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138화 (138/300)

# 138

서울에 출현한 변종 새는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되었다.

-지상의 경계가 무용지물이 되다.

많은 나라에서 닭과 비둘기를 비롯한 모든 조류를 처분하는 작업을 시작했고, 대대적인 조류 소탕 작전까지 이어졌다.

조류를 멸종시킨다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며 생태계가 파괴되고, 당연히 인간의 생활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조류를 그냥 둘 수는 없었다.

조류가 변종이 된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는 서울의 참혹함이 잘 알려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전 세계 위성이 서울을 주목하고 있었다. 새들의 이동을 감시하기 위해서였다.

-10만 마리의 변종 새.

이들이 움직이면 그 나라에 서울과 똑같은 재앙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건 누구나 상상 가능한 일이다.

서울과 인접한 모든 국가는, 새들이 부디 자신의 나라로만 오지 않길 간절히 기원했다.

10만 마리의 새가 있는 서울 하늘 아래.

상엽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평균 1천 코인이 넘는다는 거잖아.”

참새와 비둘기 종류는 500코인이었고 까치는 1천 코인 이상, 독수리는 3천 코인 이상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걸 나 혼자 다 잡으면?”

상엽은 신중하게 숫자를 확인했다.

“1억!”

“오빠,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연지야, 나 1억 코인 벌 거야.”

“자꾸 불안하게 그러지 말고 좀 신중하라고요.”

“너도 천만 코인쯤 벌 수 있을 거야.”

“오빠!”

결국 송연지는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정신 차려요! 백만 명이 죽었다고요!”

“알아. 그래서 지금 복수하러 가려는 거잖아.”

상엽의 지적에 송연지는 말을 멈췄다. 그의 말보다는 표정 때문이었다.

“생각은 같아. 표현 방식이 다를 뿐이지. 내가 여기에 왜 있는지 잊지 마. 너랑 같은 마음이 아니라면 나도 여기까지 오지 않았어.”

송연지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에 상엽이 거짓말처럼 다시 웃으며 말했다.

“가자, 복수하러.”

“알았어요.”

송연지는 고개를 끄덕였고 상엽이 맨홀 뚜껑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산적 오빠, 미안해요. 저 혼자 힘들었다고 투정을 부린다는 게 오빠한테 짜증을 내 버렸네요.”

그녀도 알고 있었다.

한국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가장 선두에 있던 사람은 그녀가 아니라 상엽이었다.

상엽은 몇 번이나 죽음의 고비를 넘겼지만, 한국이 위기에 처하자 또다시 가장 위험한 곳으로 찾아왔다.

“연지야, 내가 이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

“뭔데요?”

상엽은 웃음을 지으며 심각하게 말했다.

“그 산적 소리 좀 하지 마라. 너 만난다고 면도도 하고 왔는데.”

“풋.”

그제야 연지의 표정이 풀어졌고 상엽도 다시 웃었다.

* * *

은빛 독수리는 200마리의 독수리 부대를 이끄는 우두머리였다.

수도권 상공에 존재하는 은빛 독수리는 모두 20마리였고, 4천 마리의 독수리가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들은 수도권에 흩어져서 각자의 영역을 두고 있었다.

독수리들은 하위 개체인 참새와 비둘기, 까마귀, 까치가 처리하지 못하는 장갑차나 특수 차량, 건물 벽을 부술 정도의 힘을 가진 터라 숨어 있는 사람들에겐 공포의 대상이었다.

지금까지 서울 상공의 은빛 독수리는 단 한 마리도 피해를 입지 않고 자신의 영역 안에서 왕처럼 군림했다.

그런 은빛 독수리가 다시 움직였다.

한강 공원으로 내려간 독수리 열 마리가 누군가에 의해 희생된 것이다.

은빛 독수리는 100마리의 독수리를 끌고 사건 현장으로 날아갔다.

그곳에는 삼십 명의 투명한 유령 전사들이 있었다.

유령 전사들은 진형을 갖추고 몰려드는 새들을 능숙하게 처리하고 있었다.

끼아!

은빛 독수리가 이를 보며 하늘을 향해 긴 울음소리를 내자 하위 개체들이 모두 흩어졌다.

그리고 100마리의 독수리들이 원형으로 흩어지며 한순간 유령 전사들을 향해 하강했다.

쐐애액!

공기를 파괴하며 날아가는 독수리들의 위용은 살아 있는 화살이 움직이는 듯했다.

자유롭게 방향을 바꾸면서도 그 속도가 줄지 않았고, 직선거리로 날아갈 때는 단숨에 최고 속도로 올라섰다.

그렇게 100마리가 일제히 유령 전사들을 덮칠 때였다.

그들이 목표로 했던 유령 전사들이 갑자기 검은 연기로 흩어졌다.

100마리의 독수리가 방향을 잃고 당황할 때, 공중에 떠 있는 은빛 독수리를 향해 뭔가가 튀어 올랐다.

“때깔 좋네.”

엄청난 속도로 은빛 독수리에 접근한 이는 상엽이었다. 하지만 독수리의 반응도 엄청 빨랐다.

