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132화 (132/300)

# 132

중국 갓코인 전쟁.

1천 개가 넘는 길드들이 참여한 최초의 갓코인 전쟁이었다.

원래부터 다툼이 잦았던 중국의 길드들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연합을 시작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중국의 민족적 특성이 있었다.

예전 중국의 역사가 말해주듯이 군웅할거의 시대가 되면 군주를 꿈꾸는 수많은 자들이 나타나게 된다.

거대한 연합을 형성하기보다는 서로 믿는 자들끼리 뭉쳐서 통일을 꿈꾸는 게 그들의 방식이었다.

이는 지극한 개인주의로 발전했고, 협동보다는 개인의 능력을 중시하는 사회풍조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사는 반복되고 있었다.

거대 연합을 꿈꾸는 자들이 어김없이 첫 번째 목표가 되면서 길드끼리의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 전쟁에서 이기는 자는 신이 된다.

공공연히 이런 말이 나왔다.

그리고 모든 자가 1등을 원하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는 중국에 속한 자들의 생각이었다.

외부에서 보는 시각은 조금 달랐다.

-이득을 취할 수 있는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다.

코인은 한 곳으로 흐르기도 하지만 때에 따라 허무하게 소멸하기도 한다.

그리고 전투가 치열해지면 유물을 모으기보다 흡수를 하는 성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코인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고, 그 발생한 코인을 통해 급격한 성장도 또한 가능하다.

이렇듯 두 가지 상반된 시선이 존재했지만, 결국 그것은 모두 하나의 전쟁에서 벌어지는 일! 목적이 다를 뿐, 같은 전장이라는 것은 동일했다.

그런 혼란 속에서 등장한 하나의 사이트가 큰 주목을 받았다.

-갓코인 유저 랭킹.

이미 유저 랭킹을 주제로 하는 수많은 가짜 사이트가 있었다.

그런데 새로 등장한 사이트는 단번에 큰 주목을 받았다.

그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건 바로, ‘신뢰도’였다.

이 사이트는 오직 유저에 대한 랭킹 정보만 올렸는데, 이 사이트만의 특별한 기능이 하나 추가되었다.

-유저 검색 기능.

모든 국가의 언어를 지원했고 이름을 입력하면 유저의 랭킹이 나왔다.

최하급 상점에 머물러 있는 사람까지 이름이 검색되는 바람에 그 신뢰도가 급상승한 것이다.

3만 7천 8백 2십 4명.

100코인 이상을 소비한 유저들의 숫자다.

이 랭킹은 매일 자정이 되면 바뀌었는데, 최하위에 있던 유저도 강화를 하면 다음날에 어김없이 랭킹이 올라갔다.

그런 내용의 간증이 인터넷과 지상파 방송을 타고 떠돌자 내용에 더욱 신빙성을 주었고, 며칠 지난 뒤엔 아예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랭킹이라는 뜻에서,

-갓 랭킹.

이라고 불렀다.

다만 갓 랭킹이 어떻게 계산이 되는지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고, 누구에 의해 운영되는 지도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의 정확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점점 더 사라져갔다.

동시에 이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되었다.

처음 파장이 된 것은 검색 기능이었는데, 이 기능으로 인해 갓코인 유저임을 속이고 활동하던 사람들의 정체가 드러났다. 그 탓에 사회 전반에 일반인과 갓코인 유저간의 대립 양상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결국 생존과 인류 존립이라는 규칙 안에서 해결이 되긴 했다.

두 번째 파장은 랭킹 그 자체였다.

랭킹이 드러난다는 것은- 실력자의 순위가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위 100위 안에 들어간, 중국, 서유럽, 러시아, 영국, 일본, 각 등지의 랭커들은 모두 자국에 편입되거나, 또 때론 그 감시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매일매일 변화하는 랭킹과 랭커의 급작스런 사라짐은 메인 뉴스에 크게 등장하기도 했다.

갓코인은 그렇게 더욱 빠르게 세상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중국 운남.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과 접경을 이룬 중국의 남쪽 지방이었다.

위치 특성상 다른 나라와의 문화 교류가 활발한 지역이다.

