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169화 (169/300)

# 169

상엽의 한 방은 인간 변종들에게 공포심을 심어 주었다.

그들은 상엽이 호텔과 시청을 한 방에 날려 버린 이후로는 더 이상 추격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10명의 지휘관들은 도시를 버리고 떠나 버렸다.

상엽은 10명의 지휘관 중의 한 명을 뒤쫓았다. 어차피 금방 변종이 된 인간들은 전염력이 약했고 도시를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나중에 처리하면 돼.’

날개를 가졌다고 해서 지옥마보다 속도가 빠르진 않았다. 다만 상엽이 바로 공격하기가 어려울 뿐이었다.

“심판.”

상엽은 10명의 지휘관 중에서도 특별한 상대 하나를 노렸다.

‘500만 화이트 코인.’

지금까지 본 최고의 수치였다.

다른 녀석들의 두 배에 달하는 하얀 날개에 같은 색의 옷을 입고 있는 사내였다.

그는 다른 이들과 달리 괴수가 아니라 사람의 모습이었고, 한 손에는 투명한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20대 후반의 잘생긴 사내 얼굴을 하고 있는 변종은 전투 상황이 아니었다면 천사로 착각할 법한 외모였다.

“잘생겼으니까 용서가 안 돼.”

상엽은 천사 사내의 머리 위로 계속해서 심판 스킬을 떨어트렸다.

천사는 빠른 움직임으로 이를 피해 냈지만 몇 번씩 상엽이 뛰어오르려는 행동을 하면 필요 이상으로 방향을 틀었다.

‘겁먹었어. 빨리 처리해야 돼.’

상엽은 기회가 될 때마다 심판 스킬을 사용했다.

‘한 번에 가야 돼.’

그는 일부러 시간이 들더라도 확실한 한 방을 노렸다.

추격은 다섯 시간이나 계속되었다.

그렇게 노을이 사라지고 밤이 되기 직전, 상엽은 기다리던 기회를 잡았다.

‘자. 끝이다.’

천사 사내가 높은 산을 지나갈 때였다. 사내는 산이 나타나자 평소보다 고도를 훨씬 높였다.

“달려.”

지옥마는 나무를 모두 박살 내며 산을 뛰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정상에 도착한 지옥마는 지금까지와 달리 높게 도약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미 대비를 한 사내와는 거리가 있었다.

그때였다.

쿠릉!

산 정상에서 엄청난 높이의 돌기둥이 솟아올랐다. 그제야 사내는 지옥마 위에 상엽이 없는 것을 알았다.

사내는 돌기둥에서 뭔가가 튀어 오른다는 것을 느낀 순간, 최고로 고도를 올리려 했다.

하지만 이미 최고 높이에 있어 그럴 수가 없었다. 더 이상 올라갈 경우 공기와 온도가 한계치를 넘어서서 행동이 느려지게 된다.

이는 더욱 위험한 상황이라 사내는 최대한 반대쪽을 향해 비행했다.

결국 등을 돌리고 달아나는 걸 택한 사내는 어느 순간, 주변에 불안한 적막이 생성된 것을 보고 이동을 멈췄다.

상엽이 보이지 않은 것이다.

사내는 불안한 눈빛으로 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때, 뭔가가 구름을 뚫고 떨어졌다. 사내는 있는 힘을 다해 떨어지는 물체를 피했다.

그는 위기를 모면했지만 결코 기쁘지 않았다.

떨어진 것은 상엽이 아니라 거대한 해머였다. 이를 인지한 순간, 또 하나의 물체가 사내를 덮쳤다.

“술래잡기 끝.”

이번에는 상엽이었다.

상엽은 해머를 휘두르기 전에 화염을 먼저 뿜어냈다. 사내가 다급히 움직이려 했지만 날개에 불이 붙었고, 푸른빛의 칼날이 난도질을 시작했다.

날개를 잃은 사내가 추락을 시작하자 그제야 상엽은 스트라이크를 펼쳤다.

