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166화 (166/300)

# 166

광동성 광주.

중국 해상 실크 로드의 출발지로써 변종 출현 이후에도 탄탄한 경제를 유지하던 곳으로, 중국 정부에서도 끝까지 손을 놓지 않았던 곳이었다.

본래부터 농업 생산력이 높았고, 결정적으로 풍부한 해산물이 있어서 식량 공급에도 여유가 있었다.

또한, 광주를 장악한 화이트 길드 롱수가 중국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치안 역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중국 남쪽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그곳이 바로 광주였다.

그렇지만 단 한 번의 실수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방어선이 무너졌습니다.

남방에서는 유일하게 중국 군대가 배치되어 있던 광주지만 그걸로도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군대 배치를 기다리느라 골든 타임을 놓치고 말았다.

-도시로 진입했습니다.

재앙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인간 변종을 막을 수 없습니다!

인간 변종의 습격.

계양에서 발생한 인간 변종은 결국 광동성의 성도인 광주까지 들어왔다.

그 인원만 2천 명.

5백 명이 방어선을 뚫는 과정에서 사라졌지만 절반 이상이 도심으로 진입한 것이다.

전투가 시작되면서 다양한 괴물의 모습으로 변한 그들은 악마처럼 도심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자정에 시작된 그들의 습격은 아침 해가 뜨기 전에 마무리되었다.

롱수 길드가 전멸했고 300만 명의 무고한 시민이 죽었다.

그렇게 광주가 무너진 지 하루가 지나자 인간 변종의 숫자는 5천 명을 넘어서고 있었다.

상엽은 루시를 통해 광주에서 일어난 참사를 들었다.

“5천 명을 넘었다고?”

그가 놀란 건 인간 변종의 숫자였다.

“5천 명이면 너무 많은데…….”

“입수한 영상을 분석 중인데 아무래도 인간 변종들이 성장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상엽도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보유 코인에 대한 어느 정도의 규칙도 알아냈습니다.”

처음 나타난 인간 변종은 100만 코인을 가지고 있었다.

상엽이 본 자들은 화이트 코인이었고, 다른 나라에서 나타난 자들은 블랙 코인도 있었다.

“감염된 변종들은 10만 코인으로 시작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코인을 숙주가 나눠 주는 것 같습니다.”

“무슨 뜻이야?”

“100만 코인으로 생성된 인간 변종은 10만 코인을 소모해서 다른 변종을 생성한다는 뜻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코인을 나눠 준다는 뜻이다. 그걸로 멀쩡하던 사람이 인간 변종이 된다.

“100만 코인 이하가 되면 더 이상 감염을 시키지 못하는 건가?”

“아직 그것까진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코인이 그렇게 빨리 모여?”

“인간을 죽일 경우에 200코인이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상엽은 예전에 들었던 정보를 떠올렸다.

“오백 명 중의 한 명 정도를 변종으로 만든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사람을 죽여서 코인을 모은 다음 번식을 한다는 거네?”

“현재까지 정보로는 그렇습니다.”

이미 그들은 인간 변종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그들이 사용하는 단어와 용어에 그 사상이 그대로 나타났다.

“그것만 해도 코인이 어마어마하긴 하네.”

“갓랭킹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혼자서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은 넘었어.”

광서성은 무너졌다.

이미 광서성의 주민들은 피난이 시작되었지만 이 역시 쉽지는 않았다.

동물 변종들이 지상을 막고 있으니 유일한 탈출로는 바다와 하늘이었다.

그런데 특별한 이동 수단인 만큼 모두가 이용할 수는 없었다.

결국 있는 자들은 이미 탈출을 끝냈지만 주민들은 희박한 운에 목숨을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그다음이 어디인지가 문제네.”

그들이 한창 인간 변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였다. 루시는 이어폰에 손을 대며 방금 올라온 보고에 집중했다.

“코드 원. 지원 요청이 왔습니다.”

“어디서?”

“홍콩입니다.”

중국의 특별 행정구인 홍콩은 무너진 광동성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워낙 경제 수준이 높은 곳이라 치열한 다툼이 있었고 현재는 블랙 길드 탕주양이 차지하고 있었다.

이번 지원 요청은 탕주양에서 온 것이다.

그런데 지원 요청은 탕주양에서 그치지 않았다.

가장 큰 위기를 맞은 광서 지방과 베트남에서도 같은 요청이 왔다.

광동성이 그만큼 지리적 요지였던 탓에 그곳이 무너진 후유증이 컸다.

“가능한 모든 사람에게 지원 요청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겠지.”

“지원에 응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상엽도 루시의 생각에 동의했다. 다들 자신의 도시를 지키기에도 바빴다.

게다가 인간 변종의 규모가 너무 거대해졌고, 이긴다는 확신도 없었다. 설사 이긴다 하더라도 큰 피해를 입으면 화이트 길드의 먹잇감이 될 수도 있었다.

“광서까지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을 텐데.”

