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123화 (123/300)

# 123

그들은 숫자를 믿었다. 한 번의 타격으로 큰 피해를 입었지만 바다에 빠진 자들이 합류를 시작했고, 상엽을 향한 포위망이 형성되었다.

게다가 데스문 길드는 아직 바다를 완전히 건너오지 못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상엽은 혼자가 아니었다.

팟!

날카로운 뼈칼이 한 명의 목을 베어 냈다.

-주인님. 위험합니다.

유령추종자였다.

10단계 유령추종자는 완벽한 물리력을 발휘했다. 사람의 인체를 가르는 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곳에 나타난 유령만큼은 아니었다.

10명의 유령전사들이었다.

상엽은 새로 획득한 유산을 전부 5단계까지 강화했고 그 결과로 유령전사들 15명이 소환되었다.

15명의 유령전사는 나타나는 순간부터 적을 향해 거친 공격을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카케루가 전투에 합류했다.

그동안 울분이 쌓였던 카케루는 모든 힘을 쏟아 내며 살육을 시작했다.

총 책임자 테츠는 이미 상엽의 손에 사망했고, 그 뒤를 이을 책임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상엽은 집요하게 명령을 내리는 자들을 추격했다.

결국 다섯 번째로 책임을 넘겨받은 자가 모두를 향해 외쳤다.

“후퇴한다!”

공포에 질린 명령에 결국 화이트 유저들이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어딜.”

다시 인간으로 돌아온 상엽이 등을 보이는 자들을 추격했다.

바다를 건너온 데스문의 길드원 역시 마찬가지였고, 결국 전투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화이트 길드의 사망자만 700명.

데스문의 사망자는 2명으로 기록된 전투였다.

그중에서 상엽이 처리한 인원만 600명에 달했다.

후쿠오카 외곽의 료사기리 지부.

남쪽 해안에서의 대규모 패배 이후, 료사기리의 길드원들은 첫 번째 집결지로 후쿠오카를 결정했다.

모두 흩어진 터라 전부 모이는 데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했고, 본부로 돌아갈 채비를 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게 겨우 50명 정도가 집결했을 때였다.

콰쾅!

엄청난 폭발이 건물 전체를 휩쓸었다.

전투요원이 아닌 자들은 그 자리에서 빛으로 흩어졌고, 그나마 살아남은 자들도 정상이 아니었다.

쾅!

“싸움을 시작했으면 끝장을 봐야지.”

폭발은 죽음을 의미했다.

거대한 해머와 푸른빛의 칼날은 일말의 자비도 없었다.

“어떻게…….”

힘을 채 정비하기도 전이었다. 사신처럼 따라붙은 상엽은 료사기리의 지부를 완전히 무너트렸다.

생존자는 단 3명.

그나마 운이 좋은 자들이었다.

하지만 그 운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흑점 길드가 일본 전투에 합류하고 데스문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요다는 제일 먼저 화이트 길드 편에 섰던 정치인들과 담판을 지었다.

그사이에 강청과 카케루는 화이트 길드 소탕에 나섰다.

그들은 자신들이 당했던 것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실력이 떨어지는 화이트 길드부터 정리를 시작한 것이다.

반면 상엽은 별동대가 되어 따로 움직였다.

그는 최고의 화이트 길드였던 료사기리를 집중적으로 노렸다.

“피래미들은 빠져.”

쾅!

상엽의 위용은 패잔병들이 감당할 수준이 아니었다.

지난 전투에서 획득한 코인과 유물을 전부 흡수하면서 상엽은 망자의 손길을 10단계로 완성했다.

이는 상대방에게 악몽이 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아오나의 스킬들은 일제히 시너지를 발휘했고 상엽의 유령 친위대도 개개인이 강력한 전사가 되었다.

-주인님.

특히 추종자의 성장은 놀라웠다.

상엽의 추종자는 10단계가 되면서 거리에 대한 제약이 완전히 사라졌다.

명령을 받고 어디든 갈 수 있게 되었고 영혼이 연결되어 정보를 전송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전사들만큼은 아니지만 전투력도 증가해서 이젠 그저 도와주는 수준을 넘어섰다.

-찾았습니다.

추종자가 먼저 수색을 하고 상엽이 도착하는 방식이었다.

“전부 박살 내!”

상엽은 팀을 이뤄 도주하는 화이트 유저들을 단번에 소멸시켰다.

“악마…….”

“지랄한다. 너희들이 블랙 유저 죽일 때는 천사고 내가 죽이면 악마냐?”

쾅!

상엽은 그들의 비난을 인정하지 않았다.

후쿠오카를 시작으로 히로시마, 오카야마, 고배까지 상엽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며 료사기리와 관련된 모든 것을 파괴했다.

그리고 일본의 역사도시 교토를 공략할 때였다.