단숨에 하늘로 솟아오른 독수리는 상엽의 해머를 손쉽게 피해 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통곡.”

날아오른 독수리의 머리 위로 통곡의 벽이 만들어졌다. 귀곡성이 가득한 벽에 이동이 막히자 은빛 독수리가 처음으로 당황했다.

“일단 내려가서 이야기하자.”

상엽은 당황하는 독수리를 향해 고스트 체인을 뻗었다. 하지만 독수리는 통곡의 벽 안에서도 민첩하게 움직이며 그물처럼 뻗어 오는 고스트 체인을 피했다.

“곱게 가자.”

상엽은 통곡의 벽을 밟으며 집요하게 독수리를 뒤쫓았다. 그리고 체인을 아끼며 망자의 손길로 날개를 노렸다.

“어차피 잡힐 거야.”

귀곡성이 더욱 크게 울리며 통곡의 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점점 좁혀지기 시작한 것이다.

끼아!

더 이상 피할 곳이 없어지자 은빛 독수리는 반격을 선택했다.

“그래야지.”

상엽은 지척에서 화살처럼 날아오는 독수리가 심장에 닿으려는 순간, 유령 걸음을 시전했다.

독수리가 그의 몸을 그냥 통과하는 순간, 망자의 손길이 가시처럼 사방으로 뻗었다.

츳!

결국 은빛 독수리의 날개가 망자의 손길에 찢어졌다. 그렇게 독수리가 비틀거리는 순간, 고스트 체인이 다시 한번 뻗어 나갔다.

“잡았어.”

고스트 체인이 빈 공간이 있을 정도로 은빛 독수리를 감쌌다.

“자, 이제 나랑 착한 일 좀 하자.”

통곡의 벽이 사라지자 외부에 있던 독수리가 일제히 그를 덮쳤다.

하지만 이미 대비를 했던 상엽은 스트라이크와 팔각 대시로 독수리를 피하며 한강으로 뛰어내렸다.

풍덩!

독수리들도 더 이상 추격할 수가 없는 곳이었다.

* * *

송연지는 기분이 나빴다.

“연지야, 너무 그렇게 티 내지 마. 어쩔 수 없다는 거 알잖아.”

“그 자식한테 죽은 사람들이 생각나서 그래요.”

상엽은 독수리를 치료하고 있었다. 부러진 날개에 정령의 정수를 뿌리고 젖은 날개도 닦아 주었다.

마치 아끼는 애완동물을 돌보는 모습에 송연지는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자, 다 됐다.”

상엽은 독수리를 놓아주었다. 그런데 독수리는 조심스럽게 상엽의 어깨에 올라타더니 더 이상 이동하지 않았다.

유산 선지자의 속삭임을 이용한 교화 스킬이었다.

“이게 어디서 착한 척이야?”

“아무래도 빨리 성과를 보여 줘야 연지가 널 인정해 줄 거 같은데?”

상엽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송연지도 더 이상 불만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자, 가져.”

“무슨 말이에요? 오빠가 조종하는 거 아니었어요?”

“난 이걸로 충분해.”

상엽은 파이어스의 망치를 꺼냈다.

“그럼 나 때문에 그 자식을 잡은 거예요?”

“정확히는 너 때문이 아니라 이기기 위해서지.”

상엽은 이해하지 못하는 송연지를 향해 간단히 설명을 해 주었다.

“지능을 가진 녀석들은 똑같은 패턴에 당하지 않아. 그래서 단시간에 빠르게 처리해야 돼. 나 혼자서는 그걸 할 수가 없거든.”

“아.”

“결국 속도전이야. 난 독수리들을 집중적으로 노릴 테니까 넌 다른 새들을 최대한 줄여.”

“알았어요. 오빠가 확실히 똑똑해졌네요. 인정해요.”

“조심해. 쉽지는 않을 테니까.”

송연지는 결국 은빛 독수리를 받아들였다.

“그럼 바로 시작하자.”

드디어 새 소탕 작전이 시작되었다.

* * *

200마리의 독수리가 목표 지역에 닿았다.

이미 수백 마리의 새들이 빛으로 사라진 지역이었다.

그곳에는 단 한 명의 인간이 서 있었다. 인간은 독수리들이 나타나자 곧바로 다리 밑으로 자리를 옮겼다.

인간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독수리들은 멀리 흩어졌다가 한순간 저공비행을 시작했다.

독수리들의 눈에 해머를 든 목표물이 정확히 보였다.

100마리씩 나뉜 독수리들은 양방향으로 인간을 노렸다.

피할 공간도 없이 빼곡하게 달려드는 독수리를 보며 인간은 웃고 있었다.

그리고 독수리들이 다리 밑으로 진입하는 순간, 그의 몸에서 엄청난 불길이 치솟았다.

불의 정수 특수 스킬–화염 파도

화르르!

불길은 성난 파도처럼 거세게 일어나더니 굉음을 내며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 열기는 강물을 태워 버릴 정도였고 다리를 지탱하던 철근마저 녹여 버렸다.

