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141화 (141/300)

# 141

강원도에 서식하는 변종 새는 1만 마리였다.

그런데 현재는 3천 마리까지 줄어 있었다.

이를 모두 처리한 이는 동희였다.

구오오!

변종 코끼리가 앞발을 들며 포효했다. 코끼리가 휘두른 코에 변종 새들의 뼈가 산산조각으로 부서졌고, 두꺼운 피부는 날카로운 부리로도 소용이 없었다.

그야말로 난공불락이었다.

1급 위험 지역의 코끼리.

상엽이 교화를 시켜서 동희에게 준 것이다.

이를 위해 상엽이 시카고로 넘어갔고 한국 군대의 수성선이 대대적인 작전을 펼쳤다

그리고 그 작전의 효과는 확실했다.

코끼리를 향해 변종 새들이 달려들면 어김없이 담비들이 튀어 올라 협공을 했다.

결국 동희는 코끼리를 몰고 강원도 전체를 순회하며 변종 새들의 숫자를 줄이고 있었다.

“어? 이제 달려드네.”

한동안 코끼리를 보고 정찰만 하던 새들이 일정 시간을 기점으로 다시 달려들기 시작했다.

상엽이 명령을 내리는 붉은 독수리를 잡은 시점이었다.

그때부터 변종 새들의 숫자가 급격히 줄기 시작했고 일주일 만에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서울 수복 일주일 후.

상엽은 대전에서 마지막 소탕 작전에 나서고 있었다.

큰 전투가 벌어졌지만 이미 체계를 잃은 새들은 상엽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렇게 2만여 마리를 처리하자 더 이상 그를 공격하는 새는 없었다.

“도망가는 건가?”

대전의 하늘 위로 철새처럼 길을 떠나는 새들이 가득 모였다.

그리고 새들은 서해안을 넘어가 버렸다.

잠시 후, 새들이 방향을 남쪽으로 바꿨고 일본으로 넘어갔다.

“이제 끝난 건가?”

한국의 위기는 끝났다. 이미 서울로 복귀하는 절차가 시작되었고 많은 이들이 집을 되찾았다.

하지만 석 달이라는 기간 동안의 피해는 한국을 5년 이상을 후퇴하게 만들었다.

경제력은 물론 기반 시설 파괴도 많았고, 무엇보다 인명 피해가 컸다.

반대로 상엽은 어마어마한 코인을 모았다.

‘7천만 코인.’

겨를이 없어서 강화를 하지 못한 터라 코인이 그대로 모여 있었다.

게다가 붉은 독수리를 잡고 얻은 유물 조각은 무려 1천만 코인의 가치가 있었다.

상엽이 본 유물 가치 중에 최고였다.

그는 당장 강화를 하러 이동하고 싶었지만 그 전에 할 일이 있었다.

-정상엽이 서울을 지켜 주고 있다!

이런 이미지가 필요했다. 그래서 상엽은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인터뷰에 참여했다.

이왕 시작한 일이니 확실히 마무리를 해 주기 위해서였다.

그 인터뷰는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도 잊지 못할 장면이 되었다.

-전 한국을 위해서 싸운 것이 아니에요. 한국 사람들 때문에 싸웠어요.

그 뒤에 상엽이 여러 말을 했지만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정상엽이 다시 한번 한국을 구했다.

국민들은 모두 정상엽을 영웅으로 받아들였다.

그를 알아본 노인 한 명은 길거리에서 절을 하기도 했다. 상엽은 그런 대우가 민망해서 웬만하면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는 이동하지 않았다.

“일단 이걸로 됐어.”

한국은 피해 복구에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상엽의 부담감도 사라졌다.

“자, 이제 강화하러 가자.”

사투의 끝에는 언제나 보상이 있기 마련이었다. 상엽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상점을 찾아갔다.

상급 블랙 상점.

“너무 오래 기다렸어요.”

블랙 상점 한여주는 속이 비치는 검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그녀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타이트한 드레스는 매끈한 몸매를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깊은 눈빛은 유혹하듯이 상엽을 주시했다.

“우리가 했던 약속 기억하나요?”

한여주는 말을 할 때, 묘한 매력이 있었다.

작은 얼굴에 붉은 입술이 더욱 선명하게 보여서 인형 같은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몸매는 모델을 능가할 만큼 늘씬해서 상반되는 매력이 있었다.

“내가 집중한다고 했지.”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기대하고 있었어요.”

한여주는 천천히 거부할 시간을 충분히 주면서 상엽의 품에 안겼다.

상엽은 당연하게도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았다.

“유혹이 너무 강렬하면 내가 부드러워질 수가 없는데.”

“그럼 조금 여유를 줄까요?”

한여주는 웃으며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그러더니 몸매 자랑을 하듯이 곧게 편 허리를 숙여 오디오를 조작했다.

“잠시 즐겨요.”