그냥 지키는 데 집중하기에는 인간 변종의 번식이 너무 빨랐다.

운남도 광서가 무너지면 인간 변종과 국경을 맞대게 된다.

상엽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결정을 내렸다.

“이번 기회에 랭킹을 좀 올려 볼까?”

갓랭킹 35위.

북천이 사망하고, 해남도에서 강화를 한 덕분에 상엽의 랭킹은 35위가 되었다.

“가장 좋은 조건으로 협상하겠습니다.”

루시는 상엽의 결정을 예상했는지 곧바로 대답했다. 하지만 그녀의 예상이 전부 맞는 건 아니었다.

“지원 요청은 전부 거절해.”

“인간 변종을 잡으러 간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갈 거야. 그런데 지원은 필요 없어. 괜히 엮여서 귀찮아질 테니까.”

상엽의 말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잊지 마. 홍콩, 광서에 블랙 길드가 있다고 아군이 아니야. 사천에서도 마찬가지였고.”

그의 생각은 확고했다.

“어차피 거기도 내가 먹을 거야. 도와줬다가 뒤통수치는 건 싫으니까 애초에 친해질 필요도 없어.”

“알겠습니다.”

루시는 상엽의 독자적인 작전을 준비했다.

* * *

히이잉!

폭풍 같은 질주였다.

그 끝에는 100명의 인간 변종이 있었다.

재앙의 이름.

그렇지만 상엽은 멈추지 않았다.

“재앙은 내 전문이거든.”

시속 300킬로미터를 육박하는 속도로 달려가던 지옥마가 갑자기 사라졌다.

속도가 그대로 유지되었던 상엽이 공중을 날다시피 뛰었고 여기에 스트라이크가 더해졌다.

인간 변종조차 감당할 수 없는 속도였다.

콰쾅!

100명의 인간 변종은 그 한 방으로 절반이 사라졌다. 그나마 부채꼴 범위에서 벗어난 50명의 변종 인간도 무사하지는 못했다.

서른 명은 전투 불능으로 망가졌고,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나머지 스무 명이 괴수로 변했다.

날개가 솟고, 송곳니가 입 밖으로 튀어나오기도 했고, 거대한 발에, 어깨에 가시가 솟았다.

상엽은 변종 인간의 전투 형태를 처음 보았지만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진작 준비했어야지.”

상엽은 그들을 기다려 주지 않았다.

화르르!

망자의 손길에 화염의 정수가 묻으며 불꽃 창이 되었고 이는 상엽의 근처에 있는 모든 것을 꿰뚫는 동시에 태워 버렸다.

스무 명으로는 상엽을 감당할 수 없었다.

결국 99명이 죽고 단 한 명이 남았다.

“선교 활동을 열심히 했네.”

100만 코인을 가진 자였다. 나머지 99명은 그 아래였고 홀로 남은 자를 따르고 있었다.

“유령아.”

상엽은 그들의 기억이 흡수가 되는지를 실험했다.

크아아!

홀로 남은 변종 인간은 또 한 번 모습을 바꿨다.

칼날 같은 날개를 펼치고 하얀 손톱이 톱처럼 뻗어 나왔다. 눈빛이 하얗게 물드는 순간 모든 피부에 균열이 생기며 빛이 뿜어져 나왔다.

기괴한 모습을 본 상엽은 비웃음을 흘리며 해머를 들었다.

“변신하면 뭐가 달라져?”

변종 인간이 날아오르는 순간, 상엽이 빠르게 움직여 거대해진 발밑에 섰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해머를 휘둘렀다.

쾅!

고스트 실드를 깨트리는 순간, 화염이 변종 인간을 덮쳤다. 엄청난 열기에 휩싸인 변종 인간은 결국 빛으로 흩어졌다.

100명의 변종 인간이 상엽의 손에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여긴 일단 정리됐고.”

그가 서 있는 곳은 광동성의 화주였다.

광서성과 광동성의 경계선과 멀지 않은 도시로 변종 인간들이 막 들이닥친 상황이었다.

상엽은 방어선 밖에서 변종 인간을 덮쳤고 100명을 순식간에 처리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방어선에서 함성이 울렸다.

이미 도시의 대부분이 피난을 떠났지만 끝까지 도시를 지키려던 민병대가 있었다.

그들이 상엽을 보며 함성을 지른 것이다.

겨우 5천 명 규모였지만 상엽도 그들의 용기는 인정했다. 하지만 그들이 단순히 용기만으로 버틴 것은 아니었다.

피난을 갔던 대부분의 사람이 어떻게 죽었는지 상엽은 직접 보았다.

화주 주변은 동물 변종이 많은 지역이라 피난민들의 절반 이상이 사망했다.

그 흔적을 직접 보면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일반인에게는 인간 변종과 동물 변종이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오히려 인간 변종은 전멸을 시키진 않았기에 화주에 남아 있는 사람들 중에는 이를 기대하는 사람도 많았다.

어쨌든 그들은 당장 일어날 재앙을 막았기에 힘을 다해 함성을 질렀다.