다만, 더위와 정글, 습한 날씨, 독충, 그리고 상당한 변종들로 인해 공권력의 질서체계는 많이 무너진 곳이기도 하다.

하나둘 사람들도 터전을 버리고 떠날 무렵 들어선 그룹이 하나 있었다.

사냥꾼 집단 페이롱.

그들은 운남 지역에 터를 잡더니, 차근히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남하. 순식간에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의 접경지역까지도 정리했다.

그리고 그날 그들은 자신들의 깃발을 올렸다.

-화이트 길드 페이롱.

페이롱은 운남지역 사람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인기 속에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 다른 지역의 유저들이 화이트와 블랙으로 나뉘어 패권 다툼을 할 때, 운남은 아예 다툼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 운남은 페이롱의 의견을 절대 존중한다.

운남성주의 발언이 그 촉발제가 되었다.

결국 운남에서는 블랙 유저가 살아남을 수 없는 분위기가 생성되었고, 페이롱은 화이트 유저들을 무작위로 흡수하며 엄청난 덩치로 성장했다.

“힘을 응집시키고 중앙으로 진출하는 게 좋겠죠.”

“그건 너무 늦지 않겠습니까? 이대로면 저희가 너무 뒤쳐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설피 나서다간 역풍을 맞겠죠.”

내부에서도 의견은 상당히 갈리는 상태였다.

그런 의견이 한데로 모인 것이 바로 그 갓 랭킹 때문이었다.

-길드장 광성 님의 순위가 떨어졌습니다.

사이트가 공개되었을 당시만 해도 광성의 순위는 32위였다.

그런데 현재는 3위가 하락해서 35위가 되었다.

“이런데도 참자는 말입니까?”

전쟁에 참여하지 않으면 점점 더 뒤쳐진다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페이롱은 광성의 힘이 절대적이다.

“아무래도 우리 또한 움직일 때가 된 것 같소.”

광성은 품에서 조각 하나를 꺼냈다.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됐다.

“샐러맨더의 신전 조각이군요.”

“그렇소.”

광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랭킹 따위 의미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걸 모으면 세 단계는 오를 거라 생각합니다.”

광성의 말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는 예전부터 페이롱이 원하던 조각이었다. 아주 오래 전, 이 조각을 손에 넣고, 모든 조직원들이 이 조각을 찾았고, 완성을 꿈꿨다.

“이번에 가진 자가 밝혀졌습니다.”

“들었소.”

광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 그 작은 나라의 세력도 별로 없는 솔로 플레이어. 대체 이 조각들을 어떻게 모은 걸까?

“재미있군.”

생각을 정리한 그는 곧장 회의장을 나섰다.

“유물을 완성해서 돌아오지.”

그의 목적은 하나였다.

-정상엽을 처리하고 샐래맨더의 신전 조각을 완성한다.

광성은 그렇게 시카고로 갔다.

* * *

로키는 또 한 명의 이방인을 그레이 상점으로 안내했다.

규칙에 따라 말없이 안내를 하는데 상대방이 먼저 질문을 했다.

“정상엽에 대해 알고 있나?”

로키의 걸음이 멈췄다.

“왜 그러시죠?”

“알고 있군.”

철컥. 철컥.

그들이 대화를 시작하자 주변에서 금속음이 들렸다.

“치워라.”

이방인이 손을 크게 저었다. 그러자 화염을 머금은 거대한 창이 주변을 크게 돌았다.

그 기세와 위력에 놀란 군인들이 자신도 모르게 방아쇠를 당겼고, 시카고가 총성에 휩싸였다.

이방인의 주변으로 서른 명의 갓코인 방어부대가 다가왔다.

“그만.”

데이비스가 이방인 앞으로 다가갔다.

“재미있는 녀석들이군.”

이반인은 몰려든 갓코인 유저를 보며 웃음을 보였다.

“더 이상 소란은 용서하지 않겠다.”

데이비스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에 이방인은 일단 불꽃창을 거두어들였다.

“너희들 모두 정상엽을 알고 있는 모양이군.”

이방인은 로키를 보며 말했다. 꼬마도 아는 사실을 방어부대가 모를 리가 없었다.

“상엽이 형은 왜?”