료사기리의 길드장과 정예가 상엽을 기다리고 있었다.

길드장은 5단계 나머지는 4단계에 들어선 유저들이었다.

“전 길드장님의 복수다!”

그들은 투지를 끓어 올리며 반격을 택했다. 게다가 여러 가지 함정도 준비했다.

제일 먼저 상엽의 정신을 공격하는 팀을 구성했다.

단시간 눈을 멀게 하는 스킬부터 환각을 보는 스킬, 환청을 듣고 잡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스킬까지 있었다.

처음 그 범위 안에 들어갔을 때, 상엽은 작은 어지럼증을 느꼈다.

‘광기.’

정신 공격을 인지한 상엽은 드바란의 투구를 발동하고 늑대인간으로 변했다.

정신 공격에 엄청난 내성을 가진 투구 덕분에 함정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다음은 멀리서 대기 중인 저격조였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추종자에 의해 위치가 발각되었고 다섯 명의 전사와 전투가 벌어졌다.

“그물을 치려면 어떤 고기인지 감안을 해야지.”

쾅!

상엽의 등장과 함께 저격조는 힘없이 쓰러졌다.

이제 남은 건 정예 전사들이었다. 그나마 상엽을 잡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이길 수 있다.”

그들은 상엽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성장했다 해도 한계가 있다. 침착하게 대응하라.”

길드장을 중심으로 열 명이 일렬로 늘어선 진형을 갖췄다. 포위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나름 똑똑한데?’

상엽의 폭발은 원형으로 퍼져 나간다. 포위망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었다.

“안녕. 패잔병들.”

상엽은 당당히 그들 앞에 내려섰다.

“치사하게 코인을 다 써 버렸네.”

그들이 가진 코인은 모두 1천 코인 이하였다.

“유물 조각까지 소모한 건 아니지?”

상엽의 질문에 료사기리 길드장의 표정이 굳었다.

“쳐라!”

그는 상엽의 도발에 분노했고 곧바로 싸움이 시작되었다.

“기세는 좋은데 똑똑하진 않네.”

상엽의 몸이 길드장을 향해 곧바로 돌진했다. 이미 정보가 있는 터라 길드장은 몸을 피했다.

그런데 상엽의 몸이 투명해졌다.

유령걸음.

길드장은 피했다고 확신했다. 직선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스트라이크는 직선이동이라는 약점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상엽의 성장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팔각대시.

스트라이크가 중단되고 팔각대시가 시전되었다. 투명했던 몸이 길드장을 뒤따랐고 곧 상엽의 몸에서 수십 개의 빛줄기가 폭사되었다.

길드장은 이를 악물며 자신의 특기인 검술을 펼쳤다.

수십 개의 칼날이 그의 정면에 벽처럼 생성되었다.

채챙!

폭사된 푸른 불꽃이 검에 막혀 돌아왔다.

첫 공격을 막아 내자 그의 수하들이 상엽의 등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워낙 필사적이라 상엽도 우습게 볼 수는 없었다.

“친위대.”

쿠쿵!

상엽의 주변에 열 명의 친위대가 소환되었다. 그리고 이들은 길드장의 수하들과 전투를 벌였다.

“자. 이제 다시 혼자인 거 같은데.”

“혼자 죽진 않는다.”

“아니. 혼자 죽을 거야.”

망자의 손길이 다시 한 번 그를 덮쳤다. 이번에도 길드장은 같은 방식으로 이를 막아 냈다.

그 순간 상엽이 스트라이크로 그를 덮쳤다.

그런데 길드장은 이 순간을 기다렸다. 오히려 상엽을 향해 달려든 것이다.

칼을 세운 그의 의지는 분명했다.

‘같이 죽는다.’

해머에 머리가 터지기 전에 상엽의 목을 꿰뚫을 생각이었다.

함께 죽으려는 자의 의지는 상엽을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계산착오가 있었다.

‘고스트 실드.’

상엽 앞에 고스트 실드가 형성되며 다가오는 칼날을 막았다.

‘고스트 체인.’

그리고 한 줄기로 뭉친 고스트 체인이 길드장을 덮쳤다.

“큭!”

길드장은 그나마 최소한의 상처로 고스트 체인을 피해 냈다.

하나로 뭉친 고스트 체인은 닫힌 성문을 깨트리는 거대한 추 같은 느낌이었다.

그 묵직한 위용은 감히 맞설 수가 없었다.

‘잡는다!’

길드장은 이를 악물었다. 깨진 고스트 실드의 파편 사이에 상엽의 잔상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검을 움켜쥘 때,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아저씨. 여기야.”

“어느새…….”

스무 줄기의 푸른빛이 이미 그의 급소 앞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길드장은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5단계의 화이트 유저.

완성된 전투스킬만 3가지에 방어스킬도 2가지였다. 하지만 상엽 앞에서 이는 전부 무용지물이었다.

