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165화 (165/300)

# 165

상엽은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조각들을 살폈다. 관광객의 보관함에는 7개의 유물 조각과 5개의 유산 조각이 있었다.

‘없어.’

아쉽게도 지옥마의 조각은 보이지 않았다.

‘쉽지가 않네.’

그런데 모두가 실망한 건 아니었다.

“어?”

곁에 있던 송하가 놀란 듯이 조각 하나를 주시했다.

“발로테의 번개…….”

그녀가 찾던 바로 그 조각이었다.

“아, 아저씨.”

“가져가.”

“감사합니다.”

송하는 얼른 원하는 조각을 챙겼다.

“나머지는 내 친구가 챙겨 줄 거야.”

“아니에요. 전 이거면 충분해요.”

“약속이잖아.”

상엽은 루시에게 결과를 알리고 감정을 통해 분배를 하기로 했다.

‘포기해야 하나?’

지옥마의 조각은 결국 얻지 못했다.

‘이제 다른 금고는 전부 변경됐을 텐데. 어쩌면 부길드장이 전부 보관할 수도 있고.’

해령 길드에 비상이 걸린 것은 당연했다.

‘빨리 빠져나가야 돼. 결국 우리도 걸릴 거야.’

상엽이 고민을 하는 사이에 송하는 이미 유산을 완성하고 동생을 달래고 있었다.

“걱정 마. 바로 돌아올 테니까.”

그녀는 유산을 완성하고 바로 길드장을 암살하러 가려 했다.

상엽의 눈에 그 모습이 꽤나 무모해 보였다.

“그런 식으로는 길드장한테 접근도 못 해. 설사 운이 좋아서 길드장을 죽여도 넌 절대 살아 나올 수 없어.”

길드의 비상 상황에서 전투 능력이 떨어지는 길드장이 몸을 사리는 건 당연했다.

“유산을 강화하고 익숙해질 때까지 훈련해. 그리고 끈질기게 기회를 노려. 1년이든, 2년이든 기다리다 완벽한 순간에 행동하는 거야.”

“그 사람이 하루라도 더 사는 게 싫어요.”

“그럼 가서 죽든가.”

상엽의 냉정한 평가에 송윤이 먼저 누나를 말렸다.

“아저씨 말이 맞아. 우리가 불행해지면 아무 소용 없잖아.”

결국 송하는 자신이 무모했음을 인정했다.

마음을 진정시킨 송하는 뒤늦게 상엽을 향해 물었다.

“아저씨는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

“생각 중이야.”

이대로 물러나기는 아쉬웠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돌아설 기회는 지금뿐이었다.

그런데 송하는 다른 말을 했다.

“아직 금고가 바뀌지 않은 사람이 있어요.”

“무슨 말이야?”

“사업가요. 그 사람이 금고 역할을 하는 건, 해령 길드와의 관계 때문이에요.”

아직 기회가 남았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비상이 걸렸으면 당연히 경계가 심해질 텐데.’

상엽이 고민을 하자 송하는 자신이 아는 다른 정보를 말했다.

“그 사람한테 약점이 있어요.”

“약점?”

“아이가 어려요. 본래 친자식이 없어서 입양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세 번째 부인이 친아들을 낳았어요.”

상엽은 송하의 말을 계속 들었다.

“아들 나이가 네 살인데 끔찍하게 아껴요. 세 번째 부인이 원하는 건 뭐든 들어주고요.”

상엽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용할 수 있겠어.’

그는 빠르게 계획을 세웠고, 그사이에 루시가 도착했다.

“루시. 우리 결혼 생활의 마지막 이벤트가 남은 거 같아.”

“준비하겠습니다.”

그들은 사업가를 털기 위한 작전을 시작했다.

해남도의 가장 높은 빌딩은 도심의 중앙에 위치했다.

본래부터 해남도를 상징하던 빌딩은 4년 전에 이름이 바뀌었다.

중진 빌딩.

이는 빌딩의 주인인 장중진의 이름을 딴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4년 전에 바뀌었다.

대강 빌딩.

장중진 아들의 이름이었다.

그는 자신의 아들에 대한 애착이 이만큼 강했다.

해령 길드에서 전달된 비상사태로 인해 대강 빌딩의 보안은 한층 강화되었다.

그런 곳으로 한 여인이 비틀거리며 다가갔다.

20대 후반에 화려한 치장을 한 여인이었다. 일반인의 접근뿐만 아니라 차량까지 통제하던 경비들이지만 여인을 보자 누구도 앞을 막지 않았다.

장중진의 부인 화미령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인이 가까이 오면서 그들의 표정이 변했다.

“도와줘!”

그녀의 외침에 경비들이 일제히 달려왔다.

화미령은 교통사고를 당했는지 머리에서 피가 흘렀고 몸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사모님. 무슨 일이십니까?”

경비대장이 급히 다가와 화미령을 부축했다.

“남편에게 전하세요. 우리 아들이 위험하다고.”

“네?”

“빨리요!”

여인은 그 말을 하고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 후로 건물 안에 있던 의사가 급히 달려왔고 경비들은 주변을 철저히 경계했다.

