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167화 (167/300)

# 167

“좋아. 훌륭해.”

상엽은 획득한 코인에 크게 만족했다.

“전부 다 잡았어야 했는데.”

처음 100명의 선발대를 처리했고 본대 300명 중에 250명을 잡았다.

날개를 펼친 50명은 결국 잡지 못한 것이다.

그럼에도 상엽이 획득한 코인은 2000만에 육박했다. 정확히는 1952만이었다.

“세금 떼는 거 같아서 아쉽긴 하네.”

상엽이 획득한 코인은 블랙 코인이었다. 본래 화이트 코인이었던 것이 상엽에게 흡수되면서 바뀐 것이다.

이 말은 절반만 가져온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이렇게 계속 가면 5단계도 완성할 수 있겠어.”

상엽은 인간 변종 제거에 박차를 가했다.

다음 도주는 고주였다.

이곳은 오늘 아침에 인간 변종이 습격했고 불과 여섯 시간 만에 점령이 끝난 상태였다.

인간 변종의 기준에 따라 대량 학살이 시작되었고 또 다른 인간 변종이 탄생했다.

상엽은 이미 점령당한 도시에 미련을 두지 않았다.

“뛰어!”

지옥마는 상엽을 태운 상태에서 50미터가 넘는 방어벽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바닥에 내려선 지옥마가 도시 중앙을 향해 질주했고 상엽도 해머를 꺼내며 전투를 준비했다.

‘뭐야?’

그런데 상엽이 침입했음에도 인간 변종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 아련하게 뒤엉킨 금속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누군가 있어.’

상엽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빠르게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역시.’

고주의 시청 부근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이미 싸움이 꽤 지속되었는지 시청을 비롯한 주변 건물이 모두 무너져 내렸고 100명의 인간 변종이 만든 포위망 안에서 화려한 검술을 펼치는 한 사내가 있었다.

‘블랙 유저.’

이미 많은 인간 변종을 처리했기 때문에 코인을 확인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쌔네.”

3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건물 옥상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상엽은 사내의 실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내의 검술은 스킬로 인해 화려한 효과를 펼쳤지만 실제로 검의 궤적은 단순하고 빨랐다.

칼이 지나간 자리에서는 어김없이 피가 튀었고 정확히 상대의 목숨을 끊을 정도로만 힘을 주었다.

경험이 많고 냉정하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그의 스킬은 단순한 검의 궤적을 완벽하게 보완하는 효과가 있었다.

수십 개의 칼날이 튀어나와 살아 있는 것처럼 목표를 베어 내는 스킬부터 하늘에서 울타리를 치듯이 시전자 주변에 거대한 8개의 검이 떨어지기도 했다.

‘저건 진짜 특이하네.’

상엽이 가장 눈여겨본 것은 그의 옷이었다.

검은 천으로 보이지만 그의 옷은 상대의 공격을 갑옷처럼 막아 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충격을 받으면 공격이 시작된 방향으로 응축된 검은빛을 뿜어냈다.

이는 날카로운 창이 되어 공격했던 자를 꿰뚫었다.

자동으로 상대의 공격에 반격을 하는 것이다.

‘3200만 블랙 코인이면 지금까지 꽤 잡았다는 건데.’

상엽이 거리를 두고 상대에 대해 파악을 할 때였다.

-주인님.

추종자가 다가오는 자들을 경고했다.

그들의 숫자는 20명 정도였다. 그중에서 가장 빠른 자는 이미 건물의 벽을 타고 뛰어올라 옥상에 내려섰다.

50대 초반의 사내로 날카로운 눈매가 인상적이었다.

“돌아가십시오.”

사내가 감정이 배제된 목소리를 내는 순간, 주변에 20명이 모두 도착했다.

상엽은 벗어날 기회가 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

“인사도 없이 대뜸 명령이네.”

상엽은 짜증이 난 표정으로 해머를 들어 올렸다. 그 순간 누군가 사내의 곁으로 내려서더니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정상엽 씨를 알아보지 못했군요.”

귀여운 얼굴이지만 강단 있는 표정을 보이는 자는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였다.

붉은 천에 화려한 봉황 무늬가 새겨진 옷을 입었지만 활동에는 지장이 없는 평범한 디자인이었다.

“전 사항 길드의 부길드장 소묘라고 해요. 정상엽 씨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소묘는 한눈에 봐도 싸움을 원하지 않는 듯 보였다. 이에 상엽은 들어 올렸던 해머를 내렸다.

“사항 길드면 멀리서 왔네.”

“인간 변종을 처리해 달라는 지원 요청을 받았어요. 저희 길드장님께서 그걸 받아들이셨고요.”

상엽은 상대의 전투를 보고 이미 누군지 알고 있었다.

-상하이 사항 길드의 길드장 종려등.

상하이를 장악한 길드로서 길드장 종려등은 갓랭킹 19위의 강자였다.

블랙 유저만 따지면 10위권 안이라서 중국 전쟁의 유력한 승자로 손꼽히기도 했다.