쾅!

상엽의 해머는 공중에서 사내의 몸을 터트려 버렸다.

쿵!

꽤 큰 충격파를 만들며 바닥에 내려선 상엽은 긴 추격전이 끝났다는 데 만족했다.

그런데 뭔가가 그의 옆으로 떨어졌다.

“어?”

유물 조각이었다.

“이놈들도 이걸 가지고 있나?”

상엽은 조각의 무늬를 자세히 보았다. 유산과 달리 완성된 문양을 볼 수는 없지만 날개의 일부분인 것은 분명했다.

“자. 이제 도시를 구하러 가 볼까?”

상엽은 추격전을 끝내고 운부로 돌아갔다.

운부에 도착한 상엽은 예상치 못한 장면을 보았다.

20명으로 구성된 갓코인 유저 팀이 인간 변종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그가 추격전을 벌이던 5시간 동안 일어난 일이었다.

이미 절반에 이르는 인간 변종이 사라진 상황이었고, 상엽이 만든 폐허 위에서 마지막 격전이 벌어졌다.

인간 변종의 숫자는 여전히 500명이 넘었지만 상대의 기세가 만만치 않았다.

10명의 사내들이 선두에서 접근을 막으면 후방에서 마법 같은 스킬들을 퍼붓는 형태였다.

가운데 있는 자들은 공격 스킬을 쓰는 후방 병력을 지원하고 때때로 선두의 방어벽도 도와주었다.

그 흐름이 워낙 자연스러워서 마치 거대한 전차를 보는 듯했다.

특히 가장 후방에서 스킬을 퍼붓는 20대 초반의 여자는 상엽도 놀랄 만큼의 스킬을 펼쳤다.

서른 개의 은빛 원형 톱날이 살아 있는 새처럼 적진을 누볐고 백여 개의 화살이 하늘로 치솟다가 급격히 방향을 바꾸며 상대를 덮치기도 했다.

1미터 크기의 검은 공들은 상대에게 다가가며 점차 응축되더니 폭발과 함께 붉은 액체를 뿌리며 염산처럼 모든 것을 녹이기도 했다.

혼자서 두세 개의 스킬을 동시에 쓰는 것은 물론, 다친 아군을 치료하는 스킬까지 구사했다.

‘저런 스킬도 있구나.’

사람을 치료하는 스킬을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랭킹 30위 소여진. 여림 길드장.

상엽은 갓랭킹에 있던 정보를 떠올렸다.

여림 길드가 상엽이 없는 틈에 변종 사냥에 나선 것이다.

스킬의 위력 때문에 대부분의 변종들은 소여진에게 제거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소여진이 집중적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짜증 나네.”

상엽은 그들의 전투 능력을 인정했지만 짜증이 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남은 녀석이라도 잡아야 하나?”

하지만 그럴 기회가 없었다.

전장에 너무 많은 스킬들이 펼쳐지고 있었고, 이미 남은 변종이 300명 이하로 줄었다.

“죽 쒀서 개 줬어.”

결국 운부의 인간 변종은 여림 길드에 의해 완전히 정리되고 말았다.

“쳇.”

상엽은 미련 없이 몸을 돌리려 했다. 그런데 전투가 끝나자 이미 상엽의 존재를 알고 있던 누군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멈춰라!”

50대 후반에 단단한 인상을 가진 사내였다.

은빛 갑옷을 입은 그는 조금 전까지 가장 선두에서 방패를 들던 자였다.

“요즘 나한테 명령하는 놈이 왜 이렇게 많지?”

상엽은 거부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그러자 상대는 조금 놀란 표정이었다.

“여긴 무슨 일이지?”

“변종 잡으러 왔어. 불만 있어?”

“예의가 없군.”

“예의?”

상엽의 얼굴을 알아봤음에도 사내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상엽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왜 우릴 훔쳐봤지?”

“뭐?”

