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112화 (112/300)

# 112

유산 - 이마오의 실

특수스킬 마리오네트 - 상대를 세뇌해 자신의 인형처럼 조종할 수 있게 된다. 단 세뇌는 한 명만 가능하다.

마루나는 이 유산에 당했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가 더해졌다.

고어스의 주사기

특수스킬 포이즌 블러드 – 대상의 피를 중독시켜 서서히 죽어 가게 만든다.

“변태 도깨비라는 녀석이 이 유산을 가지고 있었나 봐. 나도 꼭 가지고 싶었던 건데.”

동희와 상엽은 설악산으로 들어갔다.

이는 상엽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

“치료할 수 있겠어?”

“확신할 수는 없어. 지금도 죽어 가고 있거든.”

동희는 솔직히 지금 상태를 말해 주었다.

“세뇌는 문제가 아니야. 당장 죽을 정도는 아니거든. 문제는 포이즌 블러드야.”

상엽은 풀 위에 누워 있는 마루나는 잠시 내려다봤다.

“확률은 얼마나 돼?”

“절반도 안 돼.”

그녀와의 시작은 유쾌하지 않았지만 여러 일을 통해 관계가 좋아지고 있었다.

“나 때문에.”

주변 사람이 다쳤다. 상엽은 그 점이 마음에 걸렸다.

‘적설도 무슨 짓을 할지 몰라.’

그가 설악산을 선택한 이유였다.

“동희야. 부탁해.”

“알았어.”

상엽이 그 말을 남기며 돌아섰다. 그때, 동희가 다짐하듯 말했다.

“실험체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치료할게.”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이었다. 동희 나름대로는 상엽을 위로한 것이다.

“뭔가 알아내면 연락해 줘.”

“응.”

상엽은 마루나를 동희에게 맡기고 서울로 돌아왔다.

변태 도깨비 함만철.

서류상으로는 55세에 의사출신이었다.

‘날 노리고 있다 이거지?’

그와 엮인 관계는 명확했다.

‘오명진과의 관계 때문이겠지?’

잠시 멀어졌던 사건이 다시 엮였다.

“누나도 조심해.”

상엽은 제일 먼저 국방부 휴게실에서 강차연을 만났다. 그녀에게 경고를 해 두기 위해서였다.

강차연도 마루나처럼 세뇌대상이 될 수 있었다.

-이마오의 실은 10단계까지 강화가 되면 세 명까지 세뇌를 할 수 있어.

박광신의 정보였다.

“도와줄까?”

강차연이 먼저 합류를 물었다. 이에 상엽은 고개를 저었다.

“혼자 할 수 있어. 누나랑 다니면서 많이 배웠잖아.”

“언제든 필요하면 말해.”

“알았어.”

상엽은 홀로 수사에 나서기로 했다.

상엽은 고민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강차연이 위험해지는 게 싫어서 홀로 하겠다고 했지만 막막한 게 사실이었다.

‘오명진이 어떻게 변태 도깨비를 움직였지? 웬만하면 나타나지 않는 녀석일 텐데.’

가장 기본적인 부분도 파악이 되지 않았다.

‘그걸 알아야 돼. 거기부터 시작이야. 오명진과 함만철의 거래 조건.’

돈으로 함만철을 움직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명진이 뭔가 다른 걸 가지고 있었다는 뜻이다.

‘모르겠어.’

그렇게 길을 걸으며 생각에 잠겨 있는데 누군가 그를 불렀다.

“안녕. 오빠.”

“어?”

“내가 필요하다고 들었는데.”

강차연의 정보원 가연수였다.

“혼자 할 수 있어.”

“오빠. 내가 마음먹으면 오빠도 날 못 잡아.”

“지난번에 잡혀 있는 걸 내가 구해 준 거 같은데.”

“그때랑 지금은 완전히 달라. 나도 가만히 놀고 있진 않았거든.”

가연수는 자신의 팔을 들어 보였다.

묘한 문양이 새겨진 자줏빛의 팔찌가 보였다.

“유산이야?”

“이게 있으면 혼자 도망가는 건 얼마든지 가능해.”

가연수가 있다면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다. 상엽은 그녀까지 거절하진 않았다.

“좋아. 대신 조심해.”

“오케이! 그 변태 도깨비라는 놈이 나도 궁금하거든.”

“위험하면 바로 피해. 절대 무리하지 마.”

“걱정 마. 나도 변태는 싫어. 여자 변태라면 몰라도.”

상엽은 웃으며 넘어가려다 갑자기 떠오르는 바가 있었다.

‘변태 그리고 여자.’

그 단어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는지 가연수는 자신의 팔뚝을 비볐다.

‘그래. 함만철한테 가장 중요한 건 돈이 아니잖아. 권력 같은 것도 아니야.’

상엽은 함만철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 떠올렸다.

‘여자.’

그 단어는 자연스레 오명진에게 연결되었다.

‘엔터테인먼트. 가장 예쁜 여자들이 있는 집단.’

상엽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연수야.”

“어머. 그렇게 부르니까 친근하게 느껴지는데.”

