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157화 (157/300)

# 157

-대리를 떠난 자들이 사천 목리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상엽은 그 보고를 받고 바로 곤명을 떠났다.

-북천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코드 제로에서는 특이한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했다.

사천 성도는 코드 제로에서 가장 주목하는 지역이라 자신들의 정보에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상엽은 정보보다 자신의 예측을 믿었다.

‘1인당 100만 화이트 코인이야. 그냥 두고 볼 리가 없어.’

게다가 북천은 스스로를 신으로 여기는 자였다.

‘신의 사제라고 하는 자들이야. 분명히 습격할 거야.’

이는 확신이었다.

-지금이 기회야.

상엽은 사천을 빨리 정리할 생각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인간 변종으로 인해 변수가 많은 상황이었다.

루시는 그 점을 불안해했지만 결국 상엽의 뜻을 꺾지 못했다.

‘오늘로 끝낸다.’

그를 태운 비행기는 이미 사천의 경계선을 넘어서고 있었다.

구름 아래를 날던 비행기에서 상엽이 뛰어내렸다.

이제는 낙하에서도 여유가 생긴 상엽은 목리의 전체 상황을 유심히 살폈다.

‘역시 왔어.’

이미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주인을 잃은 건물들이 강력한 힘에 무너졌고 폭음과 화염이 도시 전체로 번지고 있었다.

‘근데 저건 뭐야?’

하늘에 있을 때는 몰랐다. 그런데 지상에 가까워질수록 상엽은 괴기한 생명체를 보았다.

‘북천?’

10층 건물 위로 사람의 머리가 우뚝 서 있었다. 그런데 그건 조각상이 아니라 실제 사람이었다.

‘저건 뭐야?’

북천의 모습은 더욱 커졌고 결국 20층 높이의 건물만큼 성장했다.

거인이 된 북천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파괴했다. 5층 이하 건물은 그의 발아래 가루로 부서졌고, 한 번 휘두른 주먹에 20채 건물의 허리가 박살 나며 무너져 내렸다.

거신의 유언이라는 유산이 만들어 낸 결과였다.

예전에는 갓코인이 많지 않던 시절이라 겨우 3단계 강화가 전부였지만 북천은 10단계를 완성한 상태라 어마어마한 힘을 선보였다.

부웅!

뛰어내리는 상엽을 북천이 놓쳤을 리가 없었다. 그는 상엽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는 거대한 주먹을 휘둘렀다.

상엽은 팔각 대시를 통해 주먹을 피하며 한참 떨어진 바닥에 내려섰다.

“크하하! 제 발로 죽으러 왔구나!”

땅을 울리는 북천의 목소리를 들으며 상엽은 눈살을 찌푸렸다.

“지랄을 한다.”

상엽은 북천을 다시 한번 보았다.

60미터 훌쩍 넘는 거인이 된 북천은 이미 목리에 자리 잡은 신도들을 모두 처리한 듯했다. 그리고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해 파괴를 계속하고 있었다.

“저거 완전 돌았네.”

한 발을 움직일 때마다 건물이 무너지며 회색 먼지가 피어올랐다.

쿵! 쿵! 쿵!

그리고 북천이 상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빠르다.’

덩치만 커진 게 아니었다. 북천은 단숨에 상엽의 지척으로 다가와서 거대한 발로 바닥을 쓸었다.

콰콰쾅!

북천의 발이 아스팔트를 파고들어 도로를 모두 들어 올렸다.

“큭!”

빠르게 피했지만 그 충격파의 범위가 워낙 컸다. 상엽의 중심이 흔들리는 그때,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뭔가가 날아왔다.

공기를 파괴하며 날아드는 물체는 도로에 버려져 있던 자동차였다.

대형 트럭을 들어 올린 북천은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상엽에게 집어 던졌다.

마치 아이가 고무공을 던지듯 자연스러운 행동에 상엽은 기가 질리는 느낌이었다.

‘그냥 커지기만 한 게 아니었어.’

속도는 그대로였고 힘은 엄청나게 상승했다. 상엽이 예상하던 범위를 완전히 벗어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크하하!”

북천은 하늘을 보며 기괴한 웃음을 흘리더니 들어 올린 양손으로 바닥을 찍었다.

순간 사방 1킬로미터의 땅이 전부 하늘로 솟구쳤다.

‘스킬까지…….’

스킬의 능력도 그대로였다.

‘뭐 저런…….’

상엽은 최대한 충격을 줄이고자 공중을 밟으며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북천이 상엽을 향해 돌진했다. 상엽의 행동을 완전히 예상한 것이다.

‘그냥 힘만 센 놈이 아니야.’

북천도 전투로 사천의 최고가 된 인물이었다. 전투 경험이라면 상엽에 못지않았다.

쾅!

상엽은 무리를 하며 해머를 휘둘렀다. 하지만 제대로 힘이 실리지가 않았다.

