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코인-110화 (110/300)

# 110

3백 명의 갓코인 유저.

그중에 200명이 미국 육군기지에 머물고 있었다.

-정상엽을 처리하라.

그들에게 내려진 명령은 하나였다. 그런데 이 명령을 받은 그들에겐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1급 위험지역에 들어가라는 거야?”

누군가 그 말을 했을 때, 여기저기서 한숨이 터져 나왔다.

“회사를 떠날 때가 된 건가?”

“뭐 그동안 받을 만큼 받았으니.”

“이미 망가질 만큼 망가졌는데 충성할 필요가 있나?”

“사실 정상엽이 문제가 아니잖아.”

그들은 정상엽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나름대로 실력에 자신이 있었고, 기지에는 200명이 머물고 있었다.

“밖은 지옥이라고.”

많은 성장을 했음에도 1급 위험 지역은 그런 의미였다. 아직까지 힘으로 공략할 수 있는 지역이 아니었다.

“난 처음부터 여기 기지가 있는 게 마음에 안 들었어.”

“사람도 없고 조용해서 좋다더니.”

“그건 미래에 확신이 있을 때 말이지.”

화이트와 블랙이 섞인 갓코인 유저 집단.

기지에 모인 그들은 몇 년 동안 같은 소속임에도 처음 보는 인물들이 많았다.

서로 교류하는 걸 시스템적으로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자료를 보니 꽤 영리한 놈이던데.”

“단순하면서도 허를 찌르는 면이 있어.”

“일단 지켜보자고. 허점도 많은 녀석 같으니까.”

“뭐. 직접 만날 수만 있으면 간단히 처리할 수 있지.”

그들은 하롬 컴퍼니의 입장과는 달리 여유를 부렸다.

3일 후.

비밀 기지 정찰망 안으로 정상엽이 나타났다. 그는 기지 안에 몇 명이 머무르는지 파악할 수가 없었다.

“이거 변종으로는 처리가 안 되겠는데.”

상대는 이미 충분히 대비를 하고 있었다.

망루에서 갓코인 유저가 정찰을 하고 있었기에 다가가는 순간 상엽에게 수백 개의 스킬이 펼쳐질 것이다.

아무리 상엽이라도 이걸 감당해 낼 수는 없었다.

“이러면 또 방법이 있지.”

상엽은 정찰망을 살짝 벗어났다.

육군 기지가 있는 곳은 꽤 높은 언덕 위였다. 주변의 숲은 임의로 제거를 했고 풀이 자라지 않는 민둥산이 되었다.

숨을 곳이 없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바닥은 악취가 나는 독이 뿌려져 있어서 변종들도 접근을 꺼렸다.

그리고 기지에는 하롬 시티만큼은 아니지만 철벽이 세워져 있어서 꽤 단단한 방어망을 구축하고 있었다.

“난 한 명이고 저 녀석들은 여러 명이지. 그리고 나는 너희들을 여기 붙잡아 놓으면 이득이거든.”

갓코인 유저들도 결국에는 한국 침공에서 큰 역할을 해야 한다.

상엽에게 영원히 묶여 있을 수는 없었다.

“시간이 많이 아까울 거야.”

상엽은 장기전을 준비했다.

1급 위험 지역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갓코인 유저는 없다.

모든 유저들이 그렇게 생각했다.

실제로 상엽은 특별한 변종을 만나면 전투를 포기하고 물속으로 숨었다.

게다가 육군기지가 있는 언덕은 한쪽이 바다였다. 그래서 상엽은 항상 바다나 호수에서 일정거리 이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수영 스킬이 날 살리는구나.’

그가 여기서 버틸 수 있는 이유였다. 그럼에도 하루에 수십 번쯤 목숨의 위협을 받는 건 마찬가지였다.

‘익숙해지고 있어.’

적응이란 인간에게 많은 것을 가능케 했다.

예전에는 심장이 떨리던 싸움이 이제는 단단한 이성으로 판단을 내릴 수가 있었다.

그 증거는 일주일 만에 나타났다.

“유산 강화!”

상엽은 레나를 불러서 치료가 아니라 강화를 선택했다.