“형?”

이방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의 매서운 눈빛에도 로키는 용기를 내며 소리쳤다.

“너 따위가 우리 상엽이 형은 왜 찾느냐고!”

“로키!”

데이비스가 로키를 먼저 말렸다. 로키는 숨을 몰아쉬며 저항하려 했지만 결국 다른 갓코인 유저에 의해 뒤로 물러났다.

“정상엽이 여기 사람들과 꽤 친한 모양이군.”

“다 같은 이방인일 뿐이다.”

“그럼 내가 정상엽을 죽여도 끼어들지 않겠군.”

이방인은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강하다.’

데이비스는 그 힘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상엽과 비교해도 더 강하면 강했지 약한 느낌은 아니었다.

“도시 밖에서라면 어떤 일이 일어나도 관여하지 않는다.”

“그 말을 꼭 지켜야 할 것이다. 허튼 짓을 하면 이 도시를 날려버릴 테니.”

이방인의 말에 누구도 반박을 하지 않았지만 단 한 명은 아니었다.

“너 따위가! 상엽이 형을 이길 거 같아?”

“이 꼬마……, 입이 좀 과하군.”

이방인이 다시 손을 휘두르려 했다. 그러자 데이비스가 앞을 막으며 칼을 꺼냈다.

“도시 안에서는 안 된다고 했을 텐데.”

이방인과 데이비스가 서로를 노려봤다.

“귀찮은 녀석들이군. 처리하는 게 좋겠어.”

이방인은 마음을 먹은 듯했다. 그 때였다.

갑자기 이방인 앞에 흐릿한 형상의 유령이 나타났다. 유령은 곧 구름처럼 하나로 뭉치더니 상엽의 얼굴로 변했다.

“네가 광성이라는 놈이냐?”

“정상엽이군.”

이방인은 광성이었다.

“야. 도시에서 지랄하지 말고 나와.”

“상엽이 형!”

유령은 곧 고개를 돌려 로키를 보았다.

“야. 꼬맹이. 내가 강해지라고 했지? 힘이 없을 때는 그렇게 나서는 거 아니야. 알았어?”

“형......”

“네가 죽으면 그동안 지켰던 사람들도 다 죽는 거야. 넌 지금 아주 멍청한 짓을 한 거라고. 알아들어?”

“미안해요.”

“알면 앞으로 조심해.”

유령이 훈계를 끝냈을 때였다.

유령의 얼굴에 불꽃창이 꽂혔다. 광성이 그 순간을 기다려주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유령은 안개처럼 흩어졌다가 다시 모였다.

“성격이 참 지랄 같네. 너 밑에 있는 애들은 고생 좀 하겠어.”

“이 도시를 지키고 싶다면 어디 있는지 밝혀라.”

“멀지 않아.”

그 말이 끝났을 때, 어디선가 폭음이 들렸다. 광성은 자연스레 소리의 진원지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하얀 먼지가 피어올랐다.

“환영 폭죽이야. 만족해?”

광성은 상엽의 여유가 불쾌했다.

“죽기 직전에도 그렇게 떠들 수 있을까?”

“허세를 자신감으로 착각하는 놈들이 참 많아요. 닥치고 빨리 튀어와.”

유령은 그 말을 끝으로 흩어져서 보란 듯이 긴 선을 남기며 상엽에게 돌아갔다.

광성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유령이 떠난 방향을 따라갔다.

결국 그는 시카고에서 10킬로미터 떨어진 호숫가에서 상엽을 만났다.

“왔어?”

상엽은 친근한 말투로 대화를 시작했다.

깡마른 체구에 키가 크고 눈에 그늘이 질 만큼 깊이 박혀 있는 모습이었다.

페이롱 길드장 광성.

그는 더 이상의 피해를 두고 보지 않았다.

“난 네가 참 마음에 들어.”

“너 역시 훌륭하군.”

둘은 서로를 보며 만족했다.

“420만 코인. 길드장이니까 조각도 많겠지?”

“넌 몇 개나 가졌을지 궁금하군.”

“샐래맨더의 신전 마지막 조각도 있을 테고.”

“이긴 사람은 신전에 가겠군.”