잠시 후, 한 사내가 건물 밖으로 직접 달려 나왔다.

“미령아!”

이름을 부르며 달려온 사내는 장중진이었다. 아들이 다쳤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중요한 회의까지 중단하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사이 경비들이 부른 구급차가 도착해서 그들 곁에 섰다.

“세안 병원 응급실로 갔어요.”

화미령의 말에 장중진은 급히 명령을 내렸다.

“차 준비해!”

다급히 외치던 그는 근처에 도착한 구급차를 보더니 명령을 바꿨다.

“바로 갈 거니까 세안 병원장 연결해.”

그는 구급차에 오르며 비서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저도 갈게요.”

화미령도 비틀거리며 구급차로 들어갔다.

“출발!”

장중진이 구급차 문을 거칠게 닫으며 운전사를 재촉했다.

“세안 병원으로 가겠습니다.”

운전석의 사내는 정중하게 말을 하고 앞을 보더니 웃음을 지었다.

“쉽네.”

구급차의 운전사는 상엽이었다.

세안 병원으로 가던 구급차는 한적한 해안 도로로 접어들었다.

이미 사이렌은 꺼졌고 운전사는 구급차와 어울리지 않게 여유로운 표정으로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뒷문을 열자 지금까지 아픔에 신음 소리를 내던 여인이 빠르게 뛰어내렸다.

멍해 있는 장중진은 그제야 뭔가 잘못되었음을 알았다.

“늦었어.”

쿵.

상엽이 거칠게 문을 닫으며 구급차 안으로 들어갔다.

* * *

“있어!”

상엽은 만세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다행히 장중진에게 지옥마의 마지막 조각이 있었다. 긴 작전이었지만 결국에는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자. 이제 튀자.”

상엽은 굳이 탈출로를 따로 설정하지 않았다.

“저기로 뛰어들기만 하면 끝이야.”

이미 송하 남매와의 유물 분배는 장중진의 금고를 턴다는 조건으로 분배를 해 놓았다.

굳이 다시 만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GPS 연결 확인했습니다.”

은신처를 찾아서 각자의 그레이 상점을 부르기에는 너무나 개방된 공간이었다.

이곳을 벗어나는 게 급선무인 그들은 일단 바다로 뛰어들기로 했다.

위험 지역만 벗어나면 그레이 상점을 통해 곤명으로 바로 돌아갈 수 있었다. 단, 바다 위에서 부르는 것은 불가능했다.

“구조선이 출발할 겁니다.”

코드 제로에서는 언제나 루시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모든 준비가 끝났음에도 상엽은 바로 떠나지 않았다.

“송하 남매가 마음에 걸리십니까?”

“꽤 좋은 녀석들이었잖아.”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습니다.”

“알아. 그래도 통화 정도는 괜찮지 않겠어?”

루시는 직접 전화를 걸어 상엽에게 넘겨주었다.

-아저씨. 어떻게 됐어요?

“찾았어.”

-와! 정말 잘됐어요!

송하는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비록 목소리뿐이지만 그 감정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리고 대화 뒤로 송윤의 목소리도 들렸다.

-찾았대?

-응!

-와! 다행이다!

송윤도 어느새 상엽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뻐하는 사이가 되었다.

‘이렇게 착한 녀석들인데…….’

상엽은 진심으로 남매의 운명이 안타까웠다.

“내 말 잘 들어. 너희들이 원한다면 해남도를 떠날 수 있게 해 줄게. 그리고 충분히 안전한 곳에서 실력을 키울 수 있을 거야. 복수는 그 후에 해도 늦지 않아.”

상엽이 해 줄 수 있는 최선이었다. 당장 신분을 밝힐 수는 없지만 남매들이 성장할 시간은 확보해 줄 수 있었다.

-고마워요. 그런데 우리는 여기 있을게요. 해령 길드장을 죽이기 전에는 해남도를 떠나지 않을 거예요.

“잘 생각해 봐. 그렇게 현명한 방법은 아니야.”

-우린 할 수 있어요. 그래도 아저씨랑 있으면서 많이 배웠어요. 이제 더 강해지기도 했고요.

상엽은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다.

“그래. 또 보자.”

-네. 아저씨. 꼭 다시 봐요.

그들의 인사는 여기까지였다.

상엽은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았지만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자. 우리 신혼여행의 마지막 코스야. 잠수와 물고기 체험인데 어때?”

“부드럽게 해 주세요. 지난번엔 꽤 거칠었어요.”

루시가 처음으로 상엽의 농담을 받아 주었다.

“그럼 갈까?”

상엽은 루시의 허리를 안고 거친 파도가 치는 바다로 뛰어들었다.

* * *

유산-지옥마

숨겨진 차원의 문지기이자 유일한 연결로.

곤명으로 돌아온 상엽은 그토록 원하던 지옥마를 완성했다.

지옥마는 상엽의 등에 거대한 문신으로 남았다.

“조폭 같잖아.”

앞발을 들어 올리며 포효하는 검은 말은 갈기가 불꽃으로 타올랐고 동공은 핏빛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활짝 펼친 날개였다. 검은 깃털로 되어 있는 날개는 독수리를 연상케 할 만큼 넓고 길었다.