끈적끈적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한여주는 느린 박자의 음악에 맞춰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부드럽게 움직이는 허리의 움직임에 맞춰 탄탄한 엉덩이와 허벅지가 물결처럼 파도를 치기 시작했다.

여성 특유의 부드러운 웨이브에 은은한 미소를 담은 표정은 상엽의 집중력을 한껏 끌어 올렸다.

그리고 한여주는 등을 보이며 아슬아슬하게 지탱하던 드레스의 끈을 풀었다.

드레스가 바닥으로 떨어졌을 때, 상엽은 외투보다 아름다운 속옷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는 한여주의 하얀 피부와 몸이 어우러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잠시 뒷모습을 보인 채로 춤을 추던 한여주는 선물을 주듯 다시 상엽을 보았다.

굴곡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몸은 상엽의 인내심을 굴복시켰다.

그는 더 이상 참지 않고 한여주를 거칠게 안아 올렸다.

“로맨틱한 건 다음에.”

“다음이라는 말은 싫은데요.”

“그다음도 오늘이야. 오늘 기회가 한 번은 아닐 테니까.”

“강한 남자네요.”

“그리고 변신에도 능한 남자지.”

상엽은 여린 그녀의 몸을 꼭 끌어안으며 입을 맞췄다.

거친 상엽의 행동만큼 그들을 감싼 음악도 절정으로 치달았다.

* * *

상엽은 블랙 상점 근육 개조 10단계를 선택했다.

화이트와 블랙을 모두 합치면 무려 10가지 항목이나 되지만 그중에 근육 개조만 10단계로 올린 것이다.

이에 소모된 코인만 4960만이었다.

이런 결정은 상점의 단계를 올리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스킬의 구성상 더 많은 힘이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자랑스러워요.”

블랙 상점 특유의 고통이 끝나자 상점 한여주가 상엽의 품을 빠져나오며 말했다.

그녀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태초의 모습으로 상엽의 강화를 지켜봤다.

“다음 상점에 대한 자격을 얻었다고 다시는 못 보는 거 아니겠죠?”

“그러기에는 그 춤이 잊히지가 않아서.”

“언제든 말해요. 전 항상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요.”

“그렇지 않아도 강화 효과를 실험해 보고 싶었는데.”

상엽은 다시 한여주를 안았다.

늦은 밤.

상엽은 클럽 아레나를 찾아갔다.

아레나는 변종 새의 침공으로 문을 닫은 이후, 아직까지 영업을 시작하지 않았다.

현재 한국은 대부분의 유흥 상점들이 문을 닫은 상태라서 특별할 것도 없었다.

심플하게 빛나던 간판의 불이 꺼져 있었고 항상 길게 늘어섰던 대기 줄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내부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상엽은 문지기조차 없는 클럽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자 현란한 음악이 귀를 때리는 느낌을 받았다.

무대 위에 간단한 조명이 켜져 있고, 누군가 디제잉을 하고 있었다.

“역시 레나야.”

상엽은 불이 꺼진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잠시 그 모습을 지켜봤다.

심장을 자극하는 빠른 비트가 레나의 몸에서 다시 한번 증폭되는 느낌이었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레나를 음악이 보조해 주는 듯했다.

레나는 눈을 감고 땀을 흘리며 비트를 즐겼다.

관객이 있을 때보다 훨씬 자유롭고 즐거워 보였다. 무대 조명과 환호가 없어도 그녀의 가치는 충분했다.

그렇게 10여 분의 디제잉이 끝났을 때, 상엽은 자신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

레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상엽을 보더니 한쪽 가슴에 손을 올리고 허리를 숙였다.

“사랑한다고 말할 뻔했어.”

“그 말은 너무 많이 들어서 지겨워.”

레나 특유의 도도한 자신감은 언제나 상엽을 유쾌하게 했다.

“스킬 강화하러 온 거야?”

“널 보는 게 먼저. 강화는 겸사겸사하는 거지.”

“그래?”

레나는 땀이 마르지 않은 상태로 상엽에게 다가왔다.

서로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워지자 레나는 웃으며 상엽에게 말했다.

“다른 여자 냄새가 나는데?”

“그럴 리가, 샤워까지 했는데.”

상엽은 그 말을 하고서야 실수를 깨달았다.

‘정상엽, 너 아직 멀었다.’

레나의 강렬한 눈빛에 실수를 하고 말았다.

‘전투 중에 이 정도 실수면 난 이미 죽었어.’

상엽이 자신을 책망하자 레나는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고객님, 빨리 강화나 하고 꺼지시죠.”

그 웃음을 본 상엽은 오랜만에 등을 타는 소름을 느꼈다.

“네.”

그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게 전부였다.

거산의 손아귀 10단계.

992만을 소모한 상엽은 유일하게 5단계에 머물러 있던 거산의 손아귀를 10단계로 완성했다.

‘힘이 먼저야.’

