.

인기척도 없이 천천히 다가오는 인물은 상엽도 안면이 있었다.

“뭐야? 이 타이밍에 갑자기.”

신비의 여인 성아였다.

성아는 상엽을 보며 곧장 다가오더니 다섯 걸음 앞에 멈춰 섰다.

“오늘은 기분이 별로야. 괜히 성질 건드리지 마.”

상엽의 눈에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무엇보다 신비한 분위기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렇지만 성아에 대한 경계심은 여전했다.

“지켜 줘.”

성아는 천천히 자신의 말을 했다. 이름을 말한 이후로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오늘은 대화까지 하는 거야?”

그런데 성아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널 지켜 달라는 거야?”

성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더니 손을 내밀어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도록 펼쳤다.

그러자 그녀의 손 위에 빛나는 문양 하나가 떠올랐다.

상엽은 그 문양을 알아보지 못했다.

‘어디서 봤는데…….’

그는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하지만 좀처럼 떠오르지가 않았다.

“뭐야? 너 지금 실망한 거야?”

성아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지만 곧 본래의 깊은 느낌으로 되돌아왔다.

결국 성아는 빛의 일부분을 사라지게 했다. 그제야 상엽은 문양을 떠올렸다.

문양의 일부분만 본 터라 생각해 내지 못했던 것이다.

“날개.”

인간 변종 대장을 잡고 얻은 유물 조각이었다.

“이걸 지켜 달라고?”

그러고 보니 소여진도 이에 대해 알고 있었다.

“이게 뭔데?”

상엽이 이유를 묻는 순간, 성아의 주변으로 빛이 생성되었다. 갑자기 사라질 때마다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야!”

상엽이 소리를 지르자 성아는 사라지기 직전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신이 될 수 있어.”

그 말을 남기고 성아는 사라졌다.

“아오. 이 싸가지.”

결국 이번에도 성아는 자신이 할 말만 하고 사라졌다.

“이게 뭔데 이러지? 신이 될 수 있다고?”

상엽은 이 의문을 가장 빨리 해결해 줄 사람을 떠올렸다.

“레나한테 물어보자.”

그는 주변에 사람이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레나를 불렀다.

“무슨 짓을 한 거야?”

레나는 폐허가 된 도시를 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다툼이 좀 있었어.”

“다툼? 전쟁이 아니고?”

“나한테는 다툼 정도였어.”

상엽의 우울하던 마음은 성아에 이어 레나를 만나면서 완전히 사라졌다.

“너 요즘 전혀 로맨틱하지 않아. 알지?”

“알아. 그래서 고민 중이야.”

“무슨 고민?”

“어떻게 해야 그동안의 잘못을 한 방에 만회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어.”

“말은 점점 늘고 있는 건 확실하네.”

“너한테 배운 거야. 넌 참 배울 게 많은 여자거든.”

“알았어. 부른 이유나 말해.”

“이거 감정 좀 해 줄래?”

상엽은 보관함에서 유물 조각을 꺼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뭔가가 떠올랐다.

‘소여진이 알고 있었다면 하나를 가졌다는 거 아닐까?’

상엽은 곧바로 이를 확인했다.

예상대로 조각 하나가 있었다. 그녀도 어디선가 인간 변종을 잡고 조각을 얻은 것이다.

‘두 개라는 건데.’

상엽은 레나에게 조각을 내밀었다.

레나는 평소처럼 조각을 받더니 감정을 시작했다. 그런데 조각을 받는 순간, 그녀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왜 그래?”

“감정이 안 돼.”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그게 무슨 뜻이야? 감정이 안 된다니?”

레나는 뭔가 말을 하려다 그만뒀다.

“몰라.”

결국 그녀는 이 대답으로 지금 상황을 정리했다.

“그레이 상점에서 감정이 안 되는 유물이 있다는 거야?”

“나도 처음 알았어.”

“어떤 경우에 그럴 수 있는 건데?”

“말할 수 없어. 확실하지도 않고.”

“정보라면 살 의향도 있어.”

