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116화 (116/300)

# 116

-특별한 건 없었어. 그냥 함만철은 오명진에게 두 명의 여자를 받는 조건으로 시체를 바꿔치기 해준 거야. 이 녀석 스킬 중에 시체의 모습을 바꾸는 스킬이 있었어.

변태 도깨비 함만철이 남긴 정보는 이것뿐이었다. 동희가 이마오의 실로 그를 세뇌해서 알아낸 정보였다.

삑. 삑.

핸드폰의 요란한 소리만 없었다면 달콤한 휴식이었을 것이다.

“음.”

“괜찮아. 더 자.”

상엽은 품에 안겨 잠든 마루나를 달래고 핸드폰을 들었다.

“형. 무슨 일이야?”

-방송 확인해. 꼭 알아야 할 거 같아서.

“방송?”

전화를 건 이는 박광신이었다. 그가 필요하다고 하면 그럴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며 상엽은 박광신이 보낸 인터넷 주소를 통해 뉴스를 보았다.

“이게 뭐야?”

영국에서 방영되는 특집 보도였다.

-지금껏 베일에 가려져 있던 변종 사냥꾼들의 진실이 밝혀졌습니다. 그들은 스스로를 변종 사냥꾼이 아닌 갓코인 유저로 부르고 있었으며, 이 갓코인이라는 것이 모든 사건의 핵심이었습니다.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다.

-갓코인. 신의 능력을 살 수 있는 코인. 지금부터 그 진실을 밝혀 드립니다.

박광신이 뉴스를 보라고 한 이유가 있었다.

“응?”

자료 화면으로 특집 보도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그 화면에는 상엽의 모습이 나타났다.

“이것들이 엄연히 초상권이 있는데.”

그가 벨기에 시내에서 전투를 벌이는 장면이었다. 항상 전장의 중심에 있던 상엽에게는 낯선 시선이었다.

“내가 저렇게 멋있었나?”

“음. 무슨 일이에요?”

“깼어?”

마루나는 상엽의 품에 안긴 채로 핸드폰의 화면을 함께 보았다.

“이거 소장님이에요?”

“응.”

“멋있네요.”

마루나의 말대로였다.

상엽조차도 그 자료화면이 마치 그래픽이 잔뜩 들어간 영화처럼 보였다.

바람처럼 움직이는 한 사람에 의해 폭발이 일어나고 건물이 무너졌다.

하늘에서는 거대한 해머가 나타나고, 그 중심에 선 남자가 수십 가지의 스킬들이 빗발치는 전장을 누볐다.

“아씨. 웬 모자이크야?”

상대를 처리하는 장면은 모자이크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게 뭐예요? 진짜 영화라도 찍은 거예요?”

“아니. 뉴스.”

“네?”

마루나는 동공이 커지며 정신을 차렸다.

“무슨 일인데요?”

“갓코인 유저의 진실을 밝힌데. 그런데 첫 화면으로 내가 나왔어.”

“이거 큰일 난 거 아니에요?”

“큰일이긴 한데 어차피 일어날 일이었잖아. 최근에 사건도 많았고, 갓코인 유저도 많아졌을 테니까.”

상엽이 원하던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당장 대책을 세워서 막을 일도 아니었다.

-이 장면은 벨기에에서 일어난 사건의 영상입니다. 보시다시피 인간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 전쟁을 방불케 하는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아나운서의 또렷한 말투가 화면에 덧붙여졌다. 그리고 다시 카메라가 아나운서를 잡았을 때, 본격적인 내용이 시작됐다.

-우리 방송은 다수의 갓코인 유저를 통해 이들의 진실을 알아냈으며,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갓코인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신의 능력을 살 수 있는 코인.

그 자극적인 타이틀을 시작으로 갓코인에 대한 많은 부분이 밝혀졌다.

-갓코인은 블랙과 화이트의 양 진영이 있으며 서로의 코인을 획득할 수 있다.

-코인은 변종을 사냥해서 모을 수가 있으며, 상대 진영을 처리함으로써 빼앗을 수 있다.

-천 명의 넘는 신이 있으며, 상점 외에 다양한 방법으로 스킬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다.

-신체를 강화하거나 치료를 할 수도 있다.

전부가 밝혀지진 않았다. 하지만 발표한 내용은 전부 진실이었다.

“이거 엄청난 파장이 있겠는데요.”

“그렇겠지.”

한 시간가량의 특집 뉴스가 끝났다.

“사람들이 믿을까?”

“믿을 거예요. 언론이 그래요. 소란이 일어났으면 진실인지 확인을 하려 들 거예요. 그럼 결국 증거들이 나타나게 되죠.”

“결국 모든 사람들이 갓코인을 알게 된다는 거네.”

“네. 피할 수 없을 거예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솔직히 예상이 안 돼요. 변종에서 시작된 모든 이야기를 관통하는 진실이잖아요. 허구라 믿었던 신이 존재하고, 그걸 인간이 물려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누구든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게 문제겠네.”

