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135화 (135/300)

# 135

스킬–화염 피부

피부가 불에 대한 내성을 지니게 된다.

하급 상점에 있는 스킬이었다. 시작이 1천 코인이라 10단계 완성까지 100만 코인이 조금 넘었다.

상엽은 이에 아낌없이 투자를 결정했다.

“아끼면 똥 되는 거야.”

그뿐만 아니라 화이트 상점의 정신 결계와 블랙 상점의 정신 제한까지 10단계로 완성했다.

정신 결계는 말 그대로 정신을 공략하는 힘을 막아 주었고, 정신 제한은 반대로 자신의 정신을 손쉽게 제한하는 스킬이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공포심을 자극하면 정신 결계는 이를 막아 주지만, 정신 제한은 스스로 공포심을 없애 버릴 수 있었다.

정신 제한은 꽤나 특이한 스킬로 공격을 받지 않더라도 자신의 감정을 제어할 수 있었다.

“너무 비인간적인 스킬이야.”

상엽은 그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전투에서만 활용할 생각이었다.

“어우. 시원하다.”

상엽은 불의 피가 쏟아지는 곳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에이씨.”

머리카락은 신체에서 생성된 것이라 불에 타지 않았지만 옷은 달랐다.

불이 붙은 옷은 금세 재가 되어 흩어졌다.

“뭐, 이거라도 입어야지.”

상엽은 테리아의 은총이 겉으로 드러나게 했다. 이는 아슬아슬하게 그의 몸과 허벅지를 가려 주었다.

그가 옷에 신경을 쓸 때, 어디선가 작은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순식간에 사방으로 번졌고 곧 그 정체가 드러났다.

“도마뱀?”

온몸이 불꽃으로 뒤덮인 도마뱀이었다. 숫자는 30마리였고 입 밖으로 드러난 긴 혓바닥에서 불덩이가 침처럼 떨어졌다.

“이 중에 진짜를 잡으면 신전이 열린다는 거지?”

상엽은 30마리의 도마뱀을 전부 확인했다.

“찾기는 개뿔. 어차피 전부 다 잡을 거야.”

아오나의 신전에서 경험이 있는 터라 모든 도마뱀을 잡을 생각이었다.

“코인이나 내놔.”

도마뱀들은 모두 코인을 가지고 있었기에 상엽은 지체 없이 공격을 시작했다.

“오히려 여기가 편하네.”

아오나의 신전에는 스킬 제한이 있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전부를 사용할 수 있었다.

상엽은 자신감을 얻고 전투를 시작했다.

신전은 시간의 흐름을 잊게 한다.

“500마리는 잡은 거 같은데.”

샐러맨더의 신전에 다른 생물체는 없었다. 크기가 다를 뿐, 50센티미터에서 3미터 사이의 도마뱀만 존재했다.

유령 군대를 소환해서 빠르게 도마뱀들을 정리하던 상엽은 묘한 도마뱀을 발견했다.

“어?”

코인이 없는 도마뱀이었다.

그런데 불을 뿜고 빠르게 도약하며 불덩이를 날리는 기술은 다른 녀석과 다를 바가 없었다.

“코인이 없는 놈은 잡기 싫은데.”

그래도 어쩔 수가 없었다.

“월급도 못 받고 일하는 거랑 뭐가 달라?”

상엽은 광기의 외침을 발동하며 빠르게 도마뱀을 처리하려 했다.

그런데 상엽이 다가가자 도마뱀은 지금까지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지더니 하늘에서 운석과 같은 불덩이를 떨어트렸다.

‘뭐야?’

놀란 상엽은 운석을 피해 최대한 빨리 뛰었다. 다행히 운석의 범위는 벗어났지만 충격파까지 피해 내진 못했다.

폭사하는 불덩이를 보면서 상엽은 눈을 부릅떴다.

‘유령 걸음.’

몸을 덮치는 기운에 맞춰서 유령 걸음을 사용하자 파동이 그를 통과해서 지나갔다.

“후우.”

바닥에 떨어진 운석은 주변을 불바다로 만들었고 갈라진 틈 사이에서 엄청난 숫자의 도마뱀이 튀어나왔다.

‘코인이 없는 그놈이 진짜구나.’

상엽이 잡아야 하는 목표가 명확해졌다. 하지만 이미 주변에서 사라진 뒤였다.

“좋아. 코인이 있는 놈들은 언제든 환영이니까.”

상엽은 서두르지 않고 운석을 알처럼 깨고 나온 도마뱀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사냥의 연속이었다.

세 번의 운석이 떨어졌고 천 마리가 넘는 도마뱀을 사냥했다.

“오케이. 세 번째.”

처음에는 운석에 당황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오히려 상엽은 운석을 기다렸다. 운석에서 마지막으로 나오는 5미터 도마뱀이 유산 조각을 주었기 때문이다.

화려한 불꽃이 악마의 형상으로 치솟는 문양이었다. 상엽은 그 문양이 마음에 들었다.

