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146화 (146/300)

# 146

상엽은 움직이기 전에 정보를 정리했다.

-독일 베를린 최상급 그레이 상점에 특수 의뢰가 떴습니다.

6번째 보고였다.

“에레나의 생명초는 10조각 유산이야.”

상엽은 이에 대한 정보를 이미 오래전에 알고 있었다. 레나에게 정보를 샀기 때문이다.

“그런데 벌써 6번째 특수 의뢰가 떴다는 거지.”

각 그레이 상점은 독립적인 의뢰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같은 내용이지만 6개의 상점에서 원하는 목표물은 다르다는 뜻이다.

“6개의 조각이 각각의 상점에서 의뢰로 떴다는 거지?”

“모든 인력을 동원해서 의뢰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전부를 확인하는 게 가능해?”

“그렇진 않습니다.”

최상급 그레이 상점에만 나타나는 의뢰였다.

그런데 그레이 상점의 특성상 최상급의 자격을 받으려면 한 상점을 업그레이드하는 수밖에 없었다.

정확한 정보를 알려면 전 세계에 퍼진 그레이 상점을 전부 최상급까지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6개를 찾아낸 것도 대단해. 아마 10조각이 전부 나타났겠지. 그러니까 특수 의뢰가 되는 거고.”

“보상도 감안하셔야 합니다.”

의뢰에는 보상이 있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이 보상이 에레나의 신전 조각이었다.

10개의 조각을 모두 모을 경우, 에레나의 신전까지 열린다는 의미였다.

‘두 명을 살릴 수 있게 되는 거지.’

하지만 모든 것은 10조각을 전부 모았을 때의 말이다.

“루시, 누군가를 살리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누구든 한 명쯤은 있을 거라 예상합니다.”

“그렇겠지?”

죽은 사람을 살린다는 것.

이는 너무나 매력적인 결과였다.

변종 출현 이후, 엄청난 사람이 죽었고 많은 이들이 아픔을 지니며 살아야 했다.

“싸움을 부추기는 것 같지 않아?”

상엽은 이렇게 판단했다.

최상급으로 한정이 되었다고 해도 최상위 랭커들은 대부분 이용이 가능했다.

오히려 상엽만 아직 최상급을 이용할 수가 없었다.

‘신의 상점 마지막까지 가려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는데, 이런 상황에서 에레나의 생명초라…….’

욕심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상엽은 우선 자신의 코인을 확인했다.

‘120만 코인.’

강화를 하고 남은 코인이었다.

“루시, 자리 좀 피해 줄래?”

“네.”

루시는 이유를 묻지 않고 명령에 따랐다.

그녀가 떠나자 상엽은 상점 소환권으로 레나를 불렀다.

“상점 업그레이드.”

“100만 코인이야.”

상엽은 미뤄 두었던 업그레이드를 진행했다.

그레이 상점의 배경이 다시 한번 변했다. 유성의 잔상이 남은 아름다운 우주였다.

“의뢰.”

“웬일이야?”

“특수 의뢰를 좀 보려고.”

상엽은 곧바로 의뢰 목록을 확인했다.

‘있어.’

7번째 의뢰는 레나에게 있었다.

‘10만 코인이라.’

그레이 상점의 의뢰는 코인을 주고 사야 하는 방식이다. 상엽은 이 부분을 오랜만에 떠올렸다.

특수 의뢰-에레나의 생명초 조각을 획득하라.

보상-에레나의 신전 조각

위치는 중국 운남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획득한 정보들 전부가 중국이나 몽골, 인도였다.

중국과 주변국들인 것이다.

‘치열해지겠어.’

상엽은 의뢰를 한참 동안 주시했다.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결론에 도달했다.

“한 조각이라도 가져야 돼.”

당장 전부를 모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한 조각이라도 가지면 그 가치는 충분했다.

“살게.”

상엽은 결국 의뢰를 받아들였다.

* * *

-코드 원이 특수 의뢰를 받아들였다.

이는 코드 제로 전체 인원을 바쁘게 만들었다.

그들은 제일 먼저 상엽이 이동할 수 있는 안전한 루트를 만들었고, 중국 운남에 대한 정보를 모았다.

