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134화 (134/300)

# 134

상엽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중국 갓코인 전쟁에 관한 내용을 자세히 들었다.

그중에서도 유저 랭킹이 특이했다.

“광성이 사라졌다고?”

바로 어제 일어난 일이었다. 그런데 광성이 목록에서 지워져 있었다.

그리고 상엽의 순위는 42위에서 41위가 되었다.

‘1급 위험 지역에서 일어난 일이라 시카고 사람들만 알 텐데.’

그곳에서 랭킹을 운영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그들은 그럴 이유도 없을뿐더러, 여유조차 없었다.

“어떻게 생각해?”

박광신의 질문에 상엽은 쉽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만득이 아저씨도 있네.”

김만득의 순위는 37위였다. 랭킹이 사실이라면 아직 살아 있다는 뜻이었다.

“왠지 믿고 싶어지는데?”

“지금까지 지켜보면서 예상하는 건, 이것 갓코인 유저 랭킹이 아니라 갓코인 소모 랭킹 같아.”

“무슨 소리야?”

“상위 유저들은 그동안 소모한 코인이 워낙 커서 변동이 잘 없지만, 하위 유저들은 수시로 순위가 바뀌거든. 그걸 토대로 추측을 해 봤는데 코인으로 뭔가를 구입하면 순위가 올라. 반대로 아무리 많은 코인을 습득해도 쓰지 않으면 순위는 그대로거나 떨어져.”

박광신의 말이 사실이라면 한 가지 문제가 생긴다.

“설마 이 랭킹을 상점에서 운영한다는 거야?”

“그건 말이 안 돼. 블랙과 화이트, 그레이가 연합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니까.”

“그럼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박광신도 추측을 할 뿐이었다.

“아무래도 특별한 유산이 있거나, 특별한 집단이 있는 거겠지.”

아직은 아무도 그 정체를 알지 못했다. 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갓랭킹은 신뢰를 얻고 있었다.

“갓코인 소모 랭킹이면 변수가 많겠네.”

“그렇지. 스킬과 유산, 유물에 대해서는 적용이 되지 않을 테니까. 강화에 드는 코인을 계산하면 어느 정도 보완이 되긴 하겠지만.”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상엽은 랭킹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40명이라.’

상엽 위에 40명의 강자들이 있었다.

‘차이가 많이 나겠지?’

그 생각을 하며 랭킹을 보던 상엽은 한 사람의 이름에 시선을 멈췄다.

“강철수? 한국 사람이야?”

“북한 사람이야.”

랭킹 23위.

지금까지 드러난 적이 없는 인물이었다.

“북한에 상위권 유저가 꽤 있어. 현재 87위가 있고 100위권 유저만 5명이야.”

“한국은?”

상엽의 질문에 박광신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470위. 우리 길드장이야. 송연지가 685위, 그 외에는 1000위권 안이 아무도 없어.”

상엽이 빠지면 한국은 그야말로 풍전등화였다.

“동생, 신전에 들어가기 전에 잠깐 갓코인 치안대 좀 만나 줄 수 있을까?”

대한민국 대갓코인 특수 치안대.

이것이 정식 명칭이었고 일반적으로 갓코인 치안대라 불렀다.

“모두들 널 만나고 싶어 해. 그들이 성장하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될 거야. 그리고 외부적으로 동생이 치안대를 신경 쓴다는 이미지도 필요하고.”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었다. 상엽이 존재한다는 걸 알려야 감히 한국을 넘볼 수가 없었다.

“알았어. 일정만 잡아 줘. 난 동희 좀 만나고 올게.”

상엽도 그 부분을 알기에 거부하지 않았다.

* * *

“일단 최대한 모아 왔어.”

상엽은 아공간에서 다섯 개의 목각 통을 꺼내 동희에게 주었다.

“어?”

동희의 표정이 어느 때보다 밝아졌다.

“와! 이걸 정말 구해 온 거야?”

상엽이 모아 온 재료는 총 세 가지였다. 그런데 이건 1급 위험 지역에만 나오는 재료라서 다른 이들은 구할 수가 없었다.

동희는 아무도 가지지 못하는 재료를 얻게 된 셈이었다.

“헤헤. 이거면 더 좋은 걸로 만들 수 있겠다.”

동희는 그 말을 하며 곧바로 실험대 앞에 섰다. 상엽은 장난감을 처음 잡는 아이처럼 집중하는 동희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조심해서 놀아.”

집중한 동희는 뒤늦게 돌아서는 상엽을 보았다.

“이거 가지고 가.”

동희는 냉장고를 열어서 잘 정리된 음료 박스를 내밀었다.

손가락 크기의 유리관 100개가 꽂힌 박스였다.