게다가 상하이는 베이징과 함께 중국 최고의 도시였고, 이 중에서 정부의 간섭이 없는 상하이는 단독 길드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훌륭한 거점이었다.

사항 길드는 잠시 공개되었다가 사라진 길드 순위에서도 10위권 안에 들 만큼 최고 실력을 갖춘 자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정상엽 씨도 같은 의도로 오셨을 것 같은데, 여긴 저희들이 처리할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소묘는 일부러 상엽이 자존심을 지키고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힘으로 쫓아내는 것이 아니라 같은 의도임을 강조하면서 상엽이 싸움을 걸기도 애매한 상황을 만든 것이다.

“똑똑한 분이시네.”

상엽도 더 이상 함부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감사해요.”

가볍게 목례를 하는 소묘를 보며 상엽은 자신의 기억에 있는 자료를 떠올렸다.

-소묘. 작은 고양이. 중국 최고의 암살자이며 사항 길드의 지략가. 실질적으로 사항 길드를 운영하는 갓랭킹 80위 유저.

‘위험한 여자야.’

갓랭킹 80위의 암살자는 누구에게나 위협적이었다. 그럼에도 겉으로는 친절하고 똑똑한 참모의 모습이었다.

사항 길드가 괜히 상하이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상하이와 접경을 이루고 있는 강소성, 절강성은 명목상으로는 다른 길드가 차지하고 있지만, 사항 길드의 연합 길드로서 하위 길드나 다를 바가 없었다.

현재 중국 블랙 길드 중에서는 최고의 위치에 있는 것이다.

“이번 일이 끝나면 본부로 초대하겠습니다. 저희 길드장님께서도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그건 마음대로 해. 그런데 그냥 가고 싶지만 저 녀석한테 들어야 할 말이 있어서.”

상엽은 처음 자신에게 명령을 했던 사내를 보았다.

사내는 상엽의 시선을 받자 바로 고개를 숙였다.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상엽의 예상과 달리 그는 무기를 내리고 허리까지 숙이며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체계가 잘 잡혀 있어.’

거의 완벽할 정도로 운영이 되는 단체가 아니라면 이런 행동은 나올 수가 없었다.

“좋아. 수고해.”

상엽은 미련 없이 무기를 거두어 들였다. 그러자 소묘가 눈짓을 했고 길드원들이 그녀의 곁으로 늘어섰다.

포위망을 푼 것이다.

덕분에 상엽은 어떤 위험도 없이 그곳을 떠날 수 있었다.

‘대단해.’

길드장 종려등은 여전히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함께 온 길드원들은 조금도 걱정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이는 종려등의 실력에 대한 믿음이었다.

“나보다 많이 앞서 있어.”

상엽은 자신의 위치를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의 아래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더 위로 가려면 결국 밟고 올라가야 돼.”

그가 보는 곳은 최고 자리였다.

“정신 차리고 가자.”

상엽은 사항 길드와의 만남을 기억에 새기며 자신을 다그쳤다.

* * *

상엽이 광동성 도시 신의에서 200명의 인간 변종을 처리한 직후였다.

“예강이라고 합니다.”

상엽 앞에 작은 체구의 30대 초반 사내가 나타났다.

그는 충분히 목소리가 들리는 거리에서 인사를 하더니 고개를 살짝 숙이며 다가왔다.

싸울 생각이 없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홍콩 탕주양 길드에서 지원 요청에 응해 주신 정상엽 님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예강이라는 사내는 바닥에 조각 하나를 놓더니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

굳이 분쟁을 만들지 않고 선물만 전하는 것이다.

상엽은 추종자로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서야 조각을 집어 들었다.

루시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자 이미 유명한 조각인지 바로 결과가 나왔다.

-100만 코인짜리 조각입니다. 흡수하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선물치고는 꽤나 높은 수치였다.

-탕주양 길드에서는 이번 일을 통해 견고한 연합을 형성하려는 것 같습니다.

단순한 감사가 아니라 정치적 의도가 깔린 선물이라는 것이다.

“뭐 굳이 주는데 거절할 필요는 없지.”

상엽은 조각을 곧바로 흡수했다.

“서둘러서 처리해야겠어.”

인간 변종은 일반인에겐 재앙이지만 랭커들에게는 좋은 기회였다.

상엽은 다른 경쟁자들이 처리하기 전에 또 다른 도시를 향해 이동하려 했다.

그런데 루시의 전화가 그의 이동을 막았다.

-새로운 보고입니다. 광동성 운부에 인간 변종이 집결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코드 원의 이동 경로를 파악한 것 같습니다.

상엽은 동북쪽으로 이동하며 도시들을 처리할 생각이었다.

-현재 파악된 인간 변종만 1천 명입니다. 대부분이 새로 감염된 자들이지만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간 변종은 광동성을 장악한 이후로 빠르게 숫자가 늘고 있었다. 이 말은 일반인이 그만큼 희생되었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인간 변종 한 명을 위해 오백 명이 희생되는 게 일반적이라고 볼 때, 1천 명이 늘어나려면 50만 명이 죽어야 했다.