“우리가 사냥을 하고 있는 걸 알았다면 바로 떠났어야 했다. 하지만 넌 끝까지 우릴 지켜봤지. 이제 네 잘못을 알겠나?”

상엽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너희들끼리 무슨 규칙이 있다는 거지?”

“모른 척하겠다는 건가?”

상엽은 뭔가 대답을 하려다 그만뒀다.

“내가 너랑 왜 이런 말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예의가…….”

“엿 같으면 덤벼.”

쾅!

상엽은 해머를 꺼내며 바닥을 내려쳤다.

그 기세에 사내는 본능적으로 2미터에 이르는 방패를 꺼내 앞을 막았다.

“쫄기는.”

“감히!”

“넌 꺼져. 하고 싶은 말 있으면 길드장 데리고 와.”

“너 따위가…….”

쾅!

결국 상엽은 해머를 휘둘러 사내의 방패를 때렸다.

인간 변종을 완벽히 막아 내던 그의 방패도 상엽의 해머는 버티지 못했다.

방패가 완전히 찢어졌고 사내는 아군이 있는 곳까지 날아가 버렸다.

그 한 방으로 여림 길드원들은 전투 진형을 만들었다. 그러자 소여진이 쓰러진 사내에게 치료의 빛을 뿌리며 명령을 내렸다.

“멈추세요.”

낮은 목소리였지만 기품 있는 힘이 실려 있었다.

“길드장님. 위험합니다.”

“걱정 마세요.”

결국 소여진이 전투 진형의 바로 앞에 섰다.

“뭐? 나보고 오라고?”

이미 감정이 뒤틀린 상엽은 그것조차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거기까지 가면 너희들은 전부 죽어.”

“말이 심하군요. 저희들을 더 이상 화나게 하지 마세요.”

“거참.”

상엽은 그냥 싸울지를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먼저 해 줘야 할 말이 있었다.

“너희들이 얼마나 재수 없는지 지금부터 잘 들어. 여긴 내가 3일 전부터 공략하던 곳이고, 대장을 추격하느라 잠시 놔두고 간 거야.”

상엽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을 계속했다.

“대장을 잃고 제멋대로 싸우는 녀석들만 남았는데, 그걸 너희들이 처리했다고. 그래 놓고 뭐 훔쳐봐? 심해? 화까지 난다고? 투정도 적당히 해야지.”

“믿을 수 없는 말을 하는군요.”

“못 믿겠어?”

상엽은 갑자기 웃으며 반문했다.

“증거라도 있나요?”

상엽은 유물 조각 하나를 꺼내서 보여 주었다.

“이게 뭔지는 알아?”

그런데 여자의 눈빛이 흔들렸다. 분명히 알고 있는 눈치였다.

“너 이거 알지?”

“글쎄요.”

“아하. 모른 척하시겠다?”

소여진은 거짓말에 익숙하지 않았다. 이미 그녀의 귀가 붉게 물들었다.

“수하나 길드장이나 재수 없는 건 똑같네.”

“무례하군요.”

“거짓말하는 새끼한테는 무례해도 돼.”

상엽의 마지막 말에 상대가 일제히 분노했다.

“덤벼. 너희들은 이제부터 변종이야.”

파이어스의 망치에 붉은빛이 몰려들었다. 그런데 소여진은 수하들의 전진을 막았다.

“그 비난으로 끝내죠.”

“뭐?”

“인정해요. 비난받을 만했어요. 당신의 말이 사실인 걸 알아요.”

“알면 사과를 해야지.”

“이미 비난으로 충분하지 않나요? 제가 그 비난을 인정할게요. 이 정도로 끝내죠.”

묘한 논리였지만 무조건 틀렸다고 하기도 애매했다. 게다가 워낙 당당해서 소여진의 말이 옳다는 착각마저 들었다.

결국 상엽이 그녀의 제안에 대답했다.

“지랄한다.”

