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4
7 대 3의 가치는 충분했다.
설사 지금부터 모든 일을 상엽이 혼자 하더라도 그 정보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해령 길드의 금고는 총 5명이에요.
부길드장도 금고 중의 한 명이고, 사무원, 관광객, 해안 초소, 사업가의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이 중에 길드 내부에서 근무하는 형태는 3명이었고, 2명은 외부였다.
사무원은 이미 상엽과 루시가 처리를 한 상태였고, 부길드장을 빼면 그들이 노리는 인원은 3명이 된다.
“관광객의 지갑에는 위치 추적 장치가 있어요. 그래서 지갑만 확인하면 알아낼 수 있어요. 그리고 해안 초소는 본부와 멀지 않은 것 같아요. 명령을 받고 20분 내에 도착한 적이 있거든요.”
하나하나가 소중한 정보였다.
“사업가 금고가 누구인지는 이미 알아냈어요. 그런데 접근하기가 쉽지가 않아요. 보안이 해령 길드 본부만큼 철저해서요.”
모든 정보를 종합하면 결론이 간단해졌다.
“관광객과 해안 초소 금고가 누군지만 알아내면 돼.”
“어떻게 처리할 건데요?”
“누군지만 알아내면 한 시간 안에 처리할 수 있어.”
송하는 반신반의하는 눈치였다.
“아저씨가 누군지 물어봐도 돼요?”
“아니.”
상엽은 선글라스와 모자를 벗지 않았다. 루시 역시 진짜 모습이 아니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루시는 정보를 토대로 필요한 것들을 파악했다. 그녀가 회의를 위해 비어 있는 방으로 들어가자 상엽은 송하 남매를 향해 명령을 내렸다.
“이제 일이 끝날 때까지 숨어 있어.”
“도와줄 일은 없어요?”
“너희들 역할은 여기까지. 괜히 나서서 방해하지 않는 게 도와주는 거야.”
송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제 조각은 꼭 주세요.”
“그게 부길드장에게 있는 게 아니면 반드시 줄 거야.”
“알았어요.”
상엽은 본격적인 작전에 들어갔다.
-3명을 동시에 처리해야 돼.
이게 필수였다.
-부길드장은 포기해.
그를 잡으려면 신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지옥마가 없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때는 잡아야지. 어차피 경쟁이야.”
“그렇게 준비하겠습니다.”
상엽의 목표는 명확했다.
“시크릿 유물에 대해서도 알아봐. 이제 진짜 필요해졌어.”
정보를 감출 수 있다면 상엽의 행동에 많은 제약이 사라진다. 특히 화이트 코인과 블랙 코인을 가지는 데 문제가 없었다.
“다른 금고에 지옥마가 없으면 해령 길드에겐 재앙이 될 거야.”
상엽은 지옥마의 조각이 없을 경우, 해남도에서 싸움을 시작할 생각이었다.
이는 운남을 지키기 위한 가장 현명한 방법이었다.
“내일이면 준비가 될 것 같습니다.”
루시는 단 하루를 말했다.
이른 아침.
상엽은 장비 하나를 받았다. 이는 위치 추적기의 전파를 잡아내는 소형 레이더였다.
위치 신호를 보내는 전자 장비를 전부 잡아내는 것이다.
‘너무 많잖아.’
스마트폰은 대부분 위치 신호를 발생했다.
‘이걸 누르라고 했지.’
루시가 말한 버튼을 누르자 스마트폰의 위치 신호는 전부 사라졌다.
‘좋아.’
테리아 그룹은 첨단 장비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기업이었다. 이런 장치는 그들의 강점이었다.
위치 신호는 다섯 개로 줄어들었다. 상엽은 관광객처럼 여유롭게 길을 걸으며 신호에 접근했다.
‘응?’
카페에 앉아 있는 서양인이 눈에 띄었다. 상엽은 은밀히 그를 미행하면서 갓코인 유저임을 확신했다.
‘카메라가 있는 동선으로만 움직이고 있어. 순찰 차량도 계속 마주치고.’
마치 정해진 시간에 일부러 카메라에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았다.
‘확실해.’
상엽은 그를 본 기억을 루시에게 보내고 자리를 떠났다.
다음은 해안 초소였다.
본부에서 차량으로 1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해안 초소는 단 2곳이었다.
문제는 해안 초소에는 열 명 이상의 대원들이 있다는 점이었다.
2곳의 해안 초소임을 감안하면 후보는 20명이었다. 하지만 이는 루시를 통해 5명으로 줄었다.
“금고로서의 신뢰를 받기 힘든 자와 행동이 규칙적이지 않고 자유로운 자를 제외했습니다.”
간단히 후보를 줄인 다음은 직접 감시였다. 이를 확인하는 데 이틀이 필요했다.
루시가 해령 길드 본부에서 내부 자료를 통해 2명을 제외했고, 상엽이 나머지를 살폈다.
그러다 3일째 되는 날에 드디어 확신을 가졌다.