지금까지는 도시를 유지할 수 있는 인구를 남겨 두는 것이 인간 변종들의 특징이었지만 지금은 군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싸울 수 있는 병력을 빠르게 확보했다.

-버려진 군대 무기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조심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인간 변종은 본신의 힘으로만 싸우려 했다. 하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인간다운 대응을 시작한 것이다.

-주인님. 적입니다.

상엽은 추종자가 말한 장소를 보았다.

동쪽 하늘의 구름 아래에 날개를 펼친 인간 변종 하나가 있었다.

10대 중반 소년의 모습이 그대로 남은 인간 변종은 상엽을 정찰하는 중이었다.

“이제 단순한 사냥은 불가능하다는 거지?”

-코드 원. 일단 정보 분석이 필요합니다. 광동성에 들어간 다른 집단들도 계획을 바꿀 것입니다.

진짜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인간 변종은 무기와 도구를 사용할 수 있었고, 인간 먹잇감을 통해 병력을 늘리는 것도 가능했다.

“광동성 인구가 1억 명이니까…….”

상엽은 잠시 그들의 숫자가 얼마나 늘어날 수 있는지 계산했다.

“20만 명이네.”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결론이었다.

인간 변종 20만 명이 덤빈다면 아무리 상엽이라도 버텨 낼 재간이 없었다.

“그렇게 되면 녀석들이 전 세계를 먹겠지.”

아무도 그들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20만 명은 금세 200만 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염병.”

말 그대로 빨리 진압하지 못하면 전 세계를 전멸시킬 수 있는 전염병이었다.

“내 걸 빼앗길 수는 없지.”

상엽은 여전히 자신을 보고 있는 녀석을 다시 보았다.

쿠릉!

순간 인간 변종의 머리 위로 거대한 해머가 떨어져 내렸다.

오랜만에 시전하는 심판 스킬이었다.

인간 변종은 해머가 나타나자 크게 당황했지만 빠른 몸놀림으로 피해 냈다.

하지만 아슬아슬하게 피한 그의 몸을 뭔가가 꿰뚫고 지나갔다.

고스트 체인.

상엽이 어느새 공중으로 뛰어올라 변종을 처리했다.

바닥에 내려선 상엽은 지옥마를 불러 방향을 잡았다.

“운부로 간다.”

상엽은 계획을 바꾸지 않았다.

* * *

상엽의 생각은 단순했다.

-내가 더 강해지면 돼.

그는 인간 변종 천오백 명이 집결한 운부와 10킬로미터 거리에 있었다.

첫 보고를 받고 겨우 3시간이 지났지만 오백 명이 늘어난 것이다.

상엽은 그럼에도 목표를 바꾸지 않았다.

운부의 방어벽은 인간 변종의 습격으로 인해 완전히 무너져서 도시 내부가 그대로 보였다.

추종자를 통해 이를 파악하던 상엽은 한순간 정신적 충격을 받으며 머리를 움켜쥐었다.

영혼이 연결되어 있는 상태에서 추종자가 공격을 당한 것이다.

‘돌아와.’

재빨리 추종자를 불러와 고통은 끝났지만 상엽은 한동안 이동을 멈춰야 했다.

“어떻게 된 거야?”

예전에는 추종자가 당하더라도 상엽에게 충격이 전달되지 않았다.

-상대에게 그런 스킬이 있습니다.

영혼 연결에 충격을 주는 스킬이 있다는 설명이었다.

“단순한 사냥감은 아니라는 거지?”

고통은 사라졌지만 불쾌함은 선명히 남았다.

“후회하게 될 거야.”

상엽은 해머를 꺼내며 지옥마를 재촉했다.

늦은 밤이었다.

2천 명까지 늘어난 인간 변종은 상엽의 습격에 대비하고 있었다.

충분한 병력을 확보하고 무기까지 배치한 그들은 한 치의 틈도 없는 경계 태세를 유지했다.

누구도 그 벽을 넘어설 엄두를 내지 못할 듯했다.

그렇게 달이 가장 높이 떠오른 시간이 되었다.

외부를 경계하던 인간 변종들 사이에서 다급한 명령들이 전달되었다.

도시 내부에 습격이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습격을 주도한 생물은 인간이 아니었다.

-변종 두더지들이 아군을 공격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방어선에서 200명이 도시 내부로 지원을 갔다.

그런데 병력이 빠지는 그 짧은 틈에 뭔가가 방어선을 향해 달렸다.

500마리의 늑대들이었다.

늑대들은 잠시 허술해진 방어선의 한곳을 향해 뛰었다. 하지만 인간 변종들은 스킬을 집중하며 이를 막아 냈다.

그런데 그곳에 화력이 집중된 사이, 또 다른 무리가 나타났다.

30마리의 표범이었다.

표범은 엄청난 속도로 방어선을 그대로 통과해 버렸다.

10마리가 죽었지만 20마리는 멀쩡히 방어선을 지났고, 그 순간 인간 변종들이 본능적으로 추격에 나섰다.

그리고 검은 말 하나가 방어선을 향해 바람처럼 달려갔다.

“진짜는 지금부터야.”

지옥마를 탄 상엽이 해머를 움켜잡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