“그럴 거예요. 누구든 신이 되고 싶어 할 테니까요.”

상엽은 잠시 대화를 멈췄다. 그 시간이 오래되자 마루나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생각하세요?”

“내가 무슨 상관이야? 이런 생각?”

“소장님답네요.”

“광신이 형이 알아서 하겠지. 좀 더 자자.”

상엽은 마루나를 안으며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잔다면서요?”

“그 과정 중에 하나야.”

그들은 수면을 위한 작은 이벤트를 시작했다.

* * *

“갓코인 유저도 과로로 죽을 수 있을까?”

박광신은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한국은 그야말로 비상이었다.

“이제 비상도 지겨워.”

“형. 힘내.”

상엽은 그에게 자양강장제를 내밀었다. 동희가 만든 것으로 머리가 맑아지고 피로가 풀리는 효과가 있었다.

그레이 상점에서 파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효과였다.

박광신은 버릇처럼 이를 마시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윽!”

음료의 맛도 차원이 달랐다. 안타깝게도 좋은 쪽이 아니었다.

“형. 난 그만 갈게.”

“동생. 나 야속해지려고 그래.”

“내가 어떻게 해 주길 바라는데?”

“그냥 옆에 있어 줘. 그거면 돼.”

“옆에서 형이 괴로워하고 바쁘게 전화하는 모습을 그냥 지켜봐 달라고?”

“큰 위로가 될 거야.”

상엽은 그의 간절한 표정에 고개를 저었다.

“내가 잘하는 일이 아니야. 미안해. 형.”

“동생. 정말 이러기야?”

“이거 마시면서 해.”

상엽은 또 한 병의 음료를 테이블 위에 내려 두고 박광신의 건물을 빠져나왔다.

첫 방송이 끝난 지 겨우 5시간이 지났을 뿐이었다. 그런데 조간신문을 시작으로 이미 특집 기사들이 쏟아졌다.

사람들의 대화 주제는 온통 갓코인에 대해서였고, 아직은 진실공방이 일어나고 있었다.

‘곧 사실인 걸 알게 되겠지.’

그 때는 모든 이들이 갓코인을 원할 것이다.

“불로장생이 더 이상 꿈이 아니니까.”

인간이 원하는 모든 것이 갓코인에 있었다. 문제는 그 과정이 경쟁이라는 것이다.

상엽은 자신의 앞을 지나치는 학생들을 보았다. 그들도 갓코인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등교를 하고 있었다.

“내가 신이 되면 너 여자 친구 하나 만들어 줄게.”

“난 공부 잘하는 스킬부터 살 거야.”

“난 야구 잘하는 스킬.”

각자가 꿈을 꾸고 있었다. 이들을 보며 상엽은 생각했다.

‘서로 죽이지만 않아도 다행이지.’

이게 갓코인의 진짜 진실이었다.

“걱정이 많네.”

벤치에 앉아 있던 상엽은 갑자기 들리는 목소리에 주변을 살폈다.

‘적설.’

추종자가 자동으로 반응했다. 그런데 적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으로 들렸지만 실제로는 꽤 거리가 있었다.

‘스킬이구나.’

상엽은 그녀가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인사를 건넸다.

“신종 보이스 피싱이야?”

“내 목소리. 반갑지 않아?”

상엽은 다시 여유를 가졌다. 추종자가 수색을 하고 있으니 자신이 직접 나설 필요는 없었다.

“네 유령이 날 찾지는 못할 거야.”

“뭐 그건 곧 알게 되겠지. 그나저나 목소리가 좀 처량하게 들리는데?”

“처량?”

“날 죽이고는 싶은데 실력은 안 되고.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도발만 하는 거잖아.”

“그렇게 보여?”

“선수끼리 뻥카는 그만두자고.”

상엽은 벤치의 등받이에 양팔을 걸며 더욱 여유를 부렸다.

“너만 성장하는 게 아니야.”

“알아. 그런데 내가 남들보다 빨리 성장하는 것도 알고 있거든.”

대화를 하는 사이에 추종자가 상엽에게 돌아왔다.

-찾을 수 없습니다.

적설의 말대로였다.

“유령은 소용없다니까.”

“할 말이나 해. 난 바빠서 가야 되니까.”

상엽이 최후통첩을 했다. 그러자 적설은 상상도 못한 말을 했다.

“난 지금부터 널 협박할 거야.”

“보통 협박은 그것보다 더 재수 없게 하지 않아?”

“내용은 재수가 없을 거야. 거절할 수 없을 테니까.”

“좋아. 해 봐.”

적설은 당당한 상엽의 목소리에도 흔들림 없이 평소의 말투로 협박을 시작했다.

“네 주변 사람들을 죽일 거야.”

“쳇. 치졸하네.”

“어느 정도 예상했던 거잖아. 솔직히 지금까지 내가 많이 봐준 거야.”

상엽이 가장 우려하던 일이었다.

적설의 실력이면 상엽을 제외하고는 전부 제거대상이 될 수 있었다.