그의 몸이 소여진을 향해 빠르게 접근했다. 꽤 거리가 있었던 탓에 상엽의 움직임을 간파한 길드원들이 급히 그녀의 앞을 막았다.

상엽은 눈앞에 거대한 벽이 서는 느낌을 받았다. 500명의 인간 변종들을 막아 내던 벽이었다.

‘멈추면 안 돼.’

소여진이 스킬을 펼치기 시작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접근만 하면 쉽게 끝낼 수 있어.’

이미 상엽은 이 전투의 계획을 세워 놓은 상태였다. 그래서 선공에 나선 것이다.

‘뚫는다.’

상엽은 벽을 보고도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오히려 스트라이크를 더하며 해머를 휘둘렀다.

콰쾅!

응축된 폭발이 일어났고 9명의 방어벽이 부서진 벽돌처럼 사방으로 튀어 나갔다.

그 뒤에는 미처 스킬 준비를 끝내지 못한 다른 길드원들이 있었다.

“멈추세요!”

소여진이 상엽 앞에 열 겹의 볼록 렌즈 같은 벽을 세웠다. 상엽은 이를 향해서 다시 해머를 휘둘렀다.

-스킬 억겁의 거울.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깨지지 않은 벽이었다. 그래서 길드원들은 스킬을 펼치려 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이 빗나갔다.

콰콰쾅!

소여진의 최후의 방어선이기도 한 억겁의 거울이 상엽의 해머로 인해 투명한 가루로 흩어져 버렸다.

그 순간, 상엽을 향해 수십 개의 스킬이 펼쳐지려 했다.

상엽은 접근할 틈이 없다고 판단하며 돌기둥을 세워 몸을 숨겼다.

하지만 방어로 끝나지 않았다.

상엽은 돌기둥을 해머로 깨트렸고 파편들이 스킬을 펼치던 자들을 덮쳤다.

그리고 상엽은 제자리에서 바닥을 내려쳤다.

원형의 충격파가 주변의 땅을 완전히 뒤집으며 그 자리에 있던 자들을 덮쳤다.

그 순간, 소여진의 몸에서 스무 줄기의 빛이 뿜어져 나오며 모든 길드원들에게 연결되었다.

콰쾅!

결국 충격파가 본래 폐허였던 땅을 다시 한번 뒤집었다.

잠시 후, 충격파가 사라진 자리에 신음 소리가 흘렀다.

소여진이 마지막까지 길드원들을 지키면서 목숨을 건진 것이다.

사망자는 단 한 명.

처음 상엽에게 시비를 걸었던 50대 사내뿐이었다. 사내는 이미 상처를 입은 터라 이어지는 충격을 버티지 못했다.

그리고 다른 길드원들은 이미 전투를 펼칠 수 없을 만큼 큰 상처를 받았다.

게다가 소여진도 자신을 지켰다면 피해가 없었겠지만 길드원들을 챙기느라 큰 부상을 입었다.

그나마 양발을 바닥에 딛고 선 소여진은 신음하는 길드원들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그만두세요.”

“기회는 많았어. 내가 떠나려고 할 때 그냥 놔뒀으면 됐잖아.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도 됐고, 사과를 했어도 됐지.”

상엽은 숨소리가 불규칙한 소여진을 향해 비난하듯 말을 이었다.

“세 번이나 기회가 있었어.”

“미안해요. 사과할게요. 우리 길드원들은 살려 주세요.”

“싫어.”

상엽은 해머를 들어 올렸다.

“빌지 마. 소용없으니까.”

갓코인 유저끼리 동정은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네가 유리했으면 날 죽였어야 해.”

“우리 길드원은 살려 주세요.”

“그건 미안해. 네 행동을 봐서는 그러고 싶지만 결국 그들은 날 용서하지 않을 거야. 나도 그럴 테니까.”

상엽은 후환을 남겨 둘 생각이 없었다.

“무기 들어. 이게 우리 운명이니까.”

소여진은 살기 위해 싸워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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