점심시간에 식사가 아니라 개인행동을 하는 자를 따라갔고, 지나가는 순찰차를 잠시 보더니 뒷골목의 지정된 장소로 들어갔다.
조각들을 확인하는 절차였다.
“좋아. 다 찾았어.”
사업가는 이미 알고 있었기에 굳이 찾을 필요는 없었다.
“결혼 생활이 곧 끝난다니 아쉽네.”
상엽은 호텔에서 루시를 기다렸다.
저녁 5시.
루시는 퇴근을 위해 본부 건물을 나서고 있었다.
‘여기도 이제 끝이네.’
작전은 오늘 밤에 펼쳐질 예정이었다.
‘아침이 되기 전에 떠난다.’
이게 그녀의 계획이었다.
그런데 본부의 건물을 나서서 주차장으로 가던 그녀 앞에 훈련소장 왕막조가 다가왔다.
“잠깐 따라와.”
평소와 달리 왕막조는 직접 명령을 내렸다.
“무슨 일이십니까?”
루시가 이유를 묻자 왕막조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따라오면 알아.”
선택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일을 망칠 수는 없었다. 루시는 결국 그를 따라 다시 본부로 들어갔다.
‘위험해.’
그녀는 불안함을 느꼈다. 왕막조가 향한 곳이 지하였기 때문이다.
더 이상 질문은 의심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그녀는 일단 그를 따라갔다.
도착한 곳은 취조실이었다. 루시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능력을 믿기로 했다.
“역할은 잘하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좋아. 네 역할이 끝났어. 보관함 놓고 돌아가.”
뜻밖의 소식이었다.
“아직 계약 기간이 남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에 분위기가 좀 이상해. 우리 쪽 사람이 두 명이나 실종이 됐어. 게다가 그 꼬마 놈도 누군가 탈출을 시켰고 말이야.”
이는 루시도 예상을 하지 못했다.
“지옥마의 조각을 기부했던 녀석 기억해?”
“네.”
“그 녀석이 실종됐어. 게다가 우리 쪽 사업가 한 명도 실종됐고. 전부 죽었다고 판단하고 있어.”
루시는 자신을 자책했다.
‘시간을 너무 끌었다.’
해령 길드로서는 어찌 보면 당연한 조치였다. 길드원 중의 한 명이 조각을 기부한 후에 실종되었기 때문이다.
금고의 변경은 여러 조치 중의 하나이긴 했지만 루시에겐 치명적이었다.
“제 임무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완료한 걸로 처리될 거야.”
“알겠습니다.”
루시는 그 말을 듣고 순순히 아공간에서 보관함 두 개를 꺼내 테이블 위에 놓았다.
“수고했어. 이제 돌아가.”
루시는 다음 금고의 얼굴을 볼 권한이 없었다.
그녀는 결국 인사를 하고 취조실을 나왔다.
복도로 나온 그녀는 평소보다 걸음이 빨랐다. 곧장 주차장으로 간 그녀는 낡은 승용차 운전석에 앉아 상엽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금고가 이전되고 있습니다.
짧은 메시지를 보낸 그녀는 시동을 걸고 운전을 시작했다. 그렇게 주차장을 막 빠져나갔을 때였다.
본부 입구를 지키던 문지기들이 뭔가 명령을 받고 차량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걸렸어.’
부우웅!
승용차의 엔진이 굉음을 뿜었고 거칠게 입구를 빠져나갔다.
* * *
-추격당하고 있습니다. 지금 금고들을 처리하시기 바랍니다.
쾅!
루시의 승용차가 크게 흔들렸다. 그리고 뒷좌석에 불이 붙었다.
‘버려야 하나?’
불이 급격히 번지기 시작했지만 뛰어내릴 수도 없었다. 그 짧은 순간에 붙잡힐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열 명으로 늘어난 추격자는 이미 지척에 닿아서 따돌리는 것도 불가능했다.
끼이익!
루시가 핸들을 거칠게 돌리면서 날아오는 불덩이를 겨우 피해 냈다.
하지만 그 순간 운전석의 문이 뜯겨 나갔다.
끼이익!
그나마 다시 방향을 틀면서 앞좌석으로 들어오려는 자를 떼어 낸 그녀는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도로를 무시하고 질주한 그녀의 차가 좁은 골목으로 들어갔다.
사이드 미러가 전부 부서지고 골목에 놓여 있던 쓰레기통이 굉음을 내며 하늘로 치솟았다.
‘잡히겠어.’
골목을 빠져나오자 답답하던 시야가 확 트였다.
해안 도로로 들어선 것이다. 그런데 답답함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추격자 한 명이 범퍼에 내려섰다. 그리고 곧장 운전석 창문을 향해 날카로운 창을 던지려 했다.
이를 본 루시는 마지막 도박을 시도했다.
츠츠츳!
그녀의 손에서 강렬한 전기가 형성되어 차량 전체를 감쌌다.