그나마 송연지와 강청, 설악산에 있는 동희 정도만이 반격의 가능성이 있었다.

“계속 협박해 봐. 협박이면 원하는 게 있을 텐데.”

“일본 지원을 중단해. 그럼 네 주변 사람들은 건드리지 않을 테니까.”

뜻밖의 제안이었다. 상엽은 데스문 길드의 일본 점령을 위해 곧 지원을 갈 예정이었다.

“일본이 너랑 무슨 상관이지?”

“그건 알 거 없어. 어쨌든 네가 일본에 도착하면 주변 사람이 죽을 거야. 명심해. 한 명으로 끝나지 않아.”

적설의 목소리는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일본이라…….’

상엽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전화기를 들었다.

“카케루. 알려 줄 게 있어.”

상대는 데스문 길드장 카케루였다.

“적설이라는 여자한테 협박을 받았어.”

상엽은 자신과 적설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들려주었다. 그리고 적설의 능력에 관해서도 말했다.

“일단 알고 있으라고.”

전화를 끊은 상엽은 다시 하늘을 보았다. 그러자 사라졌던 적설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지금 장난해?”

“왜? 알려 주는 게 안 된다고 하지는 않았잖아. 약속도 못 지키게 됐으면 그 이유를 말해 주는 게 인지상정이지. 여기 동방예의지국이야. 중국이 아니라고.”

“날 더 이상 화나게 하지 마. 네 주변 사람들을……”

“야. 쓸데없는 협박은 그만둬.”

“뭐?”

“넌 날 먼저 죽일 거잖아. 그게 네 신념이니까.”

상엽은 반대로 그녀를 도발했다.

“원래부터 날 먼저 죽이려고 했고, 주변 사람은 그다음이잖아. 이게 네 자존심이지. 안 그래?”

“궁지에 몰리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지.”

“그거 알아?”

상엽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래서 널 내버려두는 거야. 궁지에 몰지 않으려고.”

“미친 놈!”

“언제든 덤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이렇게 어설픈 협박은 집어치우고.”

상엽은 벤치에서 일어났다.

‘지금은 이 방법밖에 없어.’

적설을 도발해서 자존심을 건드려야 했다. 그래야 처음 계획대로 상엽을 먼저 죽이는 데 집착할 것이다.

‘나라도 그럴 테니까.’

상엽이 적설의 입장이라도 어떻게든 정공법을 택할 것이다.

“넌 나랑 닮은 구석이 있어.”

“미친 놈!”

“그 말도 두 번 들으니까 정겹네.”

그들의 대화는 여기까지였다.

상엽이 떠나자 벤치와 겨우 10미터 떨어진 나무 위에서 누군가 나타났다.

가볍게 땅 위로 내려서는 인물은 적설이었다.

그녀는 겨울임에도 몸매가 드러나는 얇은 붉은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역시 매력적인 놈이야.”

조금 전의 대화와 달리 그녀의 분노는 가라앉아 있었다.

“공략하는 재미가 있어. 내가 점점 다가가고 있다는 건 꿈에도 모를 테니까. 아니 꿈에서 알게 되려나?”

그녀의 손바닥에 작은 문양이 떠올랐다.

“이걸 구하려고 그 고생을 했는데.”

갈퀴를 휘날리며 악귀같이 웃고 있는 말의 형상이었다.

그동안 적설이 상엽에게 암살시도를 하지 않은 것은 실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대로는 안 돼.

그녀에게 상엽은 첫 번째 목표였다. 상엽의 말대로 그를 먼저 죽이지 않고서는 암살자로 살아가는 의미가 없었다.

그 목표는 적설이 성장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정상엽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돼.

그렇게 발견한 유산이 바로 그녀의 손바닥에 남아 있는 문신이었다.

-나이트메어의 흔적.

악몽을 지배하는 유산이었다.

“꿈에서 봐. 화끈하게 놀아 줄 테니까.”

그녀가 웃음을 짓자 길을 지나가던 남학생들의 시선이 모였다.

“안녕.”

그녀는 일부러 몸을 꼬며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남학생들은 그녀의 손보다 도드라지게 흔들리는 그녀의 엉덩이에 시선을 모았다.

“남자들이란.”

적설은 말과 달리 여전히 웃음을 유지하며 그 자리를 떠났다.

상엽은 꿈을 꿨다.

집으로 돌아오는 10분 동안 벌어진 일이었다.

그 10분 동안 그는 현실처럼 생생한 꿈을 꿨고 현실로 돌아왔을 때는 멍한 상태가 됐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그의 몸은 멀쩡했다. 그런데 정신은 그렇지 않았다.

“했어. 그것도 적설이랑……”

워낙 생동감이 넘쳐서 실제로 일어난 기억 같았다.

“남자란 동물은 다 이런 건가? 날 죽이려는 여자를 내가 원했던 거야?”

상엽은 스스로에 대해 놀라고 말았다.

“적설이 예쁘긴 하지.”

적설은 상엽의 약점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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