“그리고 이건 해독제야. 그레이 상점 해독제보다 훨씬 좋은 거야.”

해독제는 크기가 좀 더 큰 유리관이었고 총 20병이 꽂혀 있었다.

“다음에는 더 좋은 걸로 줄게. 헤헤.”

동희는 다시 연구를 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알았어.”

상엽은 더 이상 강요하지 않고 설악산을 내려왔다.

* * *

특수 치안대가 한자리에 모였다.

처음 시작은 100명이었던 치안대가 최근에 보충 인력을 뽑으면서 200명으로 늘었다.

치안대장은 상엽이 이미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정석이 형. 오랜만이야.”

선두에서 거수경례를 하는 이는 가정석이었다. 예전 특수 부대의 대장으로 상엽과 작전을 함께하려다 포기한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 팀원들과 갓코인 치안대로 들어간 그는 눈에 띄는 성장을 했고, 결국 치안대에서 가장 강한 자가 되었다.

1년이 조금 넘는 기간을 감안했을 때, 그의 성장은 놀라울 정도였다.

그리고 가정석의 진짜 가치는 단순한 능력 상승이 아니었다.

그는 다양한 작전 구사가 가능했고, 대부분의 무기를 사용했다.

총을 비롯해 폭탄, 중화기까지 다루는 그는 치안대장임에도 현장에서 가장 많은 활약을 펼쳤다.

“형들, 누나들. 거창한 말은 별로 필요 없을 거 같아서 이벤트를 하나 준비했어요.”

상엽의 주변으로 친위대가 소환되었다.

“여기 친위대는 개개인이 1급 위험 지역의 약한 변종을 이길 정도의 실력이에요.”

유령 친위대의 모습에 200명의 치안대는 숨을 죽였다. 겉모습에서 느껴지는 위용만으로도 만만치 않다는 걸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령 전사를 소멸시키는 분은 제가 선물도 드릴게요.”

상엽은 유물 조각 다섯 개를 근처에 있는 단상에 늘어놓았다.

“자. 이제 여러분들이 어떤 세상에 들어왔는지 직접 느껴 보세요.”

상엽의 말이 끝나자 유령 전사들이 200명의 치안대를 향해 다가섰다.

‘죽이지 마.’

상엽은 속으로 이런 명령을 내렸다. 긴장감을 위해 겉으로는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친위대와 유령 친위대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치안대의 인원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전투 능력에서는 큰 차이가 있었다.

싸움이 시작되자 가장 선두로 나선 이는 가정석이었다.

“저 형은 대장이면 좀 쉬지.”

가정석은 선두에서 대원들을 이끌며 공격을 주도했다.

‘전부 블랙 유저가 됐구나.’

치안대는 사고 방지를 위해 블랙 유저로 통일을 했다. 이는 흑점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결정된 사항이었다.

그런데 이곳에 화이트 유저 한 명이 있었다.

“누나. 누가 괴롭히는 사람은 없지?”

“덕분에.”

강차연은 이제 국방부에 자리를 잡고 개인 수사 팀을 이끌고 있었다.

대부분 조사가 필요한 사건들로 김대진의 직속 권한으로 자유롭게 현장을 누볐다.

“네가 보기에는 어때?”

강차연은 상엽의 곁에서 치안대와 유령 전사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많이 부족해. 안타깝지만 저 실력으로는 먹잇감이 될 뿐이야.”

시간이 흘렀지만 누구도 유령 전사를 처리하지 못했다. 상엽의 명령이 없었다면 이미 수많은 사람이 죽었을 것이다.

가정석이 분전하고 있지만 그의 실력도 한계가 있었다.

“걱정이네.”

강차연은 특유의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지만 말투에는 많은 고민이 있었다.

“무슨 일 있어?”

“최근 북한 움직임이 수상해. 아직 확실하지는 않은데 갓코인 유저들이 간첩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거 같아.”

남북의 관계는 한국이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숙제였다.

‘강철수.’

상엽은 자신보다 높은 순위에 있는 이름을 떠올렸다.

“누나도 조심해.”

“그건 내 방식이 아니라서.”

둘은 오랜만에 서로를 보며 웃었다.

그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 전투는 막바지에 달하고 있었다.

부상당한 자들이 물러서면서 친위대의 활약이 더욱 두드러졌다.

“그만!”

상엽은 결국 전투를 중지시켰다.

친위대는 단 한 명도 소멸하지 않았고 치안대는 질렸다는 표정이었다.

“유령 전사들이 제대로 싸웠으면 여러분들은 전멸했어요. 살고 싶다면 강해지세요. 그 방법밖에 없어요.”