쿠구궁!

독수리들은 미처 피할 틈도 없이 불길에 휩싸였다.

“냄새 좋네.”

독수리들이 단숨에 전멸하는 순간이었다.

독수리들을 일거에 처리한 상엽은 추종자의 눈을 통해 은빛 독수리를 찾아냈다.

그리고 다리를 부수며 뛰어올랐다.

그런데 은빛 독수리는 도주하지 않고 날개를 활짝 펼쳤다.

순간 수백 개의 은빛 깃털이 단검처럼 상엽의 몸을 덮쳤다.

상엽은 유령 걸음으로 이를 피해 내고 지척에 있는 은빛 독수리의 머리에 해머를 꽂았다.

“어설프게 반격하면 이렇게 되는 거야.”

은빛 독수리가 빛으로 흩어지면서 주변은 고요해졌다. 하지만 이내 또 다른 새가 몰려들었다.

“하위 개체는 머리가 나쁘네.”

변종도 하위 개체는 인간을 보면 무조건 달려든다. 새들 역시 지능이 떨어지는 개체는 마찬가지였다.

상엽은 바닥에 내려서서 새들이 다가오길 기다렸다.

그러다 선두에 있는 새가 사정거리에 들어오자 스트라이크를 펼쳤다.

쾅! 화르르!

해머 끝에 모인 화염의 기운이 폭발과 함께 부채꼴 모양으로 정면을 덮쳤다.

그 한 방으로 5백 마리의 새가 잿더미로 변했다.

“좋아. 쓸 만해.”

상엽의 응용은 성공적이었다.

이제는 조절에 따라 원형이 아니라 원하는 방향으로 폭발을 만들 수 있었다.

다가오는 새를 단숨에 처리한 상엽은 더 이상 그곳에 머물지 않고 자리를 옮겼다.

‘더 빨리.’

그가 말했던 속도전이 펼쳐졌다.

한강을 중심으로 북부 지역의 은빛 독수리 다섯 마리가 사라졌다.

그리고 인간을 따르는 독수리 부대 하나가 5천 마리에 이르는 하위 개체를 유린했다.

새들의 대응이 달라진 것은 그때부터였다.

상엽이 나타난 지역의 새들은 공격이 아니라 도주를 택했다. 그러면서 하늘 높이 떠올라 상엽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망할. 너무 빠르잖아.”

적어도 열 마리는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상엽은, 지금 상황이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이제 사람들을 구해야 하나?”

개체수를 좀 더 줄이고 구출 작전을 시작할 생각이었는데, 더 이상 미루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새 대가리치곤 머리가 좋아.”

상엽은 미련을 버리고 돌아섰다.

두 시간 뒤.

불도저 한 대가 도로에 어지럽게 널려 있는 자동차를 밀어내며 아파트 단지로 진입했다.

그리고 한 명의 사람을 태워서 다시 도로로 나왔다.

새들은 그 광경을 모두 지켜봤다. 그러다 불도저가 속도를 높이자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리창을 철판으로 가린 불도저를 하위 개체가 뚫을 수는 없었다.

결국 독수리들이 나섰다.

독수리들은 불도저의 단단한 철판에 선명한 발톱 자국을 내더니 결국에는 천장을 뜯어내 버렸다.

그 순간, 운전석에 있던 사람이 헬멧을 벗었다.

“역시 새 대가리는 새 대가린가.”

운전석에 앉은 이는 상엽이었다. 그리고 조수석에는 송연지가 있었다.

새들은 앞 유리창을 가린 불도저를 어떻게 운전할 수 있는지를 따질 수 있는 지식이 없었다.

결국 상엽의 함정에 빠진 새들은 원치 않는 전투를 해야 했다.

화르르!

하늘을 향해 화염 기둥이 치솟았고 이를 피하는 순간, 상엽이 해머를 들고 나타났다.

“우리 집에서 꺼져.”

쾅!

상엽의 해머가 은빛 독수리의 머리를 때리는 순간, 사방으로 불꽃이 폭사되었다.

그 불꽃은 주변의 독수리를 모두 집어삼켰고 단숨에 독수리 부대를 전멸시켰다.

대장을 잃은 하위 개체들은 사방으로 흩어지며 도망가려 했다.

그 순간, 또 다른 독수리 부대가 나타났다.

끼아아!

은빛 독수리를 선두로 한 독수리 부대는 도망치는 새들을 유린했다.

모든 게 상엽의 계획대로였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그의 계획에 없던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붉은빛이었다.

워낙 빨라서 그렇게 보였다.

츠팟!

붉은 선은 교화가 된 은빛 독수리의 몸을 뚫고 지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에 붉은빛이 하늘에 머물렀다.

그것은 빛이 나는 붉은 깃털의 독수리였다.

독수리는 상엽을 보자 한껏 날개를 펼쳤다. 그 길이만 무려 20미터에 달했다.

“저 새끼가 대장이었군.”

최상위 개체.

상엽의 진짜 목표가 드디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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