“이번 기회에 마법사가 되어 볼까?”

상엽은 오함마를 들고 마법을 쓰는 자신을 떠올렸다.

“별로 어울리진 않지만 뭐 어때?”

전투는 예상대로 아오나의 신전보다 훨씬 쉬웠다. 이는 정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화염 피부가 없었으면 죽었겠는데?”

도마뱀들이 뿜어낸 불덩이에 몇 번이나 직격을 당하고도 상엽은 목숨을 지킬 수 있었다.

워낙 강렬한 불이라 진한 고통이 느껴졌지만 정신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다.

본래 모든 생명체는 불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심을 가지고 있었다.

몸에 불이 붙으면 당황하는 것이 당연했고, 이는 분명한 약점이 되었다.

그런데 상엽은 아니었다.

이미 필요한 스킬을 10단계로 완성한 그는 불덩이에 고통을 느끼면서도 정신 제어를 통해 이성을 유지했다.

그리고 전투가 끝나면 정령의 정수를 통해 충분히 치료가 가능했고, 그것도 부족하면 휴식으로 몸을 회복했다.

“근데 저건 뭐야?”

상엽이 들어서자 화염 지대는 불바다로 변했다. 불의 비와 운석이 만들어 낸 불이 영원히 꺼지지 않을 것처럼 타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화염의 땅 중앙에는 작은 회오리가 있었다. 처음에는 기껏해야 1미터 정도 높이의 회오리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회오리가 커지고 있었다.

이젠 10미터까지 치솟았고 지름은 3미터로 늘어났다.

“유령아, 확인해 봐.”

-접근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너 몸이 왜 그러냐?”

추종자의 몸은 시간이 지날수록 흐릿해지고 있었다.

“회오리 때문입니다. 정신을 흩어 놓는 힘이 있습니다.”

“그래? 난 모르겠는데?”

정신 결계가 자동으로 이를 막아 주고 있었다. 10단계로 완성되면서 나타나는 현성이었다.

“이래서 정보가 중요해. 이건 거의 반칙 수준이잖아.”

준비 없이 들어왔다면 엄청난 고통을 겪었을 모든 요소들이 지금 상엽에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여길 나가면 상식이 형한테 큰 선물을 줘야겠어.”

상엽은 그렇게 생각하며 사냥을 계속했다.

사냥한 도마뱀의 숫자가 3천 마리를 넘어갔다.

운석은 다섯 개까지 떨어졌고 이젠 땅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다.

상엽은 허리까지 닿는 불 속을 자유롭게 걸어 다녔다.

도마뱀들은 높게 자란 풀을 이용하는 뱀처럼 불길을 이용했지만 이미 추종자가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추종자는 외부로 나타나는 걸 힘들어했다.

채 5분을 버티지 못했고, 상엽도 일정 수준의 공포심을 느끼고 있었다.

정신 제어를 통해 이를 제거하지 않으면 심장이 떨리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회오리가 너무 커지는데?”

상엽은 회오리가 단순히 공포를 자극하는 역할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모래시계인 건가?”

시간제한.

결국에는 회오리가 화염의 땅을 모두 잠식하게 될 것이다.

“확인부터 하자.”

상엽은 처음으로 회오리의 외부로 다가갔다.

엄청난 바람으로 인해 주변의 불길이 풀처럼 바닥에 누웠고 중심으로 빨려 들어가는 힘이 충돌하며 하늘 높이 불꽃이 치솟고 있었다.

불길은 실제로 하늘에 연결된 것처럼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아프네.”

바람은 문제가 아니었지만 회오리가 머금고 있는 불길은 화염 피부를 뚫을 정도의 열기였다.

“좋아. 일단 다 처리하고 보자.”

상엽은 진입을 포기하고 유령 전사들을 소환했다.

“최대한 빨리 정리한다.”

그때부터 남은 도마뱀을 소탕하는 작전이 시작되었다.

남은 도마뱀은 단 한 마리였다.

코인을 가지지 않은 유일한 도마뱀.

그런데 그 도마뱀이 마지막으로 도주한 곳은 중앙의 회오리였다.

상엽은 어쩔 수 없이 회오리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회오리는 이미 화염의 땅을 반이나 잠식한 상태였고 그만큼 강렬한 힘을 발휘했다.

“내 인생은 왜 이렇게 아프냐?”

결국 상엽은 아픔을 꾹 참으며 회오리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로 들어가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불길이 몰아쳤다.

상엽은 이를 악물며 고통을 참았고 한 발씩 안으로 전진했다.

고스트 실드에 고스트 체인까지 몸에 둘렀기에 그나마 버틸 수가 있었다.

그렇게 끝도 없을 것 같은 불길 속에서 상엽은 자신을 기다리는 도마뱀을 발견했다.

회오리의 중심이었다.

꽈배기처럼 솟아오르는 불길 아래에서 도마뱀은 상엽을 노려보고 있었다.

“눈 깔아.”

상엽은 지체 없이 도마뱀을 향해 해머를 휘둘렀다. 하지만 단번에 당할 만큼 만만한 녀석이 아니었다.