그런데 그들의 함성은 곧 사라졌다.

먼 초원에서 뭔가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들은 괴수 군단이었다.

지상을 밟으며 다가오는 200명의 괴수와 하늘에 있는 100명의 괴수들.

또 다른 인간 변종들이 변신까지 완료한 상태에서 나타난 것이다.

“우, 우린 끝이야!”

“지금이라도 도망가야 돼!”

“정상엽이 구해 줄 거야! 그를 믿어야 돼!”

그들에게 상엽은 구원자였다. 물론 상엽은 그런 인물이 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어서 와. 코인들.”

그저 원하는 결과가 같을 뿐이었다.

“친위대.”

상엽의 한 마디에 유령 전사들이 소환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늘 높이 추종자가 솟아올랐고, 상엽의 뒤에는 거대한 검은 말이 나타났다.

유령 군대를 소환한 상엽은 해머를 움켜쥐며 짧게 명령을 내렸다.

“박살 내.”

끼아악!

추종자가 찢어지는 귀곡성을 퍼트렸고 유령 전사들이 일제히 튀어 나갔다.

“제일 적게 처리하는 놈은 근신이다.”

상엽은 항상 그렇듯이 선두에 섰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선제공격을 날렸다.

평소와는 다른 패턴이었다.

상엽은 갑자기 하늘로 치솟았고 그 순간 그의 몸이 엄청난 불꽃에 휩싸였다.

화염의 정수를 극한까지 끌어올린 그는 해머 끝으로 그 힘을 실었다.

파이어스의 망치가 붉게 달아오르는 순간, 상엽은 공중에서 대각선 아래를 향해 망치를 휘둘렀다.

콰쾅!

엄청난 불길이 파도처럼 지상에 있는 변종 인간을 덮쳤다. 그리고 상엽은 스트라이크로 불꽃 사이에 숨었다.

불꽃에 몸을 숨긴 상엽은 변종 인간과 충돌 직전 또 한 번의 스킬을 펼쳤다.

‘화염 파도.’

하늘에서 떨어지던 화염이 다시 원형으로 퍼져 나가자 변종 인간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진형을 완전히 무너트린 상엽은 진짜 전투 시작을 알렸다.

콰쾅!

그가 노리는 것은 지상이 아니라 하늘이었다.

본능적으로 상엽을 잡기 위해 고도를 낮춘 변종들을 향해 화염 폭풍이 덮쳤다.

그사이 유령 전사들이 당황한 지상의 인간 변종을 거칠게 밀어붙였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

300명의 인간 변종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신체 능력은 1급 위험 지역의 변종보다 떨어지지만 전투 방식은 훨씬 까다로웠다.

게다가 협동도 가능했고 전략을 펼치는 데도 익숙했다.

무엇보다 무기를 사용한다는 것이 달랐다.

스킬을 쓰는 건 상엽뿐만이 아니었다. 리더 격인 인간 변종은 번개를 떨어트리거나 환영을 만들기도 했다.

쉽게 상대할 수 없는 실력이었지만 상엽은 그 사이에서도 독보적인 위용을 선보였다.

“쓸어버려!”

히이잉!

상엽의 외침에 제일 먼저 반응한 것은 지옥마였다.

지옥마는 전투가 시작되자 온몸에 검은 가시가 1미터까지 치솟았다.

그 상태에서 돌진한 지옥마는 죽음의 전차처럼 전방의 모든 것을 무너트렸다.

푸르!

신경질적인 울음과 함께 지옥마가 하늘로 튀어 올랐다. 100미터까지 치솟은 지옥마는 하늘에 있던 인간 변종의 몸을 물어 그대로 찢어 버렸다.

쾅!

바닥으로 떨어진 지옥마의 말발굽에 또 한 명이 쓰러졌고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앞발을 들어 올린 지옥마는 거칠게 땅을 찍었다.

‘이게 진짜 괴물이네.’

상엽이 지옥마의 활약에 만족할 때, 유령 전사들도 질 수 없다는 듯이 상대를 쓰러트리기 시작했다.

상엽과 지옥마의 활약으로 집중력이 흐트러지자 유령 전사들은 숫자가 부족한 상황을 단숨에 극복했다.

변종 인간이 빠르게 쓰러지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전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지상은 더 이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상엽은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그런데 지상이 급격히 무너지자 날개를 펼친 변종 인간들이 방향을 바꿨다.

“도망가려고?”

그들은 후퇴를 선택했다.

지상의 동료들은 버려둔 채였다.

“함부로 등을 보이면 안 돼지.”

상엽은 그들을 내버려 둘 생각이 없었다.

“옥아.”

푸르!

옥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 지옥마가 머리를 털며 불쾌한 소리를 냈다.

“옥아. 준비됐지?”

푸르!

상엽은 불만을 무시하고 지옥마의 등에 올랐다.

“달려. 한 놈도 놓치지 마.”

히이잉!

상엽을 태운 지옥마가 인간 변종을 추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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