상엽은 전용기를 통해 베트남 하노이 국제공항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국경을 통해 운남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그렇게 첫 번째 목적지에 닿기도 전에 상엽은 코드 제로가 준비한 자료를 받아 보았다.

-중국 운남에서 화이트 길드 페이롱과 블랙 길드 연합 하이렌의 패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운남을 지배하던 페이롱은 길드장 광성이 사망한 이후 많은 침략을 받았고 현재는 세 번째 길드장 교체가 이루어진 상태다.

-새롭게 운남을 노리는 블랙 길드 하이렌은 페이롱에 의해 밀려났던 길드들이 다시 뭉친 집단이다.

운남의 세력 변화는 광성과 상엽의 싸움에서 시작되었다. 상징과 같던 광성이 죽게 되자 다른 길드에게 기회가 생긴 것이다.

페이롱으로 인해 운남의 경제와 치안은 꽤 좋았고, 이를 다른 길드가 내버려 둘 리가 없었다.

결국 끝도 없는 침략 끝에 페이롱의 기반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두 번의 승리가 있었지만 남은 건 상처뿐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들이 쫓아냈던 블랙 길드의 연합이 복수를 위해 칼을 뽑았다.

하노이 국제공항에 도착한 상엽은 곧바로 준비된 차량에 올랐다.

운남으로 들어가는 국경은 북서쪽이었고 차량과 헬기를 이용해 몇 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국경에 도착하면 조력자가 있을 것입니다.

상엽이 헬기에서 내리자 곧바로 누군가 인사를 하며 나타났다.

10대 후반에 여드름이 많은 소년이었다.

더벅머리에 키가 작은 소년은 멜빵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있어서 귀여운 느낌이었다.

“쌍오예요.”

“이름이 특이하네.”

“5월 5일에 태어나서 아버지가 그렇게 지었어요. 이름 짓기가 귀찮았나 봐요.”

소년은 머리를 긁으며 친근한 웃음을 지었다.

“이쪽으로 오세요.”

쌍오는 능숙하게 상엽을 안내했다.

그들은 굳이 일반인들이 이동하는 국경을 지날 필요가 없었다.

사람이 없는 곳을 통해 국경을 넘자 바로 변종 지역이 나타났다.

“어?”

앞서 가던 쌍오의 주변에서 거대 쥐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이에 쌍오의 몸이 갑자기 흩어지며 5미터 뒤에 나타났다.

퍽!

그사이 상엽은 머리를 내민 쥐를 발로 뭉개 버렸다.

‘꽤 반응이 빠르네. 쓸데없이 많이 피하긴 했지만.’

상엽은 쌍오가 꽤 실력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트레저 헌터입니다.

코드 제로의 외부 지원 팀에는 갓코인 유저가 꽤 있었다. 하지만 최고를 경쟁할 수 있는 자들은 아니었다.

대신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했고, 극히 위험한 일은 피할 수가 있었다.

길드와 코드 제로의 가장 큰 차이점이 이것이었다.

-전투를 피할 수 있다.

그들은 철저히 서포트에 맞춰져 있었다.

위험한 전투를 하지 않아도 되니 관련 스킬들을 강화할 이유도 없었다.

“트레저 헌터라고 들었어.”

“네. 보물을 찾아서 부자가 될 거예요.”

“지금 능력으로 부자는 될 수 있을 거 같은데.”

“그 정도 부자 말고요. 아주 큰 부자요.”

쌍오는 양손을 펼쳐 큰 원을 그리며 대답했다.

“처음부터 위험한 일에 끼어들게 됐네.”

“괜찮아요. 보수가 좋으니까. 그리고 코드 원은 꼭 만나 보고 싶었어요. 일이 끝나면 사진은 꼭 찍어 주세요. 자랑하고 다닐 거예요.”

“사진은 얼마든지 찍겠지만 자랑은 하지 마. 나랑 친하면 꼭 위험에 빠지니까.”

상엽은 다시 앞서 걷는 쌍오의 등을 보며 궁금한 점을 물었다.

“왜 코드 제로로 들어온 거야? 트레저 헌터 길드도 있을 텐데.”

