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130화 (130/300)

# 130

지독한 게릴라전이었다.

끼앙!

은빛 여우는 상엽이 집요하게 해달만 노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막을 방법이 없었다.

물가에 있는 모든 변종이 습격 대상이라 가끔씩 코뿔소가 당하기도 했다.

유령 친위대까지 소환이 되는 터라 뜻밖의 큰 피해를 입은 적도 있었다.

물이라는 장소는 은빛 여우에게 결코 유리한 장소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물에서 멀어지면 상엽을 놓아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더 큰 문제는 게릴라전을 하는 와중에도 상엽이 성장한다는 점이었다.

상엽의 몸을 감싸던 푸른빛이 더욱 진해졌고 예전보다 더 넓은 범위로 뻗어 나왔다.

게릴라는 더욱 강해졌고 은빛 여우는 물가를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가에서는 상엽을 잡을 수 없다.

이를 인정할 때였다.

촤앗!

잔잔하던 호수의 물이 해일처럼 튀어 올라 거대한 장막을 만들었다.

물줄기는 호숫가에 있던 변종들을 덮쳤지만 이에 당할 만큼 약한 개체는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물줄기에 숨어 있던 상엽이었다.

그동안의 학습 효과로 인해 변종들은 해달의 근처를 집중적으로 경계했다.

그리고 해달은 재빨리 물에서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예상했던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은빛 여우는 그 점이 의심스러웠다.

그때, 엄청난 힘의 파동이 여우를 덮쳤다.

쾅!

은빛 여우는 본능적으로 파동을 피해 냈다. 그러자 여우가 있던 자리에서 불꽃이 치솟았다.

그리고 불꽃에 가려진 푸른빛이 여우를 쫓아왔다.

여우는 맞서지 않고 도주를 택했다. 그런데 갑자기 예상치 못한 공간이 생성되었다.

정육면체의 공간이었다. 푸른색 벽으로 막힌 공간이 여우의 도주를 막았다.

그리고 내부 공간이 귀곡성으로 가득 찼다.

망자의 손길 특수 스킬 통곡의 효과였다.

“자, 이제 끝장을 보자고.”

통곡은 일정 공간을 분리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그 안을 귀곡성으로 채웠다.

이는 망자의 손길이 5단계로 강화되면서 생긴 효과였고 현재는 8단계로 그 위력이 더욱 증가했다.

‘오래는 못 버티겠어.’

바깥에서 변종들이 벽을 뚫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워낙 강력한 변종들이라 1분을 버티기도 힘들 것으로 보였다.

“30초면 충분하지.”

상엽은 통곡의 벽에 갇힌 은빛 여우를 향해 뛰었다. 그런데 그 작은 움직임에 여우의 눈빛이 변했다.

“평소랑 다르지?”

상엽은 아껴 두었던 동희의 음료를 먹은 상태였다.

동희도 재료 부족으로 인해 3병밖에 만들지 못한 종류였다.

-지속 시간은 1분밖에 안 돼.

그가 상엽에게 여러 재료를 부탁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더 좋은 음료와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특별한 재료가 필수였다.

쾅!

지속 시간은 1분이지만 신체 능력의 증가는 1단계 상점을 훌쩍 뛰어넘었다.

‘15단계 정도 효과가 있어.’

근육의 힘과 유연성만 증가시키는 것이지만 그 증가 폭이 어마어마했다.

덕분에 상엽은 평소와 달리 단숨에 여우를 따라잡았다.

끼앙!

첫 공격을 피해 낸 여우는 감히 반격을 생각하지도 못하고 도주하기에 급급했다.

당연히 상엽의 추격은 더욱 거세졌고 둘 사이의 거리가 점점 더 좁혀졌다.

그렇게 드디어 여우는 등을 보이고도 상엽에게 해머가 닿는 거리를 허용하고 말았다.

“그동안 즐거웠어.”

상엽은 여우의 등을 향해 스트라이크를 시도했다.

순간, 여우의 몸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쾅!

상엽의 해머는 바닥을 찍었고, 폭발로 인해 주변이 모두 가려졌다.

그때, 상엽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도주를 하던 은빛 여우가 마지막 일격을 준비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도망은 전부 계산이 된 것이었다.