-20단계까지 강화할 수 있어.

레나를 통해 지옥마가 20단계 강화 유산이라는 걸 알았다.

파이어스의 망치에 이어 두 번째로 특별한 유산을 완성한 것이다.

상엽은 강화를 전혀 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옥마를 불렀다.

히이잉!

힘찬 울음소리와 함께 지옥마가 상엽 앞에 나타났다. 그런데 상엽은 이를 보자 눈빛이 흔들렸다.

“뭐야? 조랑말이잖아.”

지옥마는 문신과 달리 작고 왜소했다. 특유의 핏빛 눈동자도 위압적이라기보다 충혈된 것처럼 보였다.

“강화를 안 해서 그러나?”

푸르.

지옥마가 불쾌한 듯 목을 털자 상엽은 미안한 표정으로 다가갔다.

“조랑말이라고 한 거 미안.”

상엽은 지옥마의 갈기를 쓰다듬어 주고는 다시 문신으로 돌려보냈다.

“일단 강화부터 하자.”

20단계 강화는 상엽도 엄두가 나지 않았다.

파이어스의 망치를 10단계 강화에서 멈춘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당장 10단계인 파이어스의 망치를 15단계까지만 올리려고 해도 필요한 코인이 무려 3억1744만 코인이었다.

20단계까지 생각할 수도 없는 수치라서 더 이상 강화를 하지 않은 것이다.

“천만 코인만 있으면 돼.”

당장 상엽이 가진 코인은 20만 코인 수준이었다. 그나마 장중진을 잡고 습득한 것이다.

하지만 해령 길드 금고 3개를 획득한 터라 코인은 충분할 것으로 보였다.

-흡수하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아까운 유물이지만 이를 가지고 거래를 할 수가 없었다. 자칫 해령 길드의 유물을 훔쳤다는 사실을 들킬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유산만 은밀히 거래를 알아보고, 유물은 전부 흡수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꼭 필요한 유물이 있는지 확인 중이었다.

“확인이 끝났습니다. 전부 흡수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나머지 금고 2개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결국 중복된 조각이 많지 않다는 뜻이었다.

“알았어.”

상엽도 당장 코인이 필요한 터라 아쉬울 건 없었다.

“그럼 전 나가 있겠습니다.”

루시는 상엽이 앉아 있는 테이블에 16개의 유물 조각을 늘어놓았다.

‘얼마나 될까?’

상엽은 고민하지 않고 흡수를 시작했다.

해령 길드가 보관하던 유물인 만큼 조각 하나하나의 가치는 어마어마했다.

16개를 전부 흡수하자 상엽이 가진 코인은 2천5백만 코인이 되었다.

상엽은 코인 수치에 만족하며 레나를 다시 불렀다. 그리고 지옥마를 10단계로 강화했다.

“애완동물이 마음에 드나 봐.”

“마음에 드는지는 불러 봐야 알 것 같은데.”

“뭐야? 그 눈빛은? 나보고 빨리 가라는 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러지 말고 나랑 드라이브할래?”

“드라이브?”

상엽은 자신의 등에 있는 문신을 보여 주었다.

“초보 운전이야.”

“사양할게. 멀미는 질색이라서.”

레나는 손을 흔들더니 돌아갔다.

홀로 남은 상엽은 아쉬운 표정을 했지만 속마음은 달랐다.

‘빨리 불러야지.’

그는 레나가 떠나자 곧바로 지옥마를 다시 불렀다.

히이잉!

지옥마의 울음소리가 곤명 시청을 흔들었다. 조금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이 느껴졌다.

“그래. 이래야지.”

당당히 선 지옥마의 허리는 상엽의 얼굴보다 높은 곳에 있었다.

갈기에는 불꽃이 일었고 붉은 털은 비단처럼 매끈했다.

“아직 날개는 없네.”

문신과 흡사한 모습이지만 날개는 보이지 않았다.

“이 정도면 됐어.”

상엽은 지옥마의 등과 목을 쓰다듬어 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푸르!

“달려 보고 싶어?”

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지옥마의 감정이 자연스레 느껴졌다.

“좋아. 가자.”

상엽은 단숨에 지옥마의 등에 올랐다. 그러자 안장 대신 지옥마의 털이 상엽의 발을 감싸며 안정감을 주었다. 그리고 목뒤로 솟은 갈기에서 화염으로 타오르는 줄이 뻗어 나왔다.

상엽은 화염 줄을 잡으며 힘차게 외쳤다.

“달려!”

쾅!

지옥마는 시청의 벽을 향해 돌진했다. 시청의 2층 벽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고 지옥마는 바닥을 향해 긴 앞발을 뻗었다.

그리고 땅에 닿는 순간, 지옥마는 붉은 잔상을 남기며 질주하기 시작했다.

‘빠르다!’

상엽도 놀랄 정도의 속도였다.

주변의 풍경이 전부 빛으로 부서졌고 속도에 찢어진 공기가 비명을 지르며 귀를 스치고 지나갔다.

“좋아! 더 빨리!”

상엽의 외침에 지옥마의 질주는 더욱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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