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168화 (168/300)

# 168

전투는 치열했지만 전략은 여유로웠다.

상엽은 도시로 진입하지 않고 방어선에 있는 인간 변종을 차례차례 정리했다.

2천 명이라고 해도 도시 전체에 방어선을 만들면 그 공간이 클 수밖에 없었다.

빈 공간은 무기로 채워 아직 변종이 되지 않은 인간들이 조종했지만 제대로 훈련되지 않은 자들이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결국 상엽은 규칙적으로 늘어서 있는 인간 변종들을 빠르게 처리했다.

그렇게 10여 분 동안 전투를 펼치는 동안, 인간 변종 100명이 쓰러졌다.

-주인님. 몰려오고 있습니다.

추종자는 영혼고리를 공격하는 자로 인해 멀리까지 정찰을 할 수는 없었다.

높은 곳에서 정찰 상황을 전달하는 정도로 끝냈다.

상엽이 조종하는 동물 변종들이 모두 제거되어 방어선을 떠났던 자들이 되돌아오는 중이었다.

“생각보다 빠르네.”

상엽은 곧바로 전투를 중단하고 후퇴를 시작했다. 한발 늦게 도착한 인간 변종들은 황금 날개를 가진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거친 추격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옥마에 오른 상엽과 쉽게 거리를 좁힐 수가 없었다. 인간 변종들은 포기하기 직전에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며 안간힘을 썼다.

그렇게 결국에는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였다.

도주하던 상엽이 갑자기 방향을 틀며 뒤를 향해 뛰었다.

멀어질 때보다 더욱 빠르게 거리가 좁혀졌고 상엽의 해머가 선두에 있는 인간 변종의 몸을 때렸다.

콰쾅!

추격을 하느라 잔뜩 모여 있던 그들은 그 한 방에 100명이 빛으로 흩어졌다.

“도망갈 줄 알았어?”

상엽은 처음부터 도주할 생각이 없었다.

그가 이런 식으로 전투를 펼친 것은 이 한 방을 위해서였다.

추격을 하는 자들은 진형이 흐트러지거나 단순해지기 마련이었고, 이는 해머를 이용한 한 방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히이잉!

폭발로 아수라장이 된 전장으로 지옥마가 뛰어들었다. 상엽이 등에 올라타자 지옥마는 엄청난 힘으로 도약을 시도했다.

검은 바위 같은 몸체가 100층 건물 이상으로 치솟았고 상엽은 지옥마의 등을 밟으며 또 한 번 도약했다.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지?”

상엽은 하늘에서 지휘를 하던 금빛 날개의 인간 변종을 보며 사악한 웃음을 보였다.

인간 변종은 이미 상엽이 도약할 때부터 자리를 옮기며 피하려 했지만 스트라이크와 팔각 대시까지 벗어나진 못했다.

쾅!

결국 황금 날개의 변종이 하늘에서 폭죽처럼 터져 버렸다. 지휘관을 잡은 상엽은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을 하면서 모여 있는 변종들을 향해 폭격을 시작했다.

공중에서 화염 파도로 접근하는 공중 변종을 태워 버린 그는 바닥을 향해 부채꼴의 충격파를 연속으로 날렸다.

그리고 바닥에 닿기 직전, 친위대와 지옥마를 다시 소환하며 안전지대를 확보했다.

도약과 추락.

그 짧은 시간 동안 빛으로 흩어진 인간 변종만 300명에 달했다. 게다가 지휘관까지 잃은 그들은 거칠게 상엽을 향해 달려들려고만 했다.

‘너무 많아.’

초반 공격이 제대로 먹히긴 했지만 끝까지 싸우는 건 무리였다.

결국 상엽은 그들의 혼란이 회복될 때까지 일방적인 공격을 펼치다가 지옥마를 타고 탈출했다.

이번에는 인간 변종들도 상엽을 뒤쫓지 않았다.

그렇게 전투가 마무리되었을 때, 상엽이 죽인 인간 변종은 600명에 달했다.

“아직 안 끝났어.”

인간 변종들은 금세 숫자를 다시 채울 것이다. 그런데 상엽은 그들과 부딪치며 한 가지를 깨달았다.

“방금 변형된 인간은 별로 강하지 않아.”

인간 변종도 동물 변종과 같은 점이 있었다.

“보유 코인에 따라 능력이 달라.”

상엽이 공중에서 처리한 황금 날개 변종의 경우에는 보유 코인이 300만에 달했다.

“위협적인 놈을 먼저 잡으면 돼.”

멀리서 볼 때는 모르던 것이 오히려 부딪쳐 보면서 깨닫게 되었다.

-주인님. 방어선이 허술해졌습니다.

상엽의 계획대로였다.

그는 변종들이 다시 숫자를 채우길 기다리지 않았다.

“영혼 고리를 공격하던 놈은 아직 있어?”

-그렇습니다.

“진짜 대장이 따로 있다는 거지?”

상엽이 노리는 진짜 목표가 바로 이 도시를 지휘하는 대장이었다.