‘차원이 다르다.’

상엽의 성장은 단순히 강화단계가 높아진 게 아니었다.

“내가 좀 많이 강해졌어.”

상엽 스스로도 인정할 만큼 많은 변화가 있었다.

“아오나가 많이 가르쳐 줬거든.”

신전에서 그는 끝도 없는 사투를 벌이며 수많은 경험을 쌓았다.

그것은 본능을 갈고닦는 일이었고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가장 적절한 방식을 찾는 훈련과 같았다.

반대로 사냥할 수 있는 상대를 가장 효율적으로 잡는 훈련도 병행되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아오나였다.

아오나는 상엽이 가진 스킬을 어떻게 응용하는 게 위력적인지 직접 보여 주었다.

스킬의 주인이 직접 시전을 해 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상엽은 이를 목숨을 담보로 배웠다.

그 경험은 결코 강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유령아. 처리해.”

푸른 불꽃이 길드장의 급소를 찌르고 들어갔다. 그리고 추종자가 길드장의 몸을 잠식했다.

강화된 추종자는 죽어 가는 짧은 순간에도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빼냈다.

“좋아. 뒤처리도 깔끔하게 해야지.”

상엽은 여전히 유령전사와 전투를 벌이는 잔당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길드장의 기억에는 료사기리의 모든 것이 있었다. 상엽이 원하던 정보도 그것이었다.

이 작전은 흑점, 데스문과 함께 펼쳤다.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상엽에 의해 정예들이 모두 사라졌기에 의미만큼 큰 저항은 없었다.

결국 동시다발적인 공격에 료사기리는 하루 만에 전멸하고 말았다.

“이제 약속은 지킨 걸로 해 줘.”

상엽과 카케루는 오카사의 식스헤븐에 있었다.

아이리가 웃으며 술과 안주를 내왔고 카케루가 먼저 술잔을 들며 옆을 보았다.

“요다. 어때?”

요다는 내려간 안경을 올려 쓰더니 상엽을 보았다.

“이쯤으로 봐드리죠.”

“너 화가 많이 났구나.”

“이제 좀 풀리는 중입니다.”

요다는 솔직했다.

“크큭! 이건 내가 사과하지. 자네는 약속 이상을 해 줬어.”

솔직한 건 카케루도 마찬가지였다.

“뭐 약속을 어긴 건 사실이니까. 어쨌든 이제 전부 결제한 거야. 뒤에 딴소리 하지 마.”

“자네 앞에서 딴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많아. 지금 떠오르는 사람만 해도 몇 명 돼. 광신이 형, 군인 아저씨, 산신령 담비, 가연수도 있고.”

상엽은 지인들의 이름을 나열했다.

“그리고 저기 요다도 있잖아.”

상엽의 지적에 요다는 시선을 돌리며 다른 테이블에 앉았다.

“이제 남은 벌레들은 내가 전부 몰아내지.”

“그런 건 알아서 해.”

상엽은 약속을 지켰을 뿐, 일본을 누가 장악하든 관심이 없었다.

“죽지만 마.”

이게 솔직한 그의 생각이었다.

“박광신의 생각은 다를 텐데.”

“그만.”

상엽은 한 가지를 확실히 했다.

“광신이 형 문제는 직접 해결해. 거기에 끼어드는 게 신전을 통과하는 것보다 힘들거든.”

“크큭! 사실 나도 요다에게 시킬 생각이다.”

“훌륭한 결정이야.”

둘은 웃으며 술잔을 들었다.

친구와 동료 사이의 애매한 관계지만 서로를 이해하기에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건가? 한국에는 적수가 없을 테고, 일본에서도 할 일이 끝났는데.”

카케루는 그 점이 가장 궁금했다.

“이렇게 강한 남자는 어떤 목표가 있을지 궁금하거든.”

그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아이리가 테이블로 다가왔다.

“일단 오늘은 아이리랑 있을 거야. 일종의 휴가지.”

“가장 훌륭한 계획이야. 인정해.”

카케루는 더 이상 대답을 강요하지 않았다. 실제로 상엽은 이 부분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위험한 곳만 가지 마세요.”

아이리는 참지 못하고 속마음을 내비치고 말았다.

“일부러 가는 거 아니야.”

“일부러 가시잖아요.”

아이리의 단호한 지적에 상엽은 자신을 다시 한 번 되돌아봤다.

“하긴 그러네.”

“몸도 좀 살피세요.”

아이리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그렇게 말할 때였다.

상엽의 핸드폰으로 메시지가 도착했다.

-오명진 소재 파악.

박광신이 보낸 문자였다. 이를 본 상엽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일으켰다.

“가야 할 곳이 생겼는데?”

상엽은 술잔을 놓고 식스헤븐을 나섰다. 그의 뒤로 아이리의 아쉬운 눈빛이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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