상엽은 코인을 소모해서라도 이유를 알고 싶었다. 그런데 레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 정보는 없어.”

궁금증을 풀 방법이 없었다.

“더 원하는 게 없으면 돌아갈게.”

“잠깐. 스킬을 강화할 거야.”

상엽이 스킬을 강화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화이트 코인과 블랙 코인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 변종을 잡고 블랙 코인이 생겼고, 블랙 유저를 잡으면서 화이트 코인이 생겼다.

상점에 가려면 한 가지 코인을 소모할 수밖에 없었다.

“친위대 11단계.”

상엽은 대규모 전투가 계속 펼쳐지는 만큼 친위대의 위력을 증가시키고 싶었다.

친위대를 강화하면 소환 전사의 숫자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망자의 탑에 있었던 순서대로 나타나는 만큼 더 강한 전사가 합류했다.

“알았어.”

레나는 간단히 대답을 하며 친위대를 11단계로 강화시켜 주었다.

“이제 갈게.”

레나는 강화를 끝내자 곧바로 돌아가 버렸다.

“이게 뭔데 이러지?”

상엽은 두 개의 조각을 다시 보았다.

크기를 봤을 때, 꽤 많은 조각이 필요했다.

“8조각쯤 되겠는데?”

상엽의 머릿속에 성아의 말이 떠올랐다.

-지켜 줘. 신이 될 수 있어.

이상한 말이었다. 하지만 생각한다고 의문이 풀리지는 않았다.

“이게 뭔지 아는 자들이 있어.”

소여진도 상점을 통해 알아내진 않았을 것이다. 분명히 어떤 계기나 방법이 있었던 것이다.

‘성아와 관련이 되었다면 인간 변종과 관련된 거야.’

지금은 성아를 통해서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소여진의 표정을 봤을 때는 분명히 중요한 거고.’

상엽은 결정을 내리며 전화기를 꺼냈다.

“이 조각에 대해서 알아봐.”

그는 소여진과 여림 길드에 대해서도 전부 조사를 지시했다.

-신이 될 수 있어.

그 말이 상엽의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여림 길드는 50명으로 구성된 소수 정예 길드였다.

단독 거점은 확보하지 않았고 베이징에 본부를 두고 있었다.

중국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길드였고 전쟁에는 참여도 하지 않았다.

그런 길드가 광동성까지 이동한 것은 분명 이상했다.

-단순히 코인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 정부에서는 광동성 복구에 대해 관심이 없었고, 여림 길드는 본래 2급 위험 지역에서 사냥을 하고 있었습니다.

“2급 위험 지역?”

-러시아 북부 설원 지역이었습니다.

상엽이 코드 제로에 합류하고 가장 먼저 추천을 받았던 사냥터였다.

여림 길드는 그곳에서 팀플레이를 통해 사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보통 그들은 석 달 단위로 캠프를 치고 사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이번에는 한 달 만에 이동했습니다. 그것도 본부가 아니라 광동성으로 바로 간 것입니다.

“사냥이 아닌 다른 이유가 있었다는 거네.”

-그렇게 예상합니다.

“본부는 어때?”

갓랭킹 검색만으로도 길드원들이 모두 죽었음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바로 해산했습니다.

전투 능력을 가진 자들이 모두 죽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 녀석들 중에 정보를 알고 있는 자가 있을 거야. 찾아봐.”

-알겠습니다.

상엽은 정보가 확실해질 때까지 인간 변종 사냥을 계속했다.

당장은 인간 변종에게서 획득할 수 있는 대량의 코인을 포기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장 갈 수 있는 도시가 많지 않았다. 여러 단체에서 홍콩과 베트남의 지원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경쟁적으로 인간 변종을 사냥했다.

작은 도시는 대부분이 정리가 되었고, 인간 변종은 남은 병력이 광주에 집결했다.

그런데 광주는 이미 공략을 시작한 길드가 있었다.

상엽이 처음 이곳에서 만났던 사항 길드였다.

그들은 이번 변종 사냥에서 가장 큰 이득을 취했고, 마지막 광주 공략도 우위를 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누구도 그 싸움에 끼어들 수가 없었다.