겨우 2단계지만 그 코인의 양이 만만치는 않았다.

“드바란의 투구 7단계까지.”

평소에는 좀처럼 쓰지 않던 광기의 외침을 이곳에서는 필수로 사용해야 했다.

‘그게 없으면 이미 죽었어.’

레나는 상엽을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며 필요한 코인을 말했다.

“96만 코인이야.”

“왜 그런 눈빛이야?”

“신기해서. 1급 위험지역에서 어쨌든 사냥을 하고 있잖아. 도망가는 게 더 많겠지만.”

“도망 횟수가 줄어들고 있어.”

“비결이라도 좀 알려 줄래? 이해가 안 돼서 그래.”

레나는 궁금한 걸 참지 못했다.

“뭐가 이해가 안 되는데?”

“1급 위험지역의 몬스터는 모든 능력이 널 넘어서. 원숭이만 해도 다섯 마리가 모이면 널 이길 수 있거든. 그런데 넌 아직도 살아남았잖아. 벌써 두 달이 넘었는데.”

상엽은 레나의 말을 곰곰이 생각했다.

“이 녀석들이 그 정도인가?”

“직접 부딪치고도 느끼는 게 없어?”

“여기 있는 변종은 확실히 강해. 그냥 주먹에 한 대만 맞아도 정신을 잃을 거 같거든.”

“그런데?”

“패턴은 단순해. 그래 봐야 동물이거든. 특별한 녀석들을 제외하고 일반 변종들은 결국에는 패턴이 있어. 공격방법이 단순해. 그저 빠르고 강할 뿐이야.”

“그저 빠르고 강할 뿐? 말을 참 쉽게 하네.”

상엽은 실제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것뿐이야?”

“뭐 굳이 뽑자면 싸우는 방식에 있지.”

“무슨 뜻이야?”

“인간과 변종은 사용하는 신체가 다르거든.”

“그래서?”

“인간은 무기로 싸우잖아. 아니면 주먹이나 발. 박치기도 있고. 뭐 다양한 싸움 패턴이 있지. 그런데 변종들은 아니야. 태어나면서부터 무기가 하나로 집중되어 있거든. 맹수라고 해 봐야 앞발 아니면 입이야.”

레나는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것만 조심하면 된다?”

“그래서 특별한 놈들이 아니면 결국에는 잡을 수 있어. 신체 능력이 일정수준 이상으로만 따라가면.”

상엽은 간단하게 말했지만 레나는 그 결과가 놀라웠다.

‘엄청난 변종들과 싸웠으니.’

그는 몇 년을 산에 틀어박혀서 변종들을 사냥했다.

‘그래서 변종처럼 싸우는 거고.’

상엽은 자신의 경험이나 성장방식이 얼마나 특별한지 모르고 있었다. 그는 그저 화이트와 블랙을 모두 사용하는 것이 장점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그의 전부가 아니었다.

“그럼 다음에도 살아서 만날 수 있겠네.”

“자주 만날 거야. 만나기만 하는 게 아쉽긴 하지만. 혹시 바다에서 불러도 돼?”

“짠물은 싫어서.”

“쳇.”

상엽의 아쉬운 표정을 뒤로하고 레나는 돌아갔다.

일주일이 지났다.

상엽은 여전히 육군기지와 멀지 않은 곳에서 사냥을 하고 다녔다.

“후우.”

그는 늑대인간의 모습을 풀고 인간으로 돌아왔다.

‘조금씩 조절이 되는데.’

드바란의 투구는 이미 9단계까지 강화가 되었다. 그동안 벌어들인 코인으로 강화한 것이다.

‘10단계까지 가자.’

상엽은 광기의 외침에서 이성을 유지하기 시작하자 더욱 욕심이 났다.

“응?”

그의 즐거운 마음을 방해하는 시선이 느껴졌다.

“야! 여기까지 따라왔냐?”

사슴을 사냥하고 돌아서는 상엽 앞에 은빛 여우가 나타났다.

“너도 참 독종이다.”

상엽은 오랜만에 보는 은빛 여우가 전혀 반갑지 않았다. 여우의 무너진 얼굴은 조금씩 회복이 되고 있었지만 커다란 흉터는 여전히 남을 것이다.