상엽의 보유코인도 100만 코인을 넘었고 지금까지 습격을 하면서 모은 조각이 26개였다.

“이야……, 이거 무슨 도박하는 기분이네.”

서로 가진 것이 많다.

코인은 절반만 습득할 수 있지만 그 양도 만만치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 많은 조각을 가지고 있었다.

정작 그들은 정확한 계산을 할 수 없었지만, 실제로 서로에게 걸려 있는 코인은 2천만 코인에 육박했다.

상엽이 가진 유물의 가치만 500만 코인이 넘었고, 전수 유산인 이마오의 실도 있다.

광성은 전수유산이 없지만, 가진 유물 조각이 화려하다.

그 중에는 하나를 남겨 놓은 종류도 있다.

특히 샐러맨더의 신전 조각에, 가치를 환산할 수 없는 다른 유산조각까지 합치면 이번 싸움의 판돈은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 할만 했다.

이것이 강자들이 벌이는 싸움의 가치였다.

“서로 인사는 충분한 거 같은데?”

상엽이 손을 털며 말했다. 어차피 곧 서로의 코인을 노리고 싸워야 한다.

이는 갓코인 유저의 숙명과 같았다.

‘전부를 걸어야 돼.’

여유 있는 속마음과 달리 상엽은 상대를 인정했다.

그가 해머를 꺼내는 순간, 상대도 붉은 창을 꺼냈다.

3미터 길이의 창은 붉은 빛이 불꽃처럼 일렁이는 특징이 있었다.

‘6개의 완성된 유산.’

창과 투구, 갑옷, 신발, 장갑, 반지는 각자의 특징을 발휘할 것이다.

이는 상엽 역시 마찬가지였다.

광성도 싸움이 시작되기 직전, 상엽의 몸을 자세히 살폈다.

‘변수가 많은 녀석이다.’

그 역시 상엽을 얕보지 않았다.

모든 걸 건다는 생각은 둘 모두 동일했다.

챙!

광성이 먼저 창을 세웠다. 그러자 다섯 개의 창이 잔상으로 나타났다.

창끝이 다섯 개로 늘어나는 순간 상엽의 등 뒤로 유령 친위대가 소환되었다.

그리고 약속이나 한 것처럼 서로를 향해 뛰었다.

쾅! 챙!

그들은 서로 다른 스킬을 가졌지만 성향이 비슷했다.

직선 공격을 선호했고 파괴적인 공격을 펼쳤다. 이걸로 상대를 몰아붙여 무너트리는 스타일이었다.

그들의 첫 충돌은 주변의 환경을 완전히 파괴시켰다.

마치 어울리는 전장을 만들려는 것처럼 생명체가 모두 사라진 폐허가 형성되었다.

그들이 움직일 때마다 그 범위는 점점 더 넓어졌고 하늘까지 파편이 치솟았다.

채챙!

상엽의 해머와 창이 맞닿는 순간, 광성이 몸이 뒤로 밀렸다. 그런데 창의 잔상들이 상엽의 급소를 노렸다.

잔상은 허상이 아니었다.

실제의 힘을 가지고 있었고, 이로 인해 오히려 상엽이 상처를 입었다.

그렇다고 광성도 무사하진 못했다.

해머에 밀려난 힘으로 인해 온 몸의 근육에 충격이 퍼졌다.

겉으로는 상엽의 상처가 많지만 내부로는 광성의 충격이 쌓이는 형태였다.

그렇게 치열한 공방전이 계속되었다.

쾅!

2분쯤 시간이 흘렀을 때, 둘은 서로의 힘에 밀려 거리를 벌렸다. 잠시 뒤 광성이 먼저 다시 달려들려고 했다.

하지만 상엽은 뒤로 물러났다.

상엽이 물러나는 것은 처음이라 광성은 의심을 가지고 접근을 멈췄다.

“뭔가 이상하지 않아?”

광성은 그 말을 듣자 불안한 마음이 생겼다.

그 때였다.

크르르르!

갑자기 광성을 30마리의 늑대들이 둘러쌌다.

“1급 위험지역에 온 것을 환영해.”

상엽이 한 발 더 물러서자 늑대들이 광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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