결국 은빛 여우의 발톱이 상엽의 등에 닿았다. 그런데 상엽의 반응이 이상했다.

“걸렸어.”

은빛 여우의 등으로 흐릿한 잔상이 접근했다.

쾅!

잔상은 여우의 등을 정확히 타격했다.

유령 잔상이 따라붙은 것이다.

그들은 서로의 행동을 예상했지만 은빛 여우는 유령 잔상을 알지 못했다.

은빛 여우의 몸이 충격에 튕겨져 나가며 바닥을 굴렀다.

하지만 상엽은 그 모습을 보고 혀를 찼다.

“쳇. 모자랐나?”

유령 잔상은 아직 10단계까지 강화가 되지 않았다. 아오나의 시너지를 통해 50퍼센트 이상의 위력이 나오지만 은빛 여우를 완전히 처리하진 못했다.

여우는 충격을 받는 순간 몸을 띄우며 허리가 완전히 끊어지는 것을 막은 것이다.

그러나 그 충격이 결코 적지는 않았다.

등이 눈에 보이게 굽어졌고 쓰러진 후로는 일어서질 못했다.

“그래 봐야 끝이야.”

상엽은 마지막 일격을 위해 은빛 여우를 향해 달려갔다.

그런데 여우의 몸에서 강렬한 은빛이 뿜어져 나왔다. 상엽은 위협을 느꼈지만 여우가 있던 자리를 기억하며 다시 한번 해머를 휘둘렀다.

쾅!

그의 해머가 바닥을 찍었다. 그런데 은빛 여우는 그 자리에 없었다.

은빛이 사라진 자리에 20마리의 환영이 나타난 것이다.

“친위대.”

상엽은 모든 여우의 곁에 친위대를 소환했다. 그러자 금세 진짜가 밝혀졌다.

단 한 마리만이 비틀거리며 도주를 하려 했기 때문이다.

상엽은 이를 보며 다시 몸을 날렸다. 그런데 추종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주인님!

주변의 소리를 집어삼키던 귀곡성이 사라졌다.

통곡의 벽이 무너진 것이다.

무너진 벽을 통해 코뿔소들이 돌진을 시작했고 상엽의 등으로 모든 변종들이 달려왔다.

-피하셔야 합니다!

추종자가 다시 한번 외쳤다.

‘잡는다.’

상엽은 포기하지 않았다. 비틀거리며 물러서는 여우가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최후의 스트라이크를 시전했다.

그의 몸이 안개로 흩어지고 빠르게 여우를 뒤따랐다. 그렇게 해머가 폭발을 일으켰다.

콰쾅!

폭발과 함께 찢어진 피부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상엽의 몸도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떠올랐다.

‘제길.’

해머는 여우에 닿지 못했다.

달려든 코뿔소의 머리에 닿은 것이다. 코뿔소는 그 자리에서 빛으로 흩어졌지만 상엽은 뒤따르는 코뿔소에 부딪치며 몸이 떠오르고 말았다.

상엽은 공중으로 떠오르는 상태에서 고개를 돌린 여우와 눈이 마주쳤다.

여우의 눈빛은 분노를 담고 있었지만 몹시 흔들리고 있었다. 공포를 느낀 듯했다.

-주인님!

상엽의 배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코뿔소의 뿔이 파고들어서 내장까지 찢어 버렸다.

단 한 방으로 죽음의 위기에 몰린 것이다.

“회생.”

다행히 상엽에겐 회복의 기회가 남아 있었다.

멀쩡해진 상엽은 공중에서 고스트 실드를 만들어 이를 밟고 호수로 뛰어들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비틀거리는 여우와 다시 눈이 마주쳤다.

안도감이 느껴졌다.

상엽은 그게 싫었다.

-주인님!

상엽은 추종자의 말을 무시하고 코뿔소의 돌진 사이에 있는 은빛 여우를 향해 다시 뛰었다.

“무조건 잡는다.”

뿔이 파고들던 느낌과 충격이 여전히 생생했다. 단 한 번의 충격에 목숨을 잃을 뻔한 것이다.

그럼에도 상엽은 포기하지 않았다.