순간 범퍼에 내려섰던 자도 전기 충격을 받고 몸을 떨었다. 하지만 완전히 떼어 낼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때, 차량이 강렬한 폭발을 일으켰다. 루시가 만들어 낸 스파크로 인한 폭발이었다.
콰쾅!
그 상황에도 루시는 운전대를 잡았다. 그리고 이를 악물며 핸들을 돌렸다.
쿠쿵!
그녀의 차가 해안 도로의 난간을 뚫고 바다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루시는 그제야 차에서 뛰어내렸다.
촤앗!
차량과 루시는 그대로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추격자들도 거침없이 절벽에서 뛰어내렸다.
바닷속으로 뛰어든 추격자들은 다섯 명이었다. 그들은 모두 수영 스킬을 가진 자들로 바다에 익숙했다.
해남도의 특성상 해안을 방어하는 경우가 많아서 전략적으로 수영 스킬을 익힌 것이다.
루시는 그들이 수면 아래로 내려오면서 바로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벗어날 수 없음을 알았다.
엄청난 속도로 루시를 향해 다가왔고 곧장 무기를 꺼냈다. 그들 중에는 작살과 같은 무기를 든 자도 있었다.
‘잡혔다.’
루시는 도저히 벗어날 수 없음을 알았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엄청난 물보라가 일었다.
마치 소형 잠수함이 돌진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물보라는 루시에게 접근하는 다섯 명을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물보라에 닿은 추격자의 몸에서는 어김없이 피가 뿜어져 나왔고 맑은 바닷물에 붉은 안개 같은 흔적이 남았다.
바다에서 나름 자신이 있는 추격자들이었지만 지금 그들 앞에 나타난 인물은 상상을 초월했다.
지상에 있을 때와 다를 바가 없는 움직임에 추격자들은 제대로 된 방어조차 할 수가 없었다.
결국 다섯 명의 추격자는 순식간에 핏물로 흩어졌다.
‘코드 원.’
공격이 멈추고서야 루시는 나타난 이가 상엽임을 알아봤다.
상엽은 루시의 허리를 감싸더니 곧바로 수영을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에 루시는 눈을 뜰 수조차 없었다.
“숨 쉬어.”
루시의 호흡이 한계에 달하기 직전, 상엽은 수면 위로 올라갔다.
“코드 원. 금고는 어떻게 됐습니까?”
“포기했어.”
“왜 그런…….”
“금고보다 더 소중한 걸 찾으러 왔잖아.”
루시는 할 말이 없었다. 마음 한구석이 쓰리면서도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숨 참아. 이번에는 제대로 갈 거니까.”
상엽은 루시를 안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루시가 추격을 당한 이유는 하나였다.
“가짜를 준 거야?”
테이블 위에는 유물과 유산 보관함이 있었다. 루시는 이를 훈련소장에게 넘기지 않은 것이다.
그녀가 취조실에서 건네준 것은 속이 비어 있는 가짜 보관함이었다.
그래서 바로 추격을 당한 것이다.
“내가 말했잖아. 위험하면 피하라고. 보관함을 넘겨주는 게 옳았어.”
“시간이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제 오산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명심해. 안전한 길이 있을 때는 무리하지 마. 목숨보다 소중한 건 없으니까.”
상엽은 몇 번이나 주의를 주었다.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신분을 숨기고 금고를 잡는 것은 무리일 것 같습니다.”
“아직 기회가 남은 것 같은데.”
루시는 이해하지 못했다.
“이 녀석들이 참 말을 안 들어. 가만히 있으라고 했더니.”
상엽은 방금 자신에게 온 메시지를 루시에게 보여 주었다.
-관광객을 유인했어요.
송하의 메시지였다.
“여기 지옥마가 있기를 바라자고.”
상엽은 루시를 남겨 두고 호텔을 나섰다.
관광객은 스마트폰을 도둑맞았다. 소매치기를 당한 것이다.
의심스러운 꼬마가 있어서 곧바로 추격에 나섰다. 그러다 보니 상업 지역을 벗어나 빈민가까지 오게 되었다.
“이놈!”
꼬마는 잡힐 듯 가까워지면 어김없이 사라졌다.
속도가 문제가 아니었다. 미로처럼 엮인 빈민가의 골목 때문이었다.
소년은 이 지역에 익숙한지 고비 때마다 절묘하게 몸을 숨겼다.
화가 난 관광객은 결국 모든 힘을 발휘해서 추격하기 시작했다.
쾅! 쾅!
이동을 막는 것들을 파괴하면서 이동하자 드디어 소년과의 거리가 좁혀졌다.
“잡았다. 이놈.”
관광객의 눈앞에 드디어 소년의 뒷덜미가 보였다.
손만 뻗으면 닿는 거리였다. 그때, 마치 메아리가 친 듯 자신이 했던 말이 되돌아왔다.
“잡았다. 이놈.”
툭.
그리고 누군가 그의 뒷덜미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