“길드는 위험해요. 전 싸우는 게 정말 자신이 없거든요. 그래서 싸우지 않아도 되고 돈은 벌 수 있는 곳이 필요했어요.”

“그런데 지금 변종이 득실거리는 곳을 걷고 있잖아.”

“변종은 상관없어요. 얼마든지 도망갈 수 있으니까. 그런데 사람은 아니잖아요. 사람은 무섭거든요.”

상엽은 충분한 이유라고 생각했다. 코드 제로의 대부분이 쌍오처럼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

일부는 상엽의 팬이라서 합류하기도 했고, 최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해서 상엽을 최고로 만들길 꿈꾸는 자도 있었다.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결국 1선에서 전투를 벌이는 건 상엽의 몫이었다.

“어?”

쌍오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주인님, 누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추종자와 쌍오가 거의 동시에 상대의 접근을 알아차렸다.

‘대단한데.’

상엽은 쌍오의 능력에 내심 놀랐지만 표현하진 않았다.

“뒤로 와.”

상엽은 쌍오의 앞으로 나서서 다가오는 자들을 기다렸다.

다섯 명의 사내들은 곧장 상엽의 정면에 내려섰다.

“여긴 하이렌의 구역이다. 신분을 밝혀라.”

다섯 명의 블랙 유저 중에 선두에 있는 자가 위협적인 음성으로 말했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누군가 상엽을 알아봤다.

“정상엽?”

“내가 꽤 유명해지긴 했나 봐.”

랭커들 중에 얼굴이 가장 많이 알려진 사람 중의 한 명이 상엽이었다. 그리고 블랙 유저로 알려져 있었다.

같은 블랙 유저임을 확인한 사내는 위압적이던 자세를 풀었다.

“여긴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의뢰 때문에 왔어.”

“아, 그러십니까?”

40대 후반의 사내는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했다. 하지만 끝내 입을 다물고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여긴 현재 분쟁 지역입니다.”

“알아. 난 너희들 싸움에는 관심 없어.”

“그럼 곤명 쪽으로 이동하는 건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중국 운남이라고 하면 자칫 작은 지역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대한민국의 국토와 비슷했다.

“알았어.”

“필요한 것이 있으면 도와드리겠습니다.”

“아니, 괜찮아.”

“그러시다면 저희들은 물러나겠습니다.”

사내는 인사를 하고 몸을 돌리려 했다. 그런데 한순간 동공이 커졌다.

상엽의 뒤에서 기웃거리고 있는 쌍오를 본 것이다.

쌍오를 본 사내의 눈빛에 살기가 떠올랐다. 하지만 상엽을 보더니 그냥 몸을 돌렸다.

그들이 떠나자 쌍오가 얼른 상엽의 곁으로 왔다.

“우와!”

“왜?”

“코드 원이 얼마나 대단한지 봤잖아요. 저 녀석들이 저렇게 친절하고 예의 바른 놈인 걸 처음 알았어요.”

“아는 자들이야?”

“제 고향을 유린한 놈들이에요.”

상엽은 그제야 깜빡했던 질문을 했다.

“너 화이트 유저야?”

“네? 네…….”

“겁먹지 마. 어느 쪽이든 상관없으니까.”

“아. 다행이네요. 제가 화이트 유저라서 저 녀석들한테 오랫동안 추격을 당했어요. 그래서 베트남으로 넘어가서 살고 있었던 거예요.”

상엽은 더 이상 묻지 않고 길을 재촉했다.

의뢰를 수락하면 나타나는 화살표가 그의 손바닥에 떴고 이를 바탕으로 쌍오가 방향을 잡았다.

“아직 꽤 머네요. 이 정도면 대리쯤 될 거 같아요.”

운남 대리.

대리석으로 유명한 지역이었다.

바람의 도시라고도 불리며, 대나무 숲에서 듣는 바람 소리가 일품이라고 알려졌다.

대리의 위치는 곤명의 서쪽이었고 걸어서 이동하기에는 먼 거리였다.

게다가 중국은 분쟁 지역이라 헬기를 이용하기도 어려웠다.

“바이크라도 사서 가야겠네. 넌 여기서 기다려.”

상엽은 결정을 내리고 가까운 국경 도시로 이동했다.