코뿔소들이 빼곡하게 돌진하는 사이에 은빛 여우는 최대한 몸을 낮추고 있었다. 순간 상엽의 시야에서 은빛 여우가 사라졌다.

그 순간에도 상엽의 몸은 코뿔소들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주인님! 위험합니다!

추종자가 다시 외쳤다.

“그렇게 걱정되면 막아.”

은빛 여우가 숨어 있는 주변으로 친위대가 소환되었다. 그리고 상엽은 또 하나의 스킬을 사용했다.

‘광기.’

늑대 인간이 된 상엽은 바닥 대신 돌진하는 코뿔소의 등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친위대와 추종자는 세 겹의 벽을 만들어서 잠시나마 코뿔소의 돌진을 멈췄다.

그렇지만 찰나의 순간을 벌었을 뿐이었다.

몸으로 돌진을 막아 낸 친위대들이 일제히 소멸한 것이다.

시간이 부족했다.

돌진이 멈추며 숨어 있던 은빛 여우가 나타났지만 상엽이 다가갈 여유가 없었다.

여우도 이를 아는지 이빨을 드러내며 분노를 표했다.

다음을 기약하는 듯했다.

“지랄한다.”

어느새 인간으로 돌아온 상엽이 호수를 향해 뛰었다.

여우는 상엽이 포기한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 순간 상엽의 몸에서 열 줄기의 고스트 체인이 날아왔다.

그리고 당황한 은빛 여우의 몸을 감쌌다.

“다음은 없어.”

촤랏!

상엽의 몸이 드디어 호수로 떨어졌다. 그리고 체인에 묶인 여우도 함께 물속으로 들어갔다.

물속에 잠긴 여우는 힘을 쓸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벗어나려 발버둥을 치는 순간, 고스트 체인이 사라졌다.

여우는 급히 수면으로 떠올라 호수를 떠나려 했다. 하지만 그때, 물속에서부터 엄청난 기파가 몰려왔다.

쾅!

호수의 물이 하늘로 치솟았다. 그리고 곧 비처럼 쏟아지며 호수를 두드렸다.

그리고 그 빗줄기 사이에 회색빛이 떠올랐다.

그 빛은 곧 호수 위로 머리를 내민 상엽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

툭.

호수의 수면 위로 뭔가가 떨어졌다.

조각이 아니었다.

은빛을 머금은 완성된 유산이 물결을 타고 상엽에게 흘러가고 있었다.

* * *

유산–선지자의 속삭임

특수 스킬–교화

변종 한 마리를 교화해 자신의 편으로 만든다. 단, 교화한 변종이 소멸할 경우 강화 단계가 초기화된다.

총 10단계 강화가 가능한 문신 형태의 유산이었다.

강화에 따라 한 마리씩 그 숫자가 늘어나는 유산이었는데 묘한 제약이 있었다.

교화한 변종을 다시 풀어 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변종이 사망해도 다른 변종을 교화할 수 없었다.

예를 들어 5단계 강화로 다섯 마리를 교화했을 경우, 한 마리가 소멸되면 강화는 4단계로 떨어졌다.

네 마리 이상이 소멸하면 다시 1단계가 되는 것이다. 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코인을 소모해서 다시 강화를 해야 했다.

“영원히 한 마리만 쓰라는 건가?”

1단계에서 더 이상 하락하진 않기에 한 마리는 언제든 교화할 수 있었다.

“아니면 정말 강한 녀석을 쓰던가.”

결국 선택은 상엽의 몫이었다.

“잘만 이용하면 나쁘진 않겠어.”

은빛 여우가 그랬듯이 우두머리를 교화하게 되면 경우에 따라 수하들도 움직일 수 있었다.

이는 변종의 특성에 따라 다르지만 여러 가지 가능성을 가진 유산임에도 틀림이 없었다.

“좋아. 있어서 나쁠 거 없어.”

상엽은 그 정도로 만족하며 호숫가를 보았다.

은빛 여우가 사라지자 변종은 더 이상 이 지역에 머물지 않았다.

“유령아, 어디로 가는지 확인해.”

상엽이 시카고를 떠올리며 변종의 이동을 확인하려 했다. 그런데 추종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아…….”