“아직은 아니야. 신중하자.”

시민들을 살리고 싶었지만 무작정 들어가는 것은 위험했다.

‘좀 더 익숙해져야 돼.’

그가 원하는 것은 경험이었다.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자신감이 붙은 상엽은 확실한 승리를 위해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두 시간 후에 상엽은 운부의 방어선을 넘었다. 허술해진 방어선을 은밀히 넘은 것이다.

큰 타격을 입은 그들이 거대 도시를 전부 정찰하는 것은 무리였고, 결국 상엽은 도시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직접 보았다.

“저리 가!”

“살려 줘! 제발 그만해!”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인간 변종들은 아직 죽이지 않은 자들을 광장으로 끌어내서 학살을 하고 있었다. 병력을 늘리기 위한 과정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아직 숨어 있는 인간들을 찾기 위해 도시 전역을 수색했다.

상엽은 도시 외곽에서 한 가족을 몰살하는 인간 변종을 보았다.

‘미친 새끼.’

130만 코인을 가진 인간 변종은 불에 달군 창을 들어 아이들을 죽였다.

30대 후반의 인간 모습을 하고 있는 변종은 날카로운 턱 선에 신경질적인 느낌의 찢어진 눈을 가졌다.

그는 창끝에서 느껴지는 떨림이 만족스러운지 눈을 감으며 이를 음미했다.

그 광경을 본 부모는 미친 사람처럼 변종을 향해 달려들었다.

변종은 웃으며 부모를 내팽개치며 스스로 지칠 때까지 그 과정을 반복했다.

“재미없군.”

상엽은 변종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그들은 인간처럼 모든 말을 할 수 있었고, 감정도 존재했다.

결국 인간 변종은 부모까지 죽이며 일가족 몰살을 이뤘다. 죽은 자들의 시체에서 빛이 긴 선으로 빠져나와 그에게 흡수되었고, 화이트 코인이 상승했다.

갓코인 유저와 달리 일반인들은 시체가 그대로 남았다. 인간 변종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또 다른 목표를 찾기 시작했다.

그때, 인간 변종의 귀에 작은 마찰 소리가 들렸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소리가 난 방향을 보았다.

낡은 5층 아파트의 4층이었다.

깨진 유리창 안으로 방치된 빨래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좀 길게 즐겨야겠군.”

인간 변종은 갑자기 땅을 구르며 소리가 들린 4층으로 도약했다.

그리고 상황을 즐기듯 여유롭게 베란다 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섰다.

그에게 조심스러운 호흡 소리가 들렸다. 작은 방 두 개 중에 왼쪽 문 너머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그는 혀를 내밀어 입술을 적신 후에 소리가 들리는 방으로 걸어갔다.

방문 앞에 선 그는 잔인한 느낌의 웃음을 짓더니 천천히 손을 뻗었다.

딸칵.

오래된 문이 열렸다. 그리고 변종은 자신이 원하던 인간의 모습을 보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안녕. 개새끼.”

인간은 해머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인사를 한 후에는 피할 수 없는 속도로 해머를 휘둘렀다.

쾅!

그 한 방으로 끝이었다.

일부러 생존자인 척 소리를 냈던 상엽은 인간 변종을 제거하고 거실로 나왔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주변으로 인간 변종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서로의 죽음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상엽은 도시 안에서 인간 변종에 관한 많은 사실들을 깨닫고 있었다.

‘인간의 감정과 지능이 그대로야. 게다가 서로의 죽음을 알 수 있고.’

상엽은 포위되기 전에 그 자리를 피했다.

그런데 첫 번째 발각이 된 이후로 상엽은 집요하게 인간 변종의 추격을 받았다.

‘블랙 코인.’

결국 그가 보유한 코인이 문제였다. 상대에게는 이를 탐색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시크릿 유산을 빨리 구해야 돼.’

이 부분은 코드 제로에서 최우선 순위 임무로 결정해서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인기 있는 유산이라 쉽지가 않았다.

‘유령아. 정찰하는 놈을 찾아내.’

추격을 당하면서 상엽은 한 가지 사실을 알아냈다.

추격자들은 누군가에게 정보를 듣는 듯 잘못된 방향으로 가다가도 한순간 상엽을 쫓아왔다.

‘스카우트가 있어.’

그뿐만 아니라 괴수가 된 모습에서도 계급이 있음을 알았다.

‘금빛 날개를 가진 놈이 다른 날개를 가진 놈들을 지휘하고, 지상은 큰 뿔을 가진 놈이 대장.’

상엽은 도주와 습격을 반복하면서 여러 가지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아직 누구도 알아내지 못한 정보였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속도에 특화된 인간 변종 한 명이 상엽의 등 뒤로 따라붙었다.

“그렇게 따라오면 안 되지.”

챙!

상엽의 등에서 푸른빛이 일렁이더니 후방을 향해 10미터 창이 되어 뻗어 나갔다.

따라오던 인간 변종이 창에 꿰뚫리며 그대로 사라졌다.