상엽이 해 줄 말은 이것뿐이었다.

치안대는 힘의 한계를 느껴 우울한 분위기에 빠졌다. 일반인을 보며 우쭐하던 마음도 깨끗하게 사라졌다. 그들은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었다.

“명심하세요.”

상엽은 그들에게 마지막 말을 했다.

“저도 더 강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 실력으로는 불안하거든요.”

그의 말에 치안대 전체가 침묵에 빠졌다.

그들의 눈에 상엽은 신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안하다고 했다.

“노력하세요. 저보다 더 노력해야 언젠가는 저 같은 놈을 상대로 이 나라를 지킬 수 있을 테니까.”

상엽은 듣기 좋은 말보다 그들에게 현실을 알려 주고 돌아섰다.

지켜보던 김대진과 박광신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 직접 나서지 않았다.

그들이 원하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나 너무 바쁜 거 같아.”

또 하나의 일정이 남아 있었다. 상엽은 치안대를 뒤로하고 서울역으로 갔다.

상엽이 워낙 유명해진 탓에 광장에서 만나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서울역 근처의 룸카페에서 만났다.

“형, 반가운데 티 좀 내 주면 안 돼?”

“저도 반갑습니다. 진심입니다.”

“어떻게 지냈어?”

“평소와 같았습니다.”

오상식은 별일 없었다는 듯이 대답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상엽이 사고를 치면서 브로커인 그도 위험을 느꼈다. 현재 상위권 유저들의 브로커들은 전부 같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 정도의 수준이 되면 더 이상 다른 유저를 관리할 수가 없었다.

한마디로 오상식은 상엽과 연락이 없는 기간 동안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꾸준히 정보를 모은 그는 상엽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제 이걸로는 강화를 할 수 없는 수준이라서.”

상엽은 자신이 가진 유물과 유산을 모두 보여 주었다.

오상식은 이미 상엽에게 사진을 받은 터라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샐러맨더의 신전에 대한 정보입니다. 이미 세 번이나 완성이 되었던 유물입니다.”

“꽤 많네.”

“그만큼 인기가 좋은 유물입니다. 그런데 성공한 자는 한 명뿐이었습니다. 첫 유저는 성공했지만 그 뒤에 도전한 두 명은 신전에서 소멸했습니다.”

오상식은 샐러맨더 신전의 난이도에 대해서 주의를 주었다.

“어떤 방식이야?”

“방식은 간단합니다. 화산 지대에 흩어진 도마뱀 형태의 샐러맨더를 잡으면 신전이 열리고 그곳에서 마지막 시험이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 시험에 대해서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한 정보가 없습니다. 다만 최근 알아낸 정보에 의하면 세 가지 스킬이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말은 쉽지만 오상식은 이를 알아내기 위해 이미 사망한 자들의 자료까지 조사했다.

그중에서는 목숨을 걸고 길드에 보관된 일기를 훔치는 일도 있었다.

불만을 가진 길드원을 포섭하고, 직접 숨어드는 수고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물론 이 부분도 상엽에겐 말하지 않고 결과만 알렸다.

“화염 피부라는 그레이 상점 스킬과 정신 결계라는 화이트 상점 스킬, 정신 제한이라는 블랙 상점 스킬입니다.”

“알았어. 얼마나 강화해야 할까?”

“화염 피부는 샐러맨더의 신전을 통과한 후에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나머지는 블랙 유저이시니 정신 제한 5단계 정도면 될 듯합니다.”

오상식조차도 상엽이 두 가지 상점을 모두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고마워.”

상엽은 모든 정보를 듣고 일을 마무리했다.

“신전에서 나오면 제일 먼저 찾아올게.”

“기다리겠습니다.”

“못 돌아오면 이건 전부 형이 가져.”

상엽의 농담에 오상식은 표정 변화 없이 대답했다.

“기다리겠습니다.”

같은 말이었지만 상엽은 그 반복이 싫지 않았다.

* * *

또 한 번 신전이 열렸다.

들어가는 과정은 아오나의 신전과 다르지 않았다.

빛의 고리가 형성되었고 상엽은 이를 통해 신전에 도착했다.

검은 흙으로 덮여 있는 화산 지대였다.

“아오나랑 친구인가?”

아오나 역시 비슷한 배경의 신전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가 달랐다.

용암이 고여 있는 대신 갈라진 땅에서 불규칙하게 화염이 치솟았다.

그리고 넓은 지역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무슨 지옥 같네.”

비는 물이 아니라 불이었다.

불의 비가 퍼붓고 있는 것이다.

“나도 화끈한 거 좋아해.”

상엽은 해머를 어깨에 걸치며 불의 땅으로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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