“친구들도 여전히 같이 왔고?”

예상대로 갈색 여우들이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은빛 여우는 이번에도 한참 동안 상엽을 보더니 천천히 물러났다.

‘차라리 이쯤에서 정리할까?’

그는 나름대로 방법을 생각해 두었다. 은빛 여우는 따라잡을 수 없지만 다른 여우는 아니었다.

추격한다면 잡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은빛 여우의 눈빛이 마음에 걸렸다.

‘꼭 함정 같단 말이야. 내가 따라잡을 수 있는 걸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상엽은 이 점을 확인하고 싶었다.

‘해 보자.’

결국 상엽은 몸을 돌려 자신을 포위했던 갈색 여우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여우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목표를 분산시켰다. 마치 군대처럼 훈련된 움직임이었다.

그런데 도주하던 여우는 갑자기 이동을 멈추더니 상엽을 향해 돌진했다.

‘이게!’

해머로 충격이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 순간, 상엽은 뒷목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결국 상엽은 재빨리 바닥을 굴렀다.

은빛의 선이 그가 서 있던 자리를 아슬아슬하게 지나쳐 갔다. 제자리에 서 있었다면 목이 잘렸을 것이다.

은빛 여우는 첫 공격이 실패하자 급히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갈색 여우들은 다시 포위망을 형성했다.

“부하를 죽이고 날 처리하겠다고? 이것 참 실망인데. 미운 정이라도 들 뻔했는데.”

그 말을 할 때였다. 갑자기 그가 있던 땅에 진동 느껴지기 시작했다.

‘코끼리는 아닌데.’

지금까지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를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나무처럼 높이 솟은 긴 목이 보였기 때문이다.

‘기린!’

지금껏 본 적이 없는 변종이었다. 상엽을 중심으로 수십 마리의 기린을 달려오고 있었다.

“너 이제 다른 친구까지 사귄 거냐?”

상엽은 비난을 하면서도 몸을 움직여야 했다. 포위망이 형성되면 위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바다로 돌아가려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어느새 은빛 여우가 위치를 바꿔 바다 쪽을 막아 버린 것이다.

‘걸린 건가?’

상엽은 빠르게 판단을 내리고 바다의 반대쪽으로 뛰었다.

‘강이 있어.’

바다로 합류하는 강이 있었다. 상엽은 그쪽 방향을 향해 최고 속도로 뛰었다.

그러자 거대한 건물 같은 기린이 급격히 가까워졌다.

‘스트라이크.’

상엽은 스트라이크로 흩어졌다. 그런데 폭발은 이어지지 않았다.

그저 기린의 다리 사이를 통과한 것이다. 그리고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그의 후방에도 지금까지와 달리 은빛 여우가 추격을 시작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패턴이었다.

‘곧 강이야.’

상엽은 충분히 따돌릴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은빛 여우가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곧 강이라는 걸 알 텐데.’

상엽은 의심이 들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강에 도착했다.

‘망할…….’

상엽은 자신의 생각에 엄청난 허점이 있음을 알았다. 이는 그의 앞을 지키고 있는 변종에 의해 드러났다.

“하마.”

강가에는 다섯 마리의 하마들이 붉은 눈을 빛내며 상엽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물속은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었다. 게다가 하마의 코인을 확인한 상엽은 침을 크게 삼킬 수밖에 없었다.

‘전부 2만 코인.’

엄청난 수치였다. 이는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싸우면 안 돼.’

상엽은 싸움을 포기했다. 하지만 탈출로가 문제였다.

후방은 돌아서는 순간, 죽음이었다. 그리고 정면에는 2만 코인 하마가 버티고 있었다.

안전지대가 없는 상황.

그 순간 상엽의 눈에 강물의 흐름이 보였다.

“가자.”

상엽은 그대로 돌진을 선택했다. 하마는 상엽이 접근하자 거대한 입을 벌리며 붉은 눈을 빛냈다.

이에 속도를 유지한 채로 그대로 뛰어올랐다.

그의 발아래로 야성을 드러낸 하마가 보였다. 하마는 상엽이 떨어지는 지점을 예상하며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풍덩!