그제야 상엽은 코뿔소를 선두에서 막아 내던 추종자의 모습을 떠올렸다.

24시간 동안은 그를 볼 수 없었고, 완전히 회복하려면 72시간이 필요했다.

“미안. 휴가라 생각하고 푹 쉬어.”

상엽의 사과에도 추종자는 대답이 없었다.

* * *

12월의 시카고는 많은 눈이 내렸다.

완연한 겨울이 되었을 때, 상엽은 망자의 손길 9단계, 유령 잔상을 8단계로 강화했다.

유령 잔상은 시작이 5만 코인으로 8단계에 이르자 무려 640만 코인을 잡아먹었다.

“정말…… 쓸모만 덜했어도 절대 올리고 싶지 않은 스킬이야.”

매번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사실 포기하긴 어려웠다.

게다가 8단계에 이르자, 유령 잔상은 거의 7할 수준의 위력을 내기 시작했다.

이는 변종을 속이는 데도 유용하지만, 무엇보다 가끔 있는 기습에서 상엽의 등을 든든하게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지금도 상엽은 2만 코인의 기린을 상대로 유령 잔상을 활용하고 있었다.

기린은 긴 목을 채찍처럼 활용하며 머리를 철퇴처럼 휘둘렀다.

상엽은 기린의 긴 다리 밑을 스트라이크로 통과했고, 기린이 몸을 돌리는 순간, 잔상이 그 자리를 타격했다.

기린은 그 한 방으로 중심을 잃었고, 상엽의 해머가 바닥으로 내려온 머리를 찍어 버렸다.

“후우……. 좀 쉬어야지?”

매번 목숨을 건 실전을 겪다 보니 확실히 피로도가 쌓이긴 한다.

무엇보다 오늘 저녁은 마음에 둔 사냥감이 있다.

“그놈들 상대하기가 쉽지 않단 말이야.”

저녁에는 오랫동안 작업을 해 왔던 두더지들을 습격할 생각이었다.

200마리의 두더지 무리들은 워낙 빠른데다, 도주로 파악이 어려워서 잡기가 힘들었다.

‘특이 변종이 있었단 말이야.’

상엽은 이제 코인뿐만 아니라 유물과 유산 조각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하나를 획득하긴 했지만, 그 하나로 인해 궁금증이 더 커지고 있었다.

-저도 처음 보는 조각이에요. 감정을 하려면 직접 봐야 할 거 같아요.

기억 전달을 통해 상엽은 늑대에게서 획득한 조각을 송연지에게 보여 주었다.

그런데 송연지조차도 조각이 뭔지 알아보지 못했다.

“엄청 특이한 것 같긴 한데 말이야…….”

아무도 이곳에서 제대로 사냥을 하지 못했다. 당연히 이곳에서 나온 조각도 사람 손에 들어간 일이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럼 저녁까지 좀 쉬자.”

목표 시간까지는 2시간 정도가 남았다. 상엽은 피로한 몸을 달래기 위해 호수로 돌아갔다.

“응?”

호수가 얼마 남지 않은 지점이었다.

“역시 주기적으로 주변 정리를 하는군.”

시카고의 방어 부대였다.

3명으로 이뤄진 갓코인 유저 팀이 설원을 조심스럽게 걷고 있었다.

그들 또한 전투를 꽤 치렀는지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역시 실력도 있고.”

상엽은 추종자를 이용해 그들의 얼굴을 확인했다.

“싸가지는 없고.”

회의실에서 자신을 가장 먼저 비난했던 날카로운 인상의 20대 후반이었다.

그래도 실력은 있는지 선두에서 일행들을 이끌고 있었다. 한참 그들을 지켜보고 있을 때, 상엽의 눈에 새로운 것 하나가 들었다.

“응? 저건…… 위험한데.”

아주 작은 움직임.

분명히 두더지였다. 몇 번이고 저 움직임을 포착하고 사냥을 해 봤기에 알 수 있는 움직임이었다.

상엽은 저들이 두더지를 알아채지 못하면 나서기 위해 준비를 했다.

썩 내키진 않지만, 그래도 죽게 놔둘 수는 없다.