이제 그는 신체 강화라는 큰 틀보다 어떤 능력이 필요한지를 선택했다.

그의 스킬과 전투 방식에서 힘은 단순히 상대를 무너트리는 능력이 아니었다.

폭발력과 화염이 뻗어 나가는 범위도 전부 힘에서 시작되었다.

그가 근육 개조와 거산의 손아귀를 선택한 이유였다.

“고개님, 또 원하시는 거 있나요?”

레나가 친절하게 웃으며 물었다.

“난 불친절한 레나가 좋은데.”

“다음에는 불친절하게 해 드릴게요.”

“차라리 욕을 해 주면 안 될까?”

“취향이 바뀌셨나 보네요, 고객님.”

상엽은 레나가 어울리지 않게 허리를 숙여 가며 인사를 하는 모습에 웃고 말았다.

그러자 레나의 표정에 살기가 피어올랐다.

“웃어?”

“네가 원하면 울어 줄 수도 있어.”

“둘 다 오늘은 별로야.”

“알아. 그러니까 다음에 전부 보여 줄게.”

상엽은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았다. 어차피 레나와는 오늘만 만날 사이가 아니었다.

‘상점 업그레이드는 다음에 하자.’

그에게 1천만이 조금 넘는 코인이 남아 있었다.

‘신체 강화부터 하고.’

친위대를 강화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지만 일단은 최상급 블랙 상점을 둘러보기로 했다.

“다음에 봐.”

“야, 정상엽.”

상엽이 돌아서자 레나는 위협적인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왜?”

“내 기분 풀어 놓고 가.”

“내가 지금까지 받은 미션 중에 가장 어려운 일이네.”

“보상은 확실할 테니까 도전해. 포기하면 죽여 버릴 거야.”

“상점이 유저를 죽여도 돼?”

레나가 뭔가를 대답하려 할 때, 상엽이 그녀를 안았다. 이에 레나가 실망스러운 표정을 했다.

“겨우 생각한 게 이거야?”

“그럴 리가.”

상엽은 레나를 안고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그녀를 불이 꺼진 테이블의 소파에 앉혔다.

그리고 맥주 한 병을 그녀 앞에 놓았다.

“당신만을 위한 무대입니다, 레나 씨.”

상엽은 어설프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무대 위로 올라갔다.

‘유령아, 어떻게 하는 건지 기억하지?’

-네, 주인님.

추종자는 자신이 본 레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기계의 조작법을 알려 주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다시 음악이 흘렀다.

이미 레나가 만들어 놓은 음악이라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비트를 타는 상엽의 몸짓은 어설프기만 했다.

그래도 상엽은 눈을 감고 음악을 즐겼다.

‘이런 여유도 있구나.’

레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상엽은 춤을 췄다.

음악에 비해 투박하고 어설픈 몸짓이었지만 웃음만큼은 진실했다.

“최고의 DJ네.”

이를 지켜보던 레나도 웃고 말았다. 기술로는 낙제지만 그 마음과 순수함은 레나 자신의 초창기 DJ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큰 선물을 받아 버렸네.”

레나는 음악이 절정에 달하자 무대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상엽의 곁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둘의 피부가 닿고 서로를 감싸며 상엽은 레나의 비트에 이끌리기 시작했다.

‘오늘은 참 엔터테인먼트한 날이네.’

상엽은 진짜 DJ의 비트를 몸으로 느꼈다.

그 비트는 더욱 격렬해졌고 결국에는 솔직해졌다.

* * *

최상급 블랙 상점은 한국에 존재하지 않았다.

이는 유저의 분포도에 따른 것으로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가장 가까운 최상급 블랙 상점은 일본과 중국이었다.

‘일본으로 가자.’

그렇지 않아도 변종 새들이 내려간 지역이라 신경이 쓰였던 상엽은 일본을 선택했다.

‘일본에도 지점 등록을 해야겠어.’

상엽은 일본으로 이동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전용기로 준비할게.

박광신의 배려로 상엽은 전용기를 처음으로 탔다. 그를 위한 비행기로 최고의 파일럿과 승무원 두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승무원을 보는 순간, 상엽은 깨달았다.

일반적인 승무원이 아니라 박광신의 상상력이 발휘된 승무원이었다.

‘평생 오늘만 같아라.’

상엽은 박광신의 상상력을 거부하지 않았다.

비행기에서 내리기 직전,

상엽은 잠시 동안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갓랭킹을 확인했다.

6천만 코인을 소모한 터라 궁금해진 것이다.

-38위 정상엽

순위가 올랐다.

‘역시 많이 오르진 않네.’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 편이지만 랭킹을 볼 때마다 상엽은 같은 생각을 했다.

‘아직 멀었어.’

그는 다시 의지를 다졌다.

“고, 곧 차, 착륙하겠습니다.”

상엽의 곁으로 지친 승무원 두 명이 다가와 떨리는 다리로 겨우 몸을 지탱하며 착륙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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