“경찰기록 볼 수 있어?”

“그 정도야 기본이지.”

“그럼 오명진이 사라진 시기에 실종된 여자가 있는지 알아봐. 미담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인물로.”

가연수는 나름대로 정리를 하는지 큰 눈을 깜빡였다.

알록달록한 펑크스타일의 옷에 어울려 귀여운 느낌이 물씬 났다.

“오빠. 난 남자 안 좋아해.”

“동생 같아서 그래.”

“어머. 나이는 내가 더 많을걸?”

이번에는 상엽이 생각에 잠겼다.

“나 23살인데.”

눈이 점점 사라지는 2월이었다. 상엽이 23살이 되었다는 뜻이다.

“오빠. 난 26살이야.”

“그런데 왜 오빠야?”

“난 남자는 다 오빠야. 그래야 나한테 잘 해 주거든. 일종의 생존전략 같은 거지.”

“알았어. 그건 됐고 빨리 움직이자.”

상엽은 잡담을 그만두고 자신의 방식으로 수사에 나섰다.

‘역시 있었어.’

굳이 가연수에게 맡길 필요가 없었다.

-전담팀을 만들어 줄게.

전화 한 통으로 상엽을 위한 수사팀이 꾸려졌다. 이들은 본래 박광신이 만들어 놓은 팀으로 모든 자료에 접근할 수 있었다.

덕분에 상엽은 빠르게 결과를 알 수 있었다.

-20세 홍연희, 21세 김아연. 오명진이 사망하기 일주일 전에 실종되었으면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았음.

-둘 모두 미담 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연습생으로 홍연희의 경우 단역으로 데뷔를 한 적이 있음.

-가족들에 의해 실종신고가 되었으며 수사를 했지만 아무런 단서가 없어서 중단되었음.

상엽과 가연수는 수사기록을 자세히 살폈다.

최근에는 여성 실종에 관한 수사가 강화되는 분위기라 꽤 많은 내용이 있었다.

하지만 추적할 수 있는 근거는 없었다. 그런데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있었다.

‘둘이 전혀 친분이 없다고 되어 있는데.’

홍연희와 김아연은 서로를 잘 몰랐다. 홍연희는 단역 데뷔 이후에 본격적인 연기 수업을 받았고, 김아연은 그 후에 연습생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동시에 실종이 되었다?’

상엽이 알고 싶은 건 장소였다.

‘어디서 실종되었는지 알아야 돼. 그리고 분명히 오명진이 어디로 가라고 했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같은 날 실종되긴 어려우니까.’

함께 움직이지도 않고, 집도 전혀 달랐다. 그런 두 명이 동시에 실종을 당했다면 한자리에 모으는 명령이 있었을 것이다.

상엽은 눈을 감고 머리를 굴렸다.

‘친구들에게 아무 말도 안 했을까?’

하지만 이 부분은 이미 경찰조사에서 모두 파악이 됐다. 누구도 실종 당시에 어디로 간다는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오빠. 무슨 생각해?”

“어디서 실종되었는지를 알아야 돼.”

“음. 그건 어렵지 않은데?”

“어떻게?”

가연수는 그들의 신상자료를 보며 말했다.

“겨우 20살, 21살짜리 여자애들이야. 오빠 생각대로 이 아이들이 오명진에 의해 납치가 됐다면 특정 장소에 갔을 거 아니야?”

“그건 나도 알아.”

“그럼 이 애들이 버스를 탔겠어? 지하철을 탔겠어? 대표의 명령으로 어디론가 가야 하는데.”

“아…….”

상엽은 떠오르는 바가 있었다.

“택시는 기록에 남잖아. 그럼 기록을 숨길 수 있는 건 하나뿐이야.”

“자가용.”

“바로 그거지.”

가연수는 수사기록 중에 하나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엔터테인먼트 소속 운전기사들.”

그들은 전부 관련이 없다고 대답했다.

“이 녀석들 중에 한 명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거지.”

“바로 그거야.”

“네가 있어서 참 다행이야.”

“어머. 고백은 거절할게. 난 언니 밖에 없어.”

상엽은 운전기사들의 신상을 정리하고 바로 행동에 나섰다.

미담 엔터테인먼트에는 9명의 운전기사가 있었다. 그중에 지방 공연과 전속 배치를 받아 서울에 없었던 기사를 제외하면 5명이 남았다.

로드 매너지로 운전을 하는 자가 4명, 접대를 하거나 오명진이 가끔씩 이용하는 고급 승용차 기사가 1명이었다.

“이 중에 오명진이 믿을 수 있는 인물은 진고식.”

“55세 남자고 오명진과 함께 20년을 일했어. 오명진이 빚도 갚아 주고 애들 병원비도 대 주고. 뭐 오명진이 잘 해 준 사람이 있긴 하네.”

“그만큼 더러운 일을 시켰겠지.”

상엽은 진고식의 소재를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그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오명진이 사망한 뒤에 그는 가족들과 대구로 내려갔고 꽤 큰 중식당을 운영했다.