설원에서의 두더지는 땅을 파는 것보다 더 빠르게 움직인다. 거기다 무릎 위까지 푹푹 파이는 눈은, 인간에겐 족쇄 역할도 하기에 더 상대하기 어렵다.

“음. 역시 보통은 아니야.”

그래서 나서려는데, 그들도 늦지 않게 두더지의 접근을 확인한 모양이다.

그들은 준비를 시작했고, 곧 전투도 시작되었다.

상엽은 그 장면을 보고 돌아서려 했다. 두더지는 두 마리 정도였고 그들이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두더지에 정면으로 맞서는 그들의 뒤로 뭔가가 접근하기 시작한 것이다.

‘원숭이.’

주변의 앙상한 나무 위에 돌을 쥔 원숭이 다섯 마리가 나타났다.

‘표범까지.’

그 아래는 몸을 웅크린 표범까지 있었다.

상엽도 추종자가 아니었다면 발견할 수 없을 만큼 조심스러운 움직임이었다.

‘여기 변종들은 확실히 특이해.’

1급 위험 지역의 변종들은 사냥을 위해 서로 협력하는 걸 당연하게 실행하고 있었다.

그래서 여러 변종과 한꺼번에 맞서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되면 약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서로 보완하는 형태가 되는 것이다. 그럼 상대하는 것이 배는 어려워진다.

촷!

드디어 그들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신경질적인 인상의 사내가 튀어 오르는 두더지의 배에 칼을 꽂았다.

그게 시작이었다.

갑자기 등 뒤에 있던 원숭이가 돌을 던졌고, 총알처럼 날아가 후방에 있던 30대 중반 사내의 등을 노렸다.

사내는 재빨리 몸을 움직여 이를 피했다.

그 순간, 원숭이들이 한꺼번에 튀어 오르며 그들을 노리고 달려들기 시작했다.

사내 셋에게도 조금 당황하는 기색이 느껴졌지만, 실전 경험도 풍부한 듯 곧 체제를 정비했다.

세 명은 팀을 두 개로 분리했다.

한 명이 두더지를 상대하고 두 명이 원숭이를 상대하는 포메이션 형태로 바꾼 것이다. 하지만 곧 그것도 쉽지 않은 상황임을 깨달았다.

저 멀리에서부터 파동과 함께 변종들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후퇴한다!”

그들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호수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그 순간 표범들이 눈보라를 일으키며 달려 나왔다. 강만 넘으면 어떻게든 버티련만, 강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표범 두 마리가 그들 앞을 막아섰다.

잠깐의 대치 동안 두더지의 숫자가 10마리로 늘어났고, 그 옆으로는 원숭이들도 바윗덩어리를 들고 다가오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지?”

“어차피 승산은 없잖아…….”

“그럼?”

“미끼가 되는 것도 웃기니까…… 그냥 한꺼번에 도망가자. 한 놈이라도 살아야지.”

셋은 표범 방향으로 도주하는 것을 택했다. 하지만 그들 또한 알고 있었다. 표범을 피하는 것도 무리고, 설사 강에 들어가도 원숭이의 공격에서 자유롭긴 어렵다는 것을.

그때, 누군가 표범 뒤에서 나타났다.

“도와줄까?”

상엽이었다.

이를 본 세 명의 표정이 밝아졌고, 표범은 깜짝 놀라 뒷걸음질 쳤다.

“뭐 그렇게 좋아하진 마. 도와줄지 말지를 아직 좀 판단하기 어려워서 말이야.”

상엽은 그렇게 말하면서 선두에 있는 사내를 가리켰다.

“일단 네가 진심이 느껴지게 살려 달라고 해 봐.”

지적을 받은 사내의 표정이 굳었다.

“왜? 그냥 죽을래? 뭐…… 자존심 지키다가 죽는 것도 괜찮지. 그럼 난 간다?”

상엽이 돌아서자 사내가 다급히 외쳤다.

“살려 주십시오!”

“사과는?”

“잘못했습니다!”

그는 팀을 위해서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이에 돌아서던 상엽이 다시 그들을 보았다.

“그 두 가지 말, 잊지 마. 다음번엔 내가 이놈들의 모습으로 나타날지 모르거든.”

상엽은 사내를 보고 웃어 준 뒤에야 해머를 들고 표범을 향해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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