결국 북천은 해머를 몸으로 받아 내며 돌진을 성공시켰다.

중심을 잃은 상엽의 몸이 던져지듯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 위로 북천의 거대한 발바닥이 내려왔다.

‘고스트 체인.’

상엽은 체인을 주변의 소화전에 걸어 겨우 그곳을 벗어났다.

쾅!

북천의 발이 떨어진 곳을 중심으로 땅이 갈라지며 균열이 퍼져 나갔다.

‘미친!’

큰 위기를 벗어난 상엽은 공포보다 짜증이 솟구쳤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기보다 당장 수세를 벗어나는 게 먼저였다.

상엽은 자신을 향해 떨어지는 거대한 주먹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주먹을 향해 뛰어올랐다.

‘유령 걸음.’

상엽의 몸이 주먹을 통과했다. 그리고 북천의 어깨 위에서 다시 나타났다.

그런데 해머를 휘두르려던 상엽은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크크.”

북천이 웃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까지 예상을 한 것이다.

“죽어라.”

북천이 상엽을 향해 입을 벌렸다. 순간 그의 입 안에서 응축된 빛이 레이저처럼 뿜어져 나왔다.

레이저는 상엽의 몸을 모두 덮칠 만큼 거대했다.

‘망할.’

북천은 승리를 확신했고 상엽은 죽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즉사하면 회생도 불가능해.’

그럼에도 상엽은 방어만 할 수가 없었다. 지금 밀려나면 뒤가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스트라이크.’

결국 그는 공격을 선택했다. 그의 몸이 빠르게 위로 솟구쳤다.

하지만 레이저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퍽!

그의 오른쪽 무릎 아래가 레이저를 맞으며 폭발하듯이 터져 버렸다.

한쪽 발을 잃은 상엽은 이를 악물며 다시 고개를 돌리는 북천을 보았다.

‘팔각 대시.’

멈추면 끝이었다. 상엽이 방향을 바꾸며 북천의 반대쪽 어깨로 이동했다.

북천이 신체적 한계에 따라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그 찰나의 틈이 상엽에겐 유일한 기회였다.

팟!

무릎 아래에서 피가 분수처럼 쏟아졌지만 상엽은 다시 한번 방향을 꺾었다.

이번에는 아래였다.

상엽이 북천의 옆구리를 타고 떨어졌다. 위협을 느낀 북천은 곧바로 몸을 돌리며 상엽이 떨어지는 방향으로 손을 뻗었다.

북천의 대응은 빨랐다.

콱!

옆구리를 타고 내려가던 물체는 결국 그의 손아귀에서 가루로 부서졌다.

그런데 공격을 성공하고도 북천은 웃을 수가 없었다.

‘유령!’

그의 손에 부서진 것은 추종자였다. 상엽은 그의 옆구리가 아니라 등을 돌아 허리로 내려갔다.

추종자는 일부러 북천이 알아차릴 수 있게 이동한 것이다.

“철거하는 기분이네.”

상엽은 추종자가 만든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해머를 휘둘렀다.

모든 힘을 실은 해머가 북천의 아래 척추를 때리는 순간 북천의 몸이 강철로 변하며 이를 버티려 했다.

쩌어엉!

북천의 허리에서 시작된 진동이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무너트렸다.

“큭!”

상엽의 손에서 폭발하듯 피가 터져 나왔다. 충격으로 인해 손바닥의 피부가 모두 터져 버렸고 앙상히 남은 뼈에도 수십 개의 균열이 남았다.

상엽은 그 상태에서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크아!”

북천의 몸은 겉으로 멀쩡해 보였지만 내부는 강한 진동에 완전히 뒤틀린 상태였다.

해머 특유의 충격으로 인한 결과였다. 충격파가 그의 몸 전체를 덮치면서 엄청난 충격이 몸속에 남았다.

‘회생.’

상엽은 바닥에 닿기 직전에 회생을 사용했다. 그리고 바로 앞에 있는 거대한 발을 향해 다시 해머를 휘둘렀다.

쾅!

이번에는 소리가 달랐다. 상엽이 때린 부위가 거인의 엄지발가락이었기 때문이다.

“으아!”

북천의 발가락은 해머로 인해 완전히 사라졌다. 그 고통에 북천이 급히 상엽을 향해 손을 뻗었다.

“늦었어.”

상엽은 엄지발가락을 때릴 때부터 이 순간을 기다렸다.

“그 웃음이 마음에 안 들었거든.”

상엽은 다가오는 북천의 얼굴을 향해 스트라이크를 펼쳤다.

하지만 화가 났음에도 북천의 반격은 매서웠다. 그는 예상을 했다는 듯이 입을 벌리며 다시 한번 응축된 빛줄기를 뿜어냈다.

팟!

그런데 북천이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상엽이 기다렸다는 듯이 팔각 대시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공격과는 상관이 없는 방향이었다.

그때, 북천의 뒤통수로 뭔가가 떨어졌다.

심판.