‘너무 많아졌어. 빠지자.’

빠른 속도로 포위를 피했지만 이젠 한계가 오고 있었다. 결국 상엽은 지옥마를 소환했다.

“인사는 하고 가야지.”

상엽이 지옥마를 소환하는 순간, 인간 변종들이 빠르게 달려들었고 상엽은 이를 그냥 두지 않았다.

스트라이크로 강력한 한 방을 날린 상엽은 30명을 동시에 처리하고서야 지옥마의 등에 올랐다.

“외곽으로 돌아.”

상엽은 집요할 정도로 소규모 전투를 벌였다.

허술한 방어선이 다음 목표였고 이곳으로 병력이 모이면 다시 도시 안으로 들어갔다.

“옥아. 수고했어.”

푸르!

호칭이 마음에 들지 않는 지옥마가 신경질적인 소리를 내며 머리를 털었다.

“그래. 나도 고마워.”

상엽은 감정을 느끼면서도 모른 척하며 지옥마를 다시 문신으로 되돌렸다.

지금 그가 펼치는 전술은 지옥마가 있기에 가능했다. 인간 변종의 속도를 훨씬 넘어섰기 때문이다.

인간 변종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상엽이 본 모든 지상 생물 중에서도 지옥마가 가장 빨랐다.

“강화를 더 할까?”

상엽은 이런 고민까지 할 정도였다.

‘최종 강화까지 가면 날 수도 있을 텐데.’

이는 지옥마의 문신으로 추측이 가능했다. 그렇게만 되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소모되는 코인이 너무 많았다.

‘일단 나부터 강해지자.’

상엽은 슬슬 코인을 소모할 때가 됐다고 느끼고 있었다.

‘8천만.’

실제로는 8천만이 넘어서고 있었다.

‘2천만이 더 필요해.’

상엽은 블랙 상점에서 한 가지 목록을 10단계까지 강화하길 원했다.

현재 5단계인 목록 하나를 10단계로 만드는 데 필요한 코인은 9920만이었다.

“여기만 처리하면 가능해.”

상엽은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짧은 휴식에 들어갔다.

지옥마의 존재는 인간 변종이 만든 모든 계획을 무산시켰다.

스킬을 퍼부어도 지옥마의 속도를 잡을 수가 없었고, 한 번의 실수는 상엽의 폭격으로 이어졌다.

추격을 해도 포위망을 형성하기 전에 빠져나갔고, 괜히 소수가 모여 있으면 먹잇감이 되고 말았다.

그때마다 인간 변종들은 새로운 병력을 보충했지만 새로운 감염자들은 제대로 된 전투를 펼칠 수가 없었다.

일반 유저라면 몰라도 상엽을 상대하기에는 그 힘이 너무나 부족했다.

그렇게 이틀간 상엽은 30차례에 걸친 소규모 전투를 펼쳤고 천 명에 달하는 인간 변종을 처리했다.

그리고 이는 강화로 이어졌다.

1억 코인에 육박하는 코인이 모였을 때, 상엽은 레나를 불러 일본의 블랙 상점으로 이동했다.

-근육 10단계.

6가지 목록 중에 상엽은 근육을 먼저 선택했다.

비록 한 가지 목록뿐이지만 신의 상점을 제외한 최종 강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인간 능력의 마지막 힘.

상점은 이렇게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마지막 상승 폭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젠 신체 능력 상승에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10단계가 되는 순간, 상엽은 근육이 완전히 새로 생성된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압축된 금속처럼 단단해진 근육은 곧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높게 떠오른 태양 아래로 지옥마가 뛰어올랐다. 상엽은 더 이상 도약하지 않고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그의 눈에 인간 변종들이 머무르는 고급 호텔 건물이 급격히 가까워졌다.

그런데 상엽은 건물을 무시하고 지금은 비어 있는 주차장으로 떨어졌다.

그렇게 바닥에 닿는 순간, 모든 힘을 압축한 한 방을 때렸다.

운석이 떨어진 것 같은 충격파가 퍼졌다. 그 힘으로 인해 상엽조차도 반탄력을 느끼며 근육이 뻐근해질 정도였다.

그렇지만 원형 충격파에 의해 모든 것이 사라진 주변에 비하면 작은 고통으로 투정을 부릴 수가 없었다.

그저 해머로 바닥을 찍었을 뿐임에도 반경 3킬로미터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우뚝 솟아 있던 건물은 쓰러진 벽돌처럼 옆으로 누웠고 이마저도 반 이상이 사라진 상태였다.

충격파는 모든 것을 가루로 만들었고 바닥을 메우던 시멘트와 아스팔트도 형체를 잃고 가루로 부서졌다.

그 안에 있던 생명체는 무엇도 살아남을 수 없었다.

“이게 인간이 낼 수 있는 최고의 힘이라는 거지?”

상엽은 짜릿한 느낌에 매료되어 자신의 손을 보았다.

“손맛 죽이네.”

그의 입에 웃음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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