“이게…….”

도마뱀은 어이없게도 솟아오르는 화염 기둥으로 몸을 던졌다.

몸이 가벼운 녀석이 상승하는 기류를 타고 하늘 높이 달아나 버린 것이다.

“뭐 이런…….”

잠시 어이가 없어진 상엽이었지만 선택은 하나였다.

“무조건 잡는다.”

그도 상승하는 기류로 몸을 날렸다.

그의 몸이 불길에 밀려 하늘로 치솟았다. 모든 방어 수단을 동원했음에도 하체에서 강렬한 통증이 느껴졌다.

피부가 타는 느낌에 본능적인 공포가 들었다. 이 순간 상엽은 정신 제어로 공포심을 지웠다.

그리고 고스트 실드를 밟으며 몇 차례나 위로 뛰어올랐다.

“잡았다.”

드디어 도마뱀이 다시 눈에 보였다.

상엽이 해머를 휘두르려 하자 도마뱀이 크게 몸을 비틀며 입을 벌렸다.

“똑같은 짓에 안 당해.”

상엽은 이미 준비를 하고 있었고 도마뱀이 입을 벌리는 순간 고스트 체인을 날렸다.

체인은 정확히 도마뱀의 입으로 들어가 작은 몸을 꿰뚫어 버렸다.

드디어 도마뱀이 빛으로 흩어지자 불꽃 회오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상엽은 상승하던 탄력을 받아 잠시 공중에 떠오른 상태가 되었고 곧장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낙하는 이미 많이 경험한 터라 차분히 고스트 실드로 반동을 줄이고 고스트 체인을 바닥에 꽂은 그는 천천히 바닥에 내려섰다.

쿠쿵!

그 순간 화염의 땅 중앙이 지진이 난 듯 갈라지며 뭔가가 솟아올랐다.

“화려한 등장이네.”

붉은 대리석으로 된 신전이었다.

넓은 1층짜리 건물이었고 크기는 학교 운동장을 20개는 붙여 놓은 규모였다.

수백 개의 기둥에는 화려한 불꽃 모양이 정성스레 각인되어 있고, 신전으로 올라가는 열 개의 계단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기둥과 바닥에는 사각형의 타일을 붙여 놓은 것처럼 같은 간격으로 붉은 보석이 박혀 있어서 보고 있으면 어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신전의 중앙에는 밖에서도 볼 수 있을 법한 거대한 아궁이에 불꽃이 피어올랐다.

그리고 아궁이의 뒤에는 5미터 높이의 제단이 있었고, 그 뒤에 20미터 높이의 조각상이 있었다.

회오리로 된 하체에 창을 들고 서 있는 악귀의 형상이었다.

상엽은 불꽃 아궁이를 향해 걸어갔다.

계단을 밟고 거대한 기둥들을 지나 드디어 불꽃 항아리 앞에 섰다.

“손님 대접이 형편없네.”

상엽은 대뜸 해머를 휘둘렀다.

쩌엉!

그의 해머가 항아리를 때렸다. 순간 항아리에 진한 금이 가며 불꽃이 고통스러운 듯 하늘 높이 치솟았다.

“어떤 놈이든 빨리 나와. 한국 가서 냉면 먹을 거야.”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상엽의 머리 위로 치솟았던 불꽃이 수백 개의 불덩이가 되어 떨어졌다.

하지만 상엽은 빠르게 신전 밖으로 피했다가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쩌엉!

상엽은 보란 듯이 또 한 번 항아리를 때렸다. 이번에는 선명한 균열이 생겼고 일부가 깨지기도 했다.

다시 불덩이가 떨어졌지만 같은 과정을 반복하며 세 번째 타격음이 울렸다.

“초인종을 눌렀으면 대답이 있어야지!”

쾅!

결국 항아리가 깨지며 불꽃이 기름처럼 바닥에 쏟아졌다.

“어?”

그런데 깨진 항아리에 하나의 조각이 나타났다.

“유산 완성이네.”

다섯 개의 운석이 주었던 유산 조각의 마지막은 항아리에 있었다.

굳이 항아리를 깨지 않아도 신전을 통과하면 발견할 수 있지만 상엽은 전혀 다른 방법으로 이를 찾아냈다.

“뭐 힘쓴 보람이 있네.”

상엽이 마지막 유산 조각을 잡는 순간이었다.

화르르!

지금까지와 다른 강렬한 열기가 느껴지며 상엽의 얼굴 옆으로 불꽃 창이 스치고 지나갔다.

광성이 쓰던 불꽃 창과는 차원이 다른 기세였다.

“네가 대장이었냐?”

제단 뒤에 있던 거대한 악귀의 형상.

샐러맨더 신전의 마지막 가디언이 분노한 표정으로 상엽에게 다가갔다.

20미터의 불꽃 거인이 눈앞을 가득 채우며 다가오자 상엽은 다시 해머를 움켜쥐며 가슴을 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