거대한 해머가 북천의 뒤통수를 때렸다.

몸을 숙이고 있던 북천은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꼬꾸라지고 말았다.

두 손으로 바닥을 짚고 엎드린 상태가 되었을 때, 멀어졌던 상엽이 이미 그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성장한 상엽이 모든 힘을 단 한 방에 쏟아부었다. 북천은 다시 한번 몸을 강철로 만들며 이를 버티려 했다.

쩌어엉!

다시 한번 진동파가 주변을 덮쳤다. 상엽은 손바닥이 모두 터져 나가고 있음에도 움켜쥔 해머를 놓지 않았다.

모든 것이 멈춘 듯했다.

해머는 정확히 북천의 관자놀이에 닿은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뚝.

상엽의 손아귀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그때까지 북천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주르륵.

북천의 입과 코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그리고 거대했던 몸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상식을 뛰어넘는 강철 피부는 해머를 버텨 냈지만 그의 머릿속으로 들어간 충격은 모든 것을 부숴 버렸다.

우웅.

결국 북천의 몸이 천천히 빛으로 흩어졌다.

“후우.”

전투에서 이겼지만 상엽은 이를 기뻐할 힘도 없었다. 뒤늦게 손에서 올라온 통증에 그는 해머를 집어넣었다.

그때였다.

상엽의 뒤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는 다시 해머를 꺼내며 급히 몸을 돌렸다.

“넌…….”

그곳에는 호수에서 봤던 여인이 서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에 하늘거리는 푸른색 옷을 입은 그대로였다.

황량하게 변해 버린 폐허 위에 서 있던 그녀는 말없이 상엽을 보고만 있었다.

“지금 내가 좀 흥분 상태거든.”

상엽은 말없는 그녀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싸울 거면 바로 덤벼.”

그는 다시 해머를 꺼냈다. 그럼에도 성아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그녀는 반응이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강렬한 빛이 장막처럼 그녀의 주변을 집어삼켰다.

‘뭐야?’

장막이 하늘로 치솟으며 사라졌을 때, 그녀도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찾을 힘도 없어.”

상엽은 성아를 쫓아가는 대신 전화기를 들었다. 하지만 그는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기다렸던 소리를 들었다.

그를 태우기 위해 출동한 헬기였다.

곤명으로 들어가기 전에 상엽은 화이트 상점을 만났다.

북천이 가졌던 블랙 코인이 화이트 코인으로 전환이 되었기 때문이다.

인간 변종을 잡고 획득한 2500만 블랙 코인은 또 한 번 주인을 바꾸면서 1250만 화이트 코인이 되었다.

이를 소모하기 위해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은 상엽은 그동안의 코인까지 이용해 모든 신체 강화를 6단계로 성장시켰다.

그 후에야 상엽은 곤명으로 돌아와서 전리품을 확인했다.

다른 유물은 코드 제로에 넘겨서 감정을 의뢰했지만 한 가지는 아니었다.

‘하나 남았네.’

유산 지옥마의 조각이었다.

7개의 유산 조각 중에 6개가 모여서 단 하나가 부족했다.

“지옥마에 대한 정보는 없습니다.”

코드 제로조차 지옥마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북천 그 녀석이 이걸 모으려고 했고, 몰래 빼돌리려던 녀석도 있었어.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거지.”

상엽은 그들이 아무런 정보도 없이 이를 모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대북천에 남은 정보가 있을 거야. 이제부터 알아봐야지.”

지부장이 알고 있을 정도면 본부에도 분명히 정보가 남아 있을 것이다.

“바로 출발할게.”

“코드 원. 조금 쉬시는 게 어떻습니까?”

“시간 없어. 이미 도망가고 있을 거야. 비행기 준비해.”

상엽은 곧바로 잔당 소탕을 시작했다.

대북천은 단 한 명에게 모든 것이 집중되는 형태였다.

북천 외에도 강한 유저들이 있지만 상엽에 맞설 정도는 아니었다.

‘도망가고 있을 거야.’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상엽은 그들의 행동을 예상했다. 하지만 그도 부상이 있어서 시간이 필요했다.

“곧 도착합니다.”

상엽은 그 말을 듣고 바로 사천 성도로 뛰어내렸다.

루시의 정보를 떠올린 상엽은 성도에 있는 대북천의 본부로 곧장 내려섰다.

예상대로 급하게 떠난 흔적이 보였다.

상엽은 이 장면을 보고 오히려 여유를 가졌다.

“으리으리하네.”

1만 평에 이르는 광장의 중앙에 중국풍의 성이 세워져 있었다.

상엽은 해머를 꺼내지 않고 맨손으로 광장을 걸었다. 성이 점차 가까워졌지만 누구도 그를 막지 않았다.

“사천의 철옹성.”

그렇게 불렸다. 북천이 성도에 자리를 잡은 이후로 단 한 번도 이곳을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내 거야.”

상엽은 느긋하게 성문을 열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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