“현금을 좀 받은 거 같아. 사람을 시켜서 좀 알아봤는데 그 정도면 인테리어까지 5억쯤 들어간 거 같아. 그런데 대출기록이 없어.”

가연수는 한 시간 만에 이 사실을 알아냈다. 강차연이 그녀를 상엽에게 붙인 이유가 분명히 있었다.

“자. 그럼 가 보자고.”

그들은 화려한 붉은색 입구로 되어 있는 중식당으로 들어갔다.

“짬뽕 곱빼기 주세요.”

“난 군만두에 깐풍기.”

취향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 중식당이었다.

“아저씨들이 짬뽕에 소주를 참 좋아했는데.”

지금은 고인이 되어 버린 철거반 인부들은 중식당에 가면 짬뽕을 선호했다.

소주와 궁합이 좋다는 이유에서였다.

고급스러운 원형 탁자에 음식이 차려지고 종업원이 잠시 밖으로 나갔을 때, 가연수는 군만두를 한쪽으로 밀었다. 그러더니 주머니에서 작은 철사를 꺼냈다.

“뭐하려고?”

“자연스럽게 불러야지. 그래야 대비를 못하잖아.”

가연수는 군만두 안에 철사를 집어넣더니 한 입을 크게 베어 물었다.

“아!”

식당 전체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소리였다. 이에 종업원이 얼른 달려왔다.

가연수는 자신의 입을 막으며 군만두를 달려온 종업원에게 내밀었다.

“죄, 죄송합니다.”

“퉤!”

가연수는 입 안에 있던 만두를 그릇에 뱉더니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사장님 불러와요! 당장!”

종업원이 재차 미안하다고 했지만 가연수는 막무가내였다. 그러자 결국 희끗한 머리에 정장을 입은 50대 후반 사내가 나타났다.

“제가 사장입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사장님. 이거 보세요.”

가연수는 당당하게 군만두를 내밀었다.

“죄송합니다.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사장은 표정이 굳으며 허리를 깊이 숙였다. 나름대로 훌륭한 대처였다.

“그런데 아저씨가 여기 사장 맞아요?”

“그렇습니다.”

“그럼 이름이 진고식이겠네요.”

“그걸 어떻게…….”

그 표정을 본 가연수는 웃으며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멀쩡한 깐풍기를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이제 오빠가 알아서 해.”

상엽이 나설 차례가 왔다.

“아저씨. 잠깐 이야기 좀 해요.”

“무슨 일이십니까?”

“절 아실 텐데요.”

상엽은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자 진고식은 상엽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그의 기억에는 분명히 상엽의 얼굴이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금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임을 알았다.

“정상엽 씨가 제겐 어쩐 일로…….”

“오명진 때문에 왔어요.”

“전 그저 대표님의 기사였을 뿐입니다.”

“알아요. 그냥 아는 만큼만 말씀해 주시면 돼요. 그런데 땀은 왜 그렇게 흘리세요? 지금 겨울인데.”

상엽의 능력은 일반인에게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공포의 대상이었다.

“아저씨. 이 오빠 알려진 것처럼 그렇게 착하지 않아요.”

깐풍기를 오물거리며 가연수가 뭔가를 탁자 위에 놓았다. 탁자 위에는 몇 명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있었다.

진고식의 가족들이었다.

이를 본 진고식은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제 가족만큼은…….”

상엽은 이런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연수가 합의하지 않고 저지른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냥 넘어갔다.

“아는 걸 전부 말해요. 그럼 아무 일도 없을 테니까.”

진고식은 죄를 인정하기 직전의 죄수처럼 고개를 떨궜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상엽은 진고식을 통해 여러 가지를 알았다.

두 명의 여성이 실종된 장소는 물론, 오명진의 숨겨진 또 다른 비리를 알았다.

진고식은 오명진이 권력자에게 돈을 보내는 운반책이기도 했고, 비공식적으로 누군가를 초대할 때면 언제나 그가 움직였다.

하지만 누굴 태웠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장소를 들으면 움직이기만 한 것이다.

“오명진 그 자식. 알면 알수록 재수 없어.”

가연수의 말에 상엽은 대답이 없었다. 이를 본 가연수가 물었다.

“오빠. 조금 전에 가족 명단 보여 주니까 표정이 변하던데. 그것 때문에 화난 거야? 이 방식이 마음에 안 들어?”

“진짜로 가족을 건드린 적이 있어?”

“아니. 없어. 항상 협박으로만 끝나. 그게 제일 빠르거든.”

상엽은 그 말을 듣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어.”

“어머. 의외네.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할 줄 알았는데.”

“나 스스로를 설득 중이야. 상대는 무슨 짓이든 다 하는데 나만 성인군자가 될 수는 없잖아.”

“마음에 드는 대답이야.”

그런데 상엽은 분명히 제한을 두었다.

“나쁜 놈한테만 허용해. 무슨 말인지 알지?”

“좋아. 이 일이 더 재미있어지고 있어.”

그들은 합의를 끝내고 두 여성이 실종된 장소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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