“이제 마지막이네.”

상엽은 북쪽 동창을 처리하는 걸로 광동성 인간 변종 사냥을 끝냈다.

동창은 이미 피난을 간 인구가 많아서 인간 변종의 전염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겨우 500명 수준이라 상엽은 정면 승부로 그들을 처리했다.

더 이상 갈 데가 없어진 상황이 되자 상엽은 미뤄 두었던 베이징행을 결정했다.

-여림 길드에서 모든 문서를 정리하던 자가 중국 정부 소속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는 상엽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동이었다. 하지만 그들도 갓코인 유저이니 중국 정부에서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길드원 전원이 이동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어느 소속으로 갔는지는 기밀 사항이라 알아낼 수 없었습니다.

“기밀이라고?”

뭔가 이상한 부분이 많았다. 단순히 갓코인 유저라고 받아 주었다면 전부를 숨겨 둘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코드 제로의 인맥으로도 알아낼 수 없는 기밀이었다.

“직접 가 봐야겠어.”

-제가 직접 모시겠습니다.

“알았어.”

상엽은 곧바로 곤명으로 돌아가 베이징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 * *

상엽은 곧바로 베이징 공항에 내리지 못했다. 개인 비행기가 활주로에 허가를 받지 못한 것이다.

현재 중국 정부는 베이징을 철저히 지키고 있어서 보안이 어느 때보다 강화되었다.

결국 상엽은 이번에도 신분을 숨기고 유럽의 사업가로 위장해 베이징으로 들어갔다.

“분위기가 완전 다르네.”

같은 중국이라도 정부가 있고 없고는 엄청난 차이였다. 그리고 상엽은 자신이 운영하는 곤명의 정책들이 얼마나 어설픈지도 절실히 깨달았다.

현재 중국 정부는 베이징을 중심으로 하북성을 최고 경계 태세로 유지하고 있었다.

중국 전체로 보면 작은 규모라고 해도 실제로는 한국과 별로 차이가 없는 크기였다.

군대 병력을 거두어들인 중국 정부는 하북성 전체에 군 병력을 배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식량 단지 확보와 확장에 중점을 두었고, 미사일을 비롯한 전략 무기 이동을 시작했다.

이제는 모든 작업이 마무리되어 영토는 축소되었지만 하북성 자체는 완벽한 국가로서 운영이 되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경제 사정은 나빠졌지만 치안은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고 유입 인구는 급격히 늘어났다.

“한국보다 더 나은 거 같은데.”

실제로 베이징은 무장한 군인이 곳곳에 있다는 것만 빼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천진이 핵심입니다. 해상 무역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것 역시 중국 정부의 뛰어난 대처 중의 하나였다.

“천진 주변에 대규모 공장을 유치했습니다.”

일자리를 창출함과 동시에 예전의 값싼 노동력을 다시 제공한 것이다.

임금이 20년 전으로 되돌아갔지만 일을 할 사람은 얼마든지 있었고, 이는 규모가 축소된 중국 정부를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이 되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또 하나의 결정적인 정책이 있었다.

“무기를 값싸게 공급하는 조건으로 여러 국가의 도움을 확보했습니다. 기업들의 특허 기술과 그동안 복제하고 훔친 기술들까지 팔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아직도 돈을 만들 수 있는 많은 카드가 있었다.

상엽은 정돈된 도시 베이징을 걸으며 자신의 국가 운영 능력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코드 제로도 진짜 정부가 될 수 없음을 분명히 알았다.

“아직 많이 배워야겠어.”

“시간이 필요할 뿐입니다. 우리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알아. 그래도 배울 건 배워야지.”

“좀 더 분발하겠습니다.”

그들은 베이징 중심부를 걷다가 아직 오픈 시간이 되지 않은 카페의 문을 열었다.

“여기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정보원과 만나기로 한 장소였다.

“좋아. 이제 다시 집중해 볼까?”

그레이 상점에서조차 알지 못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상엽은 그 비밀에 다가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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