결국 상엽은 물속으로 들어갔다. 하마는 기다렸다는 듯이 엄청난 속도로 상엽을 향해 돌진했다.

“수영 좀 하냐?”

상엽은 강물의 흐름에 따라 팔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그의 몸이 엄청난 속도로 하마를 벗어났다.

처음 최선을 다해 따라오던 하마는 상엽의 수영 속도를 보고는 금세 추격을 포기했다.

“수영 스킬이 진짜 신의 한 수네.”

신의 많은 스킬 중에 지금 상엽을 가장 많이 살리는 것은 아무도 선택하지 않는 수영 스킬이었다.

* * *

하마와의 만남은 상엽에게 특별한 전략을 만들어 주었다.

상엽은 바다에서 바로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을 택했다.

안전지대로 이동을 하면서 근처에 있는 변종들을 기습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거 좋은데?”

그렇게 상엽은 어느 순간부터 사냥에 집중하고 있었다. 코인이 점차 쌓이기 시작했고 그 속도는 스스로도 놀랄 정도였다.

그가 사냥에 집중할수록 한 집단은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 그를 처리하라.

위성에 상엽의 위치가 잡히고 있었다. 그런데 위치를 알면서도 잡을 수가 없었다.

상엽으로 인해 인근 변종들의 숫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롬 컴퍼니에서는 회장이 직접 명령을 내렸지만 갓코인 유저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실제로 두 번쯤 시도를 했지만 상엽에게 닿기도 전에 변종들을 만나고 돌아온 것이다.

그들이 느끼는 변종과 상엽이 느끼는 변종의 차이는 이처럼 극명했다.

그 후로 누구도 상엽을 잡으러 위험지역에 들어가지 않았다. 게다가 50명에 이르는 팀이 압박이 거세지자 컴퍼니를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미치겠군!”

챙!

회장 바이슨은 지금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공군기지가 무너진 것도 모자라서 지금까지 충성을 보이던 수하들이 등을 돌리고 있었다.

군용 무기들이 파괴되었지만 그에겐 여전히 갓코인 유저들이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마저 흔들리는 것이다.

“정상엽! 정상엽!”

그는 미친 사람처럼 정상엽의 이름을 부리며 손에 잡히는 모든 걸 던져 버렸다.

그러다 그가 던진 화병에 곁에 서 있던 비서가 맞고 말았다.

비서의 이마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이 모습을 본 바이슨은 그제야 조금씩 진정하기 시작했다.

털썩.

몸을 던지듯이 소파에 앉은 그는 심호흡을 하며 명령을 내렸다.

“전장을 바꿔라. 한국을 압박하면 그 녀석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지.”

“기지의 병력을 빼라는 말씀이십니까?”

“거긴 포기해. 전부 한국으로 들어간다. 그럼 그 녀석도 한국으로 올 수밖에 없을 거야.”

결국 그가 원하는 전장을 만들어야만 했다. 1급 위험지역만 아니라면 갓코인 유저들이 명령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대신 그는 미국에 남은 마지막 기지를 포기했다.

“더 이상은 날뛰지 못할 게야!”

그는 상엽을 떠올리자 다시 목소리가 높아졌다.

* * *

미국에 있는 하롬 컴퍼니의 마지막 기지가 무너졌다. 그리고 상엽은 그곳까지 쫓아온 은빛 여우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

“잘 있어. 언제 다시 만날지는 모르겠지만.”

은빛 여우는 한참 동안 상엽을 노려보다 자리를 떠났다.

“형. 기지는 끝났어.”

-예상대로야. 그들은 한국에 전장을 만들려고 할 거야.

상엽은 이미 이런 사태를 대비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박광신이 계획을 세운 것이다.

-이제 속도전이야. 그들이 한국을 압박하기 전에 완전히 끝장내야 돼.

“알았어.”

상엽은 박광신의 계획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 회장 녀석의 얼굴을 봤어야 하는데. 이제 턱살이 좀 빠질 거야.”

상엽은 웃으며 레나를 불렀다. 그리고 등록지점을 통해 벨기에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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