국경 도시는 예전에 비해 규모가 줄었지만 무역의 중심지라 명맥은 유지하고 있었다.

그나마 페이롱이 지배하던 당시에 주변 변종을 쓸어 놓고 높은 방어벽을 쌓은 덕분에 지금도 많은 이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그런데 국경 도시에 도착한 상엽은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짝! 짝!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여자 한 명이 바닥에 쓰러졌다. 그녀의 앞에서는 하이렌의 마크가 달린 유니폼을 입은 사내가 욕설을 퍼부었다.

“세금을 못 내면 몸으로 때우든가! 아니면 이 도시를 떠나서 뒈져!”

입에서 피를 쏟아 내는 여인은 그저 고통에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도시 곳곳에 하이렌의 옷을 입은 자들이 강압적으로 시민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이 악마 같은 놈들아! 차라리 죽여!”

결국 한 사내가 폭발했다. 지나친 세금과 폭력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그래도 페이롱은 굶어 죽을 정도로 쥐어짜지는 않았어! 먹고살게는 해 줬다고!”

“어쩌라고?”

사내는 용기를 냈지만 그 결과는 비참했다.

하이렌의 사내는 마치 보란 듯이 사내의 머리를 주먹으로 터트려 버렸다.

그 모습에 지켜보던 사람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공포에 질려 몸을 떨 뿐이었다.

“또 불만 있는 놈 있으면 지껄여 봐!”

페이롱이 워낙 민심이 좋았던 탓에 하이렌은 여론의 저항을 많이 받았다.

처음에는 이를 극복하려 했지만 전쟁 중인 자들의 인내심은 그리 길지 못했다.

결국 최근에는 이처럼 강압적인 태도로 시민들을 관리했다.

‘끼어들지 말자.’

상엽은 눈에 거슬리는 여러 장면을 보았지만 그냥 말없이 지나갔다.

그렇게 허름한 상점에 도착한 그는 가장 비싼 바이크를 골랐다.

“두 대 주세요.”

전 세계에 통용되는 유로화로 돈을 지불한 상엽은 기름을 가득 채우고 바이크 위에 올랐다.

그리고 한 손으로 쌍오가 탈 바이크를 들어 올렸다. 마치 슈퍼마켓 비닐봉지를 들듯이 바이크 한 대를 들어 올린 상엽은 천천히 도시를 벗어났다.

국경 도시의 방어선에 목을 맨 열 명의 사람의 시체가 걸려 있었다.

처형을 당한 이들이었다.

이곳은 이미 이런 것이 당연할 만큼 무법 지대였다.

“기분 더럽네.”

그는 애써 외면하며 바이크를 다시 몰았다.

그렇게 쌍오가 기다리던 장소로 돌아왔을 때였다.

‘저건 또 뭐야?’

쌍오가 세 명의 사내에게 쫓기고 있었다.

상엽은 바이크 위에서 그대로 몸을 날려 쌍오의 곁으로 내려섰다.

그러자 추격자 세 명이 급히 걸음을 멈췄다.

이미 상엽과 만난 적이 있는 하이렌의 길드원들이었다.

“무슨 짓이지?”

상엽의 질문에 세 명의 사내는 조금 전과 달리 당당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의뢰를 중단시키라는 명령입니다. 그리고 저 녀석은 저희들에게 인계하십시오.”

“뭔 개소리야?”

상엽이 압박을 위해 해머를 꺼냈다. 그러자 사내들이 본능적으로 한 발 물러났다. 하지만 중앙에 있던 팀장은 믿는 구석이 있었다.

“북천 님의 지시입니다.”

“북천?”

“랭킹 23위 유저이십니다. 저희 하이렌과는 동맹 관계입니다. 현재 이 지역의 특수 의뢰는 북천 님이 진행하고 계시니 서로 관계가 껄끄러워지지 않도록 돌아가시라고 하셨습니다.”

랭킹 23위 북천.

중국 블랙 유저의 중심으로 불리는 인물이었다. 그가 하이렌의 뒤를 봐주고 있는 것이다.

팀장은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이었다. 이에 상엽이 웃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차분하게 말했다.

“어떤 개새끼가 감히 나한테 명